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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24
BGM :: 옥상달빛 - 선물할게
ㅈㅏㄱ가의 정신 부재로 인해 티저, 미리보기, 엿보기, 프롤로그, 6년뒤의 대화 etc는 쉽니다.
매번 나름의 취향대로 불러주셔서 저도 취향에 맞추어 불러보았슴니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좋은 조건으로 합병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게 휘청이기 전에 조치를 취한 것이 다행이라고 아빠는 수십번 반복했다.
실직자 타이틀과 빨간딱지를 받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않냐며 웃는 아빠는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지 몇개씩 존재를 드러내는 흰 머리카락들을 감추지는 못했다.
이제는 한 기업의 계열사로 자리잡을 아빠의 회사 직원들도 내부 구조 조정으로 많이 바쁜 듯 했다. 물론 아빠도.
어느정도 일이 진정되고 난 후, 조심스럽게 엄마는 나의 결혼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왔고 나는 나도 확신할 수 없는 현실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박찬열과의 만남을 피해왔다. 박찬열 쪽에서도 따로 연락을 해오지는 않았다.
서로 잔뜩 겁을 먹은 채로. 시간은 넘실넘실 흘러간다.
카페 자리를 부동산에 등록하고, 꾸며뒀던 내부의 소품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그동안 깃들었던 추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았다.
경영학부에서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막연히 내가 무엇인가를 '경영'함에 있어서 어울리는 사람인지 많은 생각이 들었었다.
경영학부에 지원했던 것은 순전히 성적이 맞아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아빠의 회사를 물려받아 그 가업을 잇겠다는 거창한 생각도 아니었다. 그냥, 취업이 잘 되겠거니.
내가 만났던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내게 '남의 밑에서 일할 성격이 못 된다.'고 이야기 하셨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내 주관이 매우 뚜렷한 사람이고 스스로 일을 하려는 의지가 강하기에.
누군가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에 어색함을 느껴 팀플 과제가 있을 시에 모임에 팀원들이 참석하지 않으면 혼자 모든것을 해서 제출하고는 했다.
그 편이 편했고, 나는 혼자가 좋았다.
고등학교 때에도 그랬듯 주변에 친구를 많이 두는 편도 아니었다.
흔한 미팅, 소개팅에 응했던 적도 없으며 대학교에 입학하고 처음 있는 OT를 다녀온 이후에 저렇게 억지로 놀러갈 바에는 아싸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결국에는 두어명의 친구는 남더라.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꼭 무엇인가 하나쯤은 남게 되더라.
지금까지도 연락하고 있는 친구들은 이미 결혼을 한 친구도 있고, 한번의 아픈 이별을 경험한 친구도 있다.
그리고 인턴시절 나를 자주 도와줬던 또 다른 인턴 친구의 청첩장이 모바일 메세지를 통해 날아왔다.
나는 핸드폰을 붙잡고 내가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다.
결혼을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하기 싫은 것도 있고.
결정적 이유는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 없다는 것 정도일까.
나도 여자고, 흔한 로맨스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들에 설레어 본 적도 있다.
아침에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그 모습마저 예쁘다며 살짝 뽀뽀를 해주는 그런 남편이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 화분을 들고 상자에 담을까 말까 고민하다 화분은 손에 챙겨두고 정리된 상자를 운반업체 아저씨에게 넘겼다.
그리 무겁지 않은 화분인데도 두 손에 꼭 쥐고 조심조심 문을 열었다.
안녕, 내 첫 경영작품.
고딩들의 여름방학은 끝나가고, 날씨는 조금씩 쌀쌀해져 간다.
오늘 반팔 티셔츠를 입고 집을 나서려다 가디건을 덧입은 것이 그 증거가 될까.
이대로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아서 정처 없이 떠돌았다.
어느새 번화가까지 나오게된 나는 한 편의점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저기요, 여기 파전도 팔아요?"
"그런거 안파는,"
"아쉽네요."
문을 열려는 나를 보고 가만히 있던 김종인이 잠깐만요. 하고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파전은 없는데 만들줄 아는 새끼는 있어요."
내가 찾아오기도 참 좋은 타이밍에 왔나 보다.
손가락 끝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구석에 있는 테이블에서 컵라면을 먹고 있는 김루한과 변백현이 보였다.
컵라면 뚜껑을 나팔 모양으로 접어 면발을 후루룩 들이마시는 둘의 모습에 갑자기 컵라면이 땡기기 시작했다.
테이블 위에 화분을 올려두자 무슨 화분이냐고 발랄하게 묻는데 대답할 수 없었다.
'이거 이름이 뭔데요?'
'칼랑코에. 그냥 잘 안 죽는 화분이래서 샀던 것 같은데, 진짜 안 시들어.'
'예쁘다. 꽃말 알아요?'
'그런거에 쓸데없는 의미 부여하고 설레는 사람은 아니여서.'
'맞네. 그래도 검색해 봐야지'
처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그리고 내게 마데카솔이 되어주겠다고 한 민석이가 그 후에 물어왔었다.
카운터 옆에서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던, 그리고 가장 손님들의 손을 많이 탔던 화분이기도 한데..
핸드폰을 붙잡고 몇번의 터치 후에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어낸 민석이가 갑자기 빙그레 웃었다.
'내가 누나 볼 때마다 이제 이 꽃 생각해야겠다.'
'왜?'
'나는 누나 보면 이래요.'
말 없이 밝은 화면을 내쪽으로 보여준 민석이는 내 대답을 기다리며 몸을 좌 우로 흔들거렸다.
설렘. 민석이는 나만 보면 설렌다고 했다.
간질거리는 마음이 익숙지가 않아 나는 그냥 홀드키를 눌러 화면을 꺼버렸지만.
갑자기 그때 기억들이 떠오르면서 내 말문을 턱, 막아온다.
"뒈졌어요?"
감상에 젖을 시간도 주지 않는다. 이 새끼는.
따콩. 아프지 않게 꿀밤을 먹이자 그대로 꿀밤을 받아낸 김루한은 나무 젓가락을 소리나게 탁. 놓는다.
그대로 무시하고 컵라면 하나를 들어 계산대로 향하자 뭐가 그렇게 싫은지 계산도 안해준다.
"알바생이 빠져가지고, 얼른 계산 해."
"이거 말고 딴거 먹어요."
"왜. 내가 이거 좋아하는데."
"밥 먹어요 밥."
계속 계산하라고 툭툭 던지니까 아예 뺏어서 자기 뒤춤에 가려버린다.
내가 여기 아니면 못 먹을거라고 생각해서 그러나. 왜 이러는지 모르겠네 진짜.
완강한 거부에 겨국 나는 빈 손으로 테이블로 돌아온다.
나도 컵라면 먹고 싶은데.
"누나 쟤 알바 끝나려면 한참 멀었는데!"
"그게 나랑 무슨 소용인데?"
"오랜만에 봤는데 우리?"
"내가 너네랑 친구냐?"
갑자기 혼란에 빠진 듯 했다. 변백현이. 친구인가? 아닌데? 나이가 다른데?
말도 안 되는 소리들을 늘어놓던 변백현은 결론에 도달하지 못하고 계속 유사한 어구들을 늘어놓으며 혼란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얘는 진짜 연구 대상이다.
국물까지 싹 비워낸 컵을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리고 온 루한이 변백현의 어깨를 툭툭 치기 전까지 이는 반복되었다.
턱을 괴고 그 장면을 지켜보던 나는 갑자기 어깨쪽에 닿는 찬 느낌에 몸을 빠르게 움츠렸다.
"너네 빨리 나가. 장사 방해돼."
"누가 보면 진짜 장사하는 줄 알겠어요."
시선은 변백현 쪽에 고정한 채로, 내게 토마토 주스 병을 내민 김종인은 빠르게 우리를 내쫓았다.
우드득 소리와 함께 뚜껑을 따 꼴깍꼴깍 내용물을 삼킨 나는 이유 없는 호의에 의심부터 품었다.
막상 돈을 갚겠다고 했는데 싫어졌나?
"누나. 우리,"
"안 해."
"아 왜 들어보지도 않고 그래요!"
"싫어."
단호하게 거절하자 풀이 확 죽는다. 둘은 가려던 곳은 없는지 정처 없이 마냥 뚜벅뚜벅 걷기만 한다.
화분을 한 손에, 그리고 나머지 손에는 토마토 주스를 드는게 버거웠지만 시원한 감촉이 좋아 포기할 수 없었다.
화분이 큰 편에 속해 한 손으로 드는 것이 보는 사람도 부담스러웠는지 김루한이 잔뜩 신경질을 내며 내게서 화분을 뺏어갔다.
아오, 씨발. 욕지거리는 빼놓지 않은 채로.
"강아지다."
그런 내 눈에 띈 것은 앙앙.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는 강아지들 이었다.
태어난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그 몸집이 매우 작고 털이 새하얀 강아지는 굉장히..뭐랄까..
솜털같다고 해야하나..?
"방망아!"
그리고 강아지의 주인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죄송해요.."
"이름이 방망이..?"
"솜털 방망이요! 그래서 방망!"
강아지를 품에 꼭 끌어안은 채로 활짝 웃는 여자아이의 웃음이 예쁘다.
예쁘게 컸네, 방망이도 너도.
강아지와 그 주인 여자애를 보내고 나서 뒤를 돌았더니, 화분을 들고 있는 김루한만 남아 서 있다.
그리고 바로 누군가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만졌어요?"
"뭘?"
"강아지요!"
"아니..?"
"그럼 됐어요.. 후."
가슴쪽에 손을 올린 채로 숨을 깊게 들이쉬고 내쉰 변백현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다시 걷기 시작한다.
길을 걸으면서 장황하게 자신의 알레르기들을 설명하던 변백현이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은.
강아지 무서워요 일까, 개털 무서워요 일까. 둘 다 쫄보로 만들어 주는 것은 확실했지만.
"아 맞다! 우리 학교에 그 엑소 첸? 걔 동생 있어요! 완전 신기하죠!"
"걔가 그 나이였나..?"
"아니 동생이라니까요!"
종대에게 여러번 들었던 적이 있다. 말로만 들었지 그 얼굴을 본 것은 스쳐 지나가듯 한번?
되게 어렸던 것 같은데. 생각해 보니 얘네랑 동갑인 것 같기도 하고.
되게 신기하지 않냐며 밝게 웃는 변백현을 보며 내가 그 엑소 첸 친구라고 말하려다가 참았다.
너는 쫄보지만 동심은 지켜줄게 백현아.
"덥다.."
덥고,
"시원하다.."
시원하다.
-
갑자기 집에 정수기 아주머니가 찾아오신다며 빠르게 사라진 변백현 때문에 나와 김루한 둘만 남았다.
갈 곳이 없어 떠돌다가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부여잡은 나는 밥을 먹자고 김루한에게 졸랐다.
화분을 가지고 무슨 식당에 가냐고 싫다싫다 하던 김루한은 완강했다. 배고픈데. 시발놈이 진짜.
국민 세금 받아쳐먹고 어디다 쓰는 건지 동네 구립 공원은 20년째 변함 없이 부실하다.
벤치는 칠이 다 벗겨져 속살을 여실없이 보여주고 있고, 갖가지 운동기기들은 녹슬어 만질 수도 없다.
깨끗한 벤치 하나를 찾아 엉덩이를 붙이자, 바람이 송글송글 맺혀있던 땀들을 날려준다
"초코 케이크 먹고 싶다.."
"흙 퍼드실래요? 색깔은 같은데."
"피자도 먹고 싶은데.."
"이 꽃은 페퍼로니 같고. 쌈박하네."
에라이 시발. 말이 하나도 안 통해. 그냥 주스만 입에 콸콸 부었다.
김루한은 뭐가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지 뒷머리를 벅벅 긁으면서 화를 낸다.
그리고 화분을 들고 일어나 또 머리를 긁는다. 머리 안 감았나. 드릅게.
"아 진짜 쪽팔려서 진짜."
"..?"
"말을 해요 뭐."
"아니 뭐가?"
"그래서, 뭐. 피자. 초코. 말을 하라고."
"고?"
"요! 요! 시발! 뭐 말을 하라고요! 흙이든 꽃이든 피자던 먹을테니까! 망할 화분 들고!"
"피자 먹자."
아싸.
머리 안 감은 김루한이랑 피자 먹는다.
피자. 피자.
+
감기 조심해요 내사랑들..
이거 쓰고 저는 앓으러 가려구요.. 콧물.. 눈물.. 죽겠.. 주게써.. 죽꼐써..
답글은.. 낫고 나서.. 감기 낫고.. 달아드릴게요.. 내일이면 다 나아있게찌.. 끄흐...ㅎ으먼ㅇ러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