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체로 풀고 싶었으나 시간 및 끈기 부족으로 쓰지 못했던 썰들.
나중에 언제 연성할지는 잘... 뭘 파놔도 관리를 안 하니 여기에 푸는 수 밖에.
썰 먼저 생각하고 개인적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넣기 때문에 커플링이 상당히 뒤죽박죽입니다.
1. 랩슈, 인어썰. |
인어 윤기와 인어의 마을이라고 알려져 관광객들이 엄청 모여드는 어촌 마을에 살면서 도시로의 유학을 꿈꾸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첫만남은 일 따라나간 남준이가 바다에 빠져서 의식이 흐릿해질 즈음에 윤기가 구해준 걸로. 윤기가 물 밖에서는 기괴한 울음같은 소리밖에 못 내니까 남준이가 어릴적부터 배운 잠수 기술로 바다 안으로 들어가서 대화했으면 좋겠다. 수중 안에서 윤기는 목소리를 내며 울리는 파동으로, 남준이는 몸짓으로 대화를 나누는 게 보고 싶다. 남준이가 숨이 막히면 윤기와 같이 물 밖으로 몸을 반만 내밀고 바위나 그런 곳에 몸을 늘어뜨리고 어떤 소리도 없이 서로를 빤히 바라보는 게 보고 싶다. 그렇게 서로 마주보는 시선이 쌓일수록 감정도 쌓이겠지. 어느 날은 관광객들 중에 남준이가 쓴 글을 보고 도시로 가서 공부시켜보고 싶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그때부터 남준이는 정말 매일 같이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 꿈과 감정 사이에서의 갈등. 윤기를 몰랐던 시절의 자신이라면 두말않고 이 작은 어촌마을을 떠났을텐데 지금은 떠나자니 윤기가 계속 눈과 마음에 둥둥. 그런 고민을 안 윤기는 어느 날부터 남준이가 바닷가 근처에서 항상 만나는 시간에 불러도 답이 없겠지. 결국 남준이는 모든 마을사람들의 기대를 끌어안고 떠날 준비를 하고. 떠나는 날에 넓은 바다를 보면서 소리치겠지. 더욱 멋있는 사람이 되어서 올테니까, 그 때는 제발 부르면 와달라고. 보고 싶을거라고. 윤기는 그걸 바위 뒤에 숨어서 들으면서 멍하니 자신의 지느러미를 보고 있었으면. 남준이가 떠나기 직전에 윤기의 푸른빛의 지느러미가 살짝 첨벙이는 것을 보고 떠나갔으면. 그 날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 인어가 울면 비가 쏟아진다는 마을의 미신이 현실이 된 것처럼 아주 슬픈 비가. |
2. 국뷔, 달토끼썰. |
정국이가 어릴 적에 엄마가 달에는 토끼가 살아서소원을 빌면 예쁜 달토끼가 신부로 온다는 동화를 들려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린 정국이는 그 말을 찰떡같이 믿고 바로 소원을 빌겠지. 그리고 정국이가 그 동화를 잊을만큼 다 커버린 뒤에 홀로 독립해서 살았으면 좋겠다. 환한 달을 올려보면서 문득 그 동화를 떠올리다가 달토끼 신부를 내려달라고 짤막하게 말한 뒤에 외로우니 별의별 말을 다 한다고 혀를 차며 웃었으면. 그리고 다음날에 같은 시간, 누군가 문을 두드려서 열어보니까 태형이가 싱긋 웃으면서 정국이 품으로 뛰어들어왔으면 좋겠다. 안녕하세요, 신랑님. 해사하게 웃으면서 달빛이 환한 날을 골라오느라 늦었다면서 정국이를 신랑님, 신랑님 졸졸 따라다니는 태형이가 보고 싶다. 처음에는 신부라더니 남자가 왜 왔냐면서 질색하던 정국이도 처음 호감은 야무진 태형이의 내조실력에, 그 다음은 항상 해사하게 웃으며 정국이게 애정을 쏟아붓는 그 밝고 끊임없는 순애보에 어느날 문득 태형이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사랑이 시작되고 감정이 쌍방향이 되는 순간에 정국이는 둘도 없는 팔불출이 되었으면. 사랑스러운 달토끼 신부와 팔불출 신랑. 딱 그런 느낌의 마냥 귀여운 국뷔가 보고싶다. |
3. 랩홉, 인형탈 알바썰. |
남준이가 학원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항상 번화가를 지나갔으면. 느낌은... 뭐랄까, 홍대같은 느낌? 그리고 지나갈 때마다 춤 잘추는 인형탈을 만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사람들 시선 엄청 모으고 가끔 음료수나 그런거 주면 인형탈을 쓴 채로 낑낑대면서 먹는 애교있는 모습에 꽤 유명하기도 했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물론 지나가면서 볼 때마다 와, 와 거리면서 구경하고 그러겠지. 근데 어느 날은 모의고사를 망해서 완전 시무룩해진 채로 지나가다가 또 그 인형탈을 만났으면. 평소와는 달리 무표정하고, 어딘가 시무룩한 얼굴로 보는데 인형탈이 손에 들고 있던 전단지를 다 나누어주고는 이리저리 팔랑팔랑 다니다가 남준이 앞에 슥 섰으면. 그리고 목에 걸고 있던 작은 화이트 보드에 글을 썼으면 좋겠다. [우울해?] [아니면 오늘 내 춤이 재미없었나?] 그러면서 남준이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스트릿댄스를 추기 시작했으면. 우스꽝스러운 몸짓도 해가지고 결국 남준이가 웃음이 터지면 매고 있던 조그만 가방을 뒤적이다가 아까 받았던 음료수 하나를 남준이에게 주고 어깨를 툭툭 두드려준 뒤 떠나갔으면. 그 뒤로 매일 둘이 마주치고, 마주치다가 어느 날부터 인형탈 알바가 안 보였으면 좋겠다. 같은 인형탈은 보이는데 알바생은 바뀌었는지 이제 춤은 안 추겠지. 그럼 남준이는 다음에 보면 이번에는 내가 줘야겠다고 생각한 음료수를 매일 들고 가다가 실망을 하겠지. 어느 날 남준이가 또 같은 길을 걷고 있는데 한 대학생이 앞을 막고 남준이 얼굴을 보겠지. 남준이가 누구냐고 하면 씩 웃으면서 한 마디 하겠지. 오늘은 우울한 얼굴이 아니네? 그러면 남준이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았으면. 놀라서 멍하니 있는 남준이와 호석이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통성명을 하고 친하게 지냈으면. 나는 왜 두 사람이 암묵적으로 비슷한 시간, 비슷한 장소에서 서로를 찾는게 왜 이렇게 좋지. 처음에는 말도 없이 서로의 존재만으로 만족을 하다가 나중에는 대화 한 두마디, 시선을 마주치는 것이 몇 번 더, 마지막으로는 감정까지 맞물리는 게 보고 싶다. |
4. 슈짐, 키잡, 조직썰. |
흔하디 흔한 클리셰를 부어버리자. 윤기는 조직에서 한몫하는 간부 중 하나. 지민이는 그냥 멋모르고 해맑게 자라던 평범한 아이들 중 하나. 그런데 지민이 부모님이 회사가 부도가 난 뒤로 살림이 급 나빠짐. 근데 이미 씀씀이이나 생활 버릇등이 나빠진 살림에 맞춰지지 않아서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겠지. 결국 손을 벌린 것이 윤기가 속한 조직쪽. 정확히는 조직이 하는 많은 일들 중에 대출쪽. 한 가정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파산이 되고 망가진 뒤 남은 건 어린 지민이 하나겠지. 세상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아이가 처음 마주한 세상이 하필 가장 살벌한 세상이었으면. 윤기는 수하들이 지민이 집에 빨간 딱지가 붙은 가구들을 무턱대고 가져가는걸 멍하니 구경하겠지. 그러다 다른 집이었으면 제 발목을 잡았을 부부가 보이지 않아 어디갔냐고 부하에게 물었으면. 부부는 아이를 집과 함께 버려둔 채로 떠나버렸으나 조직은 이미 쫓아가는 상태고 남은 건 오로지 아이, 지민이뿐. 그래서 윤기가 거둬들였으면 좋겠다. 이유는 그냥 변덕. 동정도 아닌 무거운 변덕이었으면. 둘의 나이는 띠동갑을 가볍게 웃돌았으면. 왜 자신을 데려가냐는 지민이의 물음에 어떠한 답도 내주지 않으면서 묵묵히 지민이의 뒷바라지를 다 해주는 윤기가 보고 싶다. 때로는 보호자로, 때로는 말 그대로 동거인으로만. 지민이는 조직 안을 마치 제 집처럼 드나들면서 해맑게 자라겠지. 어느 새 조직이 하는 일들을 당연시하게 생각하면서. 뭐가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기도 전에 윤기에게 그대로 물들었으면. 나중에 다 커서는 윤기가 간부를 넘어 조직을 다스릴 적에 완전하게 윤기에게 물들어서 윤기가 없으면 못 사는 지민이가 보고 싶다. 교복을 입은 채로 일을 하고 있는 윤기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끼를 부리는 지민이. 아저씨, 나 안 볼거예요? 아저씨. 나 키 컸어요. 근데 가슴은 안 컸다. 여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아저씨, 아저씨는 여자가 좋아요? 민윤기. 윤기야. 나는 남자라서 싫어요? 윤기가 여전히 일을 하면서 제 허벅지를 툭툭 두드리면 언제 울상을 지으며 물었냐는 듯이 쪼르르 다가와 그 허벅지 위로 올라타 앉는 지민이. 윤기가 담배를 피고 있으면 자신도 피고 싶다고 베란다까지 나간 윤기를 따라 나서서는 똑같이 담배 한 가치를 물고 윤기의 담배의 불꽃을 제 담배로 옮겨왔으면. 담배 연기가 역해서 쿨럭거리면 윤기가 담배를 빼앗아 불씨를 꺼버리겠지. 아저씨. 아저씨가 나 이것저것 다 가르쳐줬잖아요. 담배는 영 아닌 것 같네요. 그러면 대신에 오늘은, 키스 가르쳐주세요. 윤기가 고개를 돌리면 지민이가 무턱대로 그 뺨을 잡아 먼저 입을 맞췄으면. 그러면 윤기는 입꼬리를 올리고 살짝 웃고는 고개를 틀어 더 깊게 입을 맞추겠지. 제게 물든 어린 아이의 모든 것을 삼킬 것 같은 키스를 했으면 좋겠다. |
5. 랩슈, 리얼물썰. |
항상 같은 작업실 안에서 곡을 만들고, 이야기를 하고, 밥을 먹기도 하고, 시간이 너무 늦으면 숙소로 돌아갈 생각도 못 하고 좁은 방에서 소파와 의자에 앉아 잠을 들기도 하고. 남준이와 윤기에게 그 일들은 모두 일상의 한 모습이겠지. 거기에 어떠한 감정이 생겨 의미를 부여할 즈음에야 낯선 일상이 되어버리겠지. 그 감정의 주인은 윤기였으면 좋겠다. 흔히 말하는 짝사랑. 상대는 자신과 같은 그룹의, 리더인, 김남준. 스케줄이 매일매일 살인적으로 쏟아져오고, 숙소에서 그나마 해결했던 잠과 식사도 아예 회사에 붙어서 하게 될 즈음 가장 몸이 지칠 때 생긴 감정이라 윤기가 그 감정을 미처 다스리지 못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극단적으로 남준이를 혼자 밀어낼 때도 있고, 저도 모르게 긴장을 하게 되기도 했으면. 남준이는 당연히 눈치를 채겠지. 구체적으로 이 형이 날 좋아한다는 게 아니라 이 형이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가식적으로 대한다고. 나쁜 마음에 그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뭔가 얇은 유리벽이 느껴지는 윤기의 태도가 쌓이면 쌓일수록 어딘가 섭하겠지, 걱정도 되고. 슬쩍 그 유리벽을 두드리면 기겁하고 물러나는 윤기를 보면서 화도 나고. 몇 번이고 윤기에게 다가서려고 두드렸으나 윤기는 같이 유리벽을 두드려주지 않겠지. 하다못해 손도 마주대어 주질 않아서 남준이는 남준이대로 지치겠지. 그런 둘의 묘한 기류 때문에 다른 애들도 남준이와 윤기의 눈치를 볼 거고. 결국 호석이와 석진이가 나서서 둘을 화해시킨답시고 이것저것, 막내라인들도 형들 친하게 지내라고 괜히 쿡쿡. 그럴 수록 지치는 건 남준이고, 갉아먹히는 건 윤기였으면. 활동이 마무리 되고 휴가가 주어져 서로 몸도, 감정도 정리하고 쉴 시간이 생겼으면. 마지막 휴가를 가진 날, 정확히는 둘의 작업실이 따로 생겨서 짐을 옮기고 정리를 끝낸 날, 윤기가 남준이를 불렀으면 좋겠다. 좋아한다고 고백하겠지. 했다고는 차마 하질 못하고. 남준이는 자신에게 고백한다는 그 사실보다 여전히 윤기가 자신에게 벽을 세워놓고 대한다는 느낌이 들어서 미안하다고 거절을 하겠지. 그럼 윤기는 웃으면서 신경쓰지 말라고 하겠지. 남준이가 속으로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것도 모르고. 그리고 둘은 걸음을 돌려 서로에게 등을 보인 채로 걸어가겠지. 문득 남준이가 고개를 돌렸다가 뛰어가 코너를 돌면 형편없이 무너진 윤기의 뒷모습이 보이겠지. 그 마른 어깨를 잡아 돌려세우면 울음에 젖어 구겨진 얼굴이 보이고. 그제야 깨달았으면 좋겠다. 이게 민윤기의 진짜 얼굴, 진심이라고. 그리고 동시에 네가 그렇게 윤기의 유리벽을 두드린 이유도 알았으면 좋겠다. 참, 사랑 한 번 이루어지기 힘들었다는 것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