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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36
BGM :: 페이퍼컷 프로젝트 - 설레발
영화를 보러 왔다.
태어나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적이 없다. 절대 없다.
영화를 봤던 것이 언제였더라. 한국에 있을 때에도 흔한 영화관람을 한 번을 못 했다.
TV 채널을 돌리다가 영화를 방영해주는 채널에서 잠깐 멈춰서 장면 장면에 집중했던 적은 있었는데.
현대의 사람들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 문화를 부흥시키는 것은 그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놀거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심이 없었다. 같이 영화를 보러 갈 사람도 없었고.
아 이렇게 자꾸 생각해 보니까 나 진짜 왕따같잖아. 사회 부적응자라던가 아니면 히키코모리? 아 진짜 아닌데.
나는 그냥 관계 자체를 귀찮아 하던 사람이다. 내가 성격이 모난 것도 한 몫을 했겠지만 내가 자초를 한 일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당한게 아니란 소리다.
아무튼 내가 어쩌다가 영화를 보러 오게 되었더라.
한국에 온 이후, 바로 일을 시작하겠다는 나의 의견은 묵살해버리고 엄마는 여기저기 휴가를 다녀오라며 나의 등을 떠밀었다.
내가 갈 곳이 어디 있겠는가. 혼자 산다는 오세훈의 집으로 향했다.
남자 혼자 사는 곳에 오는거 아니라며 완강하게 거부를 하던 오세훈은 막상 문이 열리고 보니 말끔히 차려입은 후였다.
"집에서도 잘생겼죠?"
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아무래도 콩깍지가 단단히 씌였나봐.
생각보다 별거 없는 집이다. 깔끔하지는 않지만 그렇게 더럽지도 않았다.
물론 급하게 치운 티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것도 봐줄 만했다. 침대 밑에는 좀 잘 숨기지, 모르는 척 해줘야지 원.
혼자 사는 1인 가구답게 원룸에 화장실 하나가 다였다.
침대, 책상, 그리고 컴퓨터를 대신한 노트북 하나.
"TV도 없는데, 볼 시간이 없어서 안 갖다놨어여."
"볼 시간이 왜 없어?"
"공부해야죠. 누나랑 결혼하려면."
또 실실 웃는다. '결혼'이라는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기만 해도 좋은건지 매번 이런식이다.
멀뚱멀뚱 서 있는 내 손가락을 두드리다가 새끼손가락에 제 새끼손가락을 걸어본다.
그리고는 왼손 약지에 껴둔 반지를 만지작 만지작. 얘 진짜 팔불출이구나.
본가가 따로 있기 때문에 내가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딱히 없었다.
졸업사진 이라던가, 졸업사진 이라던가. 를 기대하고 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도경수가 죽어도 안 보여준다고 애를 썼기 때문에, 왜 절대 안 되는지 알고 싶었는데 말이야.
아 맞다. 경수와 백현이는 나라의 부름을 받았다.
오세훈이야 멋있는 아버지를 둔 턱에 짧은 공익근무로 끝낼 수 있었지만, 둘은 대한민국의 건아 아니겠는가.
화교인 루한은 그렇다 치고 두명에게는 가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가기 전날까지 술을 진탕 퍼마시다 갔다는데 내가 봤던 둘의 주량은.. 생략하도록 하자.
미루다 미루다 작년에 동반 입대를 했다고 했는데, 동반 입대를 하면 최전방에 떨어진다는 것을 둘은 몰랐나보다.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최전방으로 갔다. 면회도 안 된다던데, 듣기로는.
나는 동생의 군부대를 찾아 면회까지 갈 정도로 너그러운 누나가 아니다. 살아서 돌아오기만 해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여."
"뭔들 니 생각은 아니야."
"헤헤."
그래도 좋단다.
대충 눈대중으로 집안을 훑어보다가 나는 결국 침대 위로 안착한다.
어차피 예쁘게 보일 생각도 없었기에 편한 차림인 나는 곧바로 편한 자세를 찾기 위해 몸을 뒤척인다.
오세훈은 그런 나를 쳐다보기만 할 뿐, 미동도 없이 가만히 서 있는다.
"너 무슨 부끄럽다 이지랄 하면서 거기 가만히 있어?"
"흠...헤, 아니. 그러니까…."
지랄도 이런 지랄이 없다.
내 마음을 확인하기까지 4년이 걸렸다. 4년이.
서로의 '연인'으로 존재하면서도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는 거다.
나의 굳센 자존심과 뚫릴 줄 모르는 철벽으로 저 머저리가 4년이라는 시간을 벽만 보며 기다려왔다.
그런데도 부끄러워서 저렇게 멀찍이 거리를 유지하고 서 있다. 진짜 모자란건지, 아니면..
"이리 와."
애정이 가득한건지.
누군지는 몰라도 그 애정을 받는 사람은 좋겠다.
두 발을 오세훈의 허벅지에 걸어 세게 끌어당겼다. 오, 단단한데.
단단함과는 다르게 쉽게 끌려온다. 아무래도 몸에 힘을 아예 빼고 있었나보다. 방심하면 코 베어가는데.
누가?
내가.
"누, 누나. 이거 너무 가깝."
"시끄러워."
그대로 눕힌 세훈이를 꼭 끌어안아 보았다.
많이 컸네, 정말로.
체력이 부족해서 스쿼시를 시작한다고 할 때가 엊그제같은데 못보는 사이에 어깨가 정말 많이 넓어졌다.
원래 어깨가 좁은 편이 아니었는데 더 넓어져서 소위 여자들이 좋아하는 '직각어깨'의 소유자가 되어버렸다.
한 팔로 안으려해도 팔이 부족할정도로 넓디 넓은 몸뚱아리를 힘겹게 안아보려다가 포기한다.
목각인형이라도 빙의했나, 꿈쩍 않고 정자세로 누워있는 오세훈의 뺨을 두들겨보았다.
자네, 여기서 죽으면 내가 곤란해져.
"누나.."
"왜."
"나 지금 되게 곤란한데."
몸은 움직이지도 않으면서 입은 잘 놀린다.
흐응- 나는 즐거운 마음에 콧소리를 내며 조금 더 밀착해본다.
세훈이는 눈을 질끔 감고 숨을 흡,하고 들이신마다. 이러다 얘 진짜 죽겠다.
"세훈아."
"네.."
잔뜩 기운이 죽어 있다. 아직도 그렇게 떨리나? 내가 옆에 있기만 해도 이렇게 죽을것같이?
"내가 싫어?"
조금 놀려주고 싶어졌다.
절대 아니요! 절대요!
바로 눈을 치켜뜨고 자신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에 대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내 어디가 예쁜지 하나하나 늘어놓던 세훈이는 한참을 열심히 이야기하다 갑자기 또 멈춘다.
왜? 입모양으로만 말했는데 알아들었는지 세훈이는 뭐라 대답하려다 고개를 돌려버린다.
"세훈아."
"네.."
이제는 체념했는지, 목소리에도. 몸에도 힘이 하나도 없다.
그냥 힘을 빼고 체념하는 작전으로 변경을 한 것 같다. 이마저도 귀엽게 느껴지니 나도 참 중증이고.
"우리 연애하잖아, 그치."
"결혼도 할거에여."
"그건 그거고. 아무튼."
"넹."
얼굴도 못 보면서 결혼은 무슨. 아직 크려면 많이 멀었다. 이 거구의 애기는.
"내 고집때문에 너 오래 기다렸잖아. 그러니까 참지 말자. 좋으면 좋다고, 삐졌으면 삐졌다고."
"삐질 일 없을 것 같은데.."
"그건 그거고. 아무튼,"
"넵."
"부끄러워하기 바빠서 나중에 후회하는 일 없도록 하자고."
손가락으로 꾹 감고있는 세훈이의 눈위를 살짝 눌러보다 힘을 주어 눈꺼풀을 잡아당겼다.
아파서 절로 따라오는 눈꺼풀에 의해 눈을 뜨게된 세훈이는 나와 눈을 마주한다.
"그럼,"
"응."
"안 참아도 되는거져."
이런 짐승을 속에 숨기고 어떻게 살아왔나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내 위로 엎어진 세훈이가 입술로 돌진하기까지 10초도 안걸린 것 같다. 아니, 1초?
나 오기 전에 가그린이라도 했는지 가그린 특유의 싸한 향이 입안에 퍼진다. 기분 나쁘지는 않고.
정말 많이 능숙해졌다. 애기라고 생각했는데.
자연스럽게 팔을 목 뒤로 감아올리니, 그대로 나를 안아 제 무릎 위에 앉혀둔다.
이대로라면…. 사고를 칠 것 같다. 그건 안 돼.
"아, 왜여!"
"습. 지금 너 위험해."
"참지 말라면서여!"
"적당히 참을 줄 알아야지."
"너무해."
싫다면서 나를 품 안에 꼭 끌어안고서는 입술이 댓바람 나와있다. 얘가 도대체 지 혼자서 어디까지 갔던거야.
방금 했던 키스의 여파인지, 가슴팍에서 엄청 큰 심장소리가 들려온다. 엄청 빨리 뛰어.
민망..하다고 해야하나.
"데이트나 하자."
"어디 가는데여?"
"어, 어디든. 얼른 일어나. 나가게."
그래서, 왔다. 영화관을.
이래서 왔었지. 암. 그렇고 말고.
"너가 표 사고있어. 나 화장실 좀 갔다오게."
또 아까 생각을 했더니 얼굴이 화끈화끈 붉어진다. 내가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진짜.
세훈이한테 보일만큼 빨개졌나 싶어서 얼른 화장실로 달려갔다. 쟤가 나 똥쟁이로 생각하는거 아니야? 에라이.
생각보다 그렇게 빨갛지는 않아서 안심하며 세훈이를 찾았다.
뒷모습만 보이는데도 저 앞에 표정이 어떨지 눈에 그려진다면 나도 중증인건가.
확 놀래키려다가 관뒀다. 내가 풋풋한 스무살도 아니고.
그저 멀찍이 옆에 떨어져 무슨 짓을 하고 있을까 구경만 하려고 했다.
무슨 이야길 하길래 직원 얼굴이 저래 활짝 펴. 쟤 또 여기저기에 끼부리는거 아니야?
나는 태어난 이래로 제일 쩌는 집중력을 발휘해 보았다.
"그러니까,"
"네?"
"여기가 커플석 맞는거죠?"
"네 고객님. 10, 11번 좌석은 커플석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 좌석으로 해드릴까요?"
"넹."
진짜 못말려.
+
열심히 벽을 뚫고 있으니까여.. 세훈이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여..
이제 오라이.. 4편 남음여ㅠㅠㅠㅠㅠ말도 앙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