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들어서 자주 대형견 썰 몇몇편이 추천수가 10이 넘었다면서
쪽지가 날라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치도 못한 편들,
예전 이 곳으로 옮겨지기 전에 썼던 편들이라 두근...!
한 편 한 편 길지 않아도 편수 자체는 상당한 편이라 정주행하신다던가, 새로 읽으신다던가,
그런 분들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초반의 편들을 읽어주시면서 추천까지 눌러주셨다고 생각하니까
글쓰는 입장에서는 한없이 기쁘기만 합니다.
정말 기뻐요. 정말 항상 덕분에 글써요, 독자님들. 하트.
윤기가 일이 몰려 회사로 연이어 출근하는 날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침 일찍 다른 직원들처럼 회사로 출근하고,
호석이와 같이 이룬 팀들과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윤기와 남준이의 일상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느긋하게 일어나던 남준이와 윤기가
일반 알람소리에 비해 작은 알람소리를 듣고 동시에 눈을 뜨게 된 것부터
늦은 밤에 윤기가 집에 들어오면 남준이가 소파에 구부정하게 앉아 선잠에 들어있는 것까지.
아침에 그래도 조용하다고 할 수 없는 알람소리라 윤기가 남준이를 보고 다른 곳에서 떨어져서 자자고 제안했지만
남준이는 괜찮다고 하면서 끝까지 윤기와 같은 침대에 몸을 눕혔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윤기는 신경이 쓰였으면 좋겠다.
귀가 약한 남준이가 아침마다 알람소리에 깨는 것도,
그리고 전보다 더 일찍 일어나서 그런건지, 억지로 일어나서 그런건지 더 피곤해하는 것도.
그날 밤도 늦게 들어온 윤기가 최대한 소리를 죽여 현관문을 닫고 들어와 본 장면이
소파에 구부정하게 몸을 구부린 채로 잠이 들어있는 자신의 강아지였으면.
준아.
...
준아. 멍멍아. 강아지. 침대가서 자.
예전에는 문 닫는 소리에도 놀라서 퍼득 깨더니, 역시 아침마다 자신과 같이 일어나는 건 힘든걸까.
윤기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남준이 앞에 쭈그려 앉아 숙여진 얼굴을 올려봤으면.
감겨있던 눈이 억지로 떠지고,
몽롱함을 담은 채 남준이가 웅얼웅얼, 작게 무언가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윤기가 뭐라고 하는거냐면서 널찍한 등을 끌어안을 즈음에서야 제대로 그 웅얼거림이 형태를 띄고 모양을 이루었으면 좋겠다.
어서 와, 주인아.
늦여름에도 덥지 않은 온기를 전하는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다녀왔어, 준아.
남준이의 꼬리가 느릿하게 살랑거렸으면 좋겠다.
다녀올게.
응...
가서 좀 더 자고.
응...
무리해서 매일 현관에서 나한테 인사해줄 필요 없다니까.
싫어. 할거야.
여느 때와 비슷한 투닥거림을 끝낸 뒤에 윤기가 결국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아직 졸음이 가득한 얼굴로 한 발자국 윤기에게 다가와서,
윤기의 어깨를 감싸고,
쪽,
하고 짧게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잘 다녀와.
윤기도 웃으면서 남준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걸음을 움직여 그제야 회사로 출근했으면.
남준이는 윤기의 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질 때까지 빤히 바라봤다가
한참 뒤에야 문을 닫고 집 안으로 들어왔으면 좋겠다.
베란다 창으로 윤기의 모습이 아주 작게 변해 사라질 때까지 또 바라보면서
혼자만의 배웅을 끝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느릿하게 몸을 일으켜 아직 윤기의 향이 잔뜩 남은 베개를 끌어안은 채로 한 번 더 잠에 들었으면 좋겠다.
저 알람시계를 부수면 내일 아침은 그 소리를 듣지 않고 깰 수 있지 않을까.
근데 부수면 또 윤기가 내 손을 잡고 날 혼내겠지.
...
두 손도 잡히고.
...
청소기보다 더 싫다, 저거.
잠들기 전 괜히 침대 옆 협탁에 있는 알람시계를 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느지막한 오후가 되어서 일어난 남준이가 씻고 나와서는 대충 아침을 챙겨먹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전날밤 저녁에 미리 챙겨둔 대로 먹은 뒤에
옷을 입고,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으면 좋겠다.
오늘도 날씨가 좋네.
쨍한 햇빛 아래에서 기분좋게 웃으면서 홀로 산책을 즐겼으면 좋겠다.
가끔은 골목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공원 한 가운데 큰 나무가 내려주는 그늘 아래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간간히 윤기와 톡을 하며 웃기도 하고,
조금 가지고 있는 돈으로 아이스크림 등을 사먹으면서 더위를 달래기도 했으면.
조금 더 가끔은 간혹 종교에 대해 물어오는 사람에게 내 세상은 이미 행복하기에 필요없다고 답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또 번호를 물어오는 여자에게는 이미 애인이 있다는 답을 하기도 했으면.
그러다가 항상 끝은
아... 윤기 보고 싶다.
아이스크림 막대를 손 끝에 쥐고 까닥이면서 한 번 더 입 밖으로 내뱉는 그리움이었으면.
집으로 돌아가서 제 몸을 옅게 적신 땀을 씻어내린 뒤에
티비 채널을 틀어 적막함을 없애고 그제야 편하게 귀와 꼬리를 내보인 채로 늘어졌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몰랐던 그리움, 적막함, 쓸쓸함이지만
이 모든 것을 잔뜩 끌어안고 있다가도 윤기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다 풀어질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것들 또한 윤기가 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남준이는 기다림을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젝트가 마무리 될 즈음에
윤기가 그 날도 늦게 집에 들어와 소파에 앉아 자버린 남준이를 흔들며 물어보았으면 좋겠다.
기다리는 거 힘들어?
아니.
진짜 안 힘들어?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웃으면서 윤기의 허리를 끌어안았으면 좋겠다.
하루 온종일 혼자 있는다고 해도,
결국 끝은 주인이 와줄거라는 걸 아니까
하나도 힘이 들지 않다고.
아직 잠에서 덜 깨서 잠긴 목소리로 보여주는 진심이 너무 올곧고 짙어서
윤기가 아무 말 없이 남준이의 몸을 끌어안았다가
먼저 볼을 감싸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그 날 하루 끝은 조금 더 길게 끝을 맺었으면 좋겠다.
남준이와 윤기가 마주 본 채로
서로의 숨결이 간지러워도,
맞닿은 살결이 부드러워서
그대로 깊게 잠에 들고 일어났으면.
그리고 동시에 눈을 떠서 바빴던 평일을 보상받듯이 느긋한 주말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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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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