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썰도 오랜만이네요.
어느 날의 윤기와 남준이는 어색하고,
어느 날의 윤기와 남준이는 여느때와 같이 편하게 적당히 서로를 의식한 채로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하루만 해도 몇 번이고 편안함과 긴장, 의식, 그리고 아마도 설렘의 가운데에 푹 빠진 채 남몰래 떨리는 손 끝을 감추었으면 좋겠다.
그러다 남준이가 개강을 맞이했으면.
그리고 둘의 시간도 크게 변했으면.
아침 일찍 일어나 씻고 학교에 갈 준비를 하는 남준이를 따라서 윤기도 비몽사몽 잠깐 일어났다가
집안이 다시 정적으로 휩싸이고나서야 잠들고,
느지막한 오전이나 이른 오후에 일어나면 혼자 있는 집에 멍하니 남준이가 복사해 붙여놓은 시간표를 보며 오늘 남준이가 언제 올 지를 가늠했으면.
수요일이 공강인 남준이의 일정에 개강은 목요일이라 화요일까지 내내 남준이가 바빴으면 좋겠다.
개강이니까,
개강 총회, 모임, 또 원래 속해있던 동아리에서는 신입생 모집, 벌써부터 이야기가 나오는 과 엠티 등등.
그러면서 윤기는 알게모르게 시무룩해져가고,
남준이는 그런 윤기를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화요일 밤이 되었을 때 윤기가 시간표를 보다가 왜 이 날은 텅 비어있냐고 물으면
남준이가 웃으면서 학교에 안 가도 되는 날이라고 답했으면.
매일 가는 거 아니야? 뭐, 지난번에 시간표 짠다고 난리치더니 마음대로 빼도 돼?
중학교나 고등학교면 몰라도 대학교는 그래도 돼요. 수요일은 쉬는 날.
진짜?
재차 묻는 말에 남준이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윤기를 봤으면.
그리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으면 좋겠다.
바짝 세워진 귀.
기대감에 발그레하게 물들여진 볼이
너무 귀여워서.
손을 뻗어 윤기의 볼을 감쌌으면 좋겠다.
윤기는 갑자기 뭔가 싶으면서도 버릇 그대로 고개를 움직여 남준이의 손바닥에 볼을 부볐으면 좋겠다.
맞아. 너도 좀 쉬어야 돼. 일주일 내내 일하면 그게 사람이냐.
조잘조잘 제 걱정과 내일은 그래서 어디로 외출할거냐고 묻는 윤기가
남준이의 눈에는
한없이 사랑스러웠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남준이가 1교시가 있는 날이라 일찍 일어났으면 좋겠다.
분주하게 씻고, 옷을 챙겨입고, 아침은 가볍게 건너뛰면서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그러다가 문득 반쯤 잠에서 깨었다가 자신이 갈 적에는 물이라도 마시던 윤기가
유독 잠에서 깨지 못해 꾸벅거리고 있는 걸 봤으면.
앉아서 조는 터라 고개가 아래로 크게 휘청하다가 멈추고,
잠깐 잠에서 깨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옆으로 꾸벅, 휘청.
그러다가 마른 세수를 하더니 자신이 사람의 모습이라는 것에 자각이 없는지 토끼마냥 몸을 둥글게 말아
훨씬 작은 쿠션에 올라가려 바둥바둥.
결국 쿠션 한 가운데에 얼굴을 쿡 박고 미동도 없는 것까지.
남준이는 앞에서 가만히 지켜보면서 소리 죽여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조심히 손을 내려 볼을 쓰다듬어주면
흰 귀를 축 늘어뜨린 채로 고개를 느릿하게 움직여
쿠션을 버리고 어느새 남준이의 손바닥을 찾아가 볼을 부비는 윤기가 보였으면 좋겠다.
침대에 걸터 앉으면 그 반동으로 윤기가 깰까봐,
침대 앞에 쭈그리고 앉아 계속 윤기의 볼을 조심히 쓰다듬으며 윤기의 자는 모습을 눈으로 덧그리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남준이 너는 그러다가 문득 집중에서 깨어나 시간을 확인했으면 좋겠다.
지각할 지도 모르는 아슬한 시간인 것을 보고 허둥지둥 현관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최대한 소리가 작게 나도록 조심히 문을 닫았으면 좋겠다.
윤기는 모를 당연한 아침의 일상 중 하나의 모습은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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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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