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화 암호닉 신청자 명단입니다♥ 에이드/사디/팔찌/규야/종따이/종대징어행쇼 * 암호닉 신청자 총 명단입니다♥ 규야/종따이/종대징어행쇼/에이드/사디/팔찌/낭만 팬더/하앵이/개구리/박듀/다람쥐/농구공/유조/원주민♥ * ㅅㄷ+공지) 작가가 사정이 생겨서 일주일이나 글을 올리지 못했어요...죄송합니다ㅠㅠ하지만 작가가 5일치 분량의 글은 작업을 해놨어요. 따라서 지금부터 글은 한시간 간격으로 다섯개의 글이 올라올거예요. (한꺼번에 올리면 여러분이 글 순서대로 못 들어가실까봐ㅎㅎ) 사죄의 의미로 번외 두편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답댓도 모두 달아 드릴거예요. 일주일 전에 다셨던 댓글이라도 작가에게는 소중하니까요♥ 작가가 일주일이나 휴식기간을 가졌네요. 허허. 다시 한번 독자 분들께 글을 보여 드리지 못한 점 매우 죄송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한강 농구의 글을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그리고 암호닉 신청은 이번화부터 계속 해 주시면 됩니다. 맨 뒷화까지 가셔서 안 하셔도 돼요! + 내용에 오탈자가 있으면 꼭 알려주세요!! 수정 작업을 하긴 할 테지만 그래도 제가 못 보고 넘어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ㅠㅠㅠ오탈자 피드백은 사랑입니다♥ [이전 이야기 : 근데 문제는 종대를 볼 때마다 빨간 팬티가 생각난다는 거임.]
미치겠다, 진짜. 종대의 해맑은 얼굴을 보는 순간 종대를 가리고 있는 식탁과 바지는 모두 사라지고 빨간 팬티만 떠올랐음...아아아아아. 앙대. "빨리 와서 밥 드세요." 종대가 해맑게 웃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두드림. 오빠도 빨리 와라, 기지배야. 이 한 마디하고 다시 밥그릇에 얼굴 파묻고 밥 먹음. 어쩌겠어. 가서 먹어야지. 내가 쭈볏쭈볏 종대 옆에 앉았음. 살짝 보이는 종대의 바지는 오빠의 아디다스 추리닝이었음. 근데 그 위로 빨간...나 노이로제 걸릴 거 같아. "누나 왜 그래여? 무슨 일 있어여? 아까 제가 놀려서 그래여? 아이. 미안해여. 장난이었는 데여." 내가 젓가락 들고 한숨만 쉬니까 세훈이가 엄청 미안하지 않은 얼굴로 사과함. 사과하는 사람의 얼굴이 아니었음. 결국 세훈이는 웃음이 터졌음. "아니예요. 괜찮아요ㅋㅋㅋ" "그라춰! 암. 전 장난이였어여." 이렇게 혼란스러운 식사는 지나갔음. 다들 밥 먹고 거실에 모여 앉아서 과일 먹고 있었음. 근데 문뜩 든 생각이 민석이랑 종대는 여기 올 이유가 있는 데 루한이하고 세훈이는 왜? 였음. 아니, 루한이는 뭐 민석이 껌딱지니까 그렇다 쳐도 세훈이는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나옴. 나징은 궁금한 걸 못 참는 성격이라 바로 물어봄. "근데 세훈...씨는 여기 왜 왔어요?" "풉!!" "아, 야!" 세훈이가 마시던 오렌지 주스를 옆에 앉은 종대한테 뱉어냈음ㅋㅋㅋㅋㅋ. 종대의 하얀 면티가 젖어감ㅋㅋㅋㅋㅋ. 종대는 당황해서 세훈이한테 소리지르고 맞은 편에 앉은 맏형즈와 우리 오빠는 또 폭소함. "아, 형, 콜록, 미안, 켁, 내가, 놀라서." 나징은 웃으면서 세훈이 등 쓸어줌ㅋㅋㅋㅋㅋ세훈이는 사레가 들렸는 지 계속 켁켁 거림. 종대가 젖은 옷 붙들고 울상 지으니까 오빠가 또 옷 준다고 데려감. 여전히 세훈이는 사레가 들려있었음. "내가 물어 보면 안될거 물어봤어요? 왜 놀래요ㅋㅋ" 보다 못한 내가 마시던 물을 건넸음. 세훈이는 물 마시면서도 정신 못 차림. 아니, 생각해보니 일부러 내 눈을 피하는 듯 했음. 왜?? 나징은 집요하게 물어봤음. 왜 그런데요? 네? 왜 왔어요? 사실 세훈이가 당황하는 거 보니까 신기해서 집요하게 물어봤다고 말 못...흠. "쟤가 징어씨 보구 시따고 떼 써서 징후니가 데료 온 거예요." 이건 또 무슨 말이람? 루한이가 음흉한 눈빛으로 나한테 말했음. 나?? 날 보러 왔다고?? 에이. 뻥도 정도껏 치시죠? 하지만 루한인 자신의 말이 진짜라는 듯 눈빛으로 마구마구 어필했음. "진짜?" 내가 놀라서 루한이를 뚫어지게 쳐다봤음. 그럼 날 왜? 내가 왜 궁금해요? 아아. 머글은 어떻게 생겼나 궁금했나보구나. 우리 세훈이...가 아니라!! "왜 내가 궁금해요?" 나의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세훈이는 완전히 굳어버렸음. 나랑 만났던 적은 있었나? 한강에서 만났을 때도 엠멤버들만 있었는데? 그때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하나의 기억이 있었음. '뭐여. 너 누구세여' '저기여. 누구신지 모르겠는데여. 핸드폰 그쪽 거 아니시져? 왜 남의 핸드폰 전화 함부러 받고 그래여. 이봐여.' "아!!!!!너 그때 나한테!!!!" 세훈이도 같은 생각을 했는 지 고개를 슬쩍 돌렸음. 흥분한 내 입에선 야!! 너!! 라는 막말이 튀어 나오기 시작했음. "너너너 그때 나한테 막 정색하고 화내고!! 나한테 사생??!! 사아새앵???!!! 내가 사생으로 보여??!!!!" 사생으로 오해 받았던 나징에게 너 세훈을 봐주는 일따위 일어나지 않는다. 니가 엑소든 세훈이든 난 못 참는다!! 나징은 세훈이를 물어 뜯을 기세로 쏘아 붙였음. 그러더니 세훈이도 열 받았는 지 나한테 적반하장으로 뭐라 함. "아, 그때는 누나가 설명을 안해줘서 내가 사생인 줄 알았져." "뭐? 나 다 설명했거든?! 안 믿은게 누군데!!" "아아. 그래도 누나 목소리가 너무 사생 같아서" "사아새앵??!!! 내 목소리가 뭐 어때서!! 내가 어?! 전화를 받아서 너가 잘생겼다고 했어, 음담패설을 했어?! 난 그냥 순수하게 종대" "알았어여. 미안해여. 에이. 맞아. 이렇게 이쁜 사생이 어딨어? 그져? 알았어여. 내가 잘못했다니까? 아이고. 세훈이가 좀 맞을 짓 했져? 때려여. 맞을게여." ....뭐라고? 나징 지금 무슨 소리를 들은...? 예뻐? 내가? "아, 나도 처음부터 사생이라고 오해하고 싶어서 그랬나. 저는여, 그냥 종대 형이 불쌍해서 그런거예여." 그러나 세훈이는 그냥 학교 남자애들이 던지듯 던진 말이었는 지 여전히 말을 이어나가고 있음. 그런데 그 자리에서 굳은 건 나뿐이었나봄. 루한이와 민석이는 세훈이의 하는 냥만 보면서 웃고 있었고, 세훈이는 나한테 시선 돌리면서 변명 중이었음. 으아. 정신 차리자. 설레서 뭐 어쩌게. 너는 머글이고 쟤는 우주대스타야. "암튼 미안해여. 그날 치킨 먹는 데 사생이 기분 망쳐놨다고 생각해서 그랬어여." "야아. 그런 얘기까진 하지마. 뭐가 좋은 얘기라고." 세훈이가 주스를 술 삼고, 과일을 안주 삼아 푸념을 늘어 놓으려고 하니까 민석이가 급하게 제지했음. 그에 세훈이가 고개를 끄덕임. 알았어여. 어차피 누나도 이런 데 관심없져? 순간 세훈이의 표정이 굉장히 사생들한테 시달려서 피곤한, 그런 표정이었음. 나까지 피곤해지는 표정이었음. 한없이 분위기가 가라 앉으려고 할때 오빠가 방에서 머리 긁적이며 나타남. "야, 너 사이즈 좀 큰 맨투맨이나 반팔티 없냐? 종대 사이즈가 작아서 내꺼 주면 안맞는다. 어깨가 다 파여." 오빠 얼굴엔 당황한 티가 역력했음. 뭐래. 종대도 남잔데 내 옷이 맞겠냐. 내가 한심하단 눈으로 쳐다봤음. "아무리 그래도 여자꺼가 맞겠어?" "쟤 여자 95도 입는 다는데? 빨리 가서 니꺼 좀 찾아봐." "쫑대 여자 오또 가끔 이버여!" 내가 반신반의 하자 루한이가 오빠를 거들어 줌. 뭐, 같이 사는 멤버가 맞다는데 찾아봐야지. 나징은 내방으로 들어갔음. 드레스룸에서 옷 찾는 데 적당히 큰 사이즈가 안나와서 계절 옷 정리해 놓은 데라도 뒤져야 하나 할 때쯤 누가 방문을 똑똑 두드림. "우와. 여기가 여자 방이예여? 저 들어가도 돼여?" 세훈이와 루한이었음. 이미 활짝 열린 방으로 다 보고 있었으면서ㅋㅋㅋㅋ. 둘은 신기한지 내 방을 구석구석 훑어봄. 볼 거 없는 데. "우와. 그랜드피아눠도 이쒀! 나 쳐보고 시픈데 들어가도 돼?" 이미 루한이는 나한테 말 놓기로 한 건지 말투에 신경 안씀. 어차피 내가 어리니까 그냥 넘어갔음. 그리고 들어오라고 함. "와. 나도 여자동생 이써쓰면 조케다." "여동생 없, 아, 중국은 한자녀 제도였지." 루한이는 여자 방이 처음이려나. 손은 그랜드 피아노 건반에 올려 놓고 방안을 되게 신기한지 이리 저리 둘러봤음. "와. 여자 방에눈 소파도 이써? 와, 지짜 아기자기 하다! 나 이런 거 처음 봐!" 루한은 뭐가 그렇게 신기한지 이것저것 들여다 보기 바빴음. 세훈이도 신기한지 기지배처럼 루한이랑 같이 이것저것 찾아봄. 맞다, 종대 옷 찾아 줘야지. 나징은 정신 차리고 다시 드레스룸으로 들어갔음. 반팔 박스티가 있나, 하고 반팔 티 정리해 놓은 곳 뒤지고 있는 데 세훈이가 불쑥 들어옴. "우와. 드레스룸도 따로 있어여? 와. 없는 게 뭐야? 와와와. 대박대박." 하긴. 집이 좋긴 하니까. 나징은 세훈이한테 한번 웃어 주고 다시 옷 찾는 데 어머. 실수로 속옷 칸 열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황한 속내를 감추며 옷을 열심히 뒤적거렸음. 그리고 딱! 종대한테 맞을 만한 하얀색 박스티가 나옴. 근데 앞에 하트가 마구마구 그려져 있는 애같은 티...생각해보니 예전에 사촌동생이 놀러 왔을 때 옷 없다고 해서 급하게 사다 준 티 같았음. 이거 줘도 될까? 내가 세훈이한테 이 옷 보여주면서 괜찮냐고 물어봄. "이걸 종대 형 준다고여? 캬캬캬캬컄." "옼ㅋㅋ쫑대한테 잘 어우릴 거 가탘ㅋㅋ." 세훈이하고 루한이가 폭소하면서 좋아함. 나징은 많이 이상해요? 다른 거 찾을까요? 라고 물어봄. 근데 세훈이가 잽싸게 채서 종대 주러감. 루한이도 세훈이 쫓아 나갔음. 에휴. 나도 옷 정리하고 나감. 그리고 오빠 방에서 종대의 찡찡거림이 들려옴. "아아아아. 이게 모야아!!" 미안. 종대야. 줄게 그거 밖에 없다... "미...안해요ㅎㅎ" "...괜찮아요..."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아 종대야ㅋㅋㅋㅋㅋ. 종대가 옷 갈아 입고 나오자 마자 민석이는 이제 가야겠다며 일어섰음. 여전히 루한이와 세훈이는 종대 뒤에서 자지러질 듯이 웃는 중이었음. 오빠도 민석이랑 대화 나누다가 오빠 방에서 나오는 종대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음. 종대의 표정은 점점 울상이 되어갔음. "옷은 세탁해서 나중에 민석이 만날 때 전해 줄게. 괜찮지?" 오빠는 종대의 더러워진 옷을 세탁 바구니에 갖다 집어 넣고 종대한테 말함. 종대는 여전히 표정이 좋지 못했음. 근데 내가 보기에도 웃겼음ㅋㅋㅋ. 얼굴과 헤어는 풀메에 바짝 세워져 있는 데 옷은 완전 동네 백수보다 못햌ㅋㅋㅋㅋㅋ. 종대가 자신의 클러치를 들다가 옷하고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나봄. 세훈이 품에 억지로 밀어넣었음. 세훈이는 웃으면서 클러치를 받아 들었음. "옷이 그거 밖에 없어서 미안해요." "아녜요. 빌려주신 게 어디예요." 종대의 입이 댓발 나왔음. 아, 저 표정 박제해 놓고 싶다. 오빠는 차키를 들고 나한테 얘네 데려다 주고 온다고 먼저 나갔음. 애들도 줄줄이 따라 나갔음. "안녕히 계세요. 밥 맛있었어요." "하핳.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말씀 놓으셔도 돼요." "그래요? 알겠어요." 민석이에게 반말 해도 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석이는 나가는 순간까지 존댓말로 공손히 인사하고 나갔음. 루한도 민석이한테 떨어질세라 쫓아 가면서 나주에 또 바요! 밥 마시써써요! 이렇게 인사하고 나감. 그러나 루한의 얼굴은 미친 개구리였다고 한다. "밥 맛있었어여!! 형들한테 자랑해야지. 누나 담에 또 봐여!" 세훈이는 종대를 끌고 나가면서 해맑게 말함. 근데 얠 보는 데 뭔가 끝내지 못한 게 있는 거 같았음. 뭐지. 아직 우리가 끝내지 못한 얘기가 있는 거 같은데. 하지만 정신없이 나가는 애들 배웅하느라 내 머릿속에는 그딴 게 떠오를 리가 없었음. 그때 종대가 멈춰섬. 아, 맞아. 이거요. 종대가 내게 sm 로고가 잔뜩 박힌 쇼핑백 하나를 건넸음. "뭐예요, 이게?" "옷하고 핸드폰 보관해 주신 거 감사해서 드리는 거예요. 별거 없으니까 부담 가지지 마시고 받으세요." "네? 아니예요! 이런 거 안 주셔도 돼요!" 딱 봐도 묵직해 보이는 쇼핑백이었음. 그러나 종대는 사양 말라면서 내 손에 쥐어줬음. 얼떨결에 받아 줬음. 종대는 씩 웃더니 신발을 신었음. "옷 세탁해서 돌려 드릴게요." 종대는 세훈이에게 끌려 나가면서 말함. 오빠가 아냐. 그냥 줘도 돼. 라고 대답 하는 소리가 점점 멀어졌음. 그리고 문이 닫히고 갑자기 시끌벅적하던 집이 조용해졌음. 뭔가 어색했음. 에이, 설거지나 해야지. 삭막해진 집에서 설거지 소리만 들려왔음. 엑소 애들이 싹싹 비워준 덕에 설거지는 의외로 빨리 끝났음. 설거지가 끝나고 나는 소파에 누웠음. 흠, 얘네가 시끄러웠던게 후폭풍이 올 일인가...몸을 뒤척이던 내 눈에 종대가 선물해준 쇼핑백이 눈에 들어왔음. 나징은 일어나 앉아서 쇼핑백을 끌어와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을 꺼냈음. 엑소 데뷔 앨범부터 최근 앨범까지가 한중버전으로, 거기다 종대가 참여했던 앨범도 들어있었음. 앞면에는 종대의 싸인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음. 종대의 싸인이 그려진 굿즈들도 엄청 많이 들어 있었음. 거기다 중국어가 써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초콜릿 한 상자까지 들어있었음. 와. 이거 죄다 사려면 돈 좀 꽤나 들겠네. 그리고 맨 아래엔 조그만 카드봉투가 들어있었음. 봉투 안에는 종대가 직접 찍은 듯한 셀카 폴라로이드가 들어있었음. 뒷면에는 종대의 짤막한 편지가 쓰여 있었음. Don't worry. Be happy. 응? 뭔 뜻이지? 왜 이런 말을 써놨지? 나징은 초콜릿 하나를 입에 물며 한참 고민했음. 입안으로 알싸하면서도 달콤한 초콜릿 맛이 퍼졌음. 오, 초콜릿 내 스타일이야. 그렇게 초콜릿 반상자를 동내는 동안에도 저 문구의 의미는 풀리지 않았음. 쓸말 없어서 그냥 암거나 쓴건가? 나징은 결국 폴라로이드를 내려 놓고 다시 소파에 누워 낮잠을 청했음. 아주 단 잠을 잤던 것 같았음. 꿈에는 엑소가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번외-chen> 급하게 매니저형한테 부탁해서 중국 공항에서 받은 비매품 앨범과 굿즈들이었다. 모여든 팬들을 뚫고 공항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는 동안 혹여 잃어 버릴까봐 종대는 선물이 들은 가방을 꼭 껴안았다. 삼십분 뒤에 비행기의 비지니스석으로 들어 온 엑소 멤버들은 저마다 편한 자세를 취하며 잠깐의 숙면이라도 취하려 했다. 이내 비행기 안의 모든 빛이 차단되었다. 그러나 종대는 자기 자리의 간이 라이트를 킨 후에 자세를 바로 잡고 앨범과 굿즈들 하나 하나에 정성 스럽게 싸인을 하기 시작했다. 싸인하는 소리가 시끄러웠던지 자신의 옆자석에서 금새 잠들었던 타오가 몸을 뒤척였다. 종대는 잠시 멈칫하다 다시 싸인을 하기 시작했다. 이쁘게 잘 쓰려 종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종대는 몇번이고 근육이 뭉친 손을 터느라 이젠 어깨까지 아팠다. 그 사이에 십분 후면 한국에 상륙한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급하게 싸인을 마무리한 종대는 이제 마지막 남은 자신의 폴라로이드를 바라 보았다. 아침에 호텔에서 기념 촬영을 하자며 호텔 매니저가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들이 밀었을 때 하나 더 찍었던 폴라였다. 음, 아무리 생각해도 잘 나온 거 같아. 아, 이럴 때가 아니지. 뒤에도 싸인 해야지. 종대는 흐믓한 미소를 지으며 펜을 들었다. 그리고 폴라 뒷면에 싸인을 하려다 잠시 멈칫했다. 편지를 쓸까? 그래, 편지를 쓰는 게 좋겠다. 종대는 다시 펜을 바로 잡고 편지를 쓸 말을 생각했다. 재밌었어요. 농구 잘 하시던데요? 아, 아니야. 뭔가 어색해. 다른 거. 나중에 또 만나요. 다음 번에 만나면 제가 영화 보여 줄게요. 으아아. 이게 뭐야, 오글거려. 뜬금없이 영화야, 무슨. 아, 뭐하냐. 에휴. 편지를 써봤어야 알지. 그때 종대의 잔상에 그 여자의 멍 때리던 얼굴이 스쳤다. 농구 하는 도중에 흘끔 보았던 얼굴. 어딘가 얼빠져 있고 생각이 복잡해 보였던 얼굴. 그리고 종대가 끼고 있던 이어폰 사이로 be happy 라는 팝송 가사가 흘러 나왔다. 이거다. 종대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두 마디의 영어를 써내려갔다. Don't worry. Be happy. 휘갈겨 쓴 영어가 자신의 마음을 딱 말해주는 느낌이었다. 왠지 좋은 예감이 들어 종대의 입꼬리는 기분 좋게 말려 올라갔다. 종대는 쇼핑백에 선물들을 정리해 넣었다. 이제 자신의 마음에 파장을 일으키려 하는 여자를 만나러 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