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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14
BGM :: 크레용팝 - 빙빙
"수영장 가고 싶다."
"안 돼. 절대 안 돼."
"왜?"
"너 그때 기억 안나? 진짜 절대 안 돼."
"그건 사고였..!"
"아무리 우겨도 안 돼."
더워 죽겠는데 자꾸 행사를 뛰는 엑소가 원망스러웠다.
카메라는 무겁지, 팬들은 시끄럽지. 땀은 주룩주룩 흐르지.
해본 사람만 안다는 이 힘든 짓을 하는데 좀 시원한데서 하면 뭐가 덧나나.
아이돌 팬들은 홈마가 사진 힘들게 찍고 고화질 업로드하기 존.나. 귀찮다는 것을 좀 알아줬으면 한다.
찬열이에게 전달받은 스케쥴표를 들여다보던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가 없었다.
왜 하필이면. 워터파크 행사에다가.. '수영복을 입지 않은 이용자 입장금지'라니.
생전 워터파크는 가본 적 없는 내가, 사진 찍으려고 수영복을 사야한다니..
우선 한숨이 앞섰다만, 전에 한번 쉬었다고 폭풍 저격질을 받았던 전적이 있어 가지 않을 수는 없었다.
'수영복'
초록색 검색창에 단 세글자만 입력했을 뿐인데 촤르르 등장하는 몸매좋은 언니들과 야시시한 비키니들.
비키니라 함은 방수되는 속옷이 아니던가. 패스.
그렇다고 원피스형 수영복을 입자니 너무 상큼하고 그 생김새가 귀엽다.
아으.. 진짜 SM 죽여버리고싶다..
결국 위에 옷을 덧입기로 결심하고 '방수되는 속옷'들을 눈으로 훑고 있었다.
"누나 뭐해?"
요새 놈들이랑 어울리더니 발랄함의 정점을 달리고 계신 경수다.
원래 이랬던 놈인가 싶을정도로 애교도 많아지고 많이 밝아졌다.
이를 고마워해야 하는 걸까 싶다가도 우리집 거실에 늘러붙은 고딩들을 생각하면 바로 그 생각을 접게된다.
"수영복? 누나 어디가?"
"행사 수영장에서 한대. 근데 수영복 안 입으면 못간다잖아.. 졸라 짜증나게."
"헐 가고싶다.."
"너 내년에 고3이야."
"아직은 아니잖아!"
이미 지 속에서는 워터파크에 도착했다. 했어.
신난다는 듯 방방 뛰던 경수의 소리를 들은건지 내방 문이 슥 열린다.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데 이리 시끄러워어어?"
"비키니?"
"헐 대박."
얘네는 서로가 N극 S극이고 전생에 서로 사랑했고 뭐 그랬나보다.
아니면 이 자석같은 끌림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한명이 움직이면 나머지가 우르르 이동하고, 한명이 즐거우면 나머지도 즐겁다.
우리 워터파크 가자! 도경수의 외침에 나머지는 바로 신나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근데 왜 내 이름도 같이 적는건데 너네는.....
"근데 누나 비키니 입게여?"
무리에서 살짝 벗어나더니 내 뒤에 멈춰 서 모니터를 구경하던 오세훈은 툭, 질문을 내뱉는다
대충 고개를 끄덕이니 대답이 없다.
"왜."
"그냥여. 1페이지에 있는건 하나도 안 예쁘다."
"예쁜데? 이거 빨간거 예쁜데."
"아닌데여."
"예쁘다고."
"안 예쁘다니까여."
"예뻐."
"아닌데."
시답잖은 말싸움을 계속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내가 니 멋대로 생각하라며 고개를 돌려버리자 혼잣말로 예쁘지 않다며 중얼거린다.
근데, 진짜 안예쁜가? 왜? 빨간색 이거 제일 나은 것 같은데.
요새 애들은 안목이 없나보다. 존나 보는 눈이 없어요.
그런데도 자꾸 신경쓰여 결국 내가 장바구니에 담은 것은 까만색. 무난한 기본 수영복이었다.
뭐, 어짜피 보여줄 것도 아닌데 신경쓸 필요가 뭐가 있을까.
-
"파도풀! 파도풀!"
공연시간은 여섯시인데 내가 왜 새벽부터 얘네한테 끌려서 벌써 여기에 와 있는지 모르겠다.
딱 마치 김종인 알바 쉬는 날일게 뭐람. 홀수로 놀면 재미 없다며 내게 애원하는 경숭이에게 결국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그리고 나는 그 선택을 매우 후회하는 중이다.
티켓창구에서 성인 하나, 청소년 다섯이라고 이야기하는 내게 직원은 학생증을 요구했다.
아무리 불러도 지들끼리 신나서 내 쪽을 쳐다도 보지 않는 녀석들때문에 화딱지가 내려앉는다.
결국 참다 못한 내가 욕설과 더불어 소리를 빽 지르자 놀란 백현이가 다가와 자신의 학생증을 내민다.
오늘 무사히 사진찍고 돌아갈 수는 있는거지?
남녀간의 성별차이로 인해 우리는 탈의실 앞에서 잠시 안녕을 고해야 했다.
이제야 내 고막은 쉬어갈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탈의실 안이 더 시끄러운듯 하다.
내가 받은 열쇠에 적힌 번호를 찾아 겨우 갈아입은 후 가지고온 나시티 하나를 덧입으니 민망함이 덜하다.
주변 여자들은 뭐가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는지 그 차림 그대로 문을 나선다.
왠지 모를 패배감에 그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다 결국 티셔츠를 벗어낸다.
나라고 못할게 뭐람.
"헐."
"헐 누나.."
"미친."
지들도 다 벗고있으면서 나한테만 지랄이야.
내리쬐는 햇빛에 눈쌀을 찌푸리며 구명조끼를 달라고 손을 내미는데 아무도 반응이 없다.
그냥 티를 입고 나올걸 그랬나? 싶기도 하고. 뭔가 세상이 다 나만 쳐다보는 느낌이라고..해야할까.
구명조끼를 손에 가득 들고있는 경수는 아무 반응이 없다. 야. 야. 정신차려. 말을 해도 멍하니 따른곳만 쳐다본다.
이것들이 다 왜이래. 자기들은 집에서 더한것도 보면서.
"빨리 입기나 해여."
오세훈이 잽싸게 경수 손에 들려있던 구명조끼를 뺏어 내게 건네준다.
야, 너 귀 빨개졌어. 내가 놀리듯 말을 걸자 손사래를 치면서 그를 부정한다.
김루한은 욕을 섞어 궁시렁거리고, 김종인은 아무 말이 없다.
탁탁 구명조끼의 버클을 채우는데도 조용하기에 뺨따구를 착착 때려주니 그제야 반응이 온다.
"놀자매. 놀자고."
머리를 높게 올려묶고 모자 뒤 구멍을 통해 빼냈다.
이미 파도풀로 뛰어들어가 깊은곳으로 헤엄쳐가는 고딩을 보니 역시 젊은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나도 가볼까하다 아직도 망부석처럼 서서 고민중인 경수를 발견한다.
아니 지가 오자고 했으면서 물을 무서워 하는 건 뭐람.. 한참을 망설이던 경수를 끌고 깊은곳까지 헤엄쳐가자 놓아달라 소리지른다.
울먹울먹하는 목소리에 눈에 방울방울 매달린 눈물까지, 경수는 괴롭히는 맛이 있다. 뭐 이렇게 귀엽고 난리지?
곧 파도가 온다는 경보음이 울리자, 발장구를 버둥버둥 치면서 나가고싶어한다.
경수야. 누나가 미안해.
"으으어업!"
경수의 소리는 결국 물에 묻히고 만다.
입술이 댓바람 나온, 뾰루퉁해진 경수를 달래느라 애를 좀 먹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제일 신나서 이곳 저곳을 쑤시고 다니는 경수를 보니까 왜 처음에 저렇게 겁을 먹었나 싶기도 하고..
간만에 진짜로 '놀러 나온' 기분이 물씬 드는 날, 고딩들이랑 워터파크도 다 오고.
젊은 것들의 양기를 받아서인지 평소같았으면 두시간정도 후에 피곤하다는 말이 대번 나왔을테지만
공연시간이 다가오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하다는 생각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미끄럼틀을 타기 위해 장시간 줄을 서며 시답잖은 농담따먹기에 배실배실 웃기도 하고
수영복 외의 다른 것을 입고 탈 수 없는 기구로 인해 새빨지는 얼굴들을 보며 킬킬대기도 하던.
나름 재미있던 시간들이 흐르고 내가 이 곳에 온 본래 목적인 'Summer Festival'의 시작시간이 다가왔다.
함께 가자는 고딩들을 보며 어쩌지 고민하는데 눈치빠른 도경수가 움직여줬다.
눈짓으로 인사하는 경수에게 나중에 밥이나 사줘야겠다고 생각하며 탈의실로 향했다. 잘컸어 내새끼.
무거운 렌즈와 카메라를 꺼내어 목에 거니 어깨가 결려온다.
내가 사진 더 찍다가는 정형외과 단골이 될 것 같다.
"야, 너 왜 여깄어."
분명히 경수가 고딩들을 다 데리고 공연장으로 향하는 것을 봤었는데,
탈의실 옆 벽면에 기대어 자신의 손가락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김종인이 보였다.
"왜 여깄냐고."
존나 씹어 씨발라마.
왜 사람이 자신을 아래 위로 훑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하지 않나?
녀석이 지금 딱 내 기분을 잡치게 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녀석은 그저 내 눈과 카메라를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시발.. 결투 신청?
말 없이 공연장으로 향하는 녀석을 지켜보다가 존나 짜증이 치밀어서 무시하고 빠르게 걸어갔다.
너무 여유롭게 준비해서인지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아무래도 EXO 뿐만 아니라 걸그룹도 함께하는 자리여서 그런지 건장하고 큰 키를 가진 남성들이 앞에 꽉꽉 차있다.
사다리 허용이 안되는 공연장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감도 안잡힌다.
포기해야하나..?
"억 시발 야!"
"좀 가만히 있어요. 아래 있는사람 힘들게."
갑자기 몸이 붕 뜨는 느낌이 들더니 김종인의 어깨 위로 안착했다.
놀란 내가 바둥거리며 내려달라는데도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강하게 내 허벅다리를 붙잡는다.
"누나 사진 찍을거잖아요. 거기서 찍어요."
"니가 뭔데 내 앞길을 결정해. 뒤질래?"
"고맙다는 소리죠?"
사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뭐, 사람들을 헤치고 뚫는다던가.
작지 않은 키를 이용해서 팔을 뻗어 찍는다던가.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가만히. 가만히 있었다.
왜?
그야 그 위가 편하........
긴 무슨, 허벅지를 강하게 눌러오는 힘에 못이겨 발등을 등에 걸고있어야 했다.
아무래도 다리에 힘을 주고 있어야 했으니 그냥 서 있는 것 보다 힘이 많이 들어갔다.
왜. 그니까 왜 내가 가만히 있었냐고.
왜?
"벌써 두 번이나 빚졌는데 어떻게 갚을래요?"
얘 손이 닿아있는 부분이 조금,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하고..
왜?
+
오늘도 글 봐주셔서 너무 감사해여!
독짜님들 이번 한 주 행복한 일주일 되셨으면 해요!
감사하구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