"여긴가......"
대강 위치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가 이 곳에 내 발로 오게 될 줄이야.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와,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와중에 혼자 보호복을 입고 동떨어져 있는 나. 힐끗힐끗 나를 쳐다보는 시선들이 느껴진다. 당연하겠지.
내가 여기서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역시 그것밖에 없겠지. '우지호'를 찾아가는 것.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
우지호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가장 급선무. 이곳이 그들과 버려진 자들이 있다는 곳이라는건 알지만, 자세한 위치는 모르기 때문이다.
안재효 날 이렇게 고생시키다니, 돌아가면 화를 좀 내야겠다. 너를 힘들게 잡아둔게 누군데.
"저기."
어린아이에게 말을 거니, 겁을 먹은 듯 움찔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긴, 나같은 사람은 낯설겠지. 깨끗하고, 보호받는.
"우지호라는 사람을 아니?"
아이는 두려워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대답을 해온다. 아휴, 착하기도 해라.
"그러면 그 사람이 어디있는지 아니?"
아이는 이번에도 역시 끄덕끄덕 고개를 끄덕인다. 럭키-. 운이 좋다. 우지호를 찾는 일이 조금은 어려울 줄 알았는데.
"그러면, 나 좀 데려다줄 수 있니?"
아이는 망설이는 듯했다. 아마, 눈 앞에 있는 수상한 이 사람을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것이겠지.
"이것 줄께."
아이의 눈 앞에 초코바를 내밀었다. 사실, 내가 곤란한 상황에 처할 경우 먹기위한 비상식량 이였는데, 우지호를 찾을 수 있다면야 당연히 쓸 수 있었다.
아이의 눈이 커진다. 눈 앞의 초코바를 받고 길을 안내하야 할까. 아니면, 이 낯선 사람을 버리고 도망가야할까. 물론 선택은 이 아이가 할 것이다.
"......따라와요."
초코바를 휙- 낚아채며 조심스레 따라오라는 아이가 참으로 귀엽고 맘에들었다. 역시 아이는 아이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아이를 따라 한참을 걷다보니, 작은 입구가 보인다. 아이는 그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한 손으로는 말하지 말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걱정마. 절대 말하지 않을께. 솔직히 저 아이가 100% 믿음이 가지는 않는다. 그래도 지금은 저 아이를 믿어보는 수 밖에 없다. 작은 입구로 들어가니 입구와는 다르게 안쪽 통로는 상당히 넓은 편이였다. 통로로 계속해서 들어가다보니, 저 멀리 익숙한 인영이 보인다. 제대로 찾아왔네.
"우지호."
오랜만에 보는 우지호를 보며, 나는 기대감에 차올랐다. 이제 재효를 다시 데려올 수 있겠지.
우지호는 뭐 씹은듯한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있다. 하긴, 내가 싫은게 당연하지. 우지호는 내가 박경을 죽인 줄로만 알테니. 죽이고 싶을만큼 미울꺼다.
"여긴 왜 온거야. 어떻게 알고?"
"어떻게 온건진 알 필요 없고, 재효 여기있지? 재효 데려가려고."
"......무슨 소리야?"
"안재효 데려간다고."
"뭔 헛소리야. 니가 안재효 데려가지 않았었나?"
"그랬지. 근데 지금 너가 데리고 있는거 아냐?"
"미친. 가라. 안재효가 어디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몰라."
뭐......? 당연히 정크로 갔을 줄 알았는데, 안재효가 여기 없다니. 말이 안된다. 분명, 우지호는 거짓말을 하고있는 것일꺼다.
"거짓말 하지마. 죽여버리는 수가 있어."
"거짓말 아니야. 가라."
"입 아프게 하지말고, 재효 내놓으라고."
겉으로는 냉정한 척하고있지만, 속으로는 몸이 벌벌 떨리고, 식은 땀이 흐르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재효가 여기 없다면 어디로 간 거지? 불안함이 솟구친다. 설마, 밖에서 죽기라도 한 것일까? 내가 너무 위험한 일을 시킨 걸까? 내가 재효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인가?
정신적으로 혼란이 찾아왔다.
"진짜......없어......?"
"어, 가."
나는 머리가 하얗게 변해버렸다. 재효야. 재효야......
"미안.....하다......"
우지호를 뒤로 한 채 나는 아까 지나온 곳을 그대로 되돌아왔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우지호도 멀쩡히 있고, 나도 멀쩡히 존재하고 있다. 모든 것이 그대로 였다.
그러나 항상 재효만은 달랐다. 재효만은 항상 있으면서도 없는 것 같았다. 언제나 한눈을 팔면 사라지기 일수 였고, 항상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할까. 그리고 재효는 어디있을까.
재효를 다시 데려오면, 이제 아무곳에도 도망가지 못하게 할꺼야.
다리를 잘라버릴까? 안돼, 그건 내가 싫어. 죽여버릴까? 하지만 그건 재효의 목소리를 못듣잖아. 가두어놓으면? 아냐아냐, 그건 재효가 싫어할지도 몰라.
어떻게 해야하지?
갈 곳도 없고, 해야할 일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일은. 다시 내가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일뿐.
결국은 바뀐게 하나도 없었다. 나는 재효를 지키기 위해 높은 자리에 올라서려했지만, 그래서 올라섰지만, 재효를 내곁에 두기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눈이 축축하게 젖어드는 걸 느꼈다.
아, 오랜만이다. 재효가 낙오된 그 때 이후로 처음 울어보는 것 같다. 나는 강해져야만 했고,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기는 아무도 날 보는 이가 없겠지.
"재......효야......"
눈물이 한 두방울 나오는가 싶더니만, 결국에는 홍수를 이르고야 만다. 재효가 너무너무 보고싶다. 그리고, 재효와 함께 돌아가서 따뜻하게 밥을 먹고, 재효가 힘무를 마치고 돌아오면 꼭 말해주고 싶다. 하고싶은 말이 있었다고. '사랑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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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이 다녀간 뒤, 나는 다시금 혼란에 빠져왔다.
우리를 배신하고 이태일한테 붙어버린줄만 알았던 안재효가 사라졌다는 것. 이태일은 아마 당연히 안재효가 여기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을 것이다. 안재효는 정에 약하니까.
그러나 안재효는 이곳에 없다. 그건 명백한 사실이고, 나도 안재효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그가 없어졌다는건 매우 중요한 일이겠지. 그는 우리쪽의 정보와 저쪽의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없잖아있다. 이태일이 임원직에 오른 뒤,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먼저 우리쪽에서 데려간 사람은 안재효였다. 그리고, 아까 전의 그 눈은 정보가 새어나갈까 걱정하는 그런 눈이 아니였다.
마치, 아이를 잃어버린 부모. 아니, 부모를 잃어버린 아이같은 눈이였다.
'안재효' 아마, 그가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를 찾아봐야겠다.
지지지직- 시끄러운 소음이 잠시 들리는 듯 하더니, 곧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 사람 한명을 찾고있는데, 안재효라는 사람이 우리구역에 있나 좀 찾아봐줘. 아,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 잊지말고."
저들이 안재효를 찾기 전에 내가 먼저 안재효를 찾아야한다. 그래야 한다는 직감이 왔다. 그리고, 이태일도 어딘가 수상했었고.
초조함이 밀려온다. 이태일과 나. 크게 보면 정부와 우리.
과연 안재효를 먼저 찾아내는 건 어느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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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돌아갈 수는 없을 것 같아...... 미안 지훈아."
지훈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정크로 돌아갈 수 없다. 지훈아,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실 배신자야. 너희를 배신하고, 나 하나 살자고 박쥐처럼 다른 곳에 붙어버린.
"아, 아니에요. 형이 뭐가 미안해요. 이런 얘기 꺼내서 미안해요."
"아니야. 정말 미안."
아무것도 모르는 지훈이 에게 나는 정말로 미안했다.
"형, 미안하면 부탁하나만 들어주면 안돼요?"
"어? 뭔데?"
"들어줄꺼에요?"
"음, 들어보고 내가 할 수 있는거면."
지훈이에게는 사실 미안한 마음때문에 무엇이든 해주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꼭 들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지훈이를 많이 아끼나보다.
"그러면, 내가 무슨말을 해도 나 싫어하지 말아요. 부탁이에요."
"음...... 알겠어. 무슨말을 하려고 벌써부터 겁을 줘."
"형, 놀라지 말아요. 싫어하지도 말고, 나 피하지도 말아요. 그냥 듣기만 해줘요."
"알겠다니까. 뭔데 그래."
"형, 사랑해요. 아주 오래전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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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똥글이 되어가는게 느껴지네요.....☆★ 연중을 해야하나......ㅜㅜ
혹시나 나중에라도 텍본 원하시는 분 계시다면 항상 덧글달아주신 고마운 분들께만 보내드릴 생각이에요....라고 해봤자 이런 망글 누가 받고 싶어하시겠어유ㅠㅠ
항상 덧글 달아주시던분들 암호 만들어주시면 정말 감사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