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높으신 분들과 말을 나누다 한 9명 정도 나와 나이가 비슷해보이는 청년들과 인사를 하고 악수도 했는데.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 했다. 악수를 하는데 내 손을 끈질기게 잡고 안놔주는 사람도 있고 끈적하게 만지는 사람도 있었다. 그 중 나보고 같이 가면무도회장으로 가자고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거절하는데 죽는 줄 알았다. 안그래도 안 웃는 얼굴. 안면근육을 최대한 움직여서 입꼬릴 억지로 올려서 웃는데 진짜로 쥐날 뻔했다. 지금 연회장을 나와 계단을 내려와 바로 보이는 구석의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는 중.
언뜻 본 가면무도회장 안은 힐을 신은 예쁘장한 여인들과 정장을 입은 여러세대의 남자들이 노래에 맞춰 춤추고 있었다. 그것도 딱- 붙어서. 미친 거 아냐! 내가 만약 동의했다면 저러고 있었을거다. 어떻게 힐을 신고 춤을 춰? 저 여인들도 참 대단했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보석으로 치장되어 아름다운 화장실 안 세숫대에 손을 씻다 앞에 있는 거울을 봤다. 세상에. 이게 나라고? 어딜 봐도 남자 티가 안났다. 검은 긴 머리 가발위에 티아라가 예쁘게 잘 빛나고 있었고 거울엔 어느 유럽의 동화 안에서 나올 법한 여자가 서있었다. 머리는 까만데 얼굴과 전체적으로 하얘서 너무나 대비됐다. 조금 아쉬운게 있다면 립글로즈의 색이 조금 갔다. 브래지어에 끼워두었던 립글로즈를 꺼내 입술에 잘 펴바르고 있었는데
쾅
깜짝 놀래서 립글로즈가 입술에서 살짝 빗나갔다. 립글로즈를 브래지어 안으로 다시 넣고 뒤를 돌아보니 여자 화장실을 대놓고 문을 쾅 하고 연 김태형. 연신 헉헉 거리며 문에 몸을 기대다 싶이 연 태형 선배는 나를 보더니 아무 말 못하고 숨만 들이키고 내쉬고를 반복하면서 내게 손짓을 했다. 선배, 여자화장실에 맘대로 들어오시면 어떡합니까. 천천히 힐을 또각거리면서 다가가니 고개를 숙이고 콜록거리며 더욱 빠르게 손짓한다. 숙인 탓에 흰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가까이 가자 훅 내 손을 잡아 자신의 품으로 확 이끄는 선배에 깜짝 놀랬다. 기침을 멈추고 내 검은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면서 입술을 귀 쪽으로 가까이 내밀었다. 숨소리가 낮은 목소리와 함께 내 귀 안으로 들어왔다. 움찔.
걱정했잖아. 들키면 어쩔려고 그래?
숨을 고르더니 멀쩡해진 김태형은 무표정을 한 채로 내 손목을 잡고 여자 화장실을 막 빠져나오자 그 아까 나보고 가면무도회장에 가자했던 그 남자가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 크림슨하트 아가씨. 가까이 다가오는 그에 급히 나갈려고 했던 김태형이 눈에 띄게 당황했다. 뭐야 저건. 어디서 많이 봤는데 그.. 대서양쪽 보스 아들? 혼자서 동공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중얼거렸다. 씨발. 망했다. 잠시 아가씨와 춤을 춰도 되겠습니까? 라고 내 손을 낚아채 그 가면무도회장 안쪽으로 유도하는 그의 힘에 김태형에게서 멀어졌다.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처럼 애타게 뒤를 돌아보자 욕을 하는 김태형은 나를 따라 그 춤의 행렬에 뛰어들었다. 젠장! 이 남자에게서 날 데려가 달라고!
바다를 탐내는 자들.
Two Hearts.
w.그루잠.
6#- Dancing with him.
그 태형 선배가 중얼거리면서 말했던 그의 정체가 대서양쪽 보스 아들? 그런건가. 키도 크고 훤칠하게 생긴 그는 내게 눈쪽만 가릴 수 있는 동물모양의 가면을 주었다. 깃털이 달린 토끼모양 가면. 뽀송뽀송하게 생겨서 하얀 그 가면 끈을 내 귀에 걸어주고 가면을 씌워주었다. 가만히 손길을 받다 눈을 뜨니 가면의 눈구멍으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는 앵무새모양의 화려한 깃털이 달린 가면을 썼다. 그리고 훅. 내 허리를 한손으로 붙잡고 손을 잡아 올려 춤의 행렬에 끼었다. 젠장 나 춤 못추는데. 버벅거리면서 그의 손길에 몸을 한바퀴 돌렸다 스텝을 밟았다. 존나 아파. 진짜. 발톱이 부서지는 줄 알았다. 그래도 안아픈 척. 내가 항상 하는 감정숨기는 표정은 유용하다. 사람들이 내 주위에 가득차 갑자기 템포가 빨라지니 다른 춤을 추는데 또 나를 마구 흔들고 끄는 그에 정신사납다. 그 와중에 말을 시키니 더 죽을 것 같았다. 크림슨 기지가 그렇게 굉장하다면서요?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나 멘탈이 뇌를 벗어나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짓껄였다. 암요. 굉장하죠. 그런데 왜요? 제가 아가씨랑 결혼하게 된다면 갈 수 있잖아요. 전 당신 마음에 드는데. ? 갑자기 결혼 얘기가 나오자 정신을 퍼떡 잡고 그게 무슨말이냐면서 정색을 하니 그가 내 등을 잡고 끌어 그에게 더욱 붙게 되었다. 그러다 저 멀리 노란 드레스를 입은 다람쥐의 탈을 쓴 어떤 여인과 춤을 추고 있는 김태형과 눈이 마주쳤다. 태형 선배는 검은 까마귀 털이 달린 가면을 쓰고 입모양으로 씨발이라고 하는게 보였다. 보아하니 억지로 추는데 여자는 태형 선배에게 더 붙고 싶어서 일부러 신체가 닿는 춤에 과도하게 가까이 갔다. 아까전부터 썩은 표정으로 나를 주시하고 있는 것 같길래 입모양으로 어떡해요라 하니 또 붙어오는 여자에 눈이 커지는 태형 선배는 나와 눈을 마주치곤 복화술을 한다.
'붙지마!!!'
씨발. 어떡하라고. 내가 붙고 싶어서 붙나. 둥근 원형으로 춤을 추는 사람들에 태형 선배와 나는 대각선으로 자리를 잡았다. 내 허리를 잡고 부드럽게 끌었다 미는 그의 춤에 정신이 없다. 팔을 들려 손을 잡고 한 바퀴를 돌면서 또 그 여자의 손을 들어주며 허릴 잡고 돌려주는 꽤 춤을 잘추는 태형 선배와 눈이 마주쳤다. 아 어떡하라구요!!! 소리없이 절규를 하니 한 바퀴돌아 태형 선배의 품을 파고 드는 그 여인에 움찔한 태형 선배는 탄탄한 가슴팍을 내어줬다. 이 사람이 진짜. 갑자기 화가 날 것 같았다. 한 눈 파는 나의 허리를 두 손으로 붙잡고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동작을 하는 내 앞 그 남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팔을 붙잡고 들어 올려졌다가 바닥으로 내려와 뒤로 돌려져 그에게 기대어 웨이브를 한 번 탔다. 아 시간이 없네. 위에서 들리는 그의 목소리에 화색이 돌았다. 역동적인 행동이 멈춰지자 내 몸도 멈췄다. 내 어깨를 돌려 마주본 그. 아쉽지만 다음에 또 보길. 즐기다 가세요.
내 이름은 오세훈.
내 머리를 두 손으로 잡아오더니 하얀 이마에 입술을 맞췄다. 쪽. 멍해서 춤을 추는 사람들 가운데 가만히 서있는데 그는 뒤돌아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정신없는 이 곳에서 바깥으로 향하는 문이 보이지 않았다. 갑자기 내 쪽으로 온 태형 선배의 파트너와 태형 선배. 춤을 추다 아마 여기로 오게 된 듯 싶다. 어느새 그의 파트너는 바뀌어있었다. 내게 다가온 그를 야리면서 입모양으로 말했다. 지금 뭐하세요, 선배. 아니, 계속 여자들이 붙어온다고! 그 여자는 화장실 간다고 갔는데 갑자기 빠져나갈 수도 없게 몰려오는데 어떡해. 변명이 아닌데 변명으로 들리는 나는 사람들 사이를 파고 나갈 수도 없어서 지금 허벅지에 놓아둔 총을 꺼내 확 천장으로 쏘고 싶었다. 무자기로 나가고 싶었으나 그렇게 된다면 나는 묵살을 당하게 되겠지. 젠장할! 옆에서 여자의 손을 자신의 허리와 어깨에 두고 손을 여자의 허리 양쪽을 잡고 있는 그가 저 멀리로 멀어짐에 살짝 빡쳤다.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어느 누가 내 손을 잡아왔다. 뒤로 돌아보니 아까 연회장에서 인사를 나눈 사람들 중 한명. 같이 추실래요? 속에서 고함을 악 지른 내가 대답이 없자 내 손을 끌고 또 다시 춤의 행렬로 들어갔다.
*
빙글빙글 도는 사람들에 나도 같이 돌고 나와 만났던 사람들이 내게 계속 찾아와 파트너가 여러번 바뀌었다. 늑대털 가면, 호랑이가면, 상어가면, 팬더가면, 악어가면...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악수했던 어려보이는 남자로 추정되는 사람. 그는 뱀의 가면을 썼고 내 손을 부드럽게 잡아 올려 허리를 잘 감싸오는게 춤을 많이 춰본 티가 났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한번씩은 내 오른쪽 다리를 그의 허리 옆에 두고 한번 앞으로 기울었다 제자리로 돌아오는 동작에서 다리를 쓸었다. 허리를 지분거리기도 하고. 또한 신체의 일부분에 뽀뽀를 했다. 그럴 때 마다 저 멀리서 눈빛을 쏘아대는 태형 선배. 자기도 그랬으면서! 태형 선배는 파트너가 거의 스무 번은 바뀌었다. 춤을 추다 달려드는 어떤 여자에 전 파트너는 몇분도 추지 못했다. 스킨쉽을 진하게 해오는 여자들에 태형 선배는 아무런 제지를 하지않았다. 그런 걸 보면서 나도 뱀의 가면을 쓴 남자의 뒷목을 쓸기도 했고 끌어안기기도 했다. 그러면 저 멀리서 여자를 안은 채로 나를 향해 입모양으로 소리쳐 대는 선배. 야, 뭐해. 안떨어져? 선배도 하잖아요. 내가 하고 싶어서 해? 못 밀치니까 그러는 거지. 선배가 끝나고 보자라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는데 자신에게 안겨있는 여자가 어디론가 가고 갑자기 어떤 갈색 여우가면을 쓰고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태형 선배로 찾아와 앙탈을 부려댔다.
"태형씨, 오랜만이에요. 잘지냈죠?"
"...?"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을 한 태형 선배의 한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 바로 아래를 스쳐 몸의 옆을 잡게 하는 여자. 빨간 드레스의 가슴부분은 골이 훤히 드러났다. 에이, 알면서. 저번 연회때 만났는데? 태형 선배의 검은 정장 위 넥타이를 잡아 얼굴로 끄는 여자는 대놓고 혀로 피빨강 입술을 핥았다. 그리고 태형 선배의 눈길이 아래로 내려간다. 내 이가 순간 갈렸다. 태형 선배가 침을 삼키는 걸 봤다.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는 누가 봐도 잡고 싶어할 것 같았다. 내 앞에서 부드럽게 내 몸을 쓸며 손을 자신의 어깨로 올리는 뱀가면의 남자에게 내가 힘을 줘 그의 신발 위로 힐을 올렸다. 갑자기 더 붙어오는 나에 그는 놀라 내 허리를 받쳐줬다. 무릎이 부딪히고 허벅지도 쓸리자 확 올라가는 박자 한 부분에 남들보다 더 과감하게 그의 허벅지를 쓸었다. 저 멀리서 색기넘치는 여우가면의 여자가 갑자기 훅 앉더니 남다르게 태형 선배의 허벅지를 안쪽으로 쓸어올리며 웨이브를 탔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며 참기 힘들어하는 태형 선배와 눈을 마주쳤다. 너 하지마. 그만해. 선배는요. 선배 지금 뭐하는데요. 살짝 흥분해 보이는 태형 선배에 점점 화가 났는데 뱀의 가면을 쓴 남자가 나를 자신의 신발에서 내리고 정중하게 인사했다. 공주님과 춤을 추어서 영광이었습니다. 제 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이만 물러나도록 할게요.
제 이름은 변백현입니다.
아직 나는 끝나지 않았는데 그가 내 손에 키스를 하고 또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다. 저 멀리서 꼴볼견인 여자의 스킨쉽에 태형 선배는 맞춰주고 있었다. 가슴을 아예 태형 선배에게 부비며 그의 구릿빛이 감춰진 등을 끈적하게 손으로 쓸고 있었다. 아 제발,진짜.
열을 받은 머리가 아파 결국 태형 선배에게서 눈길을 떼고 또 다시 출구를 찾는데 내 어깨를 돌려오는 손길. 또 춤출 사람은 없는데...? 뒤로 의아한 얼굴로 돌아보니 앞머리를 가르마를 타서 깐 사자의 탈을 쓴 어떤 남자. 언뜻 봐도 선이 굵었다. 같이 춥시다. 바로 내 허리를 감싸 손을 잡아오는 손길에 문득 설랬다. 같이 추실래요도 아닌 단도직입적으로 추자는 그의 말에 나도 그의 어깨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점점 사람들 사이에 끼어 나를 맞춰주며 춤을 추는 그의 몸짓에 즐거워 추고 있는데 저 멀리 또 대각선으로 마주보는 그와 눈이 마주쳤다. 근데 좀 흥분한 눈빛. 진정으로 그를 빡치게 만들어 주겠다는 활활 불타는 경쟁심에 사자의 탈을 쓴 그에게 가까이 붙었다. 그러니 갑자기 내게서 살짝 떨어진 당황하는 그. 고개를 기웃거리며 내 눈을 쳐다보는데 뭐가 잘못됐나 싶었다. 이전까지 다들 그렇게 해왔는데. 다시 천천히 춤을 추며 그가 입을 열었다.
"어느 패밀리에요?"
그에 당황하여 버벅거린 내 스텝에 살풋 웃는 그다. 수줍게 웃으며 대응했다. 그것도 거짓말로. 아크틱오션 패밀리입니다. 그 한 치의 오차없는 연기에 그래요? 라며 입술의 꼬리를 내리며 끄덕이던 그는 내 입술 밑을 갑자기 엄지로 쓸었다. 멀어지는 손을 보니 그가 아무렇지 않게 아, 립글로즈가 빗나갔길래. 배려심이 있는 남자구나.하고 방심한 사이 갑자기 훅 내 왼쪽 다릴 올려 자신의 허벅지 위로 올렸다. 부벼지는 허벅지. 강한 스킨쉽에 깜짝 놀라 그를 쳐다보니 허리를 잡은 손을 허벅지 안으로 넣어 가터벨트를 만졌다. 야하고 좋네요. 나와 부딪히는 그의 살풋 접히는 눈웃음에 야릇함이 올라왔다. 뭔가... 사자가면을 쓴 그를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내 옆선을 찌르는 눈빛에 고개를 돌리니 여우가면의 여자가 엉덩이를 태형 선배의 앞쪽에 붙여 몸을 완전히 굽혔다 겹치는 둘의 다리를 쭈욱 쓸어올리며 상체를 들어 올리는게 보였다. 그리고 태형 선배. 참는 게 딱 눈에 보이는 태형 선배는 나보고 진짜로 화난 얼굴로 복화술을 했다. 그만해라. 거기서 진짜로 더 하면 가만 안둔다. 거기에 나는 썩은 표정으로 혀를 입술 사이로 살짝 내밀어 그에게 도발했다. 메롱. 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사자가면을 쓴 남자는 씨익 웃었고 내 다리를 내려 허리 선을 따라 쓸어올리며 나와 눈을 맞췄다.
저 사람이랑 지금 도발하는 게임하는 거면 도와드릴게.
*
인사를 계속 나누는 그녀를 보다 연회장의 뒷문을 닫고 뒤로 돌아서 가면무도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즐겁게 춤을 추는 사람들과 섞이지 않고 입구 가까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꼬아 탁자위로 올려 구경하고 있었다. 2층 연회장에서 나올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안을 흔드는 음악소리를 따라 휘파람을 부는데 내게 다가오는 아까 연회장에서 눈으로 날 탐색하던 여인들이 내 주위를 둘러쌓았다. 맨 앞 빨간 드레스를 입은 여우가면의 여인이 내게 춤을 추자며 손을 잡아왔다. 깍지를 끼는 그녀에 예의바르게 모두를 물렸다. 쉬는 중이라 조금 있다가. 나중에 보자. 그대로 일어나 아쉬워하는 그녀들을 지나쳐 다른 가장자리로 이동하는데 저 멀리 2층 연회장의 문을 열고 급히 계단을 내려와 근처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가는 민윤기의 딸에 다른 의자에 앉아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사자의 탈을 쓰고. 그런데 또 2층 연회장 문을 열고 나와 난간에 아래를 탐색하는 김태형이 보였다. 아, 찾는건가. 뭐가 그렇게 급하다고. 키득거리며 그를 지켜보자 여기저기를 무식하게 쑤시고 다니는 김태형. 저런, 힘이 남아도니까 저러지. 쯧쯧. 혀를 찼다. 그러다 갑자기 화장실로 향하더니 여자화장실 문을 대담하게 여는 김태형에 웃음이 나왔다. 거기에 질질 끌려나오는 여자를 낚아채는 남자가 보였다. 어라, 그대로 김태형이 놓치고 사람들 사이에 끼이는 그녀와 남자에 김태형의 표정이 썩었다. 연인인가? 김태형은 여자를 그렇게 가까이 하진 않는데. 거기다 민윤기가 나와 남준형,석진형이 없는 사이 소개를 한 걸 보니 아마 약혼? 문제로 그녀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 그럼 연인도 아니고. 뭘까. 김태형도 자신에게 달려드는 여자들과 돌아가면서 춤을 추자 그녀도 남자들과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일단 기다려 보지 뭐. 한 번씩 여자의 포커페이스가 꿈틀할 때 김태형을 보면 짙은 스킨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점점 가면 갈 수록 수위가 세지는 둘이 이상했다. 아까 내게 춤을 추자며 권했던 노출이 심한 여우 탈의 여자가 김태형과 춤을 추기 시작하자 그녀의 얼굴이 차차 굳기 시작했다. 중간에 뱀가면을 쓴 남자가 그녀를 놓고 어디론가 가자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저 멀리 정말 대놓고 유혹하는 몸짓에 김태형은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
그녀를 돕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손을 잡고 그대로 추자 갑자기 스킨쉽을 원하는 그녀에 순간 놀라 몸을 떼어냈다. 원래 이런 사람인가 싶었으나 느낌적으로 아주 서툴기에 넘어갔다. 크림슨하트 소속인 걸 다 알면서도 묻는 질문에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는 그녀가 귀여웠다. 그리고 그녀가 원하는 김태형 엿먹이기에 나도 한번 맞춰줬다. 그녀의 왼쪽 다리를 드니 안쪽으로 총이 보였다. 그리고 검붉은 팬티. 뭐, 그 정도는 눈 감아줬다. 내가 말하면 너무 그녀가 부끄러워 할테니. 일부러 팬티와 연결된 가터벨트를 만지니 화들짝 놀라는 그녀. 너무 갔나. 나는 천천히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빠른 템포로 춤을 춰야함에 불구하고 변형시켜서 그녀에 맞춰주며 춤을 춰줬다. 잘 하고 있는데 눈을 돌리니 저 멀리서 여우 탈을 쓴 여자가 탈을 벗어 바닥으로 떨어뜨리더니 김태형의 얼굴을 붙잡았다. 완전 굳은 김태형은 그 여자를 밀어 낼려고 손을 뻗자 빨간 입술이 김태형의 입술 사이로 자리 잡았다.
키스...?
그에 춤을 추다 굳은 이 여자는 저게 도대체 뭐냐는 듯 입을 벌리고 쳐다봤다. 진득하게 혀를 넣는 여자는 김태형의 혀를 찾아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부비며 김태형의 혀를 부볐다. 미쳤다. 저 여자 색에 미쳤네. 당황스러워 나도 여인을 놓고 넋놓고 저 황당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춤을 추다 멈춘 우릴 피해 돌아서 방향을 피해갔다.
키스를 당하고 있는 김태형은 눈을 크게 뜨고 이 앞에 있는 순백의 여자에게 눈으로 이건 아니라고 변명을 하고 있었다. 심한 스킨쉽에 김태형은 여자를 떼어내 입에 묻은 붉은 립스틱을 벅벅 닦고 있었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몸을 배배 꼬으며 입술에 묻은 침을 엄지로 닦았다. 오빠, 연락해. 라며 꼬리를 살랑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사라지는 여자에 내 앞에 이 여자는 나를 돌아봤다. 한참. 왜? 뭐? 아무것도 이해가 안가는 상황에 그냥 그녀를 내려다 보니 그녀가 왠지 이상하다. 내 눈동자를 계속 쳐다보던 여자는 자신의 하얀 토끼털의 탈을 벗었다. 순간 너무 예쁜 그녀에 숨을 참았다. 뽀얀 얼굴과 분홍색 반짝이는 입술.
넋을 놓다 내 얼굴을 잡고 까치발을 들고 점점 내게 다가오는 여자의 얼굴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입술에 닿는 그녀의 따뜻하고 진득한 입술. 커지는 동공은 주체할 수 없었다. 입 안으로 들어오는 촉촉한 혀는 내 혀를 찾아 들어왔고 젤리가 내 혀 위를 다니는 듯 했다. 눈을 꼭 감은 채로 내 입 안을 휘졌고 다니는 그녀에 뒷목을 끌어당겨 같이 장단을 맞춰주었다. 눈을 뜬 채로. 저 멀리서 입술을 닦다 정색을 하고 이 달콤한 키스를 보고 있는 김태형. 조금 더 얽히고 섥히는 혀의 마찰에 그녀는 아차 싶어서 내게서 입을 떼어냈다. 아마 자신의 충동적인 행동에 막심한 후회를 했을 거다. 저 멀리서 사람들을 밀치고 오는 김태형에 나는 한 발 물러났다. 바로 성큼성큼 와 그녀의 손목을 꽉 잡곤 바로 또 사람들을 밀치고 나가는 김태형. 또 끌려나가는 아름다운 흰 여자. 웅성거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길에 나도 나가 열려진 가면무도회의 문에 기댔다. 대리석으로 된 계단이 높아 내려가기를 거부하는 여자를 김태형이 힘을 줘 끌어내리지만 온몸으로 거부하는 그녀에 입술을 악물더니 그녀를 자신의 품에 들어올렸다. 달빛에 빛나는 흰 머리카락이 어깨를 퍽퍽 아프게 치는 여자에 계속 흔들렸다. 그래도 꿋꿋이 김태형은 계단을 쿵쾅거리면서 내려갔다. 어두운 밤에 왁왁 거리며 싸우는 둘이 멀어져 해변에 주차한 차로 가는 것을 지켜보는 나.
멀어져가는 그녀에 아쉬웠다. 입술에 묻은 립글로즈와 침. 혀로 핥으니 그녀의 립글로즈에서 복숭아 맛이 났다. 아 맞다, 그녀에게 내 이름을 얘기하지 못했다. 아쉽네. 입술 주위에 묻은 복숭아 맛을 느끼며 다음을 기약한다. 또 만난다면 그제서야 정체를 알 수 있겠지. 말하지 못한 그 말을 차를 타면서도 싸우는 그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전정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