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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O/징어] 어서오세훈! 종대라떼 판다카이 37
BGM :: A Pink - It Girl
오세훈과 나는 10년 넘은 연인처럼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알고, 서로의 모든 행동을 예측가능할 지경에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은 나를 취업시키지 않고 계속 밖으로 보내는 엄마의 잘못이 크다.
나는 갈 곳이 없어 무조건 세훈이의 자취방으로 향하고, 그러면 학교에 갈 준비를 하던 세훈이가 나를 맞이한다.
그럼 나는 그날 세훈이의 시간표가 끝날때까지 컴퓨터를 하곤 한다. 이게 내가 한 일의 전부다.
스카웃 제의를 보낸 호텔에 가봐야 하지 않겠냐는 내 질문을 엄마는 조용히 씹었다.
나를 둘러싸고 다들 무슨 꿍꿍이가 있는 듯 하다. 내게 아무도 어떠한 언질을 주질 않는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른채로 있는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라 세훈이도 그런 것 같아서 나 혼자서 만족하는 중이다.
적어도 왕따는 아니잖아.
심심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렇지 않겠냐고 답한다.
게임을 즐기는 스타일이 아닌데다가 흔히 한다는 커뮤니티 사이트도 안 한다.
그냥 멍하니 누워있거나 인터넷 메인에 떠있는 기사들을 훌훌 읽어본다.
세상 돌아가는 일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기사는 열심히 읽는다.
그러면,
"이런 씨팔.."
절로 욕이 나온다.
세상에는 쓰레기가 너무너무 많다.
지금 보고 있는 기사는 사실 약과에 불과하다.
아니 그래도 미성년자랑 30살 넘은 아저씨랑 어떻게, 그것도 같은 해외연애?
진짜 세상 일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 나도 세훈이랑 이렇게 될 줄이야 꿈에도 몰랐었지. 취소 취소.
모두들 말 조심하기로 하자. 나도 몇살 연하야 이게….
아무튼 이런 애기랑 연애를 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냥 나는.
응.
사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결혼? 그건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와, 오늘 술마시자고 하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아! 누나! 보고싶었어여!"
그런데 나한테 이렇게 뚝, 하고 이런 애기가 떨어질게 뭐람.
말만해도 좋아서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이제는 질릴 때도 됐는데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설레여하고 떨려하는 머저리 하나가 다가올게 뭐람.
"기사 보고 있었어여?"
그런 머저리 애기랑 또 결혼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을 줄이야.
정말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 말을 요새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진짜 취업하기 힘들당."
"왜 너 학점도 진짜 좋잖아."
"누나 먹여살리려면 그냥 회사 들어가면 아니되죠. 노노해."
"그러다가 너 백수된다."
세훈이는 어느새 졸업반을 바라보고 있다.
공익근무 기간과 토익/토플 공부로 한 학기를 휴학한 것을 제외하면 쉬지 않고 학교 일에 전념했다.
물론 그렇게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나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는 것도 잊지 않은 대단한 녀석.
이제 대학생의 타이틀을 벗고 회사원의 타이틀을 달게될텐데, 그 첫 걸음이 꽤나 힘든가보다.
나야 인턴직을 구할때 빼고는 순탄하게 인생이 흘러온 편이라 뭐라 조언을 해줘야 할지도 잘 모르겠다.
"면접은, 언젠데?"
"다음주 금요일인가,"
"태평하네."
"붙을거라서여."
헤헤. 하고 실없는 웃음을 뱉는 것을 잊지 않는다.
몇개의 회사에 1차 서류 전형은 통과했다고 했다.
그도 그럴것이, 학점도 매우 우수한 편인데다가 그 학교도 명성이 자자한 S대니.
어쩌면 이렇게 어리고 똑똑하고, 잘생긴 녀석을 내가 데리고 있는게 잘못이 아닐까,
나보다 더 좋은 여자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는데 얘는 왜 고생을 사서 할까.
세훈아, 너는 왜 나같은 사람을 만나.
꾹꾹 속에 담아놓는 편은 못 된다. 프로포즈를 할 당시에 했던 이야기를 그대로 쭉 늘어놓을 것 같았다.
그게 예상했던 내 시나리오고, 조금 더 벗어나 생각해보자면 약간의 화를 내며 나에게 열변을 늘어놓지 않을까 생각했다.
입밖으로 툭하고 뱉어진 말은 주워담을 수 없게 됐다. 그냥 나는 시나리오대로 나오는 드라마를 감상이나 하고자 했다.
전개는 시나리오와 달랐다.
세훈이는 가만히 비어있는 허공을 응시하다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한참을 고민한다고 하던 세훈이가 결국 뱉은 말은 하나였다.
"밥 먹으러 가여."
배가 고픈건 또 어떻게 알고.
세훈이는 밥을 먹으러 가자더니 한참을 차를 타고 달렸다.
어디 가냐는 내 질문에는 답도 않고 그저 싱글벙글.
프로포즈는 이미 했는데, 유명한 식당을 예약했을리도 없고.
도대체 어딜 가는걸까 얘는, 고민도 잠깐이고 나는 금방 잠에 들었다.
얘 차에 있는 방향제가 진짜 내 스타일이란 말이지, 진짜로.
그냥 졸렸던건 절대로 아니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 식당 앞에 차가 주차를 끝마친 후였다.
세훈이가 내 몸을 흔들어 깨우고, 나는 찌뿌둥한 몸을 쭉쭉 펴며 주변을 둘러봤다.
'신장개업'이라는 현수막과는 상반되게 굉장히 세련된 분위기의 한 식당.
그리고 그 앞에 놓인 쌀화환으로 나는 이 식당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너의 4랑 슈퍼스타 김종인]
얘는 못보는 사이에 노잼보스가 되었구나.
[밥 많이 지어먹어]
이건 좀 센스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서 돈 많이 번다고 이렇게 쌀화환을 해 놓으면,
가져갈까?
세훈이 집에 쌀 다 떨어졌는데.
"어서오세요!"
발랄한 목소리의 한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우리를 반긴다.
여기 사장이 어디있어? 하고 짓궂은 장난을 치려다가 '아무것도 몰라요'표정을 짓고 있는 알바생을 보고 그 마음을 접는다.
2명이요, 세훈이가 손가락을 예쁘게 접어 대답한다. 진짜 쟤 어디다 묶어놓던가 해야지.
알바생은 이리저리 복도를 지나 한 테이블로 우리를 안내한다.
주문하실 메뉴를 선택해달라는 알바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반가운 목소리가 우리를 반긴다.
"우리 진상 손님은 안 받아, 야. 걔네 쫓아내."
"저게 진짜 아직도 입은 살아있네."
"야 빨리 걔네 쫓아내."
"악덕사장."
나와 김루한의 실랑이를 보며 죽어나는 것은 알바생이었다.
하늘같은 사장님의 명령과, 뭔가 사장님과 면식이 있어보이는 손님.
결국 꼬리를 내린 김루한이 정식으로 우리를 소개하기 전까지 알바생은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시간을 보내야했다.
이미 김종인은 와 있더랬다. 나만 몰랐다. 또.
세훈이는 집에 오는 길에 연락을 받았고, 내 얼굴을 보자마자 소식을 까먹었다고 했다.
물론 이 말을 듣자마자 김루한은 부정탄다는 듯 어깨를 털어냈다. 우리가 귀신도 아니고.
김종인이 있던 한 룸 안으로 들어가니, 이 식당의 인테리어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한식당이라더니, 전통 한옥의 느낌만 나는 것이 아니라 세련된 느낌도 나고. 참 잘 지었다.
"근데 너는 왜 갑자기 한식?"
"엄마가 한식을 더 좋아해서, 엄마 말이 곧 법이지 뭐."
"너 돈번다고 은근슬쩍 말 놓지 마라,"
"예이."
"이집에서 제일 맛있는걸루다가 한번 갖다줘봐."
"예이,"
김루한이 턱을 한껏 내밀고 퉁명스레 답을 한다.
메뉴판을 들고, 정장을 차려입은 김루한은 사실 아직 적응이 안 된다.
하긴, 세훈이가 처음 정장입고 왔던 날도 많이 놀랐었지. 정장은 진짜 마법의 옷이라니까.
도경수와 변백현이 군대에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는 기술을 익히는 동안, 김루한은 하던 요리 공부에 열중했다고 했다.
이미 부모님 세대부터 우리나라에서 중국요리로 큰 성공을 거두었던 터라 식당 경영에 있어서는 배울 점이 많았다고.
경영은 나도 일가견이 있는데, 한 평생을 일해온 분들의 노하우를 어떻게 이길까.
아무튼, 김루한의 이름을 건 식당은 성공적으로 개업했다.
아, 진짜 이름은 루한. 새벽사슴이라는 예쁜 이름이지만.
생각해보면 특이 케이스인 김종인을 제외하면 우리 동네 학생들의 미래가 탄탄한건 동네 탓도 있는 것 같다.
워낙에 동네 집값이 비싸기도 하고. 비싼 집에 살려면 돈을 좀 벌어야 하는 것도 있고.
국수가게라고 했던 변백현네 집도 알고보니 규모가 꽤 컸다. 결국 다들 부자였어.
그러면서 맨날 얻어먹었어. 나쁜놈들.
이제 세훈이랑, 경수랑, 백현이만 잘 되면 된다.
그 전에 내가 잘 되어야 할텐데, 나는 언제 재취업하냐. 엄마. 나 왜 여기있어?
"무슨 생각을 그러케 골똘히 해여."
세훈이가 삐졌는지 입을 한껏 내밀고서는 어깨로 나를 툭, 친다.
골똘히? 요새 자꾸 이렇게 생각에 잠기는 것 같다. 나도 진짜 많이 변하긴 했는데.
"배고파서 그래. 배고파서."
"아까는 별 말 없더니.."
"이런데 오면 배고프잖아. 왜, 심심해?"
끄덕끄덕. 고개를 힘차게 움직인다. 진짜 많이 심심했구나.
내가 입을 다문것도 별로 되지 않는 것 같은데, 얘는 잠시를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하기야 내가 차 안에서 잠들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얘 입이 근질거리고도 남을 시간이 되었구나.
"둘이 진짜 이제로 연인같네,"
"언제는 아니였냐!"
"그냥 누나동생 같았는데."
발끈한 오세훈과, 여유로운 김종인의 대화가 이어진다.
"아닌데? 원래 우리 이렇게 막 깨가 쏟아졌는데?"
"니가 일방적으로 갖다 부은거 아니고? 누나는 청정지역인데?"
"아니라고! 원래 우리 닭살이었어!"
"그 닭살은 너 혼자 하셨구요."
아니라고 부쩍 우겨대는 세훈이는 노련한 김종인을 이기지 못한다. 결국 승자는,
"맛 없으면 내 손에 장을 지지."
직접 서빙하는 사장님이 2김.
본래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스타일이기도 한데, 정말 밥그릇을 싹싹 비워냈다.
그냥 한식이 아닌, 퓨전 한식을 시도한 김루한의 도전은 가히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자격증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스펙도, 이렇다 할 학벌도 없는 루한이 이렇게 식당을 열 수 있었던 것은 딱 하나, 실력이었다고 한다.
고졸자 이상만 참가할 수 있던 각종 콘테스트를 벼르고 벼르다가 졸업한 이후로 빠짐없이 참가해,
다양한 부문에서 1등상을 여러번 쓸어온 루한은 여러 호텔에서 러브콜을 받았고,
자신의 식당을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상금을 모으고 모아서, 겨우겨우 대출을 받아 식당을 세웠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 4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던거고 루한은 남에게 자신의 힘든점을 알리고싶지 않아 혼자 모든 것을 이뤄냈다.
어떻게 보면 대단하고, 한편으로는 서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 말고, 이 두 녀석들이.
성격 자체가 나와 비슷한 면이 많은 루한은 별 대수로운 것이 아니라는 듯 이야기를 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입을 쩍쩍 벌리며 놀라는 리액션은 세훈이가 맡았고,
마지막에 루한이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졌네, 이게.'하며 담담하게 테이블을 탁탁 두드리자 말 없이 박수를 치는 것은 김종인이 맡았다.
요식업 두 명, 아마도 대기업 회사원 한 명, 잘나가는 슈퍼스타 하나, 그리고 미래를 모르는 도경수.
신사의 품격 부럽지 않은 구성이 아닐까 싶다.
나는 그럼 서이수씨? 아, 얼굴이 FAIL.
"누나는 아무 말이 없네, 루한 대단하지 않아요?"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도 호텔의 러브콜을 받고 유명한 셰프가 되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막상 질문을 던지니 또 쓸데없는 자존심이 입술을 꾹 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또 자존심 부린다."
"수, 수고했어."
나를 너무 잘 아는 녀석들과 함께있다.
잠시 정적이 흐르더니, 푸하하. 우레와 같은 박수? 아니, 웃음소리가 터져나온다.
세훈이 마저도. 나 조금 삐졌다.
"내가 누군데."
익살스런 미소와 함께 모델 포즈를 짓던 루한이 저도 민망한지 크흐흐 웃는다.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고, 애들이 잘 되서 내가 키운것 마냥 뿌듯하기도 하다.
모두가 실 없는 분위기에 이끌려 하하호호 웃음을 쏟아내고 있는 찰나, 테이블에 놓아뒀던 전화기가 진동을 울린다.
- 나는 이래서 누나가 좋아요.
- 내 주변 사람들을 이렇게, 엄마처럼 봐주는 사람이 어디 또 있겠어요.
- 그리고 그 모습마저 사랑스러운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 그러니까 어쩔 수 없어요.
- 나랑 결혼해서,
- 평생 같이 살아요.
- 종인이, 경수, 백현이, 루한. 이렇게 네명의 아들이랑.
- 세훈이라는 귀여운 남편 키우면서 같이 살아요.
- 응?
타자가 빠르기도 하다. 세대차이를 이런 부분에서 느끼다니, 나도 참.
- 제발요.
나도 참, 이런거에 설레기나 하고.
- 네? 누나..
돌아버리겠다 정말.
- 사랑해요.
- 하늘만큼 땅만큼!
+
여태껏 하고싶던 말을 이 편에서 다 하지 않았나 싶어여.
여주 부자 - 여주가 사는 동네는 부자동네 - 그럼 동네에 있던 학교 부자학교 - 아이들은 잘될 확률이 매우 큼니다.
물논 종인이의 경우에는 특이케이스라고 할 수 있겠죠..
우리 주변에는 이렇게 잘되는 사람도 드물어요. 그런 이야기는 차기작에서 하고 싶은데..
저는 차기작 힌트를 정말 많이 숨겨뒀거든요? 초반부터?ㅎㅅㅎ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내사랑들!
내일 하루도 좋은 하루 되세요!
내사랑들~ 청개구리들~모두모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