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CherryBaby :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너에게로
Written by. 베브
BGM : 원모어찬스 - 카페에 앉아
어떤 여자도 눈이 가지가 않아
다정한 연인도 부럽지가 않아
카페에 흐르는 노래는
나를 설레게 하고
# 서른번째 이야기. Waiting for your love
☆★☆★☆★
눈을 떴다.
낯선 천장, 낯선 이불, 낯선 공기.
일어나서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당연하겠지만.
이불 안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나는 옷을 하나도 빠짐없이 입고 있었다.
그럼 여기가 어디야?
내 (구) 남친들 중에서는 이렇게 날 납치해 올 만큼 간땡이가 부은 놈도 없었고, 이렇게 침대를 양보하는 센스도 없었는데.
그러고보니 내가 혼자 침대를 차지한 걸 보니까 진짜 침대 주인은 밖에서 잔 건가?
딱히 방 안을 봐도 누구 물건인 지 알아볼 리가 만무해서 나는 그냥 이불 밖으로 나왔다.
"으어…."
술을 달리고 나면 늘 이런 기분이다.
어제는 내 몸과 머리가 따로 놀았다면, 오늘은 내 뼛조각들이 따로 노는 기분?
머리에서는 뇌가 현란하게 탭댄스를 추고 있는 게 분명했다. 쿵쾅쿵쾅 누군가가 머릿속에서 뛰어다녔다.
나는 한 번 비틀거린 뒤, 문고리를 잡아 열었다.
그리고 익숙한 배경에 다시 문을 닫았다.
찬열이 집?
나는 내가 할 줄 아는 모든 비속어를 다 내뱉었다.
표혜미만 할 줄 알던 고급 욕들도 서슴없이 뱉은 뒤 착잡하게 주저앉았다.
내가 직접 어제 찬열이를 부른 건가.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나 두고 딴 여자랑 뽑뽀한 녀리. 나빠써.'
'흐윽… 나쁜놈. 나쁜 새끼야.'
'왜 다 나를 버리는 거야, 왜.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이런 건 지나치리만큼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나는 딱 죽고싶단 생각 정도만 간단히 했다. 혀를 깨물어야 되나?
차마 밖에 나갈 용기가 나지 않아 계속 자는 척을 하기로 했다.
이불 안에 꼬물대며 들어가서 베개에 얼굴을 처박고 누웠다. 그리고 2초 뒤 문이 열렸다.
"일어났…? 아, 아직 자?"
"……."
"어제 좀 많이 마셨나."
아침이라 낮게 잠긴 목소리.
옛날 고등학생 시절이었다면 이 목소리를 듣고 또 설렌다고 난리를 피웠겠지?
베개에 자꾸 속눈썹이 쓸렸다. 나는 이 속눈썹 다 떼버리리라 다짐하며 찬열이가 나가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문이 다시 닫히고,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주변을 둘러봤다. 거울 어딨어.
아. 왜 얘네 방에는 거울이 저렇게 높이 달려 있는 걸까.
내 머리꼭대기부터 시작되는 거울을 내가 볼 수 있을 리 없었다.
나갈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다.
그래도 좀 씻어야 될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뻔뻔한 사람의 얼굴을 하고 문을 나서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거울을 봤다.
세상에.
이게 사람 꼴인가?
그래도 나름대로 워터프루프 제품들을 써서 이 정도에서 멈춘 모양이었다.
나는 짜증스레 렌즈를 잡아빼고 속눈썹을 떼어냈다.
머리는 또 왜 이 모양이야? 대충 손가락으로 빗어내려 하는데 빗기지도 않았다.
아. 진짜 울고 싶다.
지금 내가 왜 여기에 있으며 여기가 누구 집이고 나는 어제 왜 술을 처먹어서 인생 코어 흑역사를 적립했는 지도 모르겠다.
나는 보이는 클렌징폼으로 얼굴을 대충 씻고, 리무버를 찾아 나섰다.
누나랑 같이 사니까 그런 거 있겠지.
눈가를 무작정 비비고, 닦아냈다.
아. 화장 안 하니까 진짜 사람이 아닌데?
몰래 나갈까? 뛰어내릴까?
그 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나는 정말로 놀라서, '아 깜짝이야!'하는 소리를 냈고.
"나야. 문 열어봐."
"싫어."
"왜?"
"쪽팔리니까. 왜는 왜야."
"그냥 열어."
벌컥. 문을 열었다.
시야가 흐릿해 보이진 않았지만 하여튼 쟤 복장이 지금 굉장히 멀쩡하고 깔끔한 건 보였다.
나는 이렇게 거지 같은 옷 입고 있는데?
"왜. 빨리 말해."
"데려다줄게. 다 씻고 나와."
"됐어. 그냥 걸어가면 돼."
"나 어차피 지금 나가야 돼."
-
차 안에는 한 마디도 흐르지 않았다.
나는 입을 꾹 다물고 손톱만 쳐다보고 있었다.
죄를 지은 자는 닥쳐야 한다? 고 누가 말했던 것 같은데.
그런데 눈이 보이지는 않는데, 이 길이 우리 집으로 가는 길 같지는 않았다.
나는 말을 할까 말까, 하다가 그냥 놓아버렸다. 알아서 하겠지 뭐.
"아니다."
"어?"
"아니야."
그러더니 갑자기 유턴을 해서 우리 집 쪽으로 폭풍처럼 달려갔다.
얘 왜 이래?
나는 차에 내리기 전, 마지막으로 말했다.
어쩌면 너랑 나랑 만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지도 몰라.
"고마웠어. 어제. 그냥 나 잊고, 그 여자애랑 행복하게 살아."
"야. 어디 가."
"안녕."
쾅. 문을 닫고 아파트 입구로 향했다.
주차장으로 잘 안 와 봐서 어디로 가야 우리 동 입구가 나오는 지 모르는데.
잠깐 멈춰 서서 눈을 찌푸리고 앞을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찬열이가 달려와서 날 뒤에서 안았다.
난 너무 놀라서 숨을 참아버렸다.
"어디 가. 나 이제 안 볼 거야?"
"……."
"어제 그랬잖아. 누구 좋아하는 것 같다고. 그거 나 아니야?"
"야. 이거 놔."
"싫어. 나는 네가 좋아."
"미쳤어? 너 여자친구 있잖아."
"걔는 내가 좋아하는 애가 아니야. 걔 얘기는 좀 미루고. 너, 우리 헤어지는 거 아니라며."
"……."
"대학 가면 다시 만날 거라며. 그런데 왜 그래."
"야. 이것 좀 놓고 얘기해."
그 때서야 내 등을 꽉 끌어안은 팔에 힘을 풀었다.
솔직히 나는 그 순간 아파서 풀어달라고 한 건 아니고, 머리 안 감았는데 혹시 머리에서 냄새라도 나면 어쩌나 싶어서.
일단 풀려났는데. 얘는 내 손을 꼭 잡고 날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씨. 그렇게 쳐다보면. 내가.
"너 어차피 예과 2년 끝나면 본과 들어가잖아."
"응."
"그럼 너 공부만 할 텐데. 나보고 똑같은 상처를 또 받으라고?"
"……."
"너는 진짜 그 때나 지금이나 똑같이 멍청하고 이기적이야. 나쁜 새끼야."
솔직히 저런 생각을 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어떻게든 상처를 줘서 떼어내야 했다.
나를 따라다니는 나쁜년 타이틀도 지겨운데, 이제 남 애인 뺏은 파렴치한으로 몰리고 싶지는 않았다.
"야. 오징어."
"꺼져, 개새끼야."
"야. 진짜 왜 그래. 내가 미안해. 내가 자꾸 나만 생각해서 미안해."
"……."
"그런데 있잖아. 그럼 정말 나 혼자 너 기다린 거야? 3년이나?… 너는 나 안 좋아해?"
그런데 그 마음도 갑자기 와르르 무너졌다.
아. 얘 호구본능 어쩔 거야.
이 정도 욕하고 맘에도 없는 소리 해 줬으면 너나 잘 살아라 개년아 하면서 뺨 날려주는 게 기본 코스 아닌가.
허무해졌다. 웃음이 막 새어나왔다.
"야, 넌 진짜로… 너 대학 와서 그렇게 살았냐?"
"어?"
"아 호구야 진짜… 거기서 미안하다고 하는 게 어딨어."
"어? 뭐라고?"
"됐어. 알겠으니까, 일단 가. 너 어디 갈 데 있다며."
"아무 데도 없는데?"
"일단 가. 잘 가."
정말. 매몰차게 떼어내고 나 혼자 울더라도 아예 잘라버리려고 했는데.
저렇게 굴면 도무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무슨 박력남 코스프레를 하면서 안고 소리지르고 하길래. 나는 또 내가 자극하면 정말 뺨이라도 때릴 줄 알았다.
그런데 하는 소리가 고작. 뭐? 너는 나 안 좋아해?
쟤는 어떻게 저렇게 한결 같이 소녀감성일까.
그 특유의 눈치보면서 묻는 눈이, 내가 정말 안 넘어갈 수가 없었다.
나 혼자 너 기다린거야? 라니. 너가 딴 여자애랑 뽀뽀하니까 난 그냥 짜게 식은 거지.
생각할 수록 어이가 없었다. 애가 똑똑하고 다정한데 뜬금없는 면에서 이상했다.
그 때 갑자기 찬열이가 뒤에서 소리를 질렀다.
"오징어!!! 너는 화장 연한 게 더 예뻐!!!!! 그리고 앞머리 있고 짙은 머리가 잘 어울려!!!!!!!"
뒤돌아보지 않은 채 계속 걸어가다가, 어느 정도 거리가 멀어지고 나서 빵 터졌다.
나는 천천히 하얀 문의 손잡이를 돌리면서 생각했다.
내 첫사랑은, 아마도 계속되지 않을까?
☆★☆★☆★
안녕! 베브입니다.
드디어 30편! 정열맨이 되어 달린 결과 ㅋㅋㅋㅋㅋ
저 미친 거 아닐까요 어떻게 글을 이렇게 많이 쓰지
이러다가 몇 달을 안 쓰려고.. (불안)
찬열이는 막 징어가 상처받았다는 얘기를 하니까, 원래의 계획 : 박력 -> 기죽음 -> 눈치보면서 '넌 나 안 좋아해..?'
혹시 왜 얘네가 이랬는지 모르겠다 싶으면 질문 주세여!
찬열이의 그 뽀뽀사건은 글에서 해명하지 않을 테니 사족을 달게요.
그 여자애는 사실 얘네보다 한 살 많은 선배입니다. 그런데 입학했는데 웬 꽃돌이가 있잖아?
바로 꼬십니다. 막 열아 나 너 짱 좋아해 나랑 사겨! 이러믄서.
그런데 신입생이, 그것도 한 살 많은 여자 선밴데, 엄청 노골적으로 사귀자고 찡찡대는데 거절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코가 꿰이게 됩니다. 해 달라는 거 다 해 주기는 하는데 얘는 마음 속에 여자친구가 있으니까 찜찜하죠.
열이는 정말로 선배를 좋아한 적이 없어요. 다만 그 선배도 열이가 자기를 안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죠.
그래도, 그냥 자기가 사랑을 주고. 그래도 찬열이가 자기 옆에 있어준다는 게 행복한 거에요.
사실은 뽀뽀녀가 가장 불쌍한 사람이죠.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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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오셔도 기억해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