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확인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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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66편의 썸을 거쳤습니다. 이제, 이제... 묵혀놨던 주제들을 쓸 수 있다... (눈물)
다음 날 아침이 되고 나서 남준이는 쉽게 윤기와 눈을 마주치지 못 했으면 좋겠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윤기가 사람의 모습으로 제 품에 안겨있는 것을 보고,
서로가 눈을 뜨자마자 시선을 마주하고는
놀라서 벌떡 일어난 뒤로 내내 그랬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 이후로 토끼로 변해서는 작은 토끼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알바 갈 준비를 할 때도,
다녀온다고 말할 때도,
심지어 다녀온 뒤로 저녁을 먹을 때도
윤기는 계속 토끼의 모습으로 있었으면.
남준이는 처음에 그것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하루 온종일 토끼의 모습으로만 있는 윤기를 본 적은 없어서
슬슬 걱정이 되었으면 좋겠다.
사람으로 안 변하는 거예요,
못 변하는 거예요?
혹시 몸 어디가 안 좋아요?
갑자기 사람으로 못 변하겠어요?
연신 몇 번이나 오늘은 토끼로만 있을거냐는 제 물음에 윤기가 다섯번 정도 무시한 뒤에
남준이가 심각한 얼굴로 윤기를 붙잡고 물어봤으면 좋겠다.
놓으라는 듯 바둥거리는 하얗고 작은 털뭉치를 품에 안은 채로 진지하게 이 시간에 문을 여는 동물병원을 검색했으면.
이 즈음이면 윤기가 사람으로 변하고도 남을텐데,
그저 코와 입가만 씰룩이면서 간간히 제 품에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모습에
아예 남준이의 얼굴이 굳어버렸으면 좋겠다.
병원 가야겠다. 아, 진짜 아프면 말이라도, 아니다. 아니다. 얼른 가요. 얼른. 형. 윤기 형. 이리 와요.
기어코 남준이의 품에서 폴짝 뛰어내린 윤기가 침대로 올라가 이리저리 도망치면
그 뒤를 또 남준이가 따라가면서 윤기를 잡으려고 했으면.
우선 갈 준비부터 하자는 마음에 지갑을 챙기고 외투를 걸치는 순간에
뒤에서
야
하는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놀라 고개를 돌려 본 것은
헐렁한 티셔츠 하나를 주워입은 채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로
벽과 마주보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한 윤기였으면 좋겠다.
형?
안 아파.
안 아파요?
어. 그러니까 호들갑 좀 그만 떨어.
남준이가 다행이라면서 길게 숨을 내쉬고는 걸쳤던 외투를 벗어 걸어놓았으면 좋겠다.
그럼 왜 계속 토끼로만 있었어요?
그럴 수도 있지.
그렇긴 한데, 아... 진짜... 나 진짜 놀랐다고요.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남준이가 윤기에게 다가가려는데
윤기가 여전히 벽쪽으로 몸을 돌린 채 멀뚱히 침대에 앉아있었으면 좋겠다.
왜 벽을 보냐는 남준이와
남이사 어딜 보던지 무슨 상관이냐는 윤기의
2차전이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신경 끄라고!
어떻게 신경을 꺼요, 애인 사이인데!
그러다가 남준이의 말에 윤기의 목소리가 뚝 멈춰버리고,
남준이의 목소리도 멈출 즈음에
윤기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으면 좋겠다.
야.
네?
너 그거, 어제, 그거... 술기운에 대뜸 한 거 아니지?
아니에요. 진심인데.
어, 그래. 그러면, 됐어. 됐는데... 아, 진짜. 이래서 사람 모습으로 있기 싫었다고.
윤기의 반응에 남준이는 무언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설마 싶었으면.
저도 모르게 윤기의 어깨를 그러쥐었으면.
천천히 윤기와 마주한 채로
어제의 새벽처럼
마른 손목을 두 손에 그러쥐고 내렸으면.
그리고
잔뜩 붉어진 윤기의 얼굴을 봤으면.
보지 마.
토끼야?
보지 마. 나 아직 너 보면,
얼굴이 터져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윤기가 토끼로 내내 있었던 이유가 그제야 드러났으면 좋겠다.
너무나 순수한 반응이
너무나 정직하게 윤기의 마음을 담고 있어서
남준이 너는 차마 웃지도 못하고 같이 얼굴을 붉혔으면 좋겠다.
윤기가 남준이의 가슴팍에 두 손을 대고 옷깃이 구겨질만큼 꾹 그러쥔 채로
겨우 숨을 뱉어내었으면 좋겠다.
너무 꿈 같아서 현실감이 없어.
너 보는게 죽을 것 같이 쪽팔려.
사귀는 게 이렇게 심장 떨리는 거면,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랑을 하는거냐.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두 손을 뻗어 윤기의 몸을 감싸 안았으면 좋겠다.
잔뜩 붉어진 얼굴로,
겨우 보인 마음 하나에 시선도 못 마주할정도로 부끄러워하면서
작은 입술로 사랑을 말하는 하얀 토끼가
벅차게 사랑스럽다고 생각해버렸으면 좋겠다.
벚꽃이 지기 시작해 꽃잎이 눈처럼 새하얗게 내려 바닥을 덮기 시작한 어느 날에,
남준이와 윤기의 봄은 그제서야
만개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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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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