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온 남준이가 문 앞에 있는 큰 박스에 이게 뭔가 싶어 살펴봤으면.
그러다 부모님께서 보내신 택배인 걸 알고 문을 두드린 뒤 주섬주섬 가방을 다시 고쳐매고,
박스를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윤기를 부르기도 전에, 문이 벌컥 열렸으면.
그러다가 남준이가 윤기를 또 부르기도 전에 문이 쿵 닫혔으면.
남준이가 잠시 당황해서 아무 말도 없다가 발로 문을 쿵쿵 두드렸으면 좋겠다.
왜 갑자기 문을 또 닫아요. 열어요, 형.
...
토끼야?
아. 너 김남준 맞지? 나 택배원인 줄 알고 놀라서.
우선 문 좀 다시 열어줘요.
잠깐의 대화 이후에 문이 다시 열리고 급하게 눌러쓰고 있었는지 어설프게 후드를 걸친 윤기가 뒤로 물러나 남준이가 들어올 공간을 내보였으면 좋겠다.
우선 박스부터 안 쪽에 내려놓은 남준이가 문을 닫고 신발을 벗었으면.
그 사이 박스를 들어 방 한 가운데로 가져온 윤기가 박스를 빤히 보면서 귀를 쫑긋 세웠으면 좋겠다.
이거 뭐야? 뭔데?
몰라요. 나도 아직 안 뜯어봐서.
내가 뜯어도 돼?
고양이도 아니면서 박스 뜯는 거 좋아하는 윤기를 알아 남준이는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 사이 자신은 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고 씻으러 들어가다가 북북 거리는 찢는 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돌려 한 마디 했으면 좋겠다.
박스 씹으면 안 돼요.
윤기가 알겠다고 하면서 몰래 손에 쥐고 있었던 박스 일부분을 내려놓고 아쉽다는 듯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택배오면 상자 씹는 맛이 있는데 그걸 뺏는 나쁜 주인놈...
남준이가 씻고 나와서 부모님께 전화를 해서 택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사이 윤기가 다 뜯었다면서 상자를 열었으면.
그 안에는 제철과일부터 시작해서 밑반찬 몇 개가 락앤락에 담겨 꼼꼼하게 포장이 되어 있었으면.
윤기가 바로 과일 쪽을 헤집어 딸기를 들어올리고 남준이를 빤히 올려봤으면 좋겠다.
온 얼굴로 이거 먹겠다고 하는 게 보여서 남준이가 통화하다가 작게 키득였으면.
전화를 끊고 나서 그 사이 못 참고 윤기가 박스 한 구석을 씹으려 고개를 숙이는 걸 손을 뻗어 입을 막아 그러지 못하게 했으면.
귀 끝으로 놓으라는 듯 남준이의 손목을 툭툭 치는 윤기의 허리를 아예 감싸 안고 덜렁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왜. 왜, 왜! 나도 두 다리 있어. 걸어갈 수 있다고.
박스 씹으면서요?
... 박스 좀 씹을 수 있지.
응. 안 돼요.
단호한 남준이의 말에 윤기의 귀가 또 축 늘어졌으면 좋겠다.
야박한 주인 새끼...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질질 끌려가다시피 해서 부엌 쪽 의자에 앉은 윤기가 남준이가 과일 몇 개를 따로 담아서 놓아주자 바로 손을 뻗어 딸기 하나를 집었으면.
그리고 평소에 작게 깨물어먹던 버릇 그대로 반쯤 깨물었다가 또 한 번 입을 벌려 아예 끝까지 우물거리며 베어먹었으면.
딸기가 엄청 달아서 윤기가 귀를 바짝 세우면서 부지런히 입을 움직였으면 좋겠다.
하나를 다 먹고 난 뒤 손에 남은 딸기 꼭지는 내려놓고 또 하나를 집어드려는 순간에
남준이가 그릇을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으면 좋겠다.
...?
우리 해야할 일이 있어요.
뭔데? 나도 해야 돼? 딸기 먹으면서 하면 안돼?
토끼야.
왜.
누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 어떻게 해야 돼요.
열어줘야지.
갑작스럽게 시작된 안전교육에 윤기가 어리둥절하면서 대답하면 남준이는 지금까지 아무 일도 없던 것에 남몰래 감사를 드렸으면.
누구냐고 먼저 물어봐야죠.
어차피 너잖아.
아닐 수도 있잖아요. 아까처럼.
결국 너였잖아.
... 택배원일수도 있죠.
와중에도 계속 딸기를 집으려 손을 뻗는 윤기와, 그런 윤기에게서 딸기가 담긴 그릇을 사수하는 남준이가 보고 싶다.
하나만 좀 줘라.
누가 갑자기 문을 두드리면?
... 내가 애냐?
두드리면?
... 씨, 누구냐고 물어본다.
옳지. 잘했어요.
남준이가 웃으면서 딸기가 담긴 그릇을 슬쩍 내밀어 주면 윤기가 두어개를 잡아 한 손에 하나씩 잡고 딸기를 우물거렸으면 좋겠다.
입가에 묻은 딸기 과즙에 남준이가 손을 뻗어 그새 조금 붉게 물든 입술을 문질러 닦아줬으면.
그렇게 딸기와 사과 등을 걸고 안전교육은 계속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이런 것 까지 해야하나. 누군가가 형을 위협하면?
... 차버린다.
... 어딜 봐요, 지금.
자신의 아래를 빤히 보는 윤기의 눈빛이 어째 진심이라 남준이가 편하게 벌리고 있던 다리를 오므렸으면 좋겠다.
그렇게 안전 교육이 끝나고 남준이가 남은 딸기 하나를 들고 또 뭐 더 할 게 있나 고민하는 사이에
윤기가 남준이의 소매깃을 잡아 끌었으면.
살짝 몸을 내밀고,
남준이 쪽으로 다가가서는
입술을 벌려 남은 딸기를 달라고 졸랐으면.
남준이가 결국 알겠다며 윤기의 입술에 딸기를 물려주면 윤기는 마음에 든다는 듯 배싯 웃으면서
남준이의 손목을 제 손으로 잡고 입술을 벌려 딸기를 베어문 채로 우물거렸으면 좋겠다.
딸기를 잡고 있던 남준이의 손 끝이 조금씩 물러나 나중에는 초록색의 꼭지만 남겨질즈음에야 우물거리던 것을 멈췄으면.
마지막에 길게 딸기를 입술로 머금을 즈음에는,
윤기의 입술이 그대로 남준이의 손 끝에 닿았으면.
꽤 많던 딸기를 다 먹느라 잔뜩 붉어진 입술이 연신 우물거리는 것을 빤히 보던 남준이가
윤기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은 채 원래 자리로 돌아가 배를 두드리면 그제야 손에 쥐고 있던 딸기 꼭지를 내려놨으면 좋겠다.
손 끝이 간질거린다는 생각과 함께
문득
윤기에게 입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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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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