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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38
BGM :: 젤리피쉬 Ent - 크리스마스니까
도경수와 변백현은 참 타이밍을 맞출줄 모르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 말, 둘은 말년 휴가를 즐기다 말고 군에 복귀해 전역증을 받아왔다.
휴가를 허구한 날 나와서 모두가 조금 지치기도 했다. 이럴거면 얼른 전역해라, 하는 마음이 다들 굴뚝같았지.
나야 집에 붙어있질 않으니 괜찮았지만.
휴가를 나와 갈 곳이 없는 두명의 군바리는 이곳저곳을 돌다가 루한의 가게로 정착했다.
장사에 방해가 된다며 파리채를 휘두르던 루한이 둘을 포기한 것은 한 2주쯤 되었을 때, 앞으로 45일의 휴가가 남았다는 선언때문이었다.
아무튼.
변백현과 도경수가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라고들 하지.
지난 크리스마스 때에는 소소한 세훈이의 메세지들과 호텔 이벤트로 바빴는데.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다같이 함께하게 됐다. 누구 덕분인지.
크리스마스 파티의 장소는 우리집이 됐다.
도경수가 조심스레 제안했고, 엄마 아빠가 흔쾌히 받아들였다.
덕분에 나는 예상에도 없던 엄마 아빠의 데이트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나 지금은 백수인데, 참 잘난 동생을 뒀다.
파티 참여자는 도경수의 임의대로 선정했다. 나는 누가 오는지 모르고 있다.
세훈이도 따로 연락을 받았을 뿐, 누가 참여하는지 상세하게는 모르고 있다고 했다.
요새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비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3일 전부터 잔뜩 신난 경수와 함께 파티용품을 구매하러 이곳 저곳을 찾아다녔다.
자고로 파티에는 풍선과 맛있는 음식이라며 닥치는대로 사들이려던 도경수는 풍선을 불어낼 인력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주문제작을 넣었다.
백수라서 다시는 이런 이벤트 안할 줄 알았는데 누구 덕분에 참.. 코오맙다 진짜.
음식도 역시 도경수 맘대로, 케이크는 루한이 맡았다고 했다.
제과제빵 자격증이 없어, 빵을 구울줄 몰라 내게 파전으로 메세지를 담았던 루한은 꽤나 그 기억이 굴욕적이었나보다.
한식당을 개업하려고 결정한 이후에도 틈틈히 연습해 제과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따냈고, 취미로도 계속 베이킹을 한다고.
아무래도 얘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서 태어났나보다. 그래도 맛있을까? 비주얼도 괜찮고?
.. 이상하면 안 먹으면 된다. 간단한걸.
전날 저녁 배달된 풍선들, 파티용품들을 보며 엄마는 입을 떡하고 벌렸다.
이 많은걸 다 어디다 놓게! 내 말이 그 말이다.
집을 다 채우고도 남을만큼 많은 양의 풍선들이 트럭에 실어져왔다.
옮기는건 아저씨들이 수고해주셨고 우리는 그저 예쁘게 꾸며진 집을 보기만 하면 됐다.
오늘 아침, 엄마와 아빠는 나란히 손을 잡고 집을 나섰다.
내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면서 티켓 두장을 팔랑팔랑 흔드는 것을 잊지 않으며.
도경수는 어딜 급하게 나가더니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도경수의 초대장을 받은 사람들만 여럿 등장했을 뿐, 나는 그들을 맞이하는 안주인 역할을 맡았다.
처음으로 초인종을 누른 사람은 박찬열이었다.
인터폰을 통해 춥다고 호들갑을 떠는걸 들어주느라 내 귀가 한 수고를 했다.
하도 시끄럽게 굴어 조금 실랑이를 했는데 그게 조금이 아니었던 것 같다.
"추워.."
문을 열어주자마자 양 팔을 부여잡으며 덜덜 떠는데 조금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래도 사람 좋은 웃음으로 금방 안부를 물었다. 그냥 원래 그랬던 것 처럼.
가득찬 풍선에 감탄하기도 잠시, 또 다시 초인종이 울렸고 우리는 차례로 사람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찬열이가 오기 무섭게 도착한 준면이, 그리고 이 자리에 빠지면 섭한 루한, 백현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남자들 틈에 껴있자니 뭔가 내가 여왕님이 된 것 같은 느낌도 나고..
딱히 나쁘단건 아닌데,
"누나 무슨 그거같당. 아들부잣집 아줌마."
이런 말만 안했으면 참 좋았을텐데.
테이블에 세팅된 먹을거리들을 주워먹으며 다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준면이와 찬열이는 조금의 면식이 있었지만 서로 친한 사이는 아니였는데, 둘이 계속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듯 보였다.
오늘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친해져서 돌아가길. 나는 조그마한 소원을 빌어본다.
근데 이 과자 진짜 맛있다.
점점 집안이 가득차가는 와중에, 도경수가 비밀번호를 누르고 문을 열었다.
"주인공 왔다!"
"니가 왜 주인공이야, 내가 주인공이지."
"야 내가 너보다 사격 잘했거든?"
"반동 무섭다고 징징대던게,"
둘다 따지고 보면 별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자꾸 싸워댄다.
백현이와 경수는 같은 부대에 배치된 후에도 서로 투닥이기 바빴다. 고 선임이 말했단다. 엄마한테.
나이를 덜 먹었지, 덜 먹었어.
이제 쟤네도 졸업반을 앞두고 있고, 심지어 하나는 가업을 물려받아야 할 남정네인데 어쩌면 좋을까.
그래도 나름의 순수성이라고 포장을 해줘야 할까, 순수라고 치기에는..
"바보 멍청아!"
"반사."
유치하다고 해야하나. 둘을.
현관문을 열고, 아직 문도 닫지 않은 채로 둘은 한참을 실랑이를 했다.
결국 추위를 많이 타는 박찬열이 문을 닫으라고 언질을 준 후에야 도경수가 문으로 손을 뻗었고, 우리는 새로운- 뉴페이스 하나를 발견했다.
"너 뒤에는 누구야?"
"너는 상상도 못할만큼 어마- 어마한 사람이지."
"니가 아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왕따잖아, 너."
"아니거든?"
또 시작이다. 둘이 좋아서 죽을 때는 언제고 왜 이렇게 허구한날 싸워대는지.
내쪽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아 나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본다. 그래도 옷자락밖에 보이질 않는다.
도경수가 데려와봐야 누구겠는가 싶었는데 옷차림새도 예사롭지가 않다. 뭔가..
잘생겼을 것 같다.
근데 도경수 지인이? 아 뭐.. 다들 괜찮기는 하다만.
"자, 인사해."
뒤에서 멀뚱멀뚱 서있던 사람을 도경수가 끌어왔다.
와, 키 크다. 경수 옆에 서 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꽤 큰 키였다.
세훈이만 할라나? 세훈이가 더 큰가?
그런데, 우리를 놀라게 했던 것은 남자의 키 뿐만이 아니였다.
"안녕하세요, 경수 학교선배 최민호라고 합니다."
존나 잘생겼다. 워, 대박.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경수네 학과 과대라는 남자는 경수에게 직접 초대를 받았고, 경수가 친히 모시러 가기까지 했단다.
솔직히 내가 잘생긴 사람을 밝히는 여자는 아니지만. 진짜로 잘생겼다.
세훈아, 미안해. 그래도 우리 거짓말하고 살면 안되잖아.
"경수 누나분이시라면서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아, 네.. 쟤가 제 이야기를 해요?"
"네. 되게 좋은분이라구. 칭찬이 자자하던데요?"
무슨 꿍꿍이야, 저게?
박찬열의 웃음을 항상 나는 '사람 좋은 웃음'이라고 표현한다.
보는사람까지 도덕적으로 만드는, 뭔가 마성의 힘을 가졌단 말이지.
그런데 이 남자의 웃음은 뭐랄까. 보는 사람마저 착하게 만드는 힘을 가졌다고 해야하나.
말투나, 표정 모두가 너무나도.. 아무튼.
내가 나인 것 같지가 않다. 와, 세훈아 빨리와. 누나 지금 엄청..
"근데 소문대로 진짜 예쁘시네요."
숨막히니까..
"장난 없지? 어마어마하지?"
"내가 와도 되는거 맞지? 진짜로?"
"아 형이 오늘 주인공이야! 내가 형 소개시, 아니.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다 모여서 놀면 좋잖아!"
도경수가 인복이 많은건지, 아니면 이 사람이 거절을 못하는건지는 몰라도 좋은사람임은 확실했다.
조금 경계심을 갖고 대하던 다른 아이들도 모두 몇마디를 나눈 이후에 저 남자의 포로가 되었다.
말 한마디, 한 마디가 얼마나 다정하고 매력적인지. 백현이는 바로 형, 혀엉. 하며 말꼬리를 늘이는 애교를 보인다.
저거 민석이 만났을 때도 저렇게 하더니. 민석이는 오늘 안오려나.
"왜 문이 열려있어?"
생각하기 무섭게 민석이가 들어왔다.
경수 선배가 준 충격으로 다들 문이 열렸다는 사실도 까먹고 있었나보다.
진짜 오랜만이다. 우리는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감회가 새롭다. 이렇게 '아는 사이'로 만나서 악수를 하는게.
내 송별회때 보고 처음 보는 것 같은데, 그동안 많이 힘들었는지 살이 많이 빠져있다.
민석이랑 헤어진 후, 약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아니지. 5년이 넘었구나.
사법 연수원에 군 법무원까지 5년이 걸린다고 했을때는 까마득해 보이더니, 5년은 훌쩍 지났다.
민석이가 꽤 유명한 로펌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엄마를 통해서 들었다.
각자 자신이 맡은 쪽에서 우리, 열심히 살고 있었구나.
"하나도 안 늙었네요."
"나 다크서클 생긴거 봐. 세월 정통으로 맞았는데."
아니라면서 김민석은 흘깃 내 눈가를 바라본다.
어, 그러고보니 좀…. 나는 민망해져 어깨를 한번 툭 친다. 그러자 빙그레 웃는다.
"여전히 예뻐요."
민석이는 항상 이런식이다. 어떤 존재로 내 곁에 있던,
"행복해 보이고."
어떤 이름으로 내 앞에 있던.
우리 엄마를 통해 들었을 것이다. 세훈이와 진지하게 만나고 있다고.
엄마는 나와 민석이의 결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민석이와의 만남을 계속해왔다.
그 만남이 사윗감과의 만남에서 아끼는 아이와의 만남으로 변했을 뿐이라고. 엄마는 거듭 강조했었다.
둘의 만남을 싫어한 적 없다. 민석이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고, 엄마는 민석이와의 만남을 좋아했다.
깍듯이 대하지만 항상 그 내면에는 상대를 배려하는 말들이 섞여있는 민석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5년 후에 반지를 끼고 돌아오라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 내 손에는, 그 반지가 아닌 다른 반지가 끼워져있다.
갑자기 새삼 그 반지가 무겁게 느껴져 나는 약지를 만지작거린다.
그리고 민석이의 시선이 내 손끝에 걸린다.
"결혼식에, 불러줄거죠?"
담담하게 나의 결혼식을 말하는 너에게, 나는 최대한 예쁘게 웃으며 대답한다.
나는 이만큼이나 행복하다. 너에게도 이런 행복이 찾아오길 바라고.
분명히 찾아올거라 믿는다. 너는 그만큼 따스하고, 찬란한 사람이니까.
-
크리스마스 기념 콘서트가 있는 김종인과는 짧은 영상통화를 했다.
대기실 풍경을 보여주며 신나하던 종인이는 아직 분장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막 리허설을 하고 왔다는데 표정이 상기되어있는게 많이 들떠있는 것 같았다.
몇번을 해도 좋다는 공연을 평생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
돈 많이 벌어서 나 맛있는것도 많이 사주고.
- 나 이제 간다. 메리크리스마스!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의 대답을 들은 종인이는 살짝 웃고는 통화를 종료시켰다.
연예인을 봤다는 신기함에 경수의 선배는 연신 감탄사를 자아냈다.
여기는 왜 이렇게 대단한 사람들만 있냐면서 박수를 치기도 했다.
근데 당신 얼굴이 제일 대단해요. 진짜.
나는 애써 속에 있는 말을 삼켰다.
우리는 몇잔의 와인을 주고받아 약간 들뜬 분위기에 취해있었다. 미자 없는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더냐.
경수랑 백현이는 집과 부대가 멀어 짧은 휴가기간이 나오면 부대 근처에서 선임들과 술자리를 가지곤 했다고 했다.
선임들이 얼마나 호되게 먹였으면, 둘은 군대에서 주량을 엄청나게 늘려왔다.
이쯤되면 둘다 헤실헤실 웃어야하는데 웃기는 커녕, 피부색도 그대로다.
밖은 이미 해가 져서 어둑한데, 오세훈 이 자식은 왜.
"나 왔어."
진짜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니까.
남자치고, 굉장히 하얀 피부를 가진 세훈이는 제 피부와 대조되는 까만 정장을 입고 등장했다.
그리고 품 안에는 장미꽃다발 한아름을 안고서.
문을 열자마자 내게 꽃다발을 내민 세훈이는 예쁘게 웃으며 이야기한다.
"메리크리스마스."
내가 꽃다발을 받아들기가 무섭게, 춥다며 나를 꼭 끌어안는 오세훈과.
"둘이.. 왜 그러고 있어?"
이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는 도경수.
생각해보니, 우리는 도경수에게 교제 사실을 밝힌 적이 없다.
"둘이 사겨?"
"몰, 몰랐어?"
우리보다 놀란건 루한이었다. 아니, 밝히지 않아도 눈치로 알지 않나?
그리고 너 휴가나왔을때 내가 맨날 가있던데가 얘 자취방인데. 어떻게 모르지?
"오세훈 니가 혼자서 좋아하는거 아니였어?"
도경수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다.
"뭐야!"
한층 더 높아졌다.
어디까지 높아질 수 있을까, 나 혼자서 내기를 걸어본다.
이 와중에도 세훈이는 고개를 내 어깨에 파묻고 들지 않는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일까.
"민호형이랑 결혼해야하는데! 우리 누나는!"
그리고 도경수는 제 까만 속셈을 고백한다.
"민호형?"
고개를 든 오세훈이 날카롭게 반문하고.
"나..?"
당사자들은 당황한다.
이게, 크리스마스 이브의 시작이라니.
참 메리메리 크리스마스다. 그치.
+
민호씨는.. 인포에서 보고 출현등장을 결심했읍니다. 원래는 미정이었는데 진짜 존잘이더라구요.
늦은 시간에 업로드해서 실시간으로 계실 분이 없을 것 같은데.. 늦은시간 업로드 미안해요ㅠㅠ 얼른 자고 내일 아침에 보세여..
나름 크리스마스라고 배경이랑 브금 플레이어 색깔 맞춰봤어요. 센스 돋아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얼른자구, 내일부터 한주의 시작인데 1주일 잘 보내요!
예쁜 이그조와 함께!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ㅅ ㅏ랑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