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소란&권정열 - 미쳤나봐
너에게만 너에게만 난 너에게 꽂혀서 박혔나봐
# 서른 두 번째 이야기. 니가 좋아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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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 살의 늦여름]
그냥, 그 날 이후로 언제나 우린 그랬다.
찬열이는 본격 의예과 과정을 마쳐갔다. 이제 내년이면 본과에 들어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공부가 재밌어!' 라서 나는 정말이지 토할 뻔했다.
그래 사람은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고, 저런 사람이 내 애인일 수도 있는 거지 뭐...
그나마도 자기가 정말 죽을 것 같고 힘들다, 싶으면 찾아와서 좀 놀다 갔다.
내 소중한 데스크탑에 롤을 깔고, 내내 롤만 하고.
내가 끓여다 바치는 라면이나 잡수시고, 나는 쳐다보지도 않고.
"야. 롤 그만하랬지. 아니 무슨 게임은 이렇게 세대가 안 바껴?"
"너는 그 엑소 말고 또 누구더라? 하여튼 그 애기들 덕질 그만하라니까?"
"야! 나는 우리 오빠의 후배로서 응당 해야 할.."
"야. 너 그러다 잡혀가!"
"아냐 네 살 차이는 괜찮댔어… 근데 너 은근슬쩍 나 할머니 취급이다?"
뒤에서 목을 낚아채 마구 쥐고 흔드니까, 또 잘못했다고 내 손을 짝짝 친다.
에휴. 이런 게 뭐 예쁘다고 내가 코가 꿰여서.
나는 찬열이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주며 창창한 내 인생에 대해 잠시 고민했다.
그래, 그 때 눈물 콧물 다 빼고 이러쿵저러쿵 일들이 많았지만 어쨌든 지난 일이었고, 지금은 여름의 막바지였다.
나는 다시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찬열이가 공부를 하니까 나도 할 게 없어서 공부를 해야 했기 때문에.
찬열이의 (구) 여친은 지금 잘나신 모델 남자친구를 만드셨다고 한다.
나는 영문과 내부에서 좀 욕을 들어먹었지만, 상관없었다.
이제는 공부를 해서 그 애들을 성적으로 발라버려야지! 그런 포부로 열심히 공부를 했다.
1학년 때는 학점이 B를 넘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처음부터 다시 하려니 토할 것 같았다.
셰익스피어는 왜 그렇게 극을 많이 써재꼈을까, 나 죽으라고?
궁시렁대며 열심히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필사하고, 갖잖은 것들을 정리했다.
노교수는 나태로웠고, 오래된 마이크에서는 쇳소리가 났다.
나는 그럴 때마다, 두꺼운 교재에 핸드폰을 기대 몰래 카톡을 보냈다.
'야 수업 진짜 노잼;ㅅ;'
'너두 수업 듣고 있어?'
그리고는 재빨리 홀드를 눌렀다. 답장이 언제쯤 올까..
물론 답장은 밤 열한 시에 왔다. '미안 지금 봤어' 하고.
나는 얼마 전 공구한, 루한의 생일을 박은 콜드컵을 살짝 짤랑였다. 얘를 죽여야 하나? 아냐, 그래. 공부한다는데 뭘 어쩌겠어.
그런데, 오늘 같은 날은 정말로 공부를 하기 싫다! 싶은 날이 있었다.
나는 습관적으로 여섯시 반이 되자 반짝 눈을 떴다. 알람이 울리지 않아도 이제 여섯시 반이면 눈을 떠야 했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다가, 핸드폰 홀드를 한 번 눌렀다. 토요일이네.
에이씨, 나는 다시 한 번 눈을 감고 몸을 한 번 뒤척였다.
그리고 3분 뒤 벌떡 일어났다. 아씨 잠 다 깼잖아.
다섯 번째 (구) 남친과 한창 연애 중일 때라, 수강신청을 완전히 망하는 바람에 내내 일교시 크리였다.
심지어 공강이 두 시간씩 훌쩍 뛰고, 이건 무슨.. 그럴 때는 그냥 선영이랑 같이 과방에 박혀서 남 걱정을 했다.
무용학과에 그렇게 잘생긴 신입생이 있대. 그래? 누군데? 김종인이었나?
그러다가 보면 둘 다 지쳐서 다 뜯긴 검정 소파에 늘어졌다. 그러다 학교 안의 작은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시고.
어쨌든, 토요일의 하루는 시작되었는데 오늘은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았다.
날씨 앱을 켜서 오늘과 내일의 날씨를 보았다. 비 올 확률 22%. 내일은 또 비 오네?
내일은 못 가겠다. 나는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한 뒤, 찬열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야. 너 오늘 롤할 거야?"
- 응.
"오늘 공부 안 해?"
- 안 하려고… 왜?
"나랑 놀러가자."
- 어딜?
"그냥 아무 데나? 한강으로 갈까?"
알았어~ 한강 가자~ 그럼 너 빨리 우리집 와.
그러고 툭 전화를 끊었다.
나는 당장 침대에서 튕겨 일어났다. 이게 얼마 만의 데이트야!
연애를 몇 년을 했는데 또 설레냐. 햇수로 벌써 5년 짼데도 밖에서 데이트한 적이 많지 않았다.
물론 '햇수'고 실질적 기간은 2년이 채 못 되겠지만.
나는 어느덧 스킨-로션의 간단했던 기초 화장이 토너-세럼-수분크림-아이크림-페이셜 오일까지 늘어났다.
이런 게 바로 세월의 흐름이 아니면 뭐겠어. 왠지 피부도 계속 건조하고 더 비싼 화장품을 찾게 되고 그렇다.
나는 씻고 나서 물기가 채 마르지 않은 얼굴 위로 톡톡톡 두드려가며 기초 화장을 마쳤다.
그 때 찬열이가 익숙하게 비밀번호를 풀고 들어오는 게 들렸다.
나는 일단 주변을 둘러보고 속옷 같은 건 빛의 속도로 거둬서 옷장 안에 쑤셔넣었다.
찬열이는 익숙하게 내 방으로 왔다.
보아하니 머리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른 오라고 했다고, 그렇게 빛의 속도로 달려왔을 생각을 하니 기특해졌다.
나는 물티슈로 손을 대충 닦고 찬열이 머리의 물기를 수건으로 대충 닦아낸 뒤 드라이기를 쥐어 줬다.
그리고 나는 마저 내 할 일을 했다.
컨실러로 잡티를 가리고, 파운데이션을 톡톡 퍼프로 두드렸다.
얘는 화장 진한 거 안 좋아하니까, 펄 없고 여리여리한 핑크빛 섀도우를 눈에 깔고 아주아주 가늘게 아이라인을 그렸다.
그리고 뭐, 뷰러로 속눈썹을 집고 마스카라로 칠하고, 눈썹도 그리고, 입술에도 립스틱을 바른 뒤 섀딩까지 마쳤다.
"여자들은 다 저래?"
"뭐가."
"볼 때마다 진짜, 뭐가 저렇게 복잡해?"
질린단 표정으로 내 침대 위에 누워있는 찬열이가 혀를 찼다.
쟤는 내가 화장하는 거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왜 저런대.
그나마 예전에 정말 스모키화장을 하던 때에는 경극 화장하냐며 당장이라도 나를 화장실에 밀어넣으려 했었다.
요즘에야 머리도 많이 길고, 다시 짙은 갈색으로 염색을 한 데다가 화장도 훨씬 연해졌으니.
나는 대충 입을 옷을 고르려고 (속옷이 없는) 옷장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의 후보들을 늘어놓았다.
블라우스에 치마.
흰 티에 스키니진.
크롭티에 오부바지.
원피스에 가디건.
찬열이는 그걸 슥 보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치마는 왜 꺼내? 집어 넣어."
"왜, 치마 예쁘잖아."
"한강 가면 벌레가 니 다리 위로 기어다닐걸?"
그 말에 나는 단박에 다리가 드러나는 옷들을 집어넣었다.
뭔가 낚인 기분이 들기는 하지만, 왠지 말려든 것 같기도 하고.
옷을 들고 나가서 갈아입으면서도 계속 기분이 이상했다.
어쨌든, 나는 찬열이를 이끌고 대형마트로 향했다.
카트에 백원을 집어넣고, 수감된 카트를 풀어준 뒤 지갑을 안에 툭 던져넣었다.
"뭐 사게?"
"김밥이랑, 볶음밥이랑, 유부초밥 중에 뭐가 좋아?"
"음… 김밥?"
"제일 귀찮은 건데."
"아 알았어, 유부초밥."
나는 김밥 재료들을 담았다.
당근, 단무지, 햄, 시금치, 어묵, 계란은 집에 있고. 단무지 있으니까 오이 안 넣어도 되겠지?
"오이 넣자."
"단무지 있는데?"
"둘 다 넣어."
"그게 뭐야…"
그래도 자기가 좋다니까 뭐. 오이도 담았다.
참기름 집에 있나? 그리고, 김밥 김. 그리고 나중에 목 마를 것 같으니 음료수. 과자도 좀 살까?
"너 집에 반찬 있어?"
"어. 누나가 얼마 전에 해 놓고 간 거 조금 남았어."
"아주 그냥 철부지 애기네. 혼자서 아직도 열일곱이야."
"나도 나 혼자 하라면 혼자 해 먹을 수 있어."
"뭐, 라면? 3분 카레?"
그러자 찬열이는 나를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
얘가 공공장소에서 왜 이래, 기겁을 하자 찬열이는 좀 느슨하게 날 풀어주는 듯하더니 아예 손 깍지를 껴 버렸다.
이거 나오지 말라는 거지. 나는 그냥 포기하고 카트를 밀었다.
카트를 미는 건 항상 즐겁다. 막 엄마가 된 것 같고.
그런데 찬열이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들뜬 모양이었다. 생글생글 웃으며 내게 말을 걸어왔다.
"우리 이러니까 부부 같지 않아?"
"이럴 때만 부부야? 맨날 밥 해다 바치고, 서방님 혹시나 편찮으실까 매번 챙겨드리고."
"미안해. 요즘 외워야 될 게 너무 많아서."
"됐어. 뭘 또 미안해. 야, 저기 가서 LA 갈비 좀 집어와."
"오늘은 시식 안 해?"
"당연히 같이 집어와야 되는 거 아니야?"
-
챙겨온 장바구니에 차곡차곡 오늘 장 본 걸 집어넣었다.
집에 가서 도시락 싸고, 비는 락앤락 통에 불고기를 좀 볶아서 줘야겠다.
과일은 엄마가 박스채 사 놓은 사과랑 오렌지가 있으니 됐고.
뭐 빠진 거 없지? 그렇게 생각하며 으쌰, 하는 소리와 함께 장바구니를 들었다.
"여자는 무거운 거 드는 거 아니야."
금방 찬열이가 내게서 뺏어갔지만.
나는 그게 싫지 않았기 때문에 도로 가져오지 않고 그냥 냅뒀다.
내가 이 정도 봉사해주는데 저 정도 서비스는 해 줘야지.
-
"나도 할래."
"너는 정말, 저기 가서 티비나 보는 게 도와주는 건데."
"나 요리 되게 잘 해. 누나도 내가 끓인 된장찌개 먹고 맛있댔어."
"그럼 너 저기 가서 시금치 좀 데쳐."
"또, 뭐 해야 되는 거 있어?"
"오이 좀 소금으로 문질러서 씻어. 오이 까끌까끌해서 손 까지니까 조심하고. 되게 아프다."
본격적으로 도마를 깔아두고 당근을 썰었다.
벌써 십 년이 가깝도록 내가 직접 요리를 했더니, 이젠 칼질도 꽤 능숙하고 고르게 되었다.
햄이랑 어묵도 좀 볶아달라고 할까? 귀찮은데.
나는 할 일이 끝나 뚱하게 내 앞에 앉아있는 찬열이에게 김밥을 싸는 임무를 주고, 커다란 팬을 꺼내들었다.
아까 썰어둔 김치, 그리고 밥을 넣고 기름을 둘러 볶아냈다. 김치볶음밥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메뉴였다.
"또 김치볶음밥이야?"
"주는대로 먹어, 그냥."
"안 질려?"
"응. 계란 몇 개 먹을래?"
"나 두 개."
도시락 통에 김치볶음밥을 쓸어담고, 계란 프라이 세 개를 차례대로 올렸다.
김치볶음밥인데 뭐 케찹 이런 거 안 넣어도 되겠지.
김밥을 써는 것도 내 몫이었다. 찬열이는 손 조심하라며 옆에서 제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나는 그런 걱정을 가볍게 무시하듯 아주 깔끔하게 김밥을 썰어 도시락통에 담았다.
3단 도시락통의 맨 위에는 과일이 들어갔다.
사과를 씻어서 껍질째 잘라 넣고, 오렌지도 대충 갈라서 넣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찬열이에게 줄 불고기나 간단한 반찬들을 챙겨서 커다란 가방에 넣었다.
-
"한강 진짜 오랜만이다."
"응. 우리 고등학교 때 막 왔었잖아, 자전거 타고."
"그 때 뭐하다가 왔었지?"
"나도 기억 안 나."
애매하게 해가 떠 있을 즈음이라, 밀림처럼 우거진 풀들이 펼쳐진 들판 앞쪽에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강 하면 역시 치킨인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달달한 커플의 대명사라는 피크닉 도시락을 꺼내들었다.
"잘먹겠습니당."
예쁘게 잘 먹는 찬열이를 보니 괜히 엄마가 된 것처럼 기분이 몽글몽글해졌다.
막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고, 볼에 쪽 뽀뽀를 해 주고 싶고.
"너도 먹어. 아-"
찬열이가 먹여준 김밥을 먹고 그냥 웃어버렸다.
평소에는 방에 갇혀서 공부만 하고 영어로 된 의학 원서를 읽는 의대생이지만, 이럴 땐 정말 꿀을 뚝뚝 흘리는 내 애인이었다.
이럴 때를 보면, 찬열이가 공부 스트레스로 나한테 가끔 되도 않는 투정을 부리는 것도 참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이지 '사랑'이 샘솟는 기분?
세상에 우리만 있는 것 같고,
당장이라도 하늘에서는 벚꽃잎들이 비처럼 하늘하늘 내려올 것 같고,
우리가 뭘 하든간에 꿀처럼 달달할 것 같은.
물론 현실은 여름이라 그냥 벌레 떨어지는 풀투성이 공원이었지만.
"야, 미친… 저 커플 봐봐. 미쳤어. 존나 저게 뭐하는…"
지나가는 여고생 무리의 그런 말을 듣기 전까지는 어쨌든 상황이 그렇게 좋았다.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을 차리고 젓가락을 집어들었다.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한 거야?
"아, 쟤네 되게 밉다. 너 아까 표정 진짜 귀여웠는데."
"귀여웠어?"
"응. 너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았어."
"내가 좀 한 귀여움 했지. 베브고 귀염둥이 아니야, 내가 또!"
"그래, 그렇다고 하자."
얘는 왜 자꾸 나를 돌려까지?
나는 심술궃게 찬열이의 배를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으억, 하는 소리를 내며 찬열이가 앞으로 고꾸라지고, 나는 등을 짝짝 때렸다.
그리고 잠시 뒤, 완전히 방전된 나는 찬열이의 허벅지를 베고 누워버렸다.
배부르고, 날은 선선하고,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찬열이는 내 머리를 슥슥 손으로 빗고 있었다. 되게 예쁘게 웃으면서.
마치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사람이 된 듯한 얼굴로.
나는 가물가물 감겨오는 눈을 반짝 뜨려 중간중간 눈에 힘을 바짝 주고 최대한 크게 떴다.
그럴 때마다 찬열이는 웃으며 내 눈 위에 손바닥을 덮었다.
"졸리면 그냥 자도 돼."
"그래도 여기까지 와서 자면 정말 나잇값 못 하는 거지."
"괜찮아. 눈 감아봐."
찬열이가 한 번 더 손바닥으로 내 눈을 덮고, 나는 스르륵 눈을 감았다.
내 속눈썹이 찬열이 손바닥에 부딪히는 느낌이 났다.
찬열이는 살짝 내 입에 뽀뽀를 하더니, 내 손을 가져갔다.
찬열이는 평소에 아기 손 같다고 내 손을 만지는 걸 좋아했다.
나는 손이 미끈거리는 게 싫어 평생 핸드크림 이런 거 안 발랐는데, 찬열이 때문에 핸드크림을 수집하다시피 사고 발랐다.
오늘은 체리블라썸 향 핸드크림이었다. 지금도 가방 안에 들어 있고.
찬열이가 평소처럼 내 손을 찹쌀떡 주무르듯 살살 주물렀다.
으악 간지러. 눈을 감은 채 웃었다. 고개가 살짝 흔들려서 앞머리가 옆으로 쏟아졌다.
그리고 찬열이는 내 손가락을 하나하나 만지다가, 왼손 약지를 좀 더 세심하게 만졌다.
그리고 무언가 차가운 금속성의… 반지?
나는 눈을 반짝 떴다. 그리고 시선을 살짝 깔아 내 손을 쳐다보았다.
내 손가락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걸 쓰다듬는 찬열이 손에도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결혼 예물 반지처럼 거창한 건 아니었고, 가는 은테의 반지였다.
"안에 레터링 새겼어."
"뭐라고?"
"꺼내서 봐봐."
나는 살살 반지를 꺼내서 안쪽을 들여다보았다.
'HN ♡ CH'
"이게 뭐야?"
"맞춰봐."
"어느 게 너야. 앞쪽?"
"응."
어…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HN? 이니셜인가. 하나? 하니?
"아. 허니?"
"오, 맞았어."
"그럼 쟤는 체리?"
"응."
나는 기특하다며 찬열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게 잘 만들었네.
"고마워."
"우리도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왜?"
"그냥, 너가 그 때 헤어진 남자친구 커플링 던지는 거 보고…"
"…아?"
"음… 나랑 하는 커플링으로 손가락 정화?"
그게 뭐야. 나는 푹 웃어버렸다.
그리고 찬열이에게 다시 손가락에 끼워달라고 부탁했다.
"물에 닿아도 된대."
"그럼 나 절대 안 뺄 거야."
"당연하지. 그거 끼고 세수해도 된대."
"좀 아프긴 하겠다…"
"…그럼 세수할 땐 빼도 돼."
귀여워. 나는 또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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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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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거의 다 기억하고 있어요! 오랜만에 오셔도 기억해요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