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하나씩 하나씩 눌러 복사하고,
붙여넣고,
뒤로가기 혹은 확인.
이거 진짜... 아직 대형견도 미처 다 못 끝냈다는 게...
근데 텍파는 아니라는 게 함정. 텍파로 만들면 과연 용량이 몇이나 나올까요. 그것도 나름 궁금하지만 엄두는 안 나네요.
더위가 이르게 움직이는 법이 없어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선선하게 에어컨이 켜진 거실,
언제나처럼 적당한 빠르기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에
남준이가 소파에 누운 채로 한 손에는 볼펜을,
소파 아래에는 아무렇게나 펴진 노트를 둔 채로 짧은 낮잠에 빠졌으면 좋겠다.
윤기는 회사에 다녀와서 반팔의 와이셔츠를 팔락이며 집으로 들어왔으면.
문이 쿵 닫혀도 제 강아지가 보이질 않아 신발을 벗으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금방 소파 밖으로 삐죽 튀어나온 남준이의 발을 발견했으면.
다가가서 남준이가 자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에어컨 온도를 다시 맞추고,
얇은 담요를 가져와 남준이의 배에 덮어주고,
꼭 쥐고 있는 볼펜을 조심히 빼내어 노트와 같이 정리해 책상에 올려놓았으면.
그리고 욕실로 땀에 젖은 몸을 씻어내려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냉면이나 시켜먹을까.
저번에 준이 녀석이 잘 먹었던 냉면이 어느 집 냉면이었더라.
문득 조금 이르지만 저녁 메뉴를 생각하면서 샤워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거실을 채우던 음악이 사그라들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한결 개운해진 몸을 느끼면서 가벼운 차림으로 갈아입은 뒤에 냉장고로 향해 찬 물을 들이켰으면 좋겠다.
목덜미와 어깨에 뚝뚝 떨어지는 찬 물방울에 수건으로 머리를 덮어 털어냈으면.
에어컨 소리가 나직히, 혹은 간간히 울리는 거실에 살짝 남준이의 숨소리도 섞여들었으면 좋겠다.
머리에서 물기를 얼추 털어낸 윤기가 핸드폰으로 쌓인 연락들을 확인하며 소파로 다가갔으면.
핸드폰을 내려놓고 자고 있는 남준이를 빤히 내려봤으면 좋겠다.
또 입 벌리고 자네.
보란듯이 위태롭게 놓여진 고개하며,
벌려진 입술하며.
하여튼 낮잠도 참 잘 잔다고 생각한 윤기가 조심스럽게 남준이의 뒷머리를 손으로 받쳐 살짝 올리고 쿠션을 넣어 편하게 뉘여주고,
턱 아래로 손을 넣어 그대로 올리려고 했으면.
입을 다물게 하는 건 실패를 하고 나서 미련없이 손을 뗐으면 좋겠다.
여름의 밤은 늦게 찾아오는만큼 다채로웠으면.
주황빛도, 검은빛도 아닌
노을이 기울어져 거실을 비췄으면.
여전히 허리를 숙인 채 남준이를 바라보던 윤기가 손을 뻗어 예전에 언젠가 그랬듯이 남준이의 얼굴선을 그려냈으면 좋겠다.
간지러운 감촉에 남준이가 잠투정을 부리면 슬며시 손을 떼어냈다가,
잠잠해지면 이번에는 머리를 쓰다듬고, 입술을 꾹 눌렀으면.
코 끝을 꾹 눌렀을 때는 따라서 미간이 구겨지면서 낑낑대는 소리를 내는 남준이를 보고
윤기가 작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으면 좋겠다.
편안한 조용함 속에서 윤기가 소파 한 켠에 손을 짚어 몸을 지탱했으면.
천천히 내려가 남준이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췄으면.
내내 호흡을 뱉어내느라 말라있던 남준이의 입술이
방금 씻고 나와서 젖어있던 윤기의 입술과 맞닿아 젖어들어갔으면.
입술이 떼어지고 나서 코 끝이 아슬하게 맞닿을 즈음에
남준이의 눈이 천천히 떠졌으면 좋겠다.
윤기는 놀라지 않고 느릿하게 남준이과 시선을 마주했으면 좋겠다.
일어나자마자 뽀뽀야?
잠겼던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렸으면 좋겠다.
언제 깼어.
주인이, 입을 맞출 때부터.
윤기가 대답을 듣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제 뺨을 감싸는 뜨거운 손에 행동을 멈췄으면 좋겠다.
윤기의 머리 끝에 맺혀있던 물방울이 톡톡 남준이의 뺨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차가워.
그럼 놔.
그건 싫어.
준아.
그냥 또 해줘. 뽀뽀.
남준이의 보챔에 금방 두 입술이 또 맞부딪혔으면 좋겠다.
잘 다녀왔어, 주인아?
원래 그게 먼저 아니야?
아니지. 뽀뽀가 먼저야.
가벼운 대화 끝에는 작은 웃음소리가 뒤따랐으면 좋겠다.
느릿하게 물들어가는 여름의 밤처럼,
느릿한 저녁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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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은 공지사항쪽 게시글에서만 신청을 받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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