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아, 그래서 아까 괜찮으냐고 물으셨구나.."
골목길을 나오면서 종인은 지금껏 자신이 오해한 일들을 경수에게 설명했고, 경수도 종인을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했던 것을 속으로 미안해하며 자신을 구해주기 위해 달려온 종인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저의 목숨을 구해주신 것이 아닙니까."
"고맙긴.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아 다행이다."
그래도 정말 고맙습니다. 경수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현하자 종인은 괜스레 웃음이 나왔다. 경수에겐 신기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생기는 힘. 경수가 혹 천 년 묵은 구미호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본 종인이였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어리숙함이 묻어나오는 경수의 행동에 이내 말도 안 된다며 혼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경수를 바라봤다.
"저.. 사실 저 혼자서는 오늘 하루가 저물어도 길을 못 찾을 것 같은데.. 같이 찾아주실 수 있으신지.."
안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혼자선 무리일 것 같은데.. 종인이 자신의 부탁을 거부할까 봐 끝말을 흐리는 경수가 종인의 눈치를 보면서 큰 눈을 도르륵 굴렸다. 종인은 그런 경수의 모습이 귀여운지 미소를 짓고는 경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종인이 손을 내민 뜻을 모르겠는지, 경수는 종인의 손만 멀뚱히 바라보았다. 자신의 손을 큰 눈으로 멀뚱히 바라보는 경수에게 종인이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지도를 줘야 길을 찾지 않겠느냐."
"아, 여기 있습니다."
종인의 말에 서둘러 지도를 종인의 손에 주려는데 손이 닿자 깜짝 놀라며 지도를 떨어트린다. 무얼 그리 놀라느냐. 사내들과도 내외하는 것이냐, 아니면.. 경수가 떨어트린 지도를 주운 종인이 경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 손이 너에게 닿는 것이 싫은 것이냐.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노,놀라서 그랬습니다. 갑자기 손이 닿아서.. 경수는 큰 눈을 도르륵 굴리며 종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됐다. 어서 길이나 찾자. 경수를 놀리고 싶은 마음에 지도를 살펴보던 종인이 인상을 쓰며 일부러 앞서 갔다. 그런 종인의 행동에 경수는 자신의 행동이 종인을 화나게 하였다고 생각하며 종인의 뒤를 졸졸 쫓아가며 말을 걸었다. 저기, 정말 아닙니다. 정말 그저 놀래서 그런건데.. 화나셨습니까? 말만 들어도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 수있는 경수의 말에 종인은 결국 참아온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너는 어찌 그리 귀여운 게냐."
"...예?"
"행동이며, 말투며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지 않으냐. 하하하"
지금 이 양반이 뭐라고 하는 거지? 종인의 딱딱한 태도에 자신이 잘못한 줄 알고 잔뜩 주눅이 들어있던 경수는 갑자기 웃어버리는 종인의 태도에 말 못하는 벙어리처럼 눈만 동그랗게 뜨고는 눈동자를 도르르 굴리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가.. 귀엽다고??
"어,어찌 사내에게 귀엽다고 하십니까!"
"사내는 귀엽지 말라는 법이 어디 쓰여 있다더냐."
"그,그래도. 그런 말은 싫습니다!"
"그러냐. 그러면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게냐."
"음. 뭐 멋지다거나, 잘생겼다는 말이 아무래도 듣기 좋지 않겠습니까?."
다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구나. 예? 왜요! 너에겐 귀엽다는 말이 딱 어울린다. 종인이 계속 자신을 보고 계속 귀엽다고 하자 괜스레 얼굴이 빨개지는 경수였다. 뭐야.. 왜 빨개지는 거야. 날이 더워 그런가? 그래 그런 거야.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얼굴이 빨개지는 거야.
"자, 다 왔다. 이곳이 맞느냐?"
난 더워서 빨개진 거ㅇ.. 예? 아, 예. 맞습니다. 경수가 자기 합리화를 하는 동안 어느새 바느질거리를 받아야 하는 장소에 도착했는지 종인이 중얼거리는 경수에게 말했다. 뭐하느냐. 어서 받아오질 않고. 아, 예.. 자신의 말에 뒤뚱거리며 바느질거리를 받으러 뛰어가는 경수의 뒷모습을 보는 종인의 얼굴엔 또 웃음꽃이 피어있다. 역시 너는 귀엽다는 말이 어울린다.
***
"저기. 여기서 조금 걸어가면 저희 집이니 이제 안 도와주셔도 됩니다."
바느질거리가 생각보다 많았던 탓에 경수를 도와 경수의 집까지 짐들을 나눠 들어주기로 한 종인은 경수의 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디쯤이냐. 정말 혼자 들 수 있겠느냐. 예, 진짜 괜찮습니다! 이 정도 거리는 혼자 들고 갈 수 있으니 어서 주세요. 사실 경수는 종인이 자신의 집에 오지 않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딱 봐도 귀한 집안 자식 같은 외모와 지체 높으신 분들만 쓰는 말투를 사용하는 종인은가난한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사람이었다. 오늘은 우연히 만나서 집 근처까지 같이 오게 됐지만. 오늘이 지나면, 아니 지금 당장 헤어진다 해도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을 만큼 경수가 보기에도 종인과 자신은 신분의 차이가 어마어마했다. 분명 다시는 보지 못할 사람이니 자신의 집을 보여줘도 상관없을 일인데, 경수는 종인이 자신을 가난한 사람으로 보는 게 싫었다. 왜? 왜 싫을까? 어차피 이젠 못 볼 사람인데..
"그럼 조심히 들어가거라."
"나리도 조심히 들어가세요."
종인은 자신이 들고 있던 짐을 경수에게 건네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종인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던 경수가 정신을 차리고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자신의 손이 당겨지는 느낌에 뒤를 돌아본 경수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종인의 모습에 두 눈이 커졌다.
"따라와 잡을 줄 알았는데 내 착각이였나 보구나."
"어,어찌 여기에..!"
"내일 *미정 시에 느티나무거리로 나오너라. 알겠느냐."
"예? 예.."
"됐다. 그럼 들어가 보아라."
(*미정 시:오후 2시)
경수의 머리를 한 번 쓰윽 쓰다듬은 종인은 경수에게 싱긋 웃어 보이더니 아까 헤어지고 나서 가던 길로 뛰어갔다. 점점 멀어지는 종인의 뒷모습이 이내 눈ㅐ앞에서 사라지자 경수는 아까의 종인의 말이 생각났다. '내일 미정 시에 느티나무 거리로 나오너라. 알겠느냐.' 분명 종인이 자신의 귀에 대고 저렇게 말하였다. 내일 미정 시라.. 미정 시..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 다행이다. 내일 만나면 무슨 말을 하지? 조심히 들어 가셨냐고? 다시 만나자고 해주셔서 정말 좋았다고? 아무렴 어때, 내일 다시 만날 수 있는데! 종인이 쓰다듬었던 자신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던 경수가 활짝 웃었다. 내일 미정 시 느티나무 거리!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경수의 발걸음이 가벼워 보인다.
***
"종인이, 보고싶었으이~"
자신의 서재인 영월전(煐月殿)으로 가려던 종인은 찬열의 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저 멀리서 달려와 자신을 안는 찬열에게 종인이 놀래며 말했다.
"자네, 지금까지 날 기다린겐가."
"그럼! 내가 자네를 두고 어디가겠는가? 왜 이리 늦게온겐가, 응? 이젠 내가 싫어진겐가? 섭섭허이."
"잠깐 일이 있어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아니, 그건 그렇고. 지금까지 무얼 하고 온 겐가?"
설마, 아침부터 지금까지 계집들 치마 속에서 이 긴긴 시간을 함께 나누고 온 겐가? 나만 놔두고? 찬열이 안고 있던 종인을 품에서 떼어내고는 놀란 척을 하며 종인에게 물었다. 사람을 좀 만나고 왔네. 찬열의 장난에 종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새 나 말고 다른 정인을 품은겐가? 흑흑. 정인에게 버림받은 이 슬픔을 어찌 말로 형용할 수 있으리."
"하하. 자네의 그 짓궂은 장난은 한결같단 말이지."
"그래서 싫은가?"
"아니, 좋네. 자네가 변하지 않아서. 한결같이 항상 내 편인 자네가 있어서 든든하다네."
"어어, 자네 오늘 좀 이상허이. 내 장난을 이리 받아주다니. 무슨 좋은 일 있는가?"
찬열의 말에 종인이 주위를 둘러보더니 찬열에게 따라 들어오라고 말하고는 영월각으로 들어갔다. 오늘따라 종인이 이상하다 생각한 찬열은 종인을 뒤따라 영월각으로 들어갔다.
***
"해서, 지금 자네의 감정을 자네도 모르겠다는 말인가?"
응. 나도 왜 다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네. 그냥, 그렇게 약속을 해놓지 않으면 다시는 못 볼 것 같아서. 영월각에 들어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찬열에게 모두 얘기한 종인이 얼굴을 감싸며 한숨을 내뱉었다. 우리 태자마마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있는 그 경수라는 사내가 참으로 궁금하군. 경수는, 새 같다네. 작은 새. 낮에 경수와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 종인이 푸흐. 웃었다.
"새? 허허. 자네와 난 천생연분인가 보군. 사실 나도 오늘 귀여운 똥강아지를 만났거든."
"똥..강아지?"
"푸흐, 아무것도 아니네. 해서 내일 그 사내를 만나면 무얼 할 예정인가?"
"...글쎄."
어허, 이런 무심한 남자를 보았나. 저네가 먼저 약속을 잡아놓고선 아무 계획도 생각해놓지 않았단 말인가? 분위기에 휩쓸려 말한 거라서.. 쯧쯧. 이래서 그 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겠는가? 사로잡다니, 내가 경수의 마음을? 찬열의 말에 화들짝 놀란 종인이 찬열에게 되물었다.
"그래. 지금 자네의 표정이 어떤지 자네는 모르지? 꼭 사모하는 여인을 생각하는 사내의 표정 같다네."
사모하는..여인? 내가 경수를 사랑한다고? 사내인 내가, 사내인 경수를? 찬열의 말에 곰곰이 생각하던 종인이 푸흐.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 아닐세. 내가 남색일리가 없지 않은가. 난 이 나라의 태자이네. 게다가 난 경수와 오늘 처음 만난 사이야. 내가 경수에게 첫눈에 반했다고? 농이 지나치네. 종인이 실없이 웃으며 말하자 찬열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의심의 눈초리로 종인을 쳐다보며 말했다. 이것 보게. 자네 지금 변명을 하고 있지 않은가. 말도 많아졌어.
"자네가 하도 말도 안 되는 농을 해서 그런 게 아닌가."
"그럼 지금 똑바로 말하게. 자네는 경수를 어떻게 생각하나."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당연히 나는 경수를. ..!"
"경수를?"
경수를.. 난 경수를.. 찬열에게 자신 있게 말하려던 종인은 갑자기 막혀버린 말문에 당황해 했다. 난 경수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그냥 오늘 우연히 만난 사내? 찬열의 말대로 정인? 벗? 그래. 벗이다. 대답없는 종인의 태도에 내가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던 찬열에게 급하게 말을 꺼냈다.
"벗! 벗이네. 난 경수를 친해지고 싶은 벗이라고 생각하네."
"오호, 벗이라? 벗이라면 나도 있지 않은가."
"자넨 너무 능글맞아. 나는 경수처럼 귀여운 벗을 사귀어 보고 싶었네."
그러니 이제 그 의심의 눈빛 좀 걷어주겠나. 흑흑. 너무 했으이. 능글맞다니. 자네를 생각해주는 진정한 벗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겐가. 실망일세. 아까는 든든하다더니, 얼마나 지났다고 나를 내치는 건가. 찬열의 투정을 듣고 있던 종인이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은 정리된 것 같아 미소를 지었다. 그래. 난 경수를 벗으로서 만나고 싶어하는 거야.
신인작가 이요르입니다! | ||
안녕하세요!! 이요르예영 쿄쿄 엉엉 ㅜㅜㅜㅜ 여러분 이러기있기없기?? 저완전 감동먹었어요ㅜㅜㅜ 투표해주시고 댓글달아주신 모든분들!! 제 사랑을 드세영 ㅜㅜㅜㅜㅜ 제 글을 비회원분들도 많이 읽으시더라구요!! 비회원분들 안녕하세여으!! 쿄쿄쿄쿄 요즘 시험기간이라 많이 바쁘시죠ㅜㅜㅜ 저도 이주뒤에 시험 ㅜㅜㅜ하... 정적분이 뭔가요, 미적분이 뭔가여.... 아 정말 ㅜㅜㅜ 미추어버리겠네. 시험보셨거나, 보시는 분들!! 모두모두 대박나시구용!! 제가 며칠 쉬다왔잖아용 대신 좀 글게 써왔는데.. 왜 그대로인것같죠??하.. 제가 문체를 조금 바꿨어요.. 대화체에 비중을 많이뒀었는데 지금은 묘사체에 더 비중을 뒀달까요... 괜찮나요 ? 그리고 맞춤법.. 신경쓰시는 분이 많으셔서 요번편부터는 맞춤법 신경쓸게영! 혹시나 틀린 부분이있다면 댓글달아주세요! 바로바로 수정할게용! 글고 저 할매수니님께 추천 받았어영 ㅜㅜㅜ 할매수니님께서 저를 추천해주셨어요 ㅜㅜ다른분들께ㅜㅜㅜ 엉엉 할매수니님 ㅜㅜ저 완전 수니님 팬 ㅜㅜ 사랑해여♥ 여러분 수니님 글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ㅜㅜㅜ!!엉엉 튼! 제가 독자님들 완전 사랑하는거알죠? 엉엉 여러분들은 사랑입니다♥♥ 댓글은 이요르의 밥이고 신알신은 이요르의 영양제인거 아시죠?? 비밀닉은 언제나 받고 있으니까 부담없이 신청해주세여!! 여러분 감사해용!! 쿄쿄쿄♥ 빛나리님 또띠오님 부기님 에오블님 됴정님 됴경수역님 1호팬님 ㅇㅇ1님 하루님 경수뀨님 민트쪼꼴릿님 할매수니님 토마토님 어화둥둥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