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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톡 상황톡 공지사항 팬픽 만화 단편/조각 고르기
이준혁 샤이니 온앤오프
한강농구 전체글ll조회 979l

       


       

* 플레이어 틀고 봐주세요.
* mad soul child - 숨결 (inst.)


〈morceau : 불) 파편, 조각, 단편.>



종대는 헐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또 다시, 꿈을 꿨다. 
누군지 알지 못하는 사내들이 나와 서로 자신이 자신이라며, 자신의 행세를 하는 꿈을.
"빌어먹을"
나즈막히 종대의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곱씹듯이 나오는 욕설이 종대 자신의 귀로 들어와 가슴을 후벼팠다.  
종대는 자신의 머리를 감싸안고 몸을 동그랗게 말았다. 
"죽어."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은 참혹했다.
단 두글자. 
짧은 말임에도 불구하고 내포하는 의미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종대는 답답한 가슴을 작은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했다. 
무언가 가슴에 얹힌 듯, 그렇게 두드려대는 데도 알 수 없는 체기는 금방 가시지 않았다. 
땀에 젖은 와이셔츠 사이로 얼핏 비치는 종대의 하얀 가슴에는 새파란 멍 자국이 가득했다. 
멍 자국이 희미해 지기도 전에 그 위로 다시 멍 자국이 생겼다. 

오늘 밤도 잠에 들기에는 그른 것 같았다.


**


〈새벽 세시. A블럭에서 동남향으로 네번째 빌딩. 37층 가장 왼쪽 끝방. 남자 사살>

짤막하게 단 네줄의 글이 써져있는 종이가 아무렇게나 구겨졌다.
아무렇게나 구겨진 종이는 라이터 불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카이는, 종인은 입에 문 담배를 바닥으로 버리고 검은 구둣발로 짓이겼다.

"병신같은 것들."

서로 죽이지 못해 안달난 병신들. 
꼭 그들의 모습이 투견장에 들어간 일주일은 굶은 개새끼들 같아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다. 
밀려오는 상념을 떨쳐 내고자 종인은 눈을 부릅떴다. 
그리곤 검은 색 첼로 케이스를 열어 조각조각 흩어진 스나이퍼 라이플을 꺼내  조립했다.
마지막으로 소음기까지 장착하고 난 후 종인은 목표 위치로 스코프를 조정했다. 
세벽 세시라...사냥하기 좋은 시간이군. 
종인은 손목에 달린 바쉐론 콘스탄틴의 검은 가죽의 시계를 쳐다보았다. 
2시 47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군. 
종인은 잘 다려진 검은 정장 자켓의 안주머니에서 딸기맛 추파춥스를 꺼내 입에 물었다. 
순식간에 단물이 입안 곳곳에 번져왔다. 
한참을 이리저리로 옮기며 단물을 빨던 종인이 사탕을 와그작와그작 깨물기 시작했다. 
사탕 씹는 소리가 흡사 사신(死神)이 인간의 뼈를 씹어먹는 소리와 비슷해 
듣고 있을라면 온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사탕을 다 씹어가던 종인의 스코프 안으로 거하게 취한 남자 하나와 여자 하나가 들어왔다.

2시 59분. 
시계를 확인하니 지령과 가까운 시간이었다. 
오호라. 딱 맞춰 먹잇감이 나타나셨군.
삼십초 남짓한 시간이 남았다. 
그리고 종인은 카운트다운을 하기 시작했다.

5

4

3

2



1

탕-.

3시 00분.
그와 동시에 종인이 쏜 총알이 남자의 심장에 박혔다. 
함께 사랑을 탐하던 여자는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고 있는 하얀색 실크 드레스에 검붉은 피가 번져 꽃을 피워내고 있었다.

종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종인은 첼로 케이스에 라이플을 분해해 정리해 넣었다. 
일분 후, 그 자리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


루한은 오늘도 어제와, 그제와, 그 이전과 다름없이 진탕하게 놀았다.
순진한 얼굴로 수많은 여자들을 꾀어 자신의 아래에서 질퍽하게 놀게 만들었다. 
루한은 그녀들을 보며 달뜬 신음을 내뱉기 바빴다. 
그러나 절정에 다다른 순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시팔."
한참을 바쁘게 허리를 놀리던 여자가 놀라 허리를 멈추었다. 
그녀는 당황했다는 듯 루한의 팔을 잡았다.
"한? 한 왜그래?"
붉어진 얼굴로 물어오는 그녀에게서 루한은 차갑게 식어버린 몸을 떼어내었다. 
루한의 갑작스런 움직임에 여자가 신음을 뱉어내었다. 
굉장히 야한, 소리였다. 
루한은 잠시 숨을 들이킨 후 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마찬가지로 빠르게 샤워를 마치고 나와 
옷을 입었다. 
감색의 에르메스 수트가 루한의 몸에 꼭 들어맞았다. 
마치 그 인간이 자신의 몸에 꼭 들어 맞았던 것처럼. 

루한은 수트의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달러에 가까운 홍콩달러 3장을 
갈색의 마호가니 테이블 위로 던졌다.
소리를 지르는 여자를 뒤로 하고 루한은 호텔의 로얄룸을 빠져나왔다.

밤 하늘에 박힌 별이 그 인간의 눈동자처럼 빛났다 사라졌다.


**


경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학교 양아치 새끼들에게 맞았다. 
그들은 뭐가 그렇게도 화났는 지 무자비하게 경수를 때릴 뿐이었다.
이유불문. 
경수는 샌드백이었다.
"...후...후...도경수 개씨발 버러지같은 새끼야. 니가 왜 쳐맞고 다니는 지, 아냐?"
흙바닥에 얼굴을 쳐박고 엎드려 있던 경수의 머리채를 잡아 올린 양아치 한명이 
경수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경수의 커다란 눈에 튀긴 침은 아래로 아래로 흘러내렸다. 
"하긴 씨발. 알리가 없지. 병신같은 새끼."
곁에 섰던 양아치의 친구 녀석들이 싸구려처럼 웃어제켰다. 
그 모습에 경수는 고개를 숙이고 피식-.거렸다.
"뭐냐. 개씨발놈아? 너 지금 쳐웃었...아니. 아니지. 이것만 마저 말하고 나머지 처리하자. 
응? 개같은 새끼."
얼굴이 일그러진 양아치가 경수의 얼굴을 치려다 말고 쉼호흡을 했다.
경수는 그마저도 우스워 또 다시 비소를 내비쳤다.

"...니가 왜 쳐맞냐면 경수야."
경수야-.라고 이름 끝을 느려 부르던 양아치가 누런 이빨이 훤히 보이게 웃었다.
"너를 낳은 네 에미가 우리 따까리에게 밑구녕을 대줬기 때문이야."
고요 속에 말을 마친 양아치가 잡았던 경수의 머리채를 흙바닥으로 내려쳤다.

"네 에미가 어떻게 우리집 따까리를 꼬여냈는 지, 나 너무 알고 싶다 경수야."
"..."
"근데 왠지 모르게 너도 네 에미년을 닮아 밑구녕이 쩔게 대박일 듯 싶어. 경수야."
"..."
"그래서 말인데."
"..."
"오늘은 좀 색다르게 널 괴롭혀 보려해."
양아치가 일어서 교복바지의 버클을 풀어 내렸다. 
곁에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녀석들이 귀가 째지도록 웃어제켰다.
"경수야."

그날 오후는 영영 끝나지 않을것처럼 길었다.


**


타오의 왼팔 위로 기다란 핏자국이 생겼다. 
타오는 핏자국을 따라 자신의 혀로 핥아 올렸다. 
타오는 항상 이 맛이 좋았다. 
피에 들어있는 철분에서 나는 쇠맛.
항상 갈구하게 되는 목마름의 맛. 
그 모습을 본 상대편의 사람들이 주춤주춤 물러나고 있었다. 
타오의 눈이 순간, 짐승의 눈으로 변했다. 
홍콩의 밤거리가 네온싸인으로 붉었다.
"...지금부터 셋 셀테니까."
타오의 말이 좁고 더러운 골목에 울려퍼졌다. 
게중에는 이미 도망하는 자가 보였다.
"얼른 도망가."
말을 마치자마자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는 타오였다. 
스무명 남짓.
오분도 안되는 시간에 타오는 스물정도를 찌르고 찌르고 찔렀다. 
사람들은 이미 죽어있던 자들 위에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살속에 장검이 푹-. 파고 들어 배와 등을 한번에 이어버리면 타오는 주저 없이 잡아 뺐다. 
칼 끝을 따라 핏줄기가 솟아 올라 타오의 검은 정장에 쉴새없이 그림을 그려댔다. 

손끝으로 전해오는 작은 전율이 이내 타오의 온 몸으로 퍼졌다. 
마약. 그래. 이건 분명 마약같은 느낌이야. 좋아. 하아...

"...사,살려 주십시오."
타오가 한참이나 전율을 느끼고 있을 때 전율을 깨는 애처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타오의 전율이 뿔뿔히 흩어졌다.
"부,부탁,부탁입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공포를 잔뜩 집어먹은 눈빛이 타오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강아지같아...
타오가 그 눈빛에 매혹되어 시선을 맞추며 서서히 내려 앉았다.
"...내가 왜 사람들을 죽이는 지 아나?"
타오가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여 덜덜 떨고 있는 사내에게 말을 건냈다. 
사내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모양새였다.
"나는 말야. 죽이는 이유가 무척 단순해. 
이 화려한 거리에 너희같은 거지새끼들이 있는 게 싫어서야. 그뿐이야."
말을 마친 타오가 검끝으로 땅을 집고 일어섰다. 
사내는 그런 타오의 눈빛이 자신에게 자비를 베푸는 듯해 긴장을 풀고 창피하게도 
오줌을 지리기 시작했다.
타오는 사내의 구린 모습을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너희들은 살려만 두면 끊임없이 개체수를 늘려가지. 난 그게 꼴도 보기 싫어. 
이 홍콩의 화려한 거리는 순수하고 순백한 자만이 있어야만 해. 그게 이곳이 아름다운 이유지."
타오의 손목이 휘적휘적 장검을 휘둘러 사내를 위협했다. 
사내의 곁에서 부드럽게 원을 그리다가도 위협적으로 선을 그렸다.
나비가 되었다가 금새 벌로 탈바꿈 했다. 
그의 모습이 야누스와 닮아 죽음의 냄새가 났다. 
지옥의 냄새.
사내의 수족이 다시 애처로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근데 왜 삼초를 세지 않고 바로 죽이신 겁니까!!"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려고 사내는 아무 말이나 집어던졌다. 
사내의 사고회로는 정지했던 건지, 아님 태생이 멍청한거였던 지 알 수가 없는,
그저 살기 위해 버둥대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타오에게 그저 귀찮은 말일뿐이었다.

"...그건 말야."
타오의 입꼬리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그리고 타오는 천천히 검의 끝을 사내의 하체부터 쇄골을 타고 
거무잡잡한 목의 중앙까지 올렸다. 
목의 중앙에 다다른 검을 타오가 다부지게 잡았다. 
검이 가로로 놓여졌다.
"삼초를 세나 안세나, 너희들은 다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그냥 세지 않았어."
말을 마친 타오가 칼을 천천히 사내의 목으로 쑤셔넣었다. 
가로로 놓인 검은 세로로 놓여 찌를때보다 더욱더 감촉이 좋았다. 
장검의 삼분의 일정도 되는 지점까지 칼이 들어가자 타오는 가차없이 칼을 잡아뺐다. 
정확히 동맥을 찌른 것인지 피가 분수처럼 터져나왔다.
타오의 입가에 핏방울들이 튀겼다.
타오는 뱀 같은 혀를 내밀어 입가의 피들을 할짝였다.
"역시 거지들의 피는 맛없어. 비려."
중얼대던 타오가 자켓의 행거치프를 꺼내 장검에 묻은 피를 세심히 닦아 내려갔다. 
다시 반짝반짝 빛나는 장검을 검집에 넣은 타오가 
유유히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골목을 빠져나갔다. 

30구 정도 되는 시체들이 골목의 한켠을 가득 매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살아나간 사람은 보이지 않다. 
그 중 아무렇게나 나뒹구는 시체들 사이에는 어린 아이 몇도 보였다.


**


"...감사합니다."
말을 마친 준면이 강대상의 옆으로 나와 고개를 잠시 까닥하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넓은 홀을 가득 메워갔다. 

단상을 내려온 준면의 곁으로 벌떼와 같은 기자들이 몰려들어 한마디만을 외치고 있었다. 
재빨리 준면의 주변으로 경호원들이 방패막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소란이 한참 될 무렵 무리를 뚫고 풍채 좋은 한 늙은이가 준면에게 다가왔다. 
"어-. 역시 김차장이야. 이번에도 기대를 걸길 잘 했어. 내가 사람 보는 눈 하나 있다니까."
"감사합니다, 국장님."
"감사는 무슨. 내가 더 고맙지, 자네에게. 자 어서 연회장으로 내려가세.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네. 내가 소개시켜줄 사람들도 있고 말야."
늙은 국장의 두꺼운 손이 준면의 어깨를 감쌌다. 
준면은 불편한듯 조심스레 몸을 비틀어 늙은 국장의 두껍고 찝찝한 손에서 벗어났다.

"역시 김준면! 이번에도 한 건 했더구만! 캬-. 인터폴이 FBI를 누르다니. 걔들 또 난리 치겠지. 
아, 이제 어깨 좀 피고 다닐 수 있겠다."
준면의 동기 하나가 요란스레 칭찬을 해대며 준면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고 하였다. 
그러자 준면은 한쪽 손을 들어 동기를 저지했다.
"어?아...너 니 어깨에 손 올리는 거 싫어하지? 아직도 그 결벽증 못 고쳤냐?"
준면의 행동에 동기가 낄낄 거리기 시작했다. 
무표정으로 동기를 바라보던 준면이 의자의 등받이에 걸쳐진 자신의 자켓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냐? 벌써 올라가게?"
"어. 나 피곤하다. 먼저 올라갈게. 잘들 놀아."

호텔의 최상층 스위트룸에 들어온 준면이 다급하게 문의 모든 보안장치를 걸어잠갔다. 
그리고 조급한 걸음으로 자신의 방으로 가 엔틱 서랍장의 가장 윗칸을 열쇠로 열었다. 
그 안을 뒤지던 준면의 하얀 손바닥에 부드러운 그것이 걸려들었다. 
아아-. 
준면의 입에서 탄식인지, 신음인지 모를 것이 터져나왔다. 
준면은 황홀한 표정으로 그것을 입술에 가져다 대어 조심스레 키스를 했다. 
나의 사랑스런-.

준면은 하늘을 걷는 듯 사뿐한 걸음으로 킹사이즈의 침대로 걸어갔다. 
신발을 벗어 던지고 침대위에 누운 준면이 그것을 입안에 머금었다. 
백색의 가루가 입안으로 쏟아져내렸다. 
어깨선으로 소름이 돋아 오기 시작했다. 
얼마 안가 준면은 비로소 천국에 도달하였다.

준면은 이것을 은하수라고 불렀다. 
백색의 은하수-.


**


민석은 하염없이 창문 밖만 바라봤다. 
비가 톡톡 민석의 창문을 두드렸다. 
민석이 소리에 맞춰 손가락으로 창유리를 두드렸다. 
창문의 유리에는 짧은 긁힌 선들이 지저분하게 그려져있었다.

"김민석 환자. 여기서 이러시면 안된다구요! 창문 깨지면 환자분만 다치는 거 몰라요?!"
하늘색의 유니폼을 입은 예민하게 생긴 간호사 한명이 방안으로 들어와 
창문을 긁고 있는 민석의 손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겼다. 
민석은 아아-.
라고 자그마한 신음을 내뱉었다.
"...비와."
민석의 여린 목소리가 간호사의 마음을 울렸다. 
간호사는 또 다시 차오르는 욕망의 샘구멍을 막으려 애를 썼다.
"....하. 나원 참. 수위 아저씨께 말씀드려서 창문을 다 막아버리던가 해야지. 
비올때 마다 저러니 진짜..."

간호사는 민석의 너저분한 주위를 치우기 시작했다.
간호사는 물건을 집어 던지듯 정리했고, 얼굴은 피곤과 짜증이 찌들어 있었다.
그런 간호사를 보던 민석의 입가에 만족스런 웃음이 걸렸다.

간호사의 귓가에 민석의 색스런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간호사는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다.

간호사는 허겁지겁 민석의 아랫도리를 벗겨냈다.
민석의 발 아래로 색이 바랜-원래의 색이 뭔지도 알 수 없을 만큼 바랜 환자복이 
아무렇게나 떨어졌다.
간호사는 마찬가지로 자신의 아랫도리를 벗고 민석에게 부비기 시작했다.

한동안 빗소리만 가득했던 병실에, 사부작 대는 소리와 살 끼리의 마찰음이 
불협화음처럼 섞여들어왔다.
민석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양손을 들어 자신의 귀를 막았다.

정사는-정사라고 부르기도 뭣한, 사실 강간에 가까운 일은 금새 끝이 났다.
간호사는 절정에 다다르자 민석의 위로 미끄러지는 드러누웠다.
그도 잠시, 간호사는 재빨리 일의 흔적들을 지워나갔다.
간호사는 들어올때와 마찬가지로 잽싸게 밖으로 나갔다.

간호사가 나가고 난 뒤 민석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민석은 자신의 탐스런 목을 두손으로 감쌌다.
머릿속엔 근원지를 알 수 없는 이명이 들려왔다.

머리를 부여잡고 실성한 사람처럼 흐느끼던 민석의 귓가에 이명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시우민-.
시우민-.

아아-.
나의 작은 사슴이였구나.
갈게, 지금.

"절대 못보내. 나의 악마."

민석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민석의 호흡이 가빨라지 시작했다.


**


건물을 유유히 빠져나오는 백현의 오른 손엔 갈색 서류봉투가 들려있었다.
이 새끼, 드디어 잡겠히겠군.

어린 놈의 전적은 꽤나 잔인했다. 
지속적으로 자신의 동창생을 감금, 폭행했으며 얼마전부터는 마약에 중독 시키고 강간까지 했다.

미친 새끼. 
남자가 남자를 강간?
돌았군.
저런 새끼가 커서 싸이코패스가 되는 거라고.

하긴, 상상이상으로 잔인해서 그 새끼의 대단하신 국회의원인 부모는 
젖내도 채 마르지 않는 자식의 뒤치닥거리를 하기만도 벅차했지.

싸이코패스의 기질이 다분해 보이는 애새끼의 얼굴은 흡사 왕자처럼 생겼다.
마치 자신을 내려다 보는 저어기 위에 사는 지배자.
사진에 찍힌 그 녀석의 삼백안이 자신을 꿰뚫어 보는 듯 해 백현은 움찔거렸다.

괜스런 찝찝함에 백현은 자신의 차량 조수석에 갈색의 서류봉투를 집어 던져 넣었다.

검찰청에서는 백현이 빼도박도 못한 증거를 가져오자 결국 이 사건을 조사하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날 밤은 백현에게 승리의 밤이었다.
내일부터 바빠질 게 분명했기 때문에 백현은 자신의 사랑스런 연인을 불러내었다.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재밌는 영화도 봤다.
바에서 거나하게 취한 다음호텔에 잡아둔 방으로 올라갔다.

오늘은 뜨거운 밤이 되게 해줄게.
연인의 작은 귓가에 은밀하게 속삭였다.

호텔의 방안으로 들어서기가 무섭게 서로의 몸이 얽혀들었다.

그리고 뜨거운 것이 자신의 심장으로 박혀들어왔다.
점점 연인과 멀어졌다.
연인이 찢어질듯한 비명을 질러댔다.

자신의 입에서 뜨거운 것이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


"이번 사건에서 당신의 도움이 컸습니다. 역시 일은 잘 처리 되었구요. 
그러니 우리 인터폴에 들어와소 같이 일하는 건 어떠십니까?"
차장의 말이 이씽의 귀를 따갑게 했다.
이씽은 그저 사무장의 말에 웃음만을 내비쳤다.

차장이 깍듯한 인사와 함께 돌아가고 이씽은 그가 건네준 인터폴의 기밀문서를 라이터 불에 태웠다.
슬슬 모든 게 지겨워 지던 이씽은 새로운 각본을 짜기 시작했다.
일주일 뒤, 전 세계 모든 뉴스의 헤드라인은 인터폴 해커팀 차장의 마약 스캔들이었다. 

신문기사에 흡족해 한 이씽은 소파에 몸을 푹 파묻고 잠에 취해갔다.

이씽이 눈을 뜬 건 땅거미가 내려앉는 시간이었다.
이씽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서재 안으로 들어가 컴퓨터를 켰다.
몇가지 단어를 써넣고 이것저것 확인하던 이씽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걸렸다.

이씽은 벽장에 장식되어 있는 와인들 중 
장 화려하게 조각된 크리스탈 병에 담긴 와인을 꺼내왔다.
프랑스산 1991년산. 
듣기로는 그 해에 프랑스에 가뭄이 이어졌고, 포도농사는 모두 망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 해에 나온 와인들은 죄다 B급으로 분류되었다고 이 와인을 건네준 사람이 말해줬었다.

이씽이 이 와인을 본 날은 처음으로 술에 취한 날이었다.
그때가 15살이었나.
어느 삼류술집에 있던 이 와인을 보고 이씽은 자기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근데 어울리지 않게 와인병은 더럽게 화려해서 이씽은 짜증이 났다.
괜시리 와인병을 보며 욕짓거리를 하자 술집의 주인은 이것이 탐이 나냐고 물었다.

지랄.
장난하세요.
탐이 안나니까 욕하는 거 아닙니까, 머저리 주인양반.

고작 소년 티도 못 벗은 놈이 와서 술주정을 부리니 그것이 앙탈로 보였었나보다.
그 인간은 자신에게 이 와인을 줬고, 평생을 이렇게 살으라고 했다.
곧 그의 말은 저주가 되어 이씽의 삶을 이 병신같은 와인처럼 만들어놨다.

명석한 두뇌.
준수한 외모.
거기에 전세계의 범죄조직이 가장 눈 여겨 보는 타겟 1순위.
더할 나위없이 재미있는 삶이었다.
정말로 이씽의 겉은, 크리스탈 와인병과 같이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그러나 내용물은, 와인처럼 B급이었다.
사생아.
마약쟁이.
남창.

재밌어, 인생은.

거실로 나가 통유리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바알간 석양을 바라보며 
이씽은 와인을 와인병 채 마셨다.
역시나 B급처럼 마냥 쓰기만했다.
순식간에 한병을 다 비운 이씽은 골프채로 와인병을 깨부수기 시작했다.

챙-.챙-.

크리스탈 부서지는 소리가 천국으로 인도하는 나팔소리 같아서 이씽은 더욱 더 광기있게 깨부셨다.
이내 크리스탈은 가루가 되어 이씽의 발치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만족스럽다는 듯이 이씽의 눈은 반달처럼 휘었다.

이씽은 수면아래로 사라지는 석양을 바라봤다.
점점 이씽의 눈이 석양처럼 붉어지기 시작했다.
눈에서 많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석양이 수면아래로 완전히 자취를 감춤과 동시에 이씽은 눈을 잃었다.

그와 맞춰 이씽의 발 아래가 가라앉기 시작했고, 이씽의 귀에선 천국의 축포가 울려퍼졌으며, 이씽의 눈에선 천사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음날 마카오 최대의 호텔이 폭파당했다는 기사가 모든 뉴스에 도배되어 나왔다. 
테러리스트는 호텔의 최상층에 묵고 있던 신원불명의 남자.
모든 것이 전소(全燒)되었다.


**


"...그럼 누나. 내일도 여기서 만나요!"
찬열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여자의 귓가를 울렸다. 
여자가 수줍은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자리를 떠나갔다. 
"어디보자-. 오. 오늘 수입 괜찮네."
찬열의 손에는 다홍색의 샤넬 신상 지갑이 들려있었다. 
역시 현금 많이 들고 다니는 년을 만나야 해.

찬열은 경쾌한 걸음으로 공원의 산책로를 걷기 시작했다.
장단을 맞추어 휘파람을 불던 찬열은 지갑에서 현금만 모조리 뺐다. 
그리고 찬열은 산책로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지갑을 버렸다.
그 년이 언제쯤 자기 지갑이 사라진 걸 알아채려나.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찬열은 희열이 나 견딜 수가 없었다.
아무라도 붙잡고 오늘 자신이 한 일을 말해주고 싶었다.
찬열은 공원의 한복판에서 실성한 사람처럼 웃어 제켰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찬열을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해괴한 사람처럼 웃으며 얼마나 걸었을까.
반대편에서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가 하나 걸어왔다.
순간 찬열의 머릿속에 한가지 재밌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자신이 생각해도 기가 막히게 재미있는 상상에 찬열은 웃음을 그칠 줄 몰랐다.

"...저기. 제가 여기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러는 데 길 좀 알로 주시겠어요?"
여자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린 찬열의 얼굴엔 순진한 미소가 가득했다.
"아. 그리고 제가 그쪽 전화번호를 잊어버려서 그런 데 다시 한번만 불러주시겠어요?"
여자의 붉은 루즈가 발린 입술이 호선을 그렸다. 
여자의 허리 위로 찬열의 손이 올라갔다.

허공으로 여자의 목소리가 고통스럽게 번졌다.
찬열은 여자의 괴로워 하는 모양새를 보다가 입술을 틀어막고 다시 웃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마약쟁이는 어디서 이런 마약을 구했나 몰라-.
어두운 방안으로 킬킬 대는 악마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그 다음날 일간지 1면에는 순도 100%의 마약을 먹고 강간을 당한 여자의 이야기가 실렸다.


**


크리스는 자신의 책상에 수북히 쌓여있는 서류에 싸인을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했나? 
크리스의  도톰한 입술에서 저음의 목소리가 나왔다.
크리스의 왼손이 책상을 톡톡 두드렸다.

"그게, 훼이잉님께서 폭주를...어제 중국 공안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오늘 아침에는 홍콩경찰에서"
"어딨나."
크리스가 잡고 있던 펜이 두동강 났다.
보고를 하던 남자의 주먹 쥔 손에 땀이 찼다.
"아직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고 있습니다."
남자의 말에 크리스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크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나 정장의 단추를 채우며 남자에게 지시했다.
"지금 당장 사람 풀어서 홍콩에 있는 카지노를 쥐 잡듯 뒤지라고 해. 
한 시간 이내로 내 눈앞에 데려와. 우리는 홍콩 오션파크로 간다."
크리스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훼이잉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크리스에게 잡혔다.
그는 크리스의 예상대로 홍콩 오션파크 내의 판다공원에 있었다.
판다들과 놀던 그는 아무 말없이 크리스를 따라왔다.
둘 사이의 전운(戰雲)에 조직원들만 긴장으로 죽어 날 뿐이었다.

크리스는 사무실이 있는 빌딩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지하에 있는 B8로 훼이잉을 데려갔다.
B8은 화려한 빌딩의 외관과는 사뭇 다른 음산한 내관이었다.
그리고 크리스의 채찍질은 한시간이 넘도록 멈추지 않았다.

보다못한 조직원 중 하나가 크리스를 말렸다.
크리스의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훼이잉이 크리스를 보며 실소를 머금고 있었다.
크리스의 하얀 실크 셔츠에는 이미 오래전 굳어져 검은색으로 변한, 누구의 것인지 모를 피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말해. 왜 또 그 지랄로 홍콩을 들쑤신 거지?"
크리스의 살벌한 목소리가 지하실에 가득 울려퍼졌다.
훼이잉은 숨을 몰아 쉬며 크리스를 쳐다보다 미친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래야 보스가 날 봐줄 것 같아서 말야."
쇳소리가 겹쳐 나오는 목소리가 크리스의 심장으로 와 박혔다.
"그 새끼는 봐주면서 나는 왜 안봐줘, 보스?"
크리스가 채찍을 더 꽉 움켜 쥐었다.
손등에 올라 온 핏줄이 당장에라도 터질 것 같았다.

"첸? 시팔. 별 거지같은 이름이 다 있어. 새벽 별은 고사하고 빛이라도 낼 수 있나 몰라."
피식 거리며 웃는 훼이잉이 크리스를 올려 다 보며 한껏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 여리여리한 새끼보단 내가 더 맛있을 거 같은 데. 보스."
기어코 훼이잉은 금기시 되는 말을 입에 올렸다.
크리스는 채찍질을 다시 시작했다.


**


세훈은 잘 다듬어져 벽에 걸려 있는 각목들 중 하나를 꺼내 공중으로 휙휙 휘둘렀다.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자뭇 날카로웠다.
 만족한 듯 세훈은 뒤에 서 있던 남자에게 고개를 까닥였다.
남자는 목례를 한 뒤 방 밖으로 빠져나갔다.

세훈은 각목을 다시 벽에 걸어놓고 마호가니 책상으로 걸어가 
서랍의 가장 윗 칸을 열어 조그만 상자를 열었다.
세훈은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자신도 책상에 걸터 앉았다.
책상의 맞은 편 벽에는 이미 너덜너덜해진 한 남자의 얼굴 인화 사진이 벽 전체를 메우고 있었다.
세훈은 상자의 뚜껑을 열어 안에 들어있는 날카로운 표창을 꺼내 그 사진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처음은 눈이었다.
볼 수록 짜증 나는 눈.
언젠가는 저 눈을 파버려 박제해 놓을 것이다.
땡그란 눈이 너무 이뻤다.

두번째는 코였다.
앙증맞은 코에 키스를 퍼붇고 싶었다.
조금만 기다려.
넌 이제 그 코로 내 체취를 맡을 수 있을 거야.

세번째는 입술이였다.
빨간 하트 모양의 입술에 무수히 많은 키스를 보내고 싶었다.
순간, 알수없는 불안감이 세훈의 온 몸을 감쌌다.
저 입술로 다른 사람의 입술에 입맞춘다면 아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세훈은 표창이 담긴 상자를 내려놓고 방을 뛰쳐나갔다.
한없이 달린 세훈이 도착한 곳은 한창 수업 중인 학교였다.
세훈은 망설이지 않고 학교 안으로 들어가 자신의 교실을 찾았다.
교과 수업이 아니었던지 교실은 텅 비어있었다.
세훈의 심장이 멈출 틈 없이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귓가에서 악마의 작은 속삭임이 들려왔다.
체육관-.

세훈은 그대로 달음질 해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몇몇은 열심히 배드민턴을 하고 있었고 몇몇은 모여 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그들 사이로 눈을 재빠르게 굴리던 세훈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여학생들이 세훈을 발견하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했다.
와, 오늘은 올블랙이야. 
대박이다. 
쟤 왜 계속 잘 생겨져?

그러거나 말거나 세훈은 혼자 동 떨어져 다리를 끌어 안고 
배드민턴을 치는 아이들을 구경하는 그 애를 향해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내 세훈의 모습을 보고 놀란 그 애가 땡그란 눈을 들고 세훈을 경악스럽게 쳐다봤다.
세훈은 특유의 미소로 화답한 뒤 다짜고짜 남자애의 가는 손목을 잡고 체육관 밖으로 끌어냈다.

학교의 지하 무용실은 수업이 없었는 지 불이 꺼진 채로 텅 비어있었다.
어두컴컴한 그 안으로 남자애를 밀어넣은 세훈이 무용실의 문을 잠갔다.

그리고 목 마른 사람이 오아시스를 찾은 것처럼 그 애를 탐하기 시작했다.
세훈과 남자애의 달뜬 신음소리가 무용실에 가득했다.

세훈은 두번째 천국을 맛 보았다.

      

      

      

      

morceau 상(上)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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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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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헐~~~!!!! 계속 읽으면 읽을수록 머리가 복잡해지네용~~!! 얼른 다음편이 보고 싶네용~
10년 전
한강농구
헙ㅋㅋㅋㅋㅋㅋㅋ읽어주시다니ㅠㅠㅠ감쟈합니닼ㅋㅋㅋㅋㅋㅋㅋ다음편은....음....언제 나올지 모르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최대한 빨리 내놓을게요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2
넵~~!! 기다리고 있을께용~~!! 얼른 오세용~~!!!
10년 전
한강농구
네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기다리시지는 마세염ㅋㅋㅋㅋㅋㅋㅋㅋㅋ자까 늦게 왔다고 돌 맞으며뉴ㅠㅠㅠㅠㅠㅠㅠㅠ아플테니까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
10년 전
독자3
헐.....다음편읽고싶네여ㅋㅋㅋㅋㅋㅋ 정주행해야겠어용
9년 전
독자4
뭔가 다들 따로따로의 이야기인듯 하면서도 엮이는 듯도 하네요 내용이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는 구성이네요
9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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