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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13
미리보기 쉬어가기.
준면이에게 집중해주세요!
가족은 개뿔. 내가 너한테 우리 경숭이를 넘겨줄 것 같아? 바로 그 자리에서 정강이를 까버렸다.
맞은 곳을 부여잡고 깽깽이를 하는 김준면을 뒤로 하고 가려는데 조금 거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세요."
뭐, 그냥 무시해 버렸지만.
내 이름은 김준면이다. 성 김. 준걸 준에 힘쓸 면. 김 준 면.
뭐 철없을 어린시절에는 또래에 비해서 약간 아날로그함을 띄는 이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게 요점이 아니고.
지금에야 어딜가서든 'S대학교 학생증'을 자랑스레 들이미는 대학생이라고 하지만.
내게도 수험생 시절이 있었고, 누구보다 격하게 그 시절을 보내왔다.
그리 잘 사는 집안이 아니여서 어렸을 때에 학원이란 곳은 접해보지도 못했다.
그저, 소독차 뒷꽁무늬를 졸졸 쫓아다니며 달리던 것이 다였던 지난 내 유년시절.
그러던 내가 잔뜩 움츠러든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게 된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이후였다.
비싼 교복값을 내면서도 내게 '당당하라' 말하셨던 어머니는.
학원이 가고싶다고 이야기하는 내 앞에서는 그렇게 활짝 웃으셨던 우리 어머니는.
당신의 부족함이 서러워 가계부를 붙잡고 눈물을 흘리셨다.
그렇게 고액과외, 종합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을 이기기 위해 밤낮으로 안간힘을 썼다.
힘들 때는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잠을 참아갔고, 성공한 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었다.
당신이 어디가서도 내 이름 석자를 자랑스레 이야기할 수 있도록.
수학능력시험. 시험을 보고 나선 나는 끝났다는 안도감에 어머니를 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
이제 정말 다 끝난 것만 같았다.
'대기번호 1번'
그리고 홈페이지에 내 수험번호를 입력한 후, 나는 좌절해야 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국립대학.
집안형편이 좋지 않던 나는 사립대학을 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고, 나온 성적을 보고 자만했었다.
합격을 당연시하고 다른 곳에 지원하지 않은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
어떤 누가 국내 최고 대학을 선택하지 않을까. 또 다시 울음이 터져나왔다.
"끄흐엉.. 끄헝.."
아니, 나 이렇게 귀엽게 안 울어.
"끄흡.."
이것도 아니고.
"흐끅.."
이건 무슨 순정만화 여주인공 같잖아.
"으헉.."
칼맞았나?
됐고,
마냥 집에서 나의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계실 어머니께 가는 것이 무서워 집 앞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사먹었다.
혼자 서서 생각에 잠겨있다가 퉁퉁 불어버린 면발을 호호 불어가며 컵라면을 먹으며 울던 나는,
잔뜩 번진 화장을 솜으로 지우면서 문을 여는 여자를 발견했다.
"씨발 뭘봐."
그 첫마디가 강렬했던 것은 내가 그날을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이유에 한 몫 한다.
"너는 컵라면을 먹을거면 먹기만 하던가, 왜 울고 지랄이야."
자신도 눈물을 훔치지 못하고 있으면서 궁시렁 궁시렁 주절거리는 그 여자는 많이 취한 듯 보였다.
냉장실 문을 열어 익숙한 제스쳐로 헛개 추출물이 들었다는 그 병을 집어 든 여자는 계산대로 향하면서 수십번 비틀거렸다.
나는 내 일이 급했기에 그저 고개를 쳐박고 눈물젖은 면발을 삼켜냈다.
"손님, 이 제품이 지금 원플러스 원 행사중이거든요."
불안한 듯 보이는 아르바이트생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겨우 마지막 한 줄의 면발까지 삼켜내었을 때.
내가 서 있던 탁자 위로 초록색 작은 병이 하나 올라왔다.
"니 마시던가."
"네?"
"너도 술쳐먹고 집에 곱게 들어갈 것이지, 사내새끼가 눈물 똑똑 흘리면서 라면먹고 그러는거 아니다."
"저 술 안마셨.."
"보는사람 심장에 해로워."
애써 거절하는 내게 병을 쥐어준 그 여자는 자신도 잘 가누지 못하면서 내 걱정을 한참이고 하다가 돌아섰다.
국물을 버리고, 분리수거까지 마친 후 나는 눈물을 슥슥 닦아내고 홀린듯 그 여자의 뒤를 따라갔다.
진짜 많이 마신 것 같았는데.. 안 위험한가?
"이 씨발 들러붙지마 버러지같은새꺄!"
내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이는 듯 했지만.
날을 잔뜩 세우고 병나발을 불던 (뭐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여자는 털썩. 주저앉고 만다.
그리고 세상을 향해 크게 소리치기 시작했다.
"보고싶다 김종대!"
"조오오온나 보고싶다!"
"미련아! 아프면! 아프다고 좀 해라! 힘들면! 힘들다고!"
"나는! 너가 약해도 좋으니까!"
"뭘 해도 좋으니까! 괜찮다고!"
"보고싶다 김종대!"
결국 그렇게 쓰러진 여자를 업고 겨우 걸려온 전화를 받자, 앳된 목소리가 잔뜩 경계하며 내게 많은 질문을 해 왔다.
길에서 주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나 싶긴 하다만-는 내게 연신 죄송합니다. 말하던 남자아이가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건가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에 가지 못할 수도 있다. 3년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다.
불안했고, 무서웠고. 죄송했다.
"야."
그리고 그녀는 눈을 떴다.
찌뿌둥한지 연신 기지개를 켜던 여자는 벌떡 일어나 나와 눈을 마주했다.
"너 눈 되게 예쁘네."
"고맙습니다."
"몇살이야?"
"이제 성인 돼요."
"근데 술을 마셨어? 진짜 세상 말세다. 말세."
"아니 저 술 안마셨.."
"그래 뭐 힘든 일이 있으면 마시고 그러는거지."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는다.
도시환경 오염으로 하늘에 별이 있다고 해도 우리눈엔 보이지 않는다.
뭐가 보이는지 하늘만 멀뚱멀뚱 쳐다보던 여자는 나른한 눈빛으로 내게 물어왔다.
"대학은. 붙었어?"
"어..그게.."
"떨어졌네."
"아직 추합 기다리고 있어요."
쯧쯧. 혀를 차던 그 여자는 갑자기 대학들의 제도에 대해서 비판하기 시작했다.
추가합격이니 뭐니, 다 희망고문 아니야. 붙여줄거면 그냥 붙여주던가. 사람 간떨리게.
중간중간 나름의 드립을 섞어 신랄하게 비판하는 그녀를 보니 나도 모르게 웃음이 푸흐흐 터져나온다.
내가 웃자 뭘 웃냐며 새초롬하게 쏘아붙이는 여자의 달뜬 숨이 다시 안정되어 간다.
"그럼 나랑 약속 하나 하자."
"네?"
"내가 오늘 너 드링크도 줬잖아."
"네? 이건 그쪽이.. 게다가 저는 그쪽을 여기까지 업어.."
"그러니까 너 대학 추합되면. 아니 너 될거야. 될거니까."
"네..?"
"나한테 진짜 괜찮은 놈 하나 소개시켜주라. 니네 대학에서. 나도 좀 쌍방 합의의 연애라는걸 좀 해보게."
그리고 대답을 듣지도 않고 다시 잠에 들어버린 그녀와.
그녀를 데리러 온 그녀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남자아이 하나.
멋쩍게 인사한 후 남자아이의 등 위로 조심히 옮겨주고 집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맛있는 것을 잔뜩 해놓고 나를 기다리고 계신 부모님의 앞에서 아무 말 없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
이미 컵라면을 먹어 빵빵하진 배임에도, 평소에 구경도 못했던 갈비를 뜯어 와작와작. 씹어먹었다.
내 분위기에서 결과를 예상한건지 어머니는 큰 소리로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이야기, 앞집 아줌마 이야기. 슈퍼에서 500원을 할인받은 이야기.
나는 맛있게 밥을 먹으며 그 이야기들을 들었다.
주머니에는 여전히 차가운 드링크가 찰랑찰랑. 소리를 내고 있었고,
"여보세요?"
- 안녕하십니까? S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입니다. 김준면학생 본인 되십니까?
"네? 네. 그런데요?"
-김준면님 께서는 S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추가모집에서 추가합격 되셨습니다. 등록하시겠습니까?
"...헐..."
-등록. 하시겠습니까?
"...네.. 네... 네....네..할거예요.. 할거예요.."
-등록금 납부기한은....
"누나. 저 채용해주시면 안 돼요? 저 일 되게 잘하는데."
그 후로 자그마치 4년. 나는 어느정도의 연기력을 길렀다.
"저 채용하시면 민석이는 덤이예요 덤."
군시절, 나의 군용 캐비닛에는 초록색의 작은 병 하나가 놓여있었다.
이미 그 상호는 닳고 닳아 초록색의 병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던 그 병은
아무리 상관들이 시비를 걸어도, 후임들이 질문을 해 와도.
나 말고는 그 누구도 그 정체를 알지 못했던 그 병.
4년간의 나의 일방적인 사랑은.
"그래서 너랑 사장님이랑 사귄다고?"
"응. 드디어."
"잘 됐네. 너한테도, 사장님한테도."
그렇게 약속을 지키는 것으로.
"준면아 부탁이 있어."
끝날 줄 알았다.
+
오늘도 부족한 글 감상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부탁드리구! 건강 꼭 챙기세요! 감기 조심하시구!
잘자요 내사랑들!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