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루나님이 두번째 갑을병정 표지를 선물해 주셨어요ㅠㅠ
제가 저 사진 좋아하는거 어떻게 알고ㅠㅠ 수트이그조ㅠㅠ
갑을병정 예쁘게 써진거 하며 배경 예쁜거 하며 진짜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
으앙 진짜이뻐 ㅠㅠㅠㅠ ♡ 감사합니다 ㅠㅠ 큰절 ㅠㅠㅠㅠㅠ(큰절)
甲乙丙丁
"우리가 집중해야 할 사실은 갑의 날뜀에 피해받는 을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을의 횡포에 죽어가는 병과 정이 있다는 것이다."
七
BGM :: 송광식 - 회상 I (Reflection I)
ㅇ
"니가 상관할 바 아니야."
새로 나타난 남자는 그렇게 나를 붙잡고 또 다른,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했다.
처음 이곳은 짙은 암흑속에 위치한 작은 공간이었다.
깊은 한숨을 내쉰 그가 몇번 손짓하자 아까 있었던 곳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공간으로 변한다.
그간 잡고있던 팔목부근이 살살 아려옴에도 나는 이 분위기에 묻혀 아무 말도 꺼낼 수 없었다.
공간은 여전히 어두웠기에 나는 가까이에 서있는 그의 얼굴조차 분별해낼 수 없었다.
불을 켜고 싶다.
그리고 바로, 공간은 환해졌다.
남자는 크게 몸을 움찔거리며 내쪽을 쳐다봤고, 나조차도 놀라 숨을 훅 들이마셨다.
변백현이란 남자의 이야기를 해석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는 이 세계에 대해 무지한 나의 시선에 맞춰 아이에게 설명하듯 이야기했고, 그를 통해 나는 내가 '능력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나 빨리 내가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거, 차고있어."
익숙한 생김새의 물건이었다. 내가 평생동안 만져왔던 조그만한 팔찌.
찰그락 소리를 내며 내 손목에 자리한 이것이 마치 족쇄라도 된 것 마냥 불편하다.
"이용하면 이용할수록. 네게는 독이 되는 능력이니까."
사실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분하고 화를 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붙잡고 지난 시간에 대한 서러움을 토해낼 수 없었다.
이미 그의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쳐보였기에, 나는 그저 입술을 꼭 깨물 뿐이었다.
"김종인은 무사해. 김종대도."
"그 이름을 어떻게..!"
"세상에는 듣고싶지 않은 것도, 보고싶지 않은 것도 많은데."
그리고 그는 잠시 운을 띄웠다.
"그럼에도 나는 다 수용할 수 밖에 없거든."
-
그 후로는 정적의 연속이었다.
푹신한 의자에 앉은 나는 애꿎은 팔찌만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탈출 직전, 종인이와 종대가 내게 능력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을 때에 나는 사실 믿지 않았었다.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는 그 능력은 마치 우리에게는 '지배자의 특권'처럼 보였기 때문에,
평생을 하위계층에 머물며 감시자들에게 모욕감을 받고 살던 내가 아니, 우리가 능력자라는 사실은 믿기 힘들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나머지 나는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하고 길을 나서야 했고 결국 나는 지금 이렇게 홀로 떨어져있다.
"한명의 능력자가 사라질 때면."
정적을 뚫고 시린 목소리가 내 귓가에 닿았다.
"그의 죽음을 예상하기라도 한 것 처럼 능력자가 태어나."
"무슨 소리예요?"
"같은 코드를 가진 능력자가 태어난다는 말은 곧 죽는다는 거야. 그 사람이"
그래서 우리가 코드를 '물려 받았나' 보다.
이제야 그동안 의심스러웠으나 그냥 넘겨버렸던 사소한 틈들이 메꿔지는 기분이다.
지금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질척한 일상에 잠겨있는 구역 사람들을 끌어오고싶다.
아무리 서로에게 경계심을 품고 웃음을 잃은 사람들이었다고 해도 그들은 나의 이웃이었다.
그들을 생각하니 코끝이 찡해져온다. 나는 지금 그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걸까.
붉어진 코끝은 돌아올 생각을 않고, 벅차오르는 숨은 내려갈 생각을 않는다.
이런 나를 조용히 내려보던 그는 내게서 눈을 떼고 정면을 응시한다.
"그리고 어제, 또 다른 Creator가 태어났다."
무릎을 끌어안고 생각에 잠겨있던 내게 그는 힘들게 한 자, 한 자를 내뱉었다.
꽉 쥔 주먹이 부들부들 떨린다. 그 떨림은 의자를 타고 내 몸까지 전달이 되어온다.
나의 사고회로는 느리다. 그 곳에서 나는 굳이 복잡한 생각을 해야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기에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도 굼뜨고, 나는 그 말을 듣고서 숨은 의미를 판단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 남자는 곧 죽는다. 최종 결론에 도달한 나는 그 사실보다 그의 담담함에 놀라야했다.
웅크리고 앉아있던 내가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자, 그는 큰 손으로 내 머리를 다시 무릎쪽으로 눌렀다.
그리고 눈을 깜빡하자, 나는 이불 속에 누워있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이제 내가 너에게 세상을 보여줄테니."
"너는 이 세상을 지켜줘."
아무런 신체적 접촉 없이, 그는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는 듯 했다.
생소한 어휘들의 의미가 머리에 자리하는데도 전혀 아프다던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은 너무도 생생한. 그리고 새로운 세계였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내게 그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푸른 잎사귀가 만연한 숲속에 우뚝 서있다.
살살 불어오는 바람이 잎들을 건드리면, 부끄러운 듯 사각사각 소리를 낸다.
다채로운 색을 머금고 피어있는 꽃들이 작은 나비를 반기고, 나비는 그들의 곁을 맴돌며 반갑게 인사한다.
큰 나무의 잎들이 막아서고 있던 햇빛은 굳은 의지로 틈새를 파고든다.
눈이 부셔 살짝 손을 들어 막으려 하다가 온몸을 바쳐 크나큰 여정을 하고있는 애벌레 한마리를 발견한다.
그의 몸은 작디 작지만, 그는 지금 일생에서 가장 위대한 도전을 이행하는 중이었다.
지금 앉아있는 잎에서 약간 떨어진, 그러나 그에게는 어떠한 절벽보다 두려울.
눈부심도 잊고 집중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마리의 애벌레는 바닥으로 추락하고 만다.
푸르던 잎은 붉게 물들고 있었고, 땅에 피어있던 꽃들은 파삭파삭 시들어갔다.
방금까지 있던 애벌레는 온데간데 없고 털뭉치같은 작은 동물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다람쥐.
처음 보는 동물임에 틀림없었으나 이미 나는 그를 알고 있었다.
먹을 것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다람쥐의 뒤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다른 동물들도 발견했다.
나의 존재가 자신들에게는 위협이 되는지 잔뜩 겁을 먹은 채로 멈춰 서 있다.
괜찮다고 이야기 하고 싶지만, 나는 그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알지 못한다.
가까이 존재하고 싶음에 한걸음을 채 옮기기도 전에, 또 그들은 사라져버린다.
아쉬운 마음이 차올라 빈 자리를 한번 손으로 쓰다듬다가 볼에 닿는 차가운 느낌에 손을 볼에 대 보았다.
물. 풀이 가득한 이 곳에 어떻게 물이 있을까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가 내 눈을 의심한다.
폭포의 여로를 방해하는 이는 아무도 없는 듯 했다.
아니, 그를 감히 방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김수영 시인 - 폭포)
차가운 물이 닿아옴에도 나는 그 자리에 꼼짝없이 멈춰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억눌러왔던 모든 것들이 마음속에서 피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물은 점점 멀어지고, 단풍은 서서히 땅으로 곤두박질친다.
이제 파리한 잎사귀 몇개만 남은 앙상한 가지가 춥다는 듯 부들부들 떨어온다.
살랑살랑 불어오던 바람은 세차게 변해 피부 표면을 잘라낼 듯 불어오고 발이 닿은 땅은 딱딱하게 굳어 시리도록 차갑다.
떨어지는 잎을 간신히 잡아 손바닥 위에 올려두었다. 살짝만 힘을 주어도 바스락, 하고 부서져버린다.
그렇게 푸르던 존재는 이토록 약해져버렸다.
또 다른 차가운 것이 그 위에 덮힌다.
마치 부서진 잎을 위로라도 하듯 손 위로 눈송이가 몽글몽글 쌓인다.
닿자마자 끝자락부터 녹아내리는 눈은 물방울이 되어 부서진 잎사귀를 적신다.
눈길은 순식간에 거세져 앞이 보이지 않을만큼 눈송이가 커졌다.
머리칼이 흩날림에 겨우 원위치를 시켜보아도 그는 별로 오래가지 못한다.
이들은 시리도록 차갑고, 차가운만큼 아름답다.
하얀 세상은 그 온도와는 달리 모든것을 품어줄 듯 따듯하게 보인다.
그리고 다시 끌려가듯 향한 곳은 한 초등학교였다.
아주 어려보이는 아이부터 시작해서 어느정도 성장한 모습의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그들의 일상을 즐겁게 얘기하고 뛰어놀았다.
틀에박힌 옷이 아닌 다양한 무늬와 색상의 옷들을 입었고, 얼굴에는 생기가 돌았다.
그들을 지켜보며 제일 먼저 떠오른 말은. '예쁘다.' 는 말이었다.
개중에도 단연 눈에 띌만큼 밝은 아이 하나가 있었다.
검은 머리칼 위에 자리한 분홍빛 머리핀이 햇빛을 받아 찬란히 빛난다.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던 여자아이는 종소리가 울리자 후다닥 자리로 달려간다.
또박또박 공책에 글씨를 적으며 입을 오므렸다 폈다. 바빠보였지만, 그 장면도 너무도 예뻤다.
자신이 아는 문제가 나왔는지 짧은 팔을 애써 하늘높이 치켜든다.
선생님이 이를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아이를 지목하자 하늘이 무너지기라도 한 듯 축 처진다.
더 보고싶은 마음이 컸는데 나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공부에 열중하던 학생들은 쉬는시간이 되자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담소를 나누었고 바깥공기를 마쉬며 나름의 휴식시간을 갖는 듯 했다.
학교 앞 분식집에서는 곧 하교할 아이들을 대비해 빨간 떡볶이를 만들어낸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그 맛있는 냄새가 그 앞을 지나던 행인이 입맛을 다시게 만든다.
아이를 업은 어머니가 결국 그 냄새에 이기지 못해 종이컵에 떡볶이를 받아든다.
피아노 교재를 가방에 가득 넣은 작은 아이는 공중에 피아노를 띄워놓은 듯 손가락을 놀린다.
반갑게 맞이할 아이들의 얼굴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던 아버지는 그 걸음을 빨리 옮긴다.
이게. 그가 모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지키고 싶어 했던 세상이다.
긴 시간이 흐르고 힘겹게 눈을 뜨자, 옆에 있던 남자는 이미 사라진 후였다.
알 수 없는 기분에 어두운 천장만 한참을 쳐다보았다. 내가 알던 세상과는 너무도 다른 세상이다.
그렇지만, 내가 그 공간에 있었기에 유지될 수 있었던 세상이다.
나는 이제 무얼 향해 어떤 노력을 해야할까.
"어. 그런데?"
방 문 밖으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마치 내 귓가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처럼 생생하다.
이상하리만큼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팔목을 들어보니 제어장치라던 팔찌가 부서지고 난 후였다.
방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과 동시에 나는 크리스와 마주한다.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던 그는 나를 마주하자 서랍을 뒤져 다른 팔찌를 찾아낸다.
- 루한이 데려갔어.
나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 구역에 있던 애들 다 나왔나봐. 김준면만 남기고.
"Damn it."
- 근데 하나는 도망쳤다는 것 같은데 혼자 그런 것 같지도 않고.
- 야 너 듣고있기는 해?
"어. 말해."
- 근데 오세훈이랑 레이 없어졌어. 팔찌도 안차고 갔고.
"......."
-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너?
- 교전. 이제 시작이라고.
교전
[명사] 서로 병력을 가지고 전쟁을 함.
모든 환희에는, 모든 쾌락에서와 같이 잔인성이 깃들어있을 것이다.
Oscar Wilde. 소설가.
갑 甲 - KRIS(CREATOR) 백현 LAY 세훈 민석
을 乙 - TAO(시간조절) 준면(물) LUHAN(염동력) 찬열(불), 경수(힘)
병 丙 - J(종인), K(종대)
정 丁 - 'P = 나'
갑을병정 세계관 설명
현재 위치 - 대한민국.
CREATOR - 갑자기 생겨난 '능력자들'을 통제하고 처음으로 통제구역을 만들어낸 장본인 = KRIS.
갑 - 코드 보유자 중 크리스의 기준으로 선정한 5인. 무능력자와 다를 바 X.
24시간 한계의 억제장치 착용 (전달자=LUHAN을 통해 전달받음)
을 - 통제구역에서 병, 정을 관리하는 감시자. 제한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음.
병, 정 - 능력자.
♡제이♡님이 주신 선물
-▩-
김수영 시인의 '폭포'라는 시를 인용했어요.
제가 모의고사를 풀 당시에는 그저 하나의 현대시가이겠거니 하고 넘겼던 시인데
본격적으로 시읽기에 돌입한 이후에 다시 읽어보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시 이더라구요.
혹 수험생이신 분들이 계시면 지문에 나오는 시를 한번 깊이 음미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오늘 P는 크리스가 지켜내고자 했던 세상을 처음으로 바라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이제 딱 절반 왔네요. 갑을병정! 앞으로 남은 절반 예쁘게 지켜봐주세요!
오늘도 글 봐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내사랑들!♡
오늘 새벽 아름다운 꽃 한송이의 마지막 개화를 지켜볼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암호닉은 '갑을병정'과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두 글에서 다 쓰이는 암호닉이세요!
그리고 암호닉은 최대한 '가장 최신편'에서만 신청해주시길 바랄게요! 제가 쪽지 확인을 다할 수가 없기 때문에ㅠㅠㅠㅠㅠ
생존신고라고 말을 해주세여!! 여기 없다고 해주세여!! ㅠㅠㅠㅠ새 암호닉 신청은 @@ 골뱅이 안에 넣어주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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