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CherryBaby : 한 바퀴 돌아서 다시 너에게로
Written by. 베브
BGM : 애즈원 - 사랑이 어색해
아픈 적 없는 것처럼
상처 없는 것처럼
다시 처음처럼 사랑했으면
우리 그러면 안될까
다시 처음처럼 사랑했으면
우리 그러면 안될까
# 서른 한 번째 이야기. 다시 우리 처음처럼
☆★☆★☆★
집에 와서 한참을 생각했다.
난 찬열이를 좋아하는 걸까? 아직도?
같은 주제로 계속 생각하는 건 지루했고, 내 집중력은 짧았다.
한 시간 쯤 지나니 아무 생각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서 자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화장실에 들어가 세수를 했는데, 거울 속에 비치는 내가 너무 안 예뻐 보였다.
노란 머리가 지금 보니까 좀 별로인 것 같은데.
염색도 좀 하고 고등학교 때처럼 머리도 다시 필까?
짧은 머리를 애써 모아 묶은 뒤 수건으로 얼굴을 톡톡 치며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토너를 화장솜에 덜어내며 습관적으로 노트북을 켰다.
제일 먼저 뜨는 크롬 탭의 즐겨찾기 목록을 훑다가, 마땅히 들어갈 곳이 없어 또다시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정수정이 좋아요를 누르는 건 온통 '오늘 뭐 먹지?' 계정에 올라오는 것 뿐이었다.
최진리는 자기 사진 아니면 꽃 사진? 그리고 어디 가서 멤버들이랑 뭘 먹은 사진이라던가, 하는 것들.
표혜미는 워낙 공식적 계정이니 오늘 영상을 업로드했다던가 하는 종류의 글들을 올렸다.
선영이는 애초에 페이스북을 하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글을 훑다가, 내 타임라인에 들어가 3년 전 글들을 눌렀다.
나만 보기로 설정되어서 한 폴더에 모두 담긴 사진들, 그리고 꽤 정성스레 남겼던 일기들.
'20XX년, XX월 XX일 - 오징어 님은 지금 ㅡ숨도 안 쉬어질 만큼 설레요ㅡ
헐 나 진짜 박찬열이랑 사귀나봐...
어떡해 진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XX년, XX월 XX일 - 오징어 님은 지금 ㅡ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요ㅡ
열일곱 번째 생일을 축하해준 모두에게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D
새 학교고, 봄에 생일이라 아무도 몰라줄 줄 알았는데ㅠㅠㅠ 다들 너무 감동이었어!
특히 꽃으로 화관 만들어 준 거 진짜 감동이었어!
ㅡ베브고등학교 에서ㅡㅡ표혜미, 박찬열, 정수정, 최진리, 김종대 외 3명과 함께ㅡ'
'20XX년, XX월 XX일 - 오징어 님은 지금 ㅡ완전 행복해요ㅡ
오늘은 찬열이랑 이백일! 헤헤. 같이 롯데월드 갔다 왔다.
너무너무 힘들고 사람도 많았지만, 그래도 재밌었어 ㅠㅅㅠ.
올 때 나 너무 힘들어해서 찬열이가 우리 집 앞까지 데려다 줬다.
놀이기구 잘 못 탈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잘 타서 되게 놀랐다.
ㅡ롯데월드 에서ㅡ ㅡ박찬열 님과 함께ㅡ'
고등학생 때 말투는 되게… 애기 같고 귀여웠다.
지금은 되게 딱딱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무심코 찬열이의 타임라인에 들어갔다.
'H대학교 의예과 전공
1992년 11월 27일 출생'
연애 중이라는 상태가 사라졌다.
헤어졌나? 그래. 그러니까 나한테 그랬겠지.
그런데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정말 남의 남자를 뺏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 때문에 헤어진 거면 어쩌지? 그럼 나 이제 진짜 대학 자퇴해야 되는 거 아닐까. 안 그래도 뒷소문이….
착잡한 무언가가 속에서 울컥 올라와서 한참동안 그 화면을 쳐다보고 있다가 컴퓨터를 꺼 버렸다.
아, 괜히 죄책감만 늘어났다 싶었다.
"오징어! 너 어제 어디서 잤어."
"친구네 집."
"말을 했어야지 어디서 잔다고. 무작정 오늘 집에 못 들어간다고 문자만 띡 보내면 얼마나 무서운 줄 알아?"
"죄송해요."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미역국 끓여놨는데 느끼해서 못 먹으려나. 속 아프면 엄마가 콩나물국 해 줄까?"
"아니. 괜찮아요. 나 좀 잘래."
"어이구, 잘한다. 이런 날에 다 아프고. 좀 자고 일어나."
엄마가 내 방의 불을 꺼 주고 나갔을 때, 나는 이불 속으로 폭 쓰러졌다.
정말로 이거 어떡하지.
내 마음을 나도 조절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니까, 솔직히. 찬열이가 좋기는 한데, 다시 사귀자고 하긴 또 애매하고.
결국 컴퓨터를 다시 켜서 자주 들어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의 익명 고민상담 탭에 들어갔다.
그리고 한참동안 키보드 위에서 손가락을 까닥이다, 글을 써내려갔다.
'안녕. 나는 스물 한 살 흔한 여자야. 나 좀 도와줘...
일단 걔랑 나랑은 엄마끼리 고등학교 친구인 사이라서 아예 못 보고 지낼 사이는 아닌데…'
그렇게 이어가던 글의 끝은 이렇게 끝났다.
'내 생각엔 아직 내가 얘를 많이 좋아하는 것 같은데. 어떡하지?'
나는 그 문장을 쓰고 바로 컴퓨터를 꺼 버렸다.
그리고 핸드폰을 들어 찬열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어디야?"
- 나 지금 집인데, 왜?
"나와."
주변에 보이는 아무 스냅백이나 주워 쓰고 뛰쳐나가듯 집을 나섰다.
뭐가 되었든 일단 내 마음을 얘기하고 봐야 될 것 같았다. 이런 폭발적인 마음은 오랜만이었다.
-
그런데, 생각 외로 찬열이는 아주 오랫동안 나오지 않았다.
찬열이네 집 앞에서 삼십 분을 기다렸지만 야속한 현관문은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엘리베이터 맞은 편의 첫번째 계단에 앉아 계속해서 찬열이를 기다렸다.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새벽 한 시가 되어서도 찬열이는 나오지 않았지만 나는 그래도 찬열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얘는, 절대로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을 애가 아니니까.
내가 아무리 모질게 굴고 상처를 주어도 나를 미워할 애가 아니니까.
그런 얄팍한 믿음으로 그저 기다렸다.
기다리다보면, 나와주겠지?
그리고 찬열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 어디야?
"너네 집 앞."
- 너 내가 하는 말 안 듣고 끊었지. 내가 지금은 못 나간다고 했잖아.
그 말만 들었는데 울컥 감정이 치밀었다.
나는 그래도 너 믿고 여기서 이렇게 계속 기다렸는데, 고작 하는 말이 그런 거야?
내 믿음이 땅바닥으로 내팽겨쳐지는 기분이었다.
- 징어야. 울어?
"……."
- 아씨, 문 열어줄게. 들어와.
됐어. 나 집에 갈 거야. 짜증도 나고 쪽팔리고 모든 감정이 휘몰아쳤다.
정말 집에 가려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미친 듯이 눌렀다. 아 왜 하필 또 지하 3층에 있어.
그 때 도어락이 열리고, 찬열이가 성큼성큼 나와서 내 눈을 갑자기 가렸다.
"왜 울어. 장난해?"
"……."
"내가 이걸 얼마나 힘들게 했는데. 누나한테 구박받아 가면서."
집 안으로 날 들이고 신발을 벗기더니, 천천히 내 등 뒤로 팔을 넘겨서 나를 꼭 안아주었다.
눈물은 이미 그친 지 오래였다. 그나저나 좀 단 냄새가 나는데? 뭐지. 케이크?
" 생일 축하해."
안대를 벗기자마자 펼쳐지는 모습은 정말이지, 와.
부엌에는 체리크림 위에 체리가 콕 박힌 케이크가 촛불에 둘러싸여 있었고, 헬륨을 넣은 풍선들이 둥실둥실 떠 다녔다.
그리고 한가운데에는, 무슨 손바닥만한 쇼핑백? 이 있었다.
일단 나는 넋이 나갔다.
"나 오늘 생일이야?"
"응. 오늘. 너네 엄마한테 허락까지 받아 놨어. 오늘 좀 빌린다고."
"나는 나 오늘 생일인 줄도 몰랐는데…."
"요즘 정신을 어디다 빼놓고 다니길래."
살짝 내 머리를 쥐어박은 찬열이의 손을 꼭 붙들고, 한 번 더 물었다.
"야. 이걸 다 했어?"
"잘 했지?"
"야, 진짜…."
나는 한 시간 내내 울었다. 찬열이를 끌어안고.
찬열이는 처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주다가, 삼십 분이 넘어가니 조금씩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날 끌어안고 자기 침대로 와서 날 토닥토닥 달래주는 것이었다.
"있잖아. 내가 어제 못 했던 말이 있는데."
"응. 뭔데?"
"나 너 되게 좋아해. 그래서 너 이젠 못 놔 줘."
"나도."
"말 끊지 말아봐 좀. 계속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이러는 게 나을 것 같아."
찬열이랑 손을 꼭 잡고 벽에 기대서 웅얼거렸다.
새벽인데다 한 차례 울었고, 좋아하는 사람한테 생각지도 못한 이벤트도 받았으니 감수성이 팡팡 터졌다.
평생 못 할 오글거리는 말들을 죄다 패기롭게 던졌단 얘기였다.
"우리, 서로 비어있던 날들은 다시 묻지 말자. 나는 네가 다른 여자랑 만났던 거, 다 괜찮아. 화 안 나. 그러니까, 앞으로는 아예 기억에서 지워 버리자."
"……."
"그러니까, 내가 먼저 너한테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상처를 줬었잖아. 많이 후회했고, 많이 힘들었으니까."
이제 그냥 너 좋아해도 되지?
뒷말은 먹혀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입술이 맞닿으면서.
잠깐 정신을 놓고 있다가, 어느 순간 찬열이가 황급하게 날 침대에 던졌다.
"아씨 깜짝이야. 왜?"
"안 돼. 지켜줄거야."
"뭐라고?"
"안 돼. 안 되는 거야 이건."
왜 그러는 거야. 간만에 분위기 좋았는데.
잠깐 숨을 고르는 듯 심장에 손을 얹은 찬열이가 조금은 야속했다. 쟤 지금 내 허벅지에 손 올렸다고 저러는 거지?
시무룩한 표정을 짓자 찬열이는 다시 날 꼭 끌어안으며 말해주었다.
"얼른 결혼하고 싶다."
"나도."
"사랑해."
"나도."
-
잠이 오질 않았다. 이렇게 설레는데 어떻게 자?
나는 잠시 생각했다. 뭘 해야 될까.
"녀라."
"응?"
"나 생일선물로 내일 사진 하나만 같이 찍어줘."
"왜, 어디 가서 찍게?"
"아니? 같이 셀카 찍자고."
"그런데 오늘은 왜 안 돼?"
"오늘은 못생겨서 안 돼."
뭐야. 찬열이는 내 머리 밑에 베개를 대어준 뒤 이마에 쪽 뽀뽀를 해 주었다.
속으로는 아 미친 존나 설레 뭐 이런 과격한 언어들이 쏟아졌지만, 나는 애써 미소만 지었다.
"너 잘 때까지 옆에 있을 거야. 얼른 자."
스위치를 눌러 불까지 끄고, 찬열이는 침대 밑에서 내 손을 꼭 잡은 채 가만히 있었다.
절대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찬열이도 자야 하니까 눈을 꾹 감고 있었다. 그럼 내가 잔다고 생각하겠지?
그리고, 조금 있다가 찬열이가 내 손에 무언가 실? 같은 걸 갖다댔다.
이게 뭐야? 싶었지만 가만히 손에 힘을 빼고, 간지러워도 혼신의 힘으로 참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찬열이는 내 넷째 손가락에 실을 감고 어느 정도 있다가 실을 풀어냈다.
뭘 한 거지? 잠시 의아해하던 나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오늘 너무 감정 소비가 심해서 몸이 지쳤었던 모양이다.
찬열이도 잘 자. 내일은 날씨가 맑았으면 좋겠다.
☆★☆★☆★
안녕하세요! 베브에요.
원래 쓰려던 게 진짜 노잼이 지구폭파 직전이라서 싹 갈아엎었읍니다
전개랑 완결까지 내용을 통째로 바꾸는 바람에 ㅋㅋㅋㅋㅋㅋ..
생일 이런 거 생각도 못 했는데.. 그냥 찬열이가 안 나오고 뻐팅기려면 이유가 있어야 될 것 같아서..
몰래 준비하는 무언가- 서프라이즈 파티- 생일? 하면서 썼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복선을 심었어요. '미역국' '이런 날에도 아프냐''봄에 생일이라서' 뭐 이런 거.
그리고 체리베이비에서 불마크는 진짜 딱 한 번 나올 거에요 기대하지 마시라는....
뜬금) 저는 유튜브 뷰티크리에이터 분들 중에서 라뮤끄님을 제일 좋아해요.
되게 매력 있고 예쁘게 생기셨는데 목소리도 나긋나긋 예쁘시고 무엇보다 진짜 '뷰티''크리에이터' 여서.
유튜브에 lamuqe 치셔서 진짜 튜토리얼 다 보셔야 합니다 이 분은 짱이에요.. 보배언니 사랑합니당
↓ 이건 겨울 메이크업이긴 하지만 그 분 영상 중에 제일 예쁘다고 생각하는.. 아니 사실 다 예뻐요.
//// 암호닉 ////
소문 / 푸우곰 / 비타민 / 망고 / 준짱맨 / 챠밍 / 홈마 / 눈두덩 / 러팝 / 판다 / 지안 / 이리오세훈 / 길라잡이 / 호두
/ 심장 / 비회원앙대여 / 빛 / 여름 / 솜사탕 / 연 / 위아원 / 소금 / 콩알 / 긴가민가 / 헤운 / 젤컹젤컹 / 하루 / 애니 / 앰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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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 [암호닉]과 같은 양식. ex) [베브]
암호닉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오셔도 기억해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