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이돌 멤버 권순영 X 신입 메이크업 아티스트 너봉 _ 2
" 아... "
그런 그의 말에 한참을 당황해하다 묘하게 감도는 이 분위기를 바꾸려 애를 쓰다 손목에 차 있던 시계를 확인하니
5분 전이다....
5분 전?!
첫 날부터 분명 실장님한테 찍힐 게 분명하다.
생방송 펑크는 피해야 겠다싶어 그의 손목을 급하게 잡았다.
줄곧 여자들만 상대해왔던(?) 나에게 이런 장면이 연출되어버렸다.
" 순영씨! 시간이 없어요.... !
미리 미안해요, 허락없이 손목 만져서. "
그리고 무작정 대기실 문을 열고 그의 손목을 잡고 달렸다. 마치 내 여고 시절 12시가 땡! 하자마자 급식실로 달려갔던 그 때처럼.... 그것도 아이돌의 손을 잡고 말이다.
" 이래서 무대 도착하겠어요? "
정말... 이라면서 내 손에 이끌려 뒤에서 달리던 그는 어느새 내 옆을 조금 추월했다.
난 어느새 그의 뒤에서 손목이 잡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낑낑대며 달리고 있었다.
***
" 헉....허... "
깊은 숨을 몰아쉬며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가기 30초 전 겨우 백스테이지에 도착했다.
" 죄송합니다... "
정신없이 무대로 올라가는 그를 바라보는데 왜 내가 다 떨리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정신이 몽롱했다. 내 손목을 바라보니 아까 그가 꽉 잡았었는지 붉게 손 자국이 남아있다.
괜히 볼이 화끈거린다.
내가 뭐라고 아이돌한테 이런 설렘을 느끼는지..... 난 그냥 메이크업 담당일 뿐야 김칠봉.
***
무대가 끝나고 내려오는 그들과 섞여 대기실로 향했다.
" 어..누나라고 불러도 되죠? 순영이형 늦으면 펑크낼 뻔 했어요. 실장님한테 혼나면 어떡해요.... "
아무 말 없이 얼음처럼 앞만 보고 걷던 날 옆에서 지켜보다 말을 걸어왔다.
민규...였나.
" 제가 늦은 게 화근이었죠 뭐... 혼나도 할 말 없어요... "
" 그렇다고 너무 기 죽지 마세요 누나! "
너는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파이팅 넘치게 얘기한다.
자기 일 아니라고 너무 해맑네... 난 불안해 죽겠는데.
***
" 죄송합니다.... "
들어온 대기실엔 따뜻한 내부마저 차갑게 만들어버리는 한기가 돌고 있었다. 날 바라보고 있던 실장님과 함께.
" 칠봉씨, 첫 날부터 이러면 어떡해요.
생방송 나가지도 못할 뻔 했잖아요. "
" 정말 죄송합니다... "
" 뭐라 변명이라도 좀 해봐요. "
" ..... "
아깐 선하고 친절하던 눈빛과는 달리 살벌하게 날 바라보는 실장님에 무서워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 실장님, 너무 혼내지 마세요. "
" 순영아..? 네가 끼어들 일은 아닌 것 같은데. "
" 제 담당이신데 어떻게 그래요. 제 잘못이 더 큽니다. "
그는 내 옆에 다가와서 말을 실장님께 이어갔다.
아니... 내가 뭐라고 내 편을 왜 들어주는거지? 이럴수록 미움만 사는 건 나일텐데...
***
실장님이 나가고, 대기실엔 나와 그들만 존재했다.
흐르는 눈물을 몰래 닦고 있는데, 덥석 내 손목을 잡고 대기실을 나가는 그.
" .... 칠봉씨 편 들어준 건 아닌데, 첫 출근에 잘리는 건 달갑지 않아서. "
" .... 흐.... "
" 다음엔 이런 일 없도록 해요. "
왜 이 사람은 온도차가 심한건지 모르겠다......
날 시험하는건가..
" 그만 울어요, 화장 다 지워지네. "
그런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