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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23
"그 카페 자리, 지금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궁금해?"
"그냥, 갑자기 궁금하네."
"가볼래?"
"왜 이렇게 갑자기 신났어?"
"가자. 응?"
"귀찮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말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는가.
아무리 바빠도 눈은 깜빡일 수 있고 숨은 쉴 수 있어야 바쁠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 누가 아무리 바쁘다고 해도 실명할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눈을 안 깜빡이고..있을까.
근데 요새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내가.
"허리 아프다..."
"주물러줄까?"
"손 대기만 해봐."
"야 내가 뭐 나쁜짓 한댔냐!"
갑작스럽게 카페를 정리하게 되었다.
회사 사정이 급격히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아빠 회사의 거래처 가족들과 갖는 식사가 잦아졌다.
나 스스로도 카페에 가지고 있던 애착을 잃어가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기도 했고.
대기업들 사이에 명함을 내밀 수 있을 만큼 큰 회사는 아니었으나 규모가 상당한 회사였기에 그 흔들림의 반동이 매우 크게 느껴졌다.
회사 직원들을 이대로 떠나보낼 수 없다는 최종 결론과 함께 아빠가 내린 결정은 M&A. 기업 인수 합병이었다.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쪽을 선택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수고해야 했다.
명색이 대표의 딸이니만큼 나도 발벗고 나서서 양쪽에서 만족할 수 있는 타협안을 내놓기 위해 고생했다.
변백현네 집에 모여 볶음밥을 해먹던 그 날 이후로 고딩라인은 물론,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경수까지 얼굴을 보지 못하고 산다.
여름방학 이라며 여기저기 잘 다니고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이렇게 놀아대서 다들 성적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너 마사지라도 받아야 하는거 아니야? 애가 다 죽어가네."
"찬열이가 돈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고 올게."
"진짜 갈거야?"
"귀찮아."
"그럴 줄 알았다."
팔자에도 없는 출근을 하느라고 박찬열에게 카풀을 요청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회사가 있어 흔쾌히 응했고.
그때 했던 고백에 대한 대답은 당연히 NO.였다. 나는 너를 단 한 번도 남자로 본 적이 없다.
나의 단호한 거절에 눈 하나도 꼼짝 않고 박찬열은 자연스레 팔을 어깨로 둘러왔다. 그러다 한대 맞고.
어차피 받아주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면서 나를 꼬시겠노라 호언장담한 박찬열은 내 전용기사가 되어가는 중에 있다.
그래도 함께했던 시간이 있어서인지 나를 알아도 너무 잘 아는 박찬열은 밥을 먹을 때에도 내가 좋아하는 메뉴를 찾아 나를 이끌었고
표정관리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귀신같이 그날 그날 기분을 알아맞추며 풀어주려 노력했다.
그냥 얘랑 결혼할까?
나이가 꽉 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내 대학 동기들이 날린 청첩장만 해도 몇개인지.
결혼은 현실이고 나는 현실을 이상과 혼동해 서로 안좋은 감정만을 남긴 채로 갈라서는 연인을 몇 봐왔다.
불같은 사랑만 가지고 할 수 없는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조금 더 생각하게 되는 것 아닐까.
처음으로, 그리고 오랜 시간동안 좋아했던 종대도 떠나 보내고, 민석이까지 떠나보낸 지금.
결혼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던 나는 요 몇일간 굉장히 내 나이를 실감할 기회가 많았다.
딱딱한 분위기의 만남을 싫어하는 아빠 덕분에 주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미팅을 가지곤 했다.
회사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면 자연스레 일상 이야기가 나오고. 나이를 묻고. 그러면 다들 질문 하나씩을 던진다.
그래서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이냐고. 결혼할 배우자는 있냐고. 없다고 이야기 하면 다들 토끼눈을 한다.
회사 사정도 좋지 않은데 백수 딸이 결혼도 않고 집 안에서 돈만 축내면 어떻게 하나.
그렇다고 돈 많은 남자를 잡아 평생을 놀고 먹으며 돈을 뜯어 먹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막막하다. 정말.
"자? 자는거야?"
너무 깊게 생각에 잠겼던가, 박찬열이 하는 말도 듣지 않고 창 밖만 계속 보고 있었다.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려는데 또 눈치채고 내 입을 막는다.
나한테는 미안하다는 사과가 어울리지 않는다나 뭐라나.
"아, 근데 그거 내 차에 있어."
"뭐가?"
"뒷자석 봐봐."
몸을 틀어 뒤를 바라보니, 쇼핑백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팔을 뻗어 쇼핑백을 들어 올리고 그 내용물을 확인한 나는 조용히 그를 꺼내 손에 잡아보았다.
"가방에서 빠졌었나봐."
카메라다. 입원했던 날 방수팩에 담아뒀던 내 카메라.
종대가 들고 병실에 찾아왔다가 테이블에 놓고갔고. 퇴원하며 가방에 넣어뒀던 것이 모르는 사이에 빠져 있었나보다.
오랜만에 쥐어보는 카메라가 어색해 한참을 만지작거리기만 하다가 전원 버튼을 눌러보았다.
배터리는 남아 있었네, 용케. 카메라가 만들어진 회사 로고가 뜨기를 몇 초, 바로 뜬 사진은 종대의 얼굴이었다.
김종인 어깨 위에 앉아 찍었던 사진. 이거 찍고 쾌재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레알 포토북감인데 이건.
"잘 나왔네."
"누가 찍었는데."
마침 신호등도 빨간 불에 걸려 한가해진 박찬열이 고개를 쭉 빼서 내가 보고 있던 화면에 집중한다.
사진을 계속 넘겨보는데 한 장도 예쁘지 않은 것이 없다. 이쪽으로 나갔어야 했나.
"여기 있는 사람보다, 내가 더 잘해줄 자신 있는데."
"기사님. 초록불입니다~"
카메라 액정을 가리키며 박찬열은 사람 좋은 웃음을 보였다. 이 웃음에 우리 엄마는 매번 홍홍 넘어가구.
나를 꼬신다더니 우리 엄마를 꼬시는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박찬열은 엄마에게 열심이다.
사실 가장 불안해하고 있을 것은 아빠도 나도 아닌 엄마라는 것을 잘 알고있는 듯 했다.
건강 음료에, 단 것을 좋아하는 엄마의 취향을 파악하고 달달한 케이크를 들고 찾아오기도 했고
절대 그냥 가는 법이 없이 큰 손으로 엄마의 어깨를 한껏 두들기고 주무르며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
이만한 신랑감이 없다며 엄마는 내게 눈치를 준다.
"너 나랑 결혼할래?"
"뭐?"
"야! 앞에 봐!"
곰곰 생각하던 나는 나쁠 것도 없다는 판단 하에 툭, 프로포즈 아닌 프로포즈를 내뱉었다.
내 말이 그렇게 충격적이었는지 박찬열은 급정거를 하고, 안전밸트를 매고 있던 나는 크게 덜컹거리는 것으로 끝났다. 박찬열도.
급하게 갓길에 차를 세운 박찬열은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는지 몸을 깊게 차 시트에 파묻는다.
"너 오늘은 택시타고 가라."
괜찮다는 내게 기어코 택시비를 주고, 택시까지 잡아준 박찬열은 그대로 자신의 차에 들어가다 말고 멈춰 선다.
자켓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싶더니 한참을 만지작거리다가 다시 집어 넣는다.
신호등은 아직 바뀌지 않았고, 박찬열은 아직 자신의 차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가 말 실수를 했나 싶어 연락하려던 나는 그만둔다. 뭔가 하면 안될 것 같다.
그래야만 할 것 같다.
"준면아."
- 왜 전화했어요?
"술 마실래?"
-
"멀쩡히 잘 일하고 있던 알바 잘라놓고. 카페는 갑자기 처분한다지. 오랜만에 연락해서는 술?"
"사줄게."
"그래서 왔잖아요."
잽싸게 의자를 빼고 엉덩이를 붙인다.
앉아서도 쉬지 않고 입을 툴툴 놀리던 준면이는 미리 시켜뒀던 고기가 익어가자 입을 다문다.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때는 언제고, 바로 세팅한 후 젓가락을 예쁘게 쥔 준면이는 먹지 않냐며 나를 다그쳤다.
오랜만에 보는데 하나도 안 변했네 진짜.
"진짜 그렇게 마시다가는 취하겠어요."
"나 안 취해."
"그야 이렇게까지 마신 적 없을때 얘기고."
"있긴 있어."
"언제요?"
세상이 핑핑 돈다. 내 앞에 앉아있는게 김준면인지 나부랭인지 확인도 안 돼.
김준면은 자작하면 부정탄다고 내 잔을 계속 채워줬고, 나도 알 수 없는 기분에 그냥 들이 부었던 것 같다.
아무리 술도 물처럼 들어가는 나라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취한다는 기분은 든다.
그 기분이 평생 살면서 딱 두번 있었던 것 같은데, 대학 입학하고 첫 OT에서 진상 선배 때문에 한번.
그리고.. 김종대 때문에 한번.
"말 안할래."
"혀 짧아졌다."
"으디서 고나리질이야."
"귀여워요."
먹던 젓가락도 내려놓은 준면이는 턱을 괴고 나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균형감각이 상실된 나는 좌,우로 정신 없이 흔들렸고.
검지로 내 볼을 톡톡 건드리던 준면이가 계산하려 지갑을 꺼내길래 급하게 제지했다.
내가 씨빨.. 제정신은 아니지만 니한테 얻어먹을 수는 없지..
괜찮다고 만류하는 김준면을 밀쳐버렸다. 거슬려서. 그리고 싸인까지 예쁘게 한 나는,
"와.. 지진이다 지진 시발.."
"지진이 아니라 지금 내 등 위에 계시거든요."
"지진났네.. 시벌.. 다 뒤지겄네.. 경수야..책상 밑에 드러가...시발.."
"어떻게 사람이 술주정도 욕으로 해요?"
"닥쳐..머리울려.."
핑- 핑- 돈다.
울렁-울렁- 하고.
집..으로 가나.
"야, 김준면."
"왜요."
"고마워."
"뭐가요?"
"요새 다.. 존나.. 친구라고 믿었던 놈은 사랑 나부랑이로..지랄을 하질 않나.. 군대를 간다질 않나.."
"좀 스펙타클하기는 했나보네요. 그동안."
"오랜만에 봐도..그대로여서. 고맙다고.."
걸음이 멈춘 것도 같고.
"너는 그대로 이렇게 있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가끔 술친구도 해주고."
".....누나가 다 사요."
"고럼."
사야지 고럼.
누군데,
내새끼 김준면이지.
-
" 누나. 술을 왜이렇게 많이 마셨어?"
"아 이제 좀 깬다."
"준면이 형 무릎 나갔겠다."
"뒤질래 진짜."
낄낄 웃으며 주먹을 피한 도경수가 내게 따듯한 물을 건넨다.
꼴깍꼴깍 물을 삼킴과 동시에 몸에 따듯한 기운이 맴돌고, 남아있던 취기가 모두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심심한지 발을 동동 구르던 경수가 뭔가 생각났는지 부엌으로 달려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다닥 방으로 달려온다.
그런 경수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락앤락통 하나. 꽤 그 크기가 크다.
자랑스레 뚜껑을 열던 경수는 또 생각난 것이 있는지 제 손바닥을 주먹으로 내리친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적거리며 꾸깃꾸깃 구겨진 종이뭉치 하나를 꺼낸다.
"요새 누나 바쁘다고 하니까, 백현이가 주도해서 만들자고 했어."
"이게 뭔데?"
락앤락통 뚜껑을 들어올리니, 예쁘게 구워진 해물파전이 보인다.
나름 글자를 만들려고 한건지 오징어 다리가 나름의 순서를 갖추고 있다.
누나..? 뭐야 이거 어떻게 읽어.
"애들이 누나 보고싶대!"
아, 보고싶어요.
종이뭉치를 조심조심 펴 보았다.
그리고 변백현이 주도했을 것이 뻔한 롤링페이퍼가 눈 앞에 보인다.
-원래는 케이크를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김루한은 제과제빵 자격증은 없대요. 쓸모 없게.
경수한테 얘기 들었는데 너무 어려워서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고 누나 보고시퍼요 ㅠㅠ
바빠도 밥은 꼭 먹고 다녀요 예쁜 얼굴 상해요! - 백현이♥
- <이 새끼가 뒤질라고. 해줘도 지랄이야.
오징어 존나 비싸요. 요새 오징어 왜 이렇게 비싸고 지랄.
비싼거 먹고 힘 내던가 존나. 백수가 바쁜척은 혼자 다 하고;
존나 예쁘다는 건 아니고 걍 그 뭐냐, 지금이 낫다는거지.
그니까 많이 먹고 굶지 말라고요. 존나 해골 되면 더 못생겨지니까. -
이름도 안써 씨방맹이가. 글씨도 존나 못쓰는게.
- 나 원래 피부가 약해요. 절대 나약한게 아니라. 아니 이게 그게 그건가?
만나면 변명하고 싶었는데 바쁘다고 해서..
잠깐만 그랬던거지 아픈거 막 참고 그랬던 건 절!대! 아니에요.
그리고 밥 많이 먹어요. 많이 많이. 그때 보니까 밥 엄청 적게 먹던데...
아니 내가 봤다는건 아니고, 경수가. 경수 아. 경수가. 적게 먹네요.
바쁘..세요? 바쁘댔지. 바쁘니까 이걸 쓰지. 그. 힘내요.. 네... - 세훈2
- 나도 이걸 써야 하나.. 얘네 이거 받겠다고 우리 편의점까지 찾아왔어요.
내 친구들인지 그쪽 친구들인지..
어차피 바쁘게 살거면 아프지 말아요. 나도 안 아픈데 얼마나 고생했다고.
힘내고 고생좀 더 해요. - 김종인.
글을 다 읽고 나서, 상을 주기를 바라는 강아지마냥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는 경수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었다.
수고 했네. 이거 모아서 쓰느라고.
배가 불렀지만 준 사람 성의가 있으니 보는 앞에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젓가락을 부탁했다.
보고싶어요. 오징어 편지는 처음인데.. 한 부분, 한 부분을 먹어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전은 데워줘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 센스도 없는 경수랑 결혼할 여자는 고생좀 해야할 것 같다는.
맛은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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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짜님의 제보 ㅋㅋㅋㅋㅋㅋ
콩알탄 때무네 일쌍썡활 뿔까는한 쨔라아아아암???????????
하이이이이이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