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15
부제: 친근
#낯가리는_사람에게_낯가리는_성격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이 나에게 말을 놓았으나,
나는 전 직원에게 아직 존댓말을 하는 중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불편하면 낯가리는 성격이라..
만난지 3개월 밖에 안됐는데 직원들 친화력 수준이...
내가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 내가 진짜 참지 못하는 순간이 있는데,
바로 적막함.
고요함.
둘뿐인데 고요한 그 상황이 진짜 팔 꼬집고 싶을 정도로 싫었다.
그러니까, 나랑 민규씨랑 둘이 놔두고 어디 좀 가지 말라고요...
이 직원들아...
"......."
"날씨가... 참 좋네요... 하하..."
"......."
"그... 저번에는 죄송했어요. 민규씨 성격도 모르고 제가 막말을 했네요..."
"...괜찮습니다."
훠씨!!!
훠!!
허!!!!!!!!!!!
내적 기쁨에 콧구멍이 커지는 것은 상관이 없었다.
드디어 민규씨랑 말했어.
장하다 내 자신...!
#그들의_관계성
민규씨와 원우씨의 관계는 꽤나 특별해 보였다.
일단 전설의 민규씨가 말을 잘 거는 대상이 원우씨니 특별해 보일 수밖에.
"어, 뭐야? 형 벌써 퇴근해?"
"아니. 승관이가 불러서 물류팀 좀 다녀오려고."
"깜짝이야. 이따가 퇴근 같이 해. 저녁 먹자."
"........"
"또 생각해 본다고 말하려고...! 그만 좀 튕겨라. 내가 일찍 끝나도 형 기다려줄게."
솔직히 민규씨 같은 성격은 거의 고양인데
그런 고양이 민규씨에게 간택을 받은 원우씨는
뭐하나 바로 대답하는 법이 없었다.
민규씨가 성격이 급한 건지 원우씨가 성격이 느긋한 건지.
아, 원우씨가 느긋한 거겠다.
나 혼자 확답을 내리고 고개를 끄덕이는데
원우씨와 눈이 마주쳤다.
....어쩌지?
"...00씨 같이 갈래요?"
"예??? 아뇨. 아뇨. 괜찮습니다. 가던 길이나 마저 가겠습니다."
어휴 깜짝이야.
내가 그 사이에 낀다면 불 보듯 뻔했다.
피 말라서 죽는 거.
#꿈#오늘은_좀_차분한가_했지
윤정한씨는 내가 입사한 후 매일 내 꿈에 놀러오고 있다.
물론 입사 전에도 찾아와 강변역 호두과자를 주입시켰지.
아무튼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평범했다.
"꿈속에서 난 신이야."
"뭐든지 할 수 있지."
"밖에서의 난 아무것도 못하는 평범한 윤정한이지만,"
"지금의 난 너의 모든 소원을 이뤄줄 수 있어. 다 말해봐, 호두야."
그 잠깐 사이에 공간을 계속 바꾸던 정한씨가
끝에 가선 차분하게 소파에 앉아 나를 보며 말했다.
소원... 소원이라...
딱히 생각해본 적 없는데.
"가벼운 것도 괜찮아."
"무거운 것도 괜찮고."
"잔인해도 괜찮아. 네 눈은 내가 가려줄게."
"별 거 아니어도 돼. 그게 너한테 소중하다면 나한테도 중요한 거니까."
또 여러 차례 공간을 바꾼 윤정한씨는 마지막에 들고 있던 코뿔소 인형을 나에게 건네줬다.
일단 받긴 했으나, 진짜로 소원 딱히 없는데...
아,
"딱 하루만 내 꿈에 오지 말아 봐요. 저 꿀잠 좀 자게."
"흐음, 예상했지만 마음에 안 드네. 그렇지만 해볼게. 오늘은 이왕 온 김에 너랑 있어도 되지? 내일은 찬이한테 가야겠다."
"그러든가요."
매일 꿈에서 정신없게 하니까
꿀잠을 못 자겠단 말이야...
...솔직히 정한씨한테 조금 미안하니까,
다음엔 다른 소원 빌어야겠다.
#꿈#이런_거_진짜_싫어
그간 내가 안일했던 건,
정한씨 덕분이었다.
정한씨가 날 괴롭힌다고 생각했던 그 이상한 꿈들 덕에
이런 꼴을 보지 않았으니까.
내 꿈 때문에 죽은 사람들이
자꾸 내 꿈속에 나타난다.
그 중 가장 괴로운 건,
가장 친했던 내 친구가 나타날 때였다.
나를 원망하고,
나를 탓하고,
통곡한다.
네 앞에 주저앉고,
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한다.
내가, 무리해서라도 갔어야했는데.
하필 다른 나라에 있어서,
그래도 갔어야 했는데...
한참을 괴롭게 사죄하다 잠에서 깼다.
그렇게 힘든 꿈에서 깨어났는데, 현실도 똑같다.
그게 참 쓰라리다.
#고단하다
새벽에 잠에서 깬 뒤 한숨도 자지 못했다.
꿀잠은 개뿔.
피곤한데도 출근을 해야 한다니.
주말 언제와.. 왜 아직도 수요일이야.
출근 길 지옥철.
그냥 관둘까싶다.
하필 도심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회사 덕에 매일 아침이 고단하다.
지름길로 접어들었다.
돌아가기엔 지쳤거든.
평소보다 빠른 시간에 로비로 들어올 수 있었다.
괜히 차오르는 한숨을 내뱉고 앞을 보는데, 민규씨가 있었다.
"어? 마침 만나네. 좋은 아침이야."
나?
나한테 하는 인사야?
지금 이 몰골을 보고도 그런 인사가 나와?
"응, 좋은 아침이야. 00씨도 좋은 아침이에요. 아, 좋은 아침이 아닌가 보네요?"
"아, 아니요. 좋은 아침이에요, 두 분."
"형, 아침에 카톡 봤어? 또 안 봤지?"
깜짝이야.
하긴, 민규씨가 나한테 아침 인사를 할 리가 없지.
하... 다 필요 없고
힐링하고 싶다...
"아, 호두씨 마침 잘 만났어요. 제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킨다는 걸 핫초코를 시키는 바람에... 이거 드세요."
"형, 그냥 호두씨를 위해 샀다고 하는 게 낫겠다. 변명이 그게 뭐냐?"
"맞아요. 지수 형 아침부터 호두씨가 또 커피 마시면 안 된다고 카페 들리자고 난리 버거지를,"
"나는 아무 말도 안했다. 둘 다 화이팅."
어, 저 표정.
지수씨가 순영씨 사고 쳤을 때 순영씨 찾던 그 표정.
역시, 우리 회사는 시끄러운 게 제맛이지.
***
그대들도 악몽 꾼 적 있나요?
저는 악몽 한 번 꾸면 호되게 꾸는 편이라,
터치다운 속 정한이가 간절하네요8ㅁ8
우선은 꿈 세계관부터 차곡차곡 만들어 나간 다음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회사에 관해서도 다뤄볼게요!
아참 축하해주세요.
호두 드디어 민규랑 한마디 나눴어요!^0^/
예쁜 댓글들 잘 읽고 있어요!!
아주 힘이 되고 있습니다^0^/
암호닉입니다!
워후, 유한성, 세봉봉이, 한콩, 오솔, 뿌랑둥이, 쿠조, 후아유, 팽이팽이, 당근먹는꿀벌,
문홀리, 뽀집사, 호시탐탐, 나나, 뾰짝, 소매자락, 아몬드봉봉, 메뚝, 코코몽, 이슬,
지도리, 도도, 숮아, 뿌이뿌이뿌, 白日夢, 시옷, 하늘빛, 필소,뽀삐,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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