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꿍 김종인 |
오늘은 3월 7일, 새 학기는 3월 5일. 그렇다 난 되지도 않는 감기에 걸려서 첫날부터 학교를 못 갔고 다음 날은 열이 39도까지 올라서 또 못 갔다. 내가 알기론 1학년 때 애들이랑 다 흩어진 걸로 아는데 나에게 담임은 누구고 새 학기 준비물은 뭐고 오늘은 뭘 했고…라는 말을 해줄 사람은 그 누구도 없다. 몇 분이라도 빨리 가서 반에 흐름을 읽어야 한다.라는 생각에 평소보다 일찍 눈이 떠졌던 것 같다 근데 너무 일찍 온 것인지 교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자리는…아무 곳에 앉으면 되는 건가?라는 생각도 잠시. 아, 벌써 이틀이나 지났지. 이미 다 정해놨겠네 하면서 교탁으로 갔다.
“ㅇㅇㅇ..ㅇㅇㅇ...내 이름이..어디..아, 찾았다.”
1학년 때는 남녀 분반이어서 생각보다 편한 생활을 했었는데 2학년부터는 합반이란다. 그럼 분명 짝꿍도 남자일 텐데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기가 쭉쭉 빠진다. 혹시나 내가 좀 늦게 학교를 와서 따로 혼자 앉혀주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도 잠시, 내 이름 석자 옆에 딱 봐도 남자애인 거 같은 이름이 딱 박혀있었다. 에라이. 난 내 자리에 앉아서 교과서 정리도 하고 이틀 동안 밀렸던 사물함 정리도 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어느새 아침 조회 시간이었고, 내 담임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다.
“ ㅇㅇㅇ! ” “……? ” “몸은 괜찮아보이네, 거기 네 짝꿍은 아직이냐?” “ 네? ” “아직 안 왔냐고~어리버리하긴.” “아…네,네.”
아침 조회까지 머리카락 한 톨도 보이지 않는 짝꿍에 혹시나, 정말 혹시나 내가 짝꿍이 없나? 하고 생각을 했는데 선생님이 이새낀 1학년 때부터 꾸준히 지각 이네라며 출석부에 체크를 했다. 준비 다 끝마치고 이제 좀 편안해져서 가만히 앉아있는데.
“야 의자 좀 당겨봐” “……?” “ 의자 당기라고 의자. ”
어디서 흑인이 나타났나.. 하고 봤더니 내가 아까 교탁에서 봤던 내 짝꿍 이름이 그 흑인…. 아, 아니 짝꿍인 거 같은 애 명찰에 예쁘게 새겨져있었다. 근데 의자.. 아, 나 때문에 못 들어오고 있구나. 사실 지금 난 좀 쫄았다. 그 흑인, 아 아니 짝꿍이 좀 무섭게 생겨서. 빨리 의자를 앞으로 당겼다.
“야”
자리에 앉자마자 나를 부른다. 부르지 마, 나 지금 네가 좀 무서워.
“어…?” “나 체크 됐냐?” “ㅇ..어..됐어”
체크됐다고 말하자마자 바로 얼굴을 구긴다. 와, 얼굴 구기니까 더 무섭게 생겼다 눈 마주치면 빵 사오라 그럴 거 같아서 시선을 돌리니까 또 말을 걸어온다.
“야, 오늘 1교시 뭐냐”
얼굴에 대답 해도 죽일 거고 대답 안해도 죽일 거다. 라고 써있는 거 같았다.
“유,윤리” “땡큐”
분명 아까보다 표정이 풀리긴 풀렸는데 왜 이렇게 무서울까….
“ 아, 존나 졸려 ” “ 내가 게임 좀 그만 하랬지 ”
강렬했던 첫 만남을 뒤로하고 벌써 짝꿍 한지 2주나 지났다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이 항상 지각하고 체크도 꾸준히 당한다. 정말 한결같다 이 껌둥이.. 그래도 첫 만남 때보다 김종인의 대한 두려움이 사라지긴 했다. 김종인도 그냥 보통의 남자아이같이 개구장한 성격이었고 생각보다 착했다. 또 장난칠 때마다 웃는데 김종인이 자주 쓰는 말로 표현하면 존나 귀엽다.
“야 넌 내가 하트 보내줬으면 맞하트로 너도 보내줘야하는 거 아니냐?” “누가 아직까지 애니팡을 하니..” “내가 한다” “어휴….”
졸리다고 찡찡거릴 때는 언제고 그새 또 애니팡을 하고 계신다. 근데 종인아 게임 할 때는 미간 좀 풀지…? 한없이 꾸겨져가는 김종인의 미간이 안쓰러워서 손가락으로 껌둥이의 미간을 꾹꾹 눌렀다. 낮은 욕설과 함께 김종인은 날 째려보며 야 너 때문에 토끼 못 잡고 타임 오버 됐잖아 뒤질래? 나는 김종인 핸드폰 액정을 들여다보며 아니 난 뒤지고 싶지 않아 종인아..라고 대답했다. 내가 봐도 찌질하다. ㅇㅇㅇ.
“아, 하트 다썼어” “그놈의 하트는..” “야야” “왜?” “이거 존나 맛있어”
바지 주머니에서 마이쮸 딸기맛을 우르르 꺼내더니 웃으면서 자기 입에 털어 넣는다. 이걸 언제 이렇게 많이 산 걸까..라며 한심하게 쳐다보니까 김종인이 마이쮸를 하나 까더니 야 입 벌려 라고 하고선 내가 입을 벌리기도 전에 지가 직접 벌려서 입에 넣어줬다. 이 껌둥이가.. 그러더니 마이쮸를 계속 까기 시작한다. 마치 휴지통에 쓰레기 버리듯 마이쮸를 내 입에다가 버리고 있다. 버리면서 엄청 웃는다 나왔다, 하회탈 웃음. 지금 김종인은 굉장히 신났다.
“머하으거야 (뭐하는 거야)”
내 발음 샌 말에 김종인은 씨익 웃더니.
“얼마나 많이 들어가나 보게, 나 마이쮸 4통 더 있어”
그냥 날 죽이고 싶다고 말해줘 이 껌둥아..
짝꿍 된지도 벌써 한 달째, 오늘도 여전히 김종인은 지각이다. 만날 지각하는 김종인이 안타까워서 집에서 안 쓰는 시끄러운 알람 시계도 가져다줬다. 그래도 우리의 깜둥이는 절대 지각에서 벗어날 수 없나 보다. 땀범벅이 되어서 껌둥이가 나타났다. 뛰어오느라 힘들지? 평소처럼 손수건을 김종인 손에 쥐여줬다. 김종인이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가방에서 물을 꺼내 손에 쥐여줬다. 김종인은 당연한 듯이 받아마시고 난 이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 내 할 일하고.
“언제 쯤 지각 안할래?” “몰라” “내가 준 알람 시계는?” “잠결에 집어던졌어” “뭐?” “…….”
내가 어이없다는 듯 김종인을 쳐다보자 김종인은 그저 실실 웃고만 있다. 그래 너도 네가 어이가 없어서 웃는 거겠지? 난 김종인 보고 집에 깨워줄 사람 없어?라고 물으니까 엄마 아빠 새벽에 나가셔라고 대답한다. 엄마 아빠가 아침에 나가셔서 깨워줄 사람이 없다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난 그냥 아, 그렇구나.라고 고개만 대충 끄덕였다. 김종인은 갑자기 혼자 뭘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용해졌다.
“…….” “야” “……” “설마…자는거니?”
너무 조용해서 옆을 쳐다보니 벽에 기대서 자고 있었다. 분명 어제 게임을 했을 거다 이 새끼.
* * * * * * *
종례시간이 끝나고 집에 가려고 하는데 누군가 내 가방을 붙잡았다. 깜짝 놀라서 뒤돌아보니 김종인이었다 난 뭐 할 말 있어? 라고 물어보니 계속 우물쭈물 거린다. 껌둥이 답지 않은 모습에 저기요? 종인 씨? 종인아? 할 말 있으면 할래? 라고 부추겼다.
“야…” “왜” “네가 나 좀 깨워줘라” “…뭐?” “네가 나 좀 깨워달라고” “어떻게? 전화로?” “아니” “그럼?”
나랑 마주쳤던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들려 온 김종인의 대답은
“학교…그거, 학교 같이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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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인이 썰은 또 처음 써보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재미없으셔도 그냥 읽어주세요 (철판)
종인이 참 귀엽다ㅎㅎ내꺼하고 싶네요ㅎㅎ 농담이고
오늘은 불금입니다 아름다운 불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