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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
뉴
실시간 검색어 1위
백현 혼수상태
스마트폰 위에 얹어진 손가락을 움직여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는 그의 이름을 딸깍 클릭했다. 조금의 로딩을 거친 후 좌르륵 뜨는 수많은 기사들이 떴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보며 뿌옇게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또 닦아내었다. 백현아, 괜찮은거지? 제발. 제발 괜찮다고 해 줘.. 나는 맨 위에 떠 있는 기사를 클릭하고 찬찬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긴급] ‘교통사고’ EXO 백현, 급히 중환자실로 옮겨졌지만 혼수상태…
instzNEWS 2014.02.30
인기 아이돌 exo의 멤버 백현(23)이 교통사고 소식이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다
………(중략)오늘 새벽 1시 반 경, 백현은 개인 스케쥴을 이동하던 도중 맞은 편에서 오던 1톤 트럭과 충돌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 뒤를 따르던 수십 대의 사생택시와 자가용이 40중추돌 사고가 연이어 일어났으며…
…함께 있던 매니저와 코디는 사망. 백현은 혼수상태로…
…(중략)이에 SM엔터테이먼트 측에서는 exo의 모든 활동을 잠정 중단하고…
휴대폰을 꼭 잡고있던 두 손이 차가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한 손을 들어 두 눈 가득 흘러내린 눈물을 벅벅 닦아냈다. 닦아내고 또 닦아내도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차라리 내가 아팠더라면. 왜 하필 너일까. 왜 어째서 변백현 네가 이런 사고에 말려들게 된 걸까. 어디서부터 잘 못 된것일까. 무리한 스케줄 때문이겠지. 그 뒤에는 또 수많은 스토커들이 너를 따라붙고 끝없는 추락으로 몰아세웠을것이다.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또 속력을 올리고. 너무나도 뻔히 내 눈앞에 그려지는 오늘 새벽의 모습에 나는 두 눈을 감았다.
백현아. 만약에 너는 캐스팅을 당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망설임없이 이 길을 다시 선택을 했을까?
*
두 눈을 깜박였다. 서울 예술 대학교. 두 눈을 비비고 꿈뻑 다시 떠도 내 눈 앞에 보이는 팻말은 똑같은 글자를 품고 있었다. 서울예대. 오늘이 실기면접날인지 그 앞에서는 아아.에에. 하며 목을 풀고 있는 학생들이 보였다. 나는 분명히 어제 백현이의 사고 소식을 듣고 울다 지쳐서 잠이 든 것 같았는데 일어나보니 집이 아니라 서울예대 정문 앞이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머니 안에 있을 휴대폰을 뒤적거려 날짜를 확인했다. 2014년 2월 30일 1시 24분. 변함없이 똑같은 날짜였다. 하지만 내 눈 앞에는 2011년도 신입생 수시1차 면접. 이라는 종이가 떡하니 붙어있었다. 2011년도 신입생이라니. 그렇다면 지금은 2010년이라는 소리인가? 2010년도에 내가 어떻게 오게 된 거지? 아니, 일단 이론적으로 그럴 수가 있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술이 발전해서 타임머신이라거나 그런 것이 벌써 나온거야? 도무지 말이 되지않는 상황에 내 머릿속이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2010년도라고? 하지만 내 휴대폰 속에 날짜는 2014년인데? 여기는 대체 어디고, 지금 나는 어째서 집이 아니라 여기에 있는거지?
수많은 궁금증들이 의문을 낳았다. 하지만 그것은 머지않아 곧 해결이 되었다.
“여기구나”
변백현?
멘붕인 내 앞을 지나가는 백현이의 모습때문이었다. 데뷔 전 사진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인 백현이가 내 앞을 스쳐지나갔다. 더 이상은 뭐라고 얘기 할 수 없었다.
어떠한 이론도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해줄수 없을 거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게되었으니까. 지금은 2010년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내 눈앞에는 19살의 변백현이 교복을 입은 채 총총 걸어가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의 뒤를 따라걸었다. 자박자박. 두 개의 발걸음이 캠퍼스 안을 울렸다. 백현이는.. 여기서 목 풀다가 캐스팅을 당한 걸로 알고있는데.. 오늘이 아닌가? 자박자박. 땅을 보며 바쁘게 백현이의 뒤를 쫓아가던 내 앞을 무언가가 막아섰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알싸한 아픔이 머리끝부터 전해져왔다. 아으으.. 아픔에 머리를 끌어안고 쪼그려앉았다. 아 진짜 아프네.
“괜찮아?”
“어? 어어..”
내 앞을 막아서던 것은 벽이 아닌 백현이었다. 깜짝 놀랐는지 나를 따라 쪼그리고 앉아서 두 눈을 크게 뜨고 괜찮냐며 물어오는 19살의 백현이. 아. 응응. 괜찮아. 머리를 감싸고 괜찮다며 두 손으로 동그라미 표시를 해보였다. 미안. 뒤에 사람이 따라오는 줄 몰랐어. 백현이의 사과에 고개를 살짝 들어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 했지만 너무나도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탓에 두 눈을 살짝 찡그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눈 부셔? 하며 두 손바닥을 펴서 햇빛을 가려주는 백현이 덕분에 나는 찡그렸던 눈을 다시 뜨고 그를 마주보았다. 태양보다도 더 하얗게 빛나는 백현이가 나를 보며 웃었다. 이제 괜찮아?
나는. 나는 너라면 다 괜찮아 백현아. 그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지금의 백현이는 내가 알던 연예인 변백현이 아니라 일반 고등학생 변백현일 뿐이니까. 내가 백현이를 알게 되는 건 2년 후의 일이니까..
“너도 면접보러온거야?”
“응?”
“나는 기간을 놓쳐서 정시나 수시2차 때 노릴거거든.”
내 손을 잡아 나를 일으켜주던 백현이가 해사하게 웃으며 물었다. 왜 2010년으로 시간을 뛰어넘은건지 잘 이해가 되지않았던 부분이 빠르게 회전하며 실마리 풀리듯이 풀리기 시작했다. 아. 백현이가 캐스팅을 당했던 건 2011년이니까. 그렇다면 왜 나는 2010년으로 오게 된 거지? 문득 어젯밤 2014년일때의 내 모습이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백현아. 만약에 너는 캐스팅을 당하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면, 망설임없이 이 길을 다시 선택을 했을까?’
설마..아니겠지? 설마 아닐거야. 괜한 생각이겠지라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닐거야.
“너는?”
“아! 나는..”
생각에 빠져있던 내가 반응이 없자 허리를 약간 굽혀 내 얼굴을 올려다보며 백현이가 물었다. 너는 면접보러온거야 아니면 뭐야? 뭐기는.. 지금 2010년의 나는 고등학교에 올라온지 얼마 안됐겠지. 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은 21살이다.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고 얘기해줘야되지? 에라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나도 그래! 나도 학교 탐방온거야. 라고 말해버렸다. 백현아 미안해. 거짓말하는 나를 용서해 줘. 백현이에게 닿지도, 들리지도 않을 사과를 속으로 수십 번 얘기했다.
백현이는 우리 둘다 꼭 붙어서 11학번으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백현아 너는 11학번이 못 될거야. 대신 연습생으로 들어가서 짧은 연습생 생활을 하게 될거야. 백현이의 미래를 알고 있는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않은채 웃었다. 조잘조잘 이야기를 하던 백현이가 내 핸드폰을 보더니 우와 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너 휴대폰 짱 좋다. 완전 미래에서나 쓸것같다.”
내 스마트폰이 신기한지 백현이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요리조리 살펴봤다. 그러면서 꺼내는 제 휴대폰은 고아라폰이다. 마음 한 구석이 뜨끔하고 놀라는 것을 느꼈지만 그저 웃는 일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4년뒤에 나오는 핸드폰이니까. 그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기때문에 그냥 웃었다.
나 이제 가봐야 될 것 같아. 너 번호 찍어줘. 연락할게. 하는 백현이의 말에 그와 휴대폰을 바꿔들어 번호를 찍었다. 다 찍었냐며 내 휴대폰을 건네오는 백현이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010-1992-0506]
제 번호를 준 백현이는 친구들과 약속이 있다며 손을 흔들고 가버렸다. 함께 손을 흔들어주던 나는 백현이가 보이지않을때쯤이야 웃고있던 얼굴을 풀고 다시 한 번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가지런히 정렬되어있는 숫자를 보던 나는 입술을 꾹 깨물었다. 벌써 세네시간은 지난 것 같은데. 아까 처음 눈을 떴을때와 마찬가지로 내 휴대폰 속의 시간은 2014년 2월 30일 1시 24분이었다. 나의 시간은 멈춰져있었다.
백현이와 나는 꽤나 친해졌다. 그날 이후로 가끔 만나서 이야기도 하고. 밥도 먹고. 지갑이 주머니에 있었 망정이지 아니었더라면 나는 정말 쫄쫄 굶고 노숙자 신세였을지도 몰랐다. 혹시나해서 찾아간 내 자취방은 예전에 계약할 때 한 번 보았던 전주인이 살고있었고,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아간 본가에서는 엄마가 가시나가 어딜 늦게 싸돌아다니냐며 등짝 어택을 날리셨다. 어느덧 추워진 계절에 바르르 몸을 떨며 백현이를 기다렸다. 백현이와 만나기로한 장소인 카페 한 쪽에서는 트리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라니. 분명히 여름과 가을 사이에 이 곳으로 오게 되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끼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창 밖을 쳐다보았다.
하얀 눈이 펄펄 흩날리고 있었다. 내일도 이렇게 펑펑 내려서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되면 좋겠다. 백현이랑 같이 크리스마스를 맞을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창 밖에서 누군가가 똑똑 하고 노크를 했다.
“백현아!”
쉿.
유리창을 사이에 둔 채로 바깥에 서 있는 백현이가 보였다. 한 손을 입가에 가져다 댄 그는 곧 쉿.하며 웃었다. 그 모습에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입을 꾹 다문 내가 백현이를 쳐다보았다. 창가에 쌓인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든 백현이가 히죽 웃었다. 그리고는 하. 하고 유리창에 입김을 분 백현이가 글씨를 써내려갔다. 예쁘ㅣㅈ? 글자를 반대로 쓴 백현이의 모습에 킥킥킥하고 웃던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추우니까 어서 들어와 하는 입모양을 하자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더니 빨갛게 물든 코를 하고 백현이가 들어왔다.
“으아 춥다”
“추위도 많이 타는 애가 왜 그랬어”
“눈도 오고 좋잖아”
목도리로 꽁꽁 둘러매 눈만 빼꼼 보이던 백현이가 목도리를 칭칭 풀며 얘기했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구. 어릴 때 부터 가수되고 싶다면서 목관리 잘해야지. 걱정스러운 내 말에 백현이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이정도로 감기 안 걸려, 오빠 튼튼하다? 하며 테이블을 들어올리는 척하는 백현이의 모습에 알았다고 얘기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응?”
“내 꿈이 어릴때부터 가수였던거?”
고개를 갸웃하며 묻는 백현이의 말에 나는 멈칫 입을 다물었다.
“그냥 찍었는데”
내가 봐도 같지않을 거짓말을 하며 나는 어색하게 허허 웃었다. 아아 그래?하며 대수롭지않게 넘어가며 백현이가 뭐라도 마실래? 하며 물어왔다. 나는 핫초코. 그럼 나도 핫초코.하며 카운터로 가는 백현이의 뒷모습을 보며 어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하마터면 들킬 뻔 했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카운터 앞에서 핫초코를 기다리는 백현이를 쳐다보았다. 수능도 끝나고 수시2차를 넣고나서 한결 편해진 모습의 백현이가 카운터에 기대 휴대폰을 만지고 있었다.
가까워보여도 먼 사람. 곧 멀어질 사람. 내 사람이 아닌 사람. 그렇게 백현이를 정의내리고 씁쓸한 웃음을 머금었다. 그걸 너무나도 잘 알고있는데 내 감정을 떨쳐내는 것이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 백현아. 진짜 2010년의 내가 너와 아는 사이었더라면 말 할수 있었겠지? 좋아한다고.
주문한 핫초코가 나오고 트레이에 담아 가져오던 백현이와 내 눈이 마주치고, 백현이가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건 네거. 이건 내거. 내 앞에 핫초코를 놓아주고 한 입 마시던 백현이가 앗뜨뜨. 하며 데인 혀를 식혔다.
“조심해 너 고양이 혀 잖아.”
내가 걱정스레 말하자 백현이가 미묘한 표정을 했다. 또 어떻게 아냐는 듯한 표정. 나는 한숨을 쉬었다. 이놈의 입이 방정이지.
“나는 가끔씩”
“..”
“네가 미래에서 온 것만 같이 느껴져.”
“..그런게 어딨어..”
너무나도 정곡을 찌르는 백현이의 말에 내가 흠칫 놀라 부정을 했다, 그런게 어디있냐고. 그런 나를 보며 백현이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핫초코를 조심히 식혀서 조금씩 마셨다. 그럴수있을지도 모르잖아.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핫초코를 마시던 백현이가 새하얗게 웃었다. 그렇다면 내 미래를 네가 알고 있는건가? 그렇다면 되게 신기하겠다. 나는 미래에 가수가 될까?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줄까? 그런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놓으며 백현이가 조잘조잘 얘기했다. 나는 많은 사람들한테 내 노래를 들려주고싶어. 누군가의 기쁨을 함께하고, 슬픔을 나눠갖고. 아픔을 공유하고 싶어. 위로도 해주면 좋겠다. 나는 그런 노래를 부르고 싶어. 꿈을 꾸는 듯 얘기하는 백현이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너는 그럴 수 있을거야 백현아. 너무나도 예쁜 마음을 가진 19살의 백현이의 꿈을 응원하듯 나는 얘기했다.
“너는 감동을 주는 가수가 될 거야, 백현아.”
너는 그럴 수 있어 백현아.
1.
백현이가 활동했던 혼수상태 아닙니당.
인터넷 소설 혼수상태도 아니예요. 신언호라거나 이햇살 아니예요(단호박)
2.
일단 이 글에서의 '나'는 2014년 백현이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하고 면봉상태예요. 교통사고는 트럭과 매니저 잘못도 있지만 스토커처럼 따라다니는 그 사람들 잘 못도 있겠죠..
문득 '나'는 이런 생각이 듭니다. 가수를 꿈꾸던 '너'는 만약에 지금의 미래를 알아도 망설이지않고 이 길을 다시 선택했을까?
ㅡ빛이되어줘曰 : ㅇㅅㅇ 궁금하면 그때로 돌아가서 니가 직접 물어 봐
넹.그래서 2010년으로 보내버렸습니다.(뿌듯)
3.
구독료 없는 날이라니! 으악!
아참 그리고 이 시달소글은 시리즈입니다! 욕심부리지는 않고 백현이 제외 세 명 정도 쓸 예정이예요!
(+)
4.
신알신 갔는데 글이 없어서 당황하셨죠? 브금을 맨 위로 넣었더니 사진이고 글이고 나오지 않아서 삭제하고 다시 올려요..ㅠ^ㅠ
아무도 보지않으셨기를...!(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