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4월 초에 2주동안 암호닉을 받고 마감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습니다만,
간혹 미처 못 봤다는 분들이 계시네요.
한 달 뒤에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으신 암호닉분들을 정리한 뒤에 다시 받을 때는
좀 더 길게 길게 받아야겠어요. ;ㅁ;...
혹여 댓글은 다는데 암호닉을 잘 안 단다! 하시는 분은 딱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암호닉을 달아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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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하기 싫다... 진짜 싫다... 너무 싫다...
사귀게 된다면 무언가 크게 변할 줄 알았는데.
마치 하늘의 색이 변해버리고,
서로가 원래 알던 사람이 아니였던 것마냥 모든 것이 새로워질 것 같았는데.
여전히
그대로네,
우리.
내일은 드디어 알바를 쉰다며 개강 직전의 마지막 평일 알바를 마치고 온 남준이가 씻고 나와 개운한 얼굴로 웃는 것을 본 윤기가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으면서 그렇게 생각했으면.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이 들지만서도 지난 새벽과, 어느 날의 저녁이 아직도 몽롱하게 다가와 크게 실감이 나지 않았으면.
고개를 갸웃거린 윤기가 깜박했다는 얼굴로 현관 근처를 가리켰으면 좋겠다.
택배 왔었어.
아, 진짜요?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침대에 기대고 있던 몸을 벌떡 일으켰으면.
꽤나 기다리던 택배였는지 바로 택배를 북북 찢어내어 너덜너덜해진 상자를 구석에 밀어놓은 채 내용물만 꺼내들었으면.
그리고 윤기의 옆에 앉고는
윤기에게 택배로 온 물건을 건네줬으면.
그 물건이
교복이었으면 좋겠다.
... 나 입학하라고?
아뇨,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이거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 교복이에요.
...?
내일 나랑 같이 교복입고 나가요.
흔히들 교복 데이트라고 말하는 그런 것이지만 윤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깔끔하게 접혀진 교복을 어색하게 만졌으면 좋겠다.
정호석한테 부탁해서 받은거라, 형한테 조금 크려나? 사이즈는 얼추 비슷해보이는데.
학교를 다녀본 적이 없다는 말을 신경쓰고 있던걸까.
윤기는 자신의 말 한 마디에 호석이에게 교복을 빌려온 남준이의 행동으로 가슴팍 한 켠이 다시 간질거리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근데
너랑 내가 교복을 입어도 돼?
너 대학생이잖아. 대학은 교복 안 입잖아.
윤기의 말에 옷장을 뒤적이며 자신의 교복을 찾던 남준이가 쭈그려 앉은 채로 고개만 돌려 윤기를 바라봤으면.
그러다가 씩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으면 좋겠다.
내일 고등학생들 종업식이래요. 거리에 교복 입은 사람 엄청 많을텐데.
나무를 숨기려면 숲으로 가라. 알죠?
모르는데.
... 뭐, 하여튼간에. 입어봐요, 그거. 사이즈 좀 보게.
다시 고개를 돌리는 남준이에 윤기는 멀뚱히 교복을 내려보다가 헐렁한 티를 벗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었으면 좋겠다.
와이셔츠의 단추를 꿰고,
바지에 다리를 넣어 추켜올리고,
마이는 내려둔 채로
춘추복 차림으로 어느새 침대에 앉아있었으면.
전체적인 품은 약간 큰 느낌이 없잖아있지만 그럭저럭 어색하지는 않은 모습에 남준이가 웃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난 뒤에
넥타이를 둘러주고 매어줬으면 좋겠다.
잘 어울리네요. 민윤기 학생.
윤기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빤히 보다가
남준이를 힐끗 올려본 뒤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다음날, 오후로 넘어가기 직전에 교복차림의 남준이와 윤기가 자취방을 나섰으면 좋겠다.
마이까지 꼼꼼하게 챙겨입은 윤기와,
마이 안에 조끼나 가디건 대신에 후드를 챙겨입은 남준이가
손등이 닿을정도의 거리로 나란히 발걸음을 맞춰 걸었으면 좋겠다.
가방까지 매야 돼?
기분을 내자 이거죠. 기분. 어디 갈까요? 아, 오랜만에 교복입으니까 괜히 내가 떨리네.
이래서 동기들이 그렇게 교복 데이트를 외친걸까. 사실 교복을 입은 건 둘째쳐도, 자신도 교복차림의 윤기를 보는 건 처음이라 그냥 그 모습 자체에 특별함을 뒀으면.
어색해하는 윤기의 손을 잡아 이끄면서
정말 학생들이 반 이상 차지하고 있는 길거리로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고프다는 말에 우선 길거리 군것질을 하나 사서 나누어 먹고,
그 사이에 바로 적당한 분식집을 찾아 아점을 해결하고,
오락실에 가서 또 내기를 한 판 하고,
오후로 넘어간 뒤에 날이 더워져 서로 마이를 팔에 걸친 채로 아이스크림을 입에 문 채 정처없이 걸어다녔으면.
윤기가 가볍게 부딪친 어느 중년 남성의 지갑을 돌려주었을 때 착한 학생이라며 용돈을 받기도 했으면.
학생, 이라는 말이 참 별 것도 아닌 호칭인데
괜히 어색해서 남준이의 옆에 더 붙어있는 윤기가 보고 싶다.
나중에는 길거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쁘게 지나다니며 활기참을 내보이는 다른 학생들을 멍하게 본 윤기가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왜 그러냐는 듯 고개를 돌리면
윤기가 천천히 말했으면 좋겠다.
고마워.
나야말로 고마워요.
...?
형 아니였으면 교복 데이트라는 거 생각도 못 했을테니까.
데이트?
... 뭐, 데이트죠. 이런 게.
남준이가 멋쩍게 웃으며 슬쩍 시선을 돌렸다가 다시 윤기를 힐끗 바라봤으면 좋겠다.
역시 시선을 돌리고 있어 옆모습만 보이는 윤기의 얼굴이
노을빛에 잔뜩 물들여진 채로
웃고 있는 것을 보고는
같이 따라 웃었으면 좋겠다.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이 없어도
둘의 일상을 표현하는 단어 하나씩이,
서로를 의식하고 생각하는 감정 하나씩이
쌓이기 시작했다는 걸
윤기는 그제서야 알아챘으면 좋겠다.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지만
행복해서,
계속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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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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