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삶은 얼마나 만족스러우며, 극단적인 신분 상승은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가? 따위의 주제로 논문을 쓴다면 내가 1 순위 연구 대상을 자처하고 싶을 만큼 최근의 내 삶은 완벽해졌다. 민윤기가 나에게 합격점을 부여한 뒤로 가정부들은 더 이상 날 같잖게 보지 않았으며 새아버지는 나와 전정국이 학교에서 무슨 깽판을 치고 다니든 돈으로 그들의 입을 막았다. 그는 다시 다정해졌고 엄마는 드디어 우리가 진짜 가족이 된 것 같다며 한밤중에 몰래 내 방으로 찾아와 눈물을 쥐어짰다. 나는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친구 같은 딸이 되기 위해 억지로 눈물을 짜내야 했다. (울기 위해 전정국이 다른 년의 개가 되는 상상을 했다. 씨발, 끔찍했다.)
"김탄소, 늦었다."
또 하나의 좋은 점은 더 이상 아침마다 전정국과 같은 차를 타며 쓸데없이 신경전을 벌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민윤기가 출근길에 나를 태워다주는 수고를 굳이 자처하기 때문이다. 뒷자석에 앉아서 전정국과 피곤한 눈치싸움을 벌이는 대신 민윤기의 조수석에 앉아 여유로운 시선을 주고받는 삶이라니. 나는 온몸이 깨끗한 온천수에 담궈진 듯한 안락하고 따뜻한 기분을 느낀다. 물론 전정국은 미련하게도 학교에 민윤기의 차가 도착할 때까지 교문 앞을 지키고 서 있지만 말이다. 전정국은 파티가 있던 날 나와 민윤기보다 한참 늦게 들어온 뒤로 어디 나사가 빠진 것처럼 굴기 시작했다. (왜지?)
"잘 가요, 오빠."
"어. 너도. 끝나면 연락해."
달라진 게 또 하나 있다. 아이들은 더 이상 나를 무시하지 않는다. 그 때의 지랄 파티가 효과가 있었는지 삼남매인데 왜 셋 다 성이 다르냐는 수군거림과 나에 대한 무성한 소문들은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내가 민윤기의 차에서 내리든, 웬 배불뚝이 아저씨 (전정국의 기분을 좆같게 하기 위한 좆같은 예시) 를 옆에 끼고 내리든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관심이 없어졌다는 말이 더 적합할지도 모르겠다. 멀어져가는 민윤기의 차에 대고 열심히 손을 흔든 나는 태연하게 방금 전 민윤기의 넥타이를 고쳐 맸던 손으로 전정국의 손을 잡는다.
"오래 기다렸어?"
"아니."
"그래. 그럼 가자."
전정국이 이상하게 굴어주는 덕분에 이제 나는 어떤 관계에 있어서든 완전한 갑이다. 전에 느낄 수 없었던 승리감을 만끽한다. 고작 이런 파티 한 번으로 해결될 문제였으면 그렇게 빌빌 길 필요 없었지. 당당한 걸음으로 교실을 지나쳐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전정국만의 비밀 아지트였던 곳을 마음대로 침범한다. 원래 주인이었던 전정국은 침입자가 제 구역을 휘젓고 다녀도 방관하기 바쁘다. 구석진 곳이나 이가 빠진 서랍을 뒤지며 담배가 나오기를 기대하지만 번번이 허탕이다. 나는 어차피 피울 마음도 없었지만 괜히 텅 빈 서랍을 던지며 신경질을 부린다.
"너 담배 안 피워?"
안 피워, 씨발. 전정국은 인상을 찌푸리며 대답한다. 요새 도통 전정국이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나는 이쯤에서 약간 의아함을 느끼며 질문을 던질 적당한 타이밍을 노리다가 이내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미끼를 던져본다.
"너 요새 왜 그래?"
"뭘 왜 그래."
"너 약간 미친 것 같아. 약 잘못 빨았어?"
"그런 거 아니니까 닥쳐."
자극할 수 있게 일부러 좀 센 어휘를 고르지만 전정국은 귀찮다는 듯 손을 내저을 뿐 이렇다 할 반응이 없다. 한 술 더 떠서 등까지 돌려버린다. 아무렇게나 꿰어 입은 전정국의 와이셔츠가 주인을 닮아가는 모양인지 더 엉망으로 구겨진다.
"야. 너 진짜 왜 그래?"
"말 걸지 말라고."
"웃기네. 정국아, 여자라도 생겼어?"
내가 말해놓고도 순간 아차 한다. 스스로 입을 더럽힌 기분에 인상이 찌푸려지는 걸 막을 수 없다. 전정국은 베일 정도로 빠르게 등을 돌리더니 내 코 앞에 얼굴을 들이민다. 분노와 애증 비슷한 것들이 범벅된 얼굴이 형편없이 일그러진다. 전정국의 표정과 다를 바 없는 내 표정이 그의 눈동자에 비친다. 우리 둘 다 끔찍하게 뒤틀린 얼굴을 하고 서로를 잡아뜯지만 그게 결국 본인을 괴롭히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나는 표정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헛수고다.
"너 진짜 말 함부로 한다."
"....."
"내가 여자 끼고 놀았으면 좋겠어?"
"... 전정국."
"너처럼 더럽게? 양심도 뭣도 없이 살면서, 명색이 의붓오빠인 새끼한테 살랑살랑 아부해 가면서?"
"......"
"그래, 그럼 그렇게 해줄게. 맘껏 부려먹어, 좀.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네가 그런 나를 좆같아하는 게 민윤기랑 붙어먹는 널 보는 것보다 덜 비참하니까. 역시 전정국만큼 나를 잘 아는 사람도 없다. 나는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남겨진 기분을 어느 때보다도 절실히 느낀다. 전정국이 뱉은 말들이 한껏 들떠있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민윤기가 내 야망을 지지하는 존재라면 전정국은 그를 반증하는 존재다. 그 예기치 못한 반증에 나는 항상 멈춰서고 망설인다. 나는 이상하게도 전정국이 나를 인정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다른 사람들 말고, 전정국만이 나를. 우리는 언제까지 이래야 할까. 나와 전정국의 파멸을 가늠하고 있을 때쯤 전화기가 울린다. 민윤기다.
[저녁 먹자. 둘이. 할 얘기 있어.]
나는 차라리 이 모든 걸 못마땅하게 여긴 민윤기가 몰래 나를 죽여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암호닉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리뉴얼_했더니_망했어요.bts 그래도 달려 봅시다 빨리 완결내고 싶네요~!!!!!!!!!!!!!!!!!!!!!!!!!!!!!! 애증의 글... ㅋㅋ [암호닉은 최신화에서만 신청받고 있습니다. 누락되었다면 꼭 최신화에 다시 댓글 남겨주세요.] ♥ 거짓말 / 러빈 / 땅위 / 김말이야 / 동글아미 / 뿌이뿌이 / 쿠크바사삭 / 뉴이 / 사쿠라 / 김 / 수저 / 비비탄 / 천상계 / 스케치 / 가짓 / 바게트 / 융봄 / 진진츄 / 국산비누 / 앙 / 끌로에 / 짐고 / 바다코끼리 / 사랑해 / 달슈가 / 희48 / 대추차 / 과수밭 / 빛나무 / 염치 / 단잠 / 청포도 / 꾸꾸쓰 / 예화 / 코코링 / 혜향 / 침침이 / 구루메 / 태태 / 0428 / 미남과야수 / 얏빠리윤기 / 메리진 / 착한공 / B612 / 찡긋 / 오빠아니자나여 / 짐니어무니 / 미미미 / 델리만쥬 / 슝아 / 인연 / 윤맞봄 / 우유 / 피치 / 딸기 / 해말 / 예삐침뀽 / 태썸 / 나무야나무 / 뿡쁑 / 아모 / 삐삐걸즈 / 슙달 / 잘자네아무것도모르고 / 그레이스 / 너지 / 김까닥 / 봄아 / 지은쟁이 / 토끼 / 덮빱 / 보라보석바 / 갤3 / 감나무밑입쩍상 / 버츠비자몽 / 한우밭 / 시금치 / 전정국 / 습기 / ㄱㅎㅅ / ♥알루미늉기♥ / 모찌섹시 / 까꾹 / 핑쿠판댜 / 첫사랑 / 가위바위보 / 마일 / 망개구름 / 망개꽃 / 뀨쮸 / daydream / 유뇽뇽 / 망개와나 / 기억 / 다람이덕 / ♡구기 / 보보 / 0831 / 코코넛워터 / 자몽사탕 / 0501 / 딸기우유 / 우봄봄 / 전봇대 / 데스페 / 도로시 / 봄소서 / 붕어 / 다홍빛 / 레몬사탕 / 새벽 / 금잔화 / 벌스 / 짜근 / 너지 / 정꾸 / 냥꽁 / 무네큥 / 흑설탕융기 / 1225 / 탄둥이 / 코튼캔디 / 구리부리 / 헤몬 / 침침이 / 진진자라 / 두부 / 정국어 / 빛세 / 꾹푸린 / 1978 / 청멍 / 우유메 / 은아 / 흥흥 / 설한화 / 알루미슙 / 만두짱 / 그럴거야 / 쀼뀨쀼 / 이땡글 / 물결잉 / 보노보노 / 방울이 / 룰루랄라 / 초코틴틴 / 망개침침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