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 전개
위기
썰 162의 부제. 절정
야경은 여전히 유리창에 화려한 빛을 새겨놓고 있고,
시간이 흘러 먼저 씻고 나온 윤기가 방 한켠에 있는 티 테이블 위,
버켓에 담긴 와인병을 가만히 내려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차가운 와인병을 한 번 들어올렸다가, 이리저리 살펴본 뒤 다시 내려놨으면.
걸음을 옮겨 어중간하게 끝나는 샤워가운의 소매를 끌어내리며 자신의 짐을 정리하고,
이미 깨끗하기만한 호텔의 장식품들을 의미없이 눈으로 스쳐바라보고,
아무 연락도 없는 핸드폰을 매만지기도 하고.
부산하다 싶이 움직이던 윤기의 움직임이 어느순간 뚝 멈췄으면 좋겠다.
방 안을 울리는 물소리가 끊길 즈음.
욕실문이 살짝 열리고,
그 안으로 젖은 머리의 남준이가 모습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주인아.
... 왜.
나 잠옷이 없는데.
남준이의 말에 윤기가 속옷이랑 수건만 건네줬었나 싶어 가방을 뒤적이다 작게 인상을 찡그렸으면 좋겠다.
없냐고 묻는 남준이에게 고개를 끄덕였으면.
그러자 알겠다고 한 남준이가 다시 욕실 문을 닫고는 잠시 뒤에 새하얀 샤워가운을 걸친 채 걸어나왔으면.
더불어 똑같이 새하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내면서 윤기에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조금 짧은 샤워가운 소매 아래로 보이는 핏줄이 곤두선 한 남자의 팔뚝부터,
젖은 머리에서 흘러내려오는 물방울이 거슬리는지 살짝 찡그린 표정,
살짝 벌여진 샤워가운 틈으로 보이는 가슴팍,
샤워하면서 숨겼는지 일반 사람과 똑같은 귀, 보이지 않는 꼬리.
온전한 사람의 모습.
그 모든 것을 눈에 담은 윤기가 짧게 뜨거운 숨을 뱉어냈으면 좋겠다.
첫날밤 신부도 아니고.
스스로의 시선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으면서
그것도 모르고
그저 제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근질거리게 만드는 감각에 온 신경을 썼으면.
반쯤 젖은 머리를 손으로 털어낸 남준이가 얼음이 가득 담긴 버켓,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와인에 흥미를 가졌으면.
이게 뭐야, 주인아?
그 목소리에 윤기 너는 겨우 평소의 얼굴로 돌아와서는 덤덤하게 와인이라고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티 테이블의 의자를 꺼내 앉고,
버릇 그대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오른쪽 다리를 들어올려 꼬고,
남준이를 향해 앉은 그 자세 그대로 고개를 돌리고,
한 팔은 의자에 걸친 채 다른 한 손을 뻗어 와인잔을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으면.
마실래?
윤기의 질문에 남준이는 느긋히 훑어올리던 시선을 멈추고 입꼬리를 올려
싱긋
웃었으면.
먹어도 돼?
남준이의 물음에 잠시 눈만 깜박이며 아무 말이 없던 윤기가 쥐고 있던 와인병을 버켓에 내려놓았으면 좋겠다.
똑같이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가 혀를 내밀어 제 입술을 한 번 축였으면.
그리고 손을 까닥였으면 좋겠다.
마치,
이리오라는 듯이.
-
그대로 유리창에 밀쳐진 윤기가 얇은 샤워가운을 통해 느껴지는 서늘함을 입술로 토해내기도 전에 남준이의 입술이 맞닿았으면 좋겠다.
단단히 매지 않았던 샤워가운의 매듭이 반쯤 풀려 이미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렸으면.
서로 반대쪽으로 고개를 틀고 조금이라도 상대의 입술을, 타액을, 숨결을 잡아 삼키려 아등바등거리는 키스를 했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입술이 벌려지면 기다렸다는 듯 상대의 입술이 다가와 머금어 빨아당기고,
살짝 놓아졌다 싶으면 붉은 혀가 그 사이를 비집고 나와 상대를 탐하다가 떨어지는.
끈적한 살덩이가 부벼지며 내는 질척한 소리,
상대의 급해지는 호흡소리,
그것조차 모를 만큼 예민하게 짙어지는 감각만을 좇아 매달리는.
한껏 달아오른 숨이 벅찰 즈음에 윤기가 남준이의 어깨를 약하게 밀어내었으면.
한쪽 어깨 너머로 흘러내린 샤워가운 때문에 엄습해오는 차가움이 느껴져 몸을 움츠렸으면.
몇 번의 숨을 뱉어내자마자 다시 남준이의 입술이 맞붙었으면 좋겠다.
윤기가 손을 들어 남준이의 가슴팍을 또 한 번 약하게 밀어내었으면 좋겠다.
기다려.
짧은 그 한 마디에 남준이가 한 손으로는 윤기의 허리를 감싼 채 움직임을 멈췄으면.
유리창에 완전하게 기댄 모양새의 윤기가 타액으로 젖어 번들거리는 제 입술을 엄지로 쓸어내리면서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기다리라고 했잖아.
응. 기다리고 있잖아.
시선으로는 이미 나랑 한 판 하고도 남은 놈이, 능청은.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어떤 부정의 말을 뱉어내지 않고 짧게 웃음을 보였으면 좋겠다.
길게 숨을 고른 윤기가 손을 뻗어 아직 어설프지만 단단히 묶여있는 남준이의 샤워가운 매듭을 잡았으면.
그대로 당겨서 천천히 풀어내리고,
남준이의 두 다리 사이에 있던 제 오른쪽 다리를 아슬하게 올려 남준이에게 장난을 치듯 툭, 툭 건들였으면.
매듭이 반 이상이 풀어져 힘을 잃고 떨어지자마자 이번에는 윤기가 남준이의 한쪽 샤워가운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으면 좋겠다.
손 끝에 금세 자신에게까지 옮겨붙을 것 같은 열기를 느꼈으면 좋겠다.
그게 마음에 든다는 듯이 웃으면서
천천히 손을 움직여 여며진 샤워가운을 벌려 흐트려놓았으면 좋겠다.
남준이의 표정에 여유가 사라지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저를 잡아먹을 것 같은 눈빛을 태연하게 받아내다못해 마주했으면 좋겠다.
샤워가운과 남준이의 어깨가 스쳐지나가고나서,
그 소리가 끊길 즈음에
윤기가 자신의 샤워가운 매듭을 마저 풀어내었으면 좋겠다.
먹어,
멍멍아.
호텔의 밤은 그때서야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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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예쁜 글씨와 귀여운 그림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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