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Down 16
#제발_조용히
찬이씨가 출근을 하자마자 나에게 곧장 왔다.
의아하다 깨달았다.
소원 빌 때 어젯밤은 찬이씨에게 간다고 하더니 기어코 갔구나.
아니나 다를까 찬이씨가 울상으로 말하는 거였다.
"아, 안 그래도 다시 말하려고요."
쾌재를 부르며 자리로 가는 찬이씨였다.
윤정한씨가 출근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오죽하면 사무직원들이 오늘 해가 동쪽으로 질 거라고 말할 정도였다.
오라는 윤정한씨는 안 오고 바로 현장으로 출근할 거라는 현장직원들의 전화만 오는데,
설마 했다.
설마 윤정한씨도 바로 출근하겠어?
역시.. 윤정한씨는 꼭 얼굴보고 가네...
이따가 말하지 뭐...
"뭐어라고? 호두가 날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고? 무슨 일 일까아? 난 정말 모르겠네에?"
아니, 맞는 말이긴 한데...
목소리 좀 줄여 봐요.
동네방네 자랑하지 말고.
#소원_다시_말할래요
일단 일이 있으니 거의 울면서 현장으로 나간 윤정한씨가
말이 안 되는 속도로 일을 끝내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습관적으로 숨다가 나오니 그것 가지고도 윤정한씨가 환하게 웃는 거였다.
대답을 재촉하는 그에게 그냥 담백하게 말해주었다.
"매일 꿈에 와주세요. 새로운 소원이에요."
"야... 네가 굳이 폭탄을 안고 갈 필요는 없는 거야."
"그래요, 호두씨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야 그렇게 말하면 나 되게 폭탄인 거 같잖아."
"나쁜 사람 맞지 뭐."
"어, 폭탄은 아니에요. 표현이 서툴 뿐이지. 제 성격상 정말 안 맞는 분이지만, 고마웠어요."
"...호두야, 마지막 인사야? 아니지? 아닌 거지?
"관두세요? 형, 내가 그러게 적당히,"
"아닌데요?! 저 여기 노예계약 준비 중인데요? 저 여기서 자르지 말아주세요. 저 SVT 노예예요."
"사장이 제일 나쁜 사람이네. 애 데리고 노예계약을..."
....?
왜 결론이 그래요?
#그런_거_권유하지_마
사장님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내가 재물욕이 많은 거라고 설득을 하는 데까지
장장 30분이란 시간이 걸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불신이 이렇게 깊을 수가 있구나를
이 회사를 다니며 직원들에게 배우는 중이다.
물론 가장 큰 이바지를 하는 분은,
권순영씨다.
입만 열면 뻥이야.
물론, 석민씨 한해서...
"...뜬금없이 어디서 났어요?"
"현장 갔다가 너무 고맙다고 한 봉지 주셨어. 팥죽 어떻게 끓이는 줄 알아?"
"흠, 팥 넣고 물 넣고 푹 끓이면 되겠죠?"
엄지를 치켜 세워준 순영씨는
이거 가지고 놀릴 게 생각났다고 석민씨를 찾아 나섰다.
#순진한_석민씨_놀리기
이제 좀 평화롭게 일 좀 해볼까 하는데,
석민씨가 현장 일을 끝내고 와선
요목조목 이야기를 해주었다.
듣다보니 석민씨는 사람이 착하다 못해 등신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순영씨가 지나가는 말로 할머니가 콩을 심었는데 거기서 팥이 났다고 거짓말을 쳤는데,
그걸 나한테 곧이곧대로 말해줄 정도였다.
"예?"
"그래가지고 오늘 팥 몇 알갱이 가져왔는데, 할머니가 키우셔서 그런지 실하더라고요."
"......."
"아 이건 순영이 형이 하얀색 팥이 나왔다고 저 줬는데, 행운을 줄지도 모른대요."
그... 하얀색 팥은... 원래 있어요...
***
순진한 독염이 놀리기 너무 재밌지 않나요?^0^/
으어어 시간 너무 안 가지 않아요?
21일 언제 오는 거죠?
누가 내 시간 잡고 늘어지는 기분인데...8ㅁ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