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ney,CherryBaby : 세상에서 가장 예쁜 너에게.
Written by. 베브
BGM : 샤이니 - Ready or Not
(가사가 너무 귀여워요. 남자가 여자한테 고백하는 내용입니다.
이 노래가 특별히 달달한 것은 아니지만 제가 제 구남친과 연애 중일 때ㅋㅋ 알게 되었던 노래라, 제게는 들으면 설레게 되는 무언가가 있어요.
물론 구남친은 사요나라... 그냥 기분 좋게 들어주세요~.)
어쩌라고 넌 그리 예뻐 놓고
어쩌라고 내 맘 다 훔쳐놓고
목소린 작아지고 자꾸만 자신 없어
돌아서면 기회는 다신 없어
# 스물 세 번째 이야기. R U Ready or NOT?
☆★☆★☆★
"시발 존나 말 걸지 마 표혜미."
"아니, 내가 그렇게 널 페북 스타로 띄우려던 건 아니었는데. 아니 그니까 그만큼 니가 씹덕!"
"안 닥쳐?"
그래. 나는 페북 스타가 되었다.
내가 입은 토끼 잠옷이 전국 중고딩 계에 해일처럼 몰아쳤다고.
밥을 먹으러 가면 어디선가는 '어?' 하며 내 얼굴에 검지를 들이밀며 수근대고 있고,
학교 선생님들은 이 년이 공부는 안 하고 뭘 하냐며 웃으며 머리를 내리치셨고,
엄마는 찬열이네 엄마와 카카오톡으로 페북 링크를 연신 공유하며 깔깔 웃으셨다.
매일 점심시간 방송에는 티비에 대문짝만하게 내 고백송이 울려퍼졌다.
최진리의 사촌오빠가 3학년 방송부장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급식실 사방에 붙은 티비에 [1학년 5반 오징어 학생] 이란 촌스러운 노란색 굴림체 자막과 함께 내 얼굴이 무한반복 된단 건 상당히 떨떠름한 일이었다.
나는 그 날 부로 금식을 선언했으며, 매일 집에서 사과 같은 거나 챙겨와서 혼자 남은 교실에서 눈물과 함께 베어먹고는 했다.
그 중 가장 난감한 일은 2,3학년에서 날 보러 내려오는 것이었다.
"야. 여기 페북 스타 누구야? 나와 봐."
오늘도 뒷문에 누군가가 나를 찾고 있다.
나 아닌 척 담요를 덮어쓰고 슥 보니 치마가 속바지보다 짧아보이고 입술에 뭘 발랐는지 새빨간데 머리는 허리까지 파마를 하고 눈에는 흰자가 없고...
하여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았다.
내 옆, 찬열이 자리에 앉아있던 최진리는 눈치껏 날 쳐다보다가 대답했다.
"얘 화장실 갔어요!"
시발 보기 존나 어렵네 지가 무슨 연예인이야 뭐가 이렇게 비싸 미친 좀 보려고 했더니 시발 어쩌고 궁시렁궁시렁...
각종 비속어들과 함께 소리가 멀어져 갈 때, 나는 미친듯이 담요를 덮어쓰고 7반에 뛰어들어갔다.
"표혜미!"
혜미는 거울을 슥 보며 앞머리를 꼬리빗으로 빗다가 날 슥 돌아봤다.
"또 왜?"
'나 지금 조나 죽고 싶다고! 자살 말려! 자꾸 선배들이 내려와서!'
"난 너한테 그 장소에서 하란 말 안 했는데. 그리고 이미 망했으니까 그냥 당당하게 살아. 빠이."
표혜미는 가소롭단 듯한 표정을 짓고 다시 앞머리를 정교하게 손질했다.
그러더니 허벅지를 반도 못 덮는 치마를 슥슥 잡아당긴 표혜미가 귀찮다는 듯 살래살래 손을 젓는 것이었다.
-
그러니까, 나는 며칠째 쪽팔림에 허덕이며 찬열이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
정말로 백일이랍시고 분위기 있는 식당에서 밥 먹고 찬열이랑 같이 커플 운동화 사고 예쁘다 짱예쁘다 멋있다를 남발하며 행복하게 집에 왔는데,
문득 생각해보니까... 입술을...?
그 뒤로부터 멘탈이 붕괴됐었다. 심지어 내가 먼저 한 거잖아?
너무 빠른 거 아닐까 나 정말 어떡하지 나랑 열이는 결혼까지 해야되는데 혹시 밝히는 것 같아보였을까 오만 생각이 들었다.
누구한테 말해야 답을 얻을까 하다가 '이성 교제는 부모님과의 충분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뭐 그런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 나 어떡해! 찬열이한테 뽀뽀했어!'
엄마한테 울먹이면서 말을 걸었지만,
'그래서? 뺨맞았어? 추행범으로 신고한대?'
난 분명히 주워온 자식인가 보다.
어머 정님아! 그래 오랜만이다 얘. 한국은 언제 오니? 글쎄 징어가 말야 찬열이한테 오늘 큰 실수를 어쩌고..
자포자기 상태로 돌아섰다. 엄마한테 뭐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찬열이는 날 보면 복도 끝에서부터 붕붕 커다랗게 손을 흔들었다.
그 복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날 쳐다보고, 그럼 또 수군댄다. 나는 황급히 뒤돌아서 계단을 뛰어내려간다.
야자까지 다 마치고 밤 열 시가 넘어서야 겨우 살금살금 찬열이의 하복 셔츠 끝을 엄지와 검지로만 잡고 집에 간다.
후회할 거 알면서 그렇게 대범하게 저지르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병신 같기 짝이 없었다.
결국 어디다가 토로하지도 못하고 슬머시 교실로 돌아왔다.
찬열이는 사마귀 웃음을 지으며 김종대와 오세훈..? 맞나. 하여튼 무서운 애들이랑 같이 박수를 치며 구르고 있었다.
뭐가 저렇게 웃기대. 기신기신 힘없이 들어와 담요를 덮고 엎드리자 정수정과 최진리가 셋트로 굴러와 말을 걸었다.
"쟤네 너 얘기해. 너 페북."
"박찬열이 존나 애들의 동경의 대상임."
"시이발 우리 징어가 뭐가 어때서 남자애들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은, 분명히 잘못한 건 없는데 꼭 내가 잘못한 것 같은 기분,
숨어야 될 건 없는데 왠지 숨어야 될 것 같은 기분을 알까? 괜히 부끄러움에 고개를 못 들겠다 싶은 그 기분을?
오징어 인생에 이럴 순 없었다. 어차피 부딪힐 거라면 일찍 아픈 편이 나았다.
나는 우우웅… 신음소리를 내며 담요에서 빠져나왔다.
어깨 좀 넘는 길이의 머리가 이리저리 말도 안 되게 꼬여 있었다.
"야. 매점 가자. 내가 피자빵 사 줄게."
"그럼 너 2학년들 폭탄!"
"괜찮을 것 같아 지금 내 멘탈 상태로는."
-
내내 2학년들한테 따가운 눈초리를 받고 돌아온 진리와 수정이는 진절머리를 냈다.
쟤넨 연예인 준비할 애들인데 뭐가 저렇게 힘든 걸까 심지어 자기를 저격한 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 피크닉 두 개를 들고 교실로 들어섰다.
사과맛은 내꺼, 그리고 이상하게 복숭아 좋아하는 찬열이는 복숭아 맛으로.
대충 툭 올려놓은 후 다음 교시인 법정 교과서를 꺼냈다. 노트, 노트 어딨지. 노트도 주섬주섬 꺼내 펼친 뒤 다시 담요를 덮어썼다.
찬열이랑 예전처럼 대화하고 싶다...
어김없이 머리가 반쯤 벗겨진 법정 선생님은 '자체발광' 이라 프린팅된 부채를 팔락이며 배 위까지 끌어올린 바지를 추켜세우셨다.
자아, 수업 시작해볼까- 낭랑하게 퍼지는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찬열이는 피크닉에 벌써 빨대를 뽁 꼽고 있었다.
그래도 찬열이가 눈치가 있어서 내가 자길 쪽팔려서 피한단 걸 알고 나한테 말은 안 거는 게 다행이다.
나한테 왜 요즘 나 피하냐 어쩌고 하며 말 걸었으면 나 정말 마포대교 갔을 지도 모른다.
법정 선생님한테 오만 번은 들은 것 같은 자기 아들 자랑을 오만 한 번째 들으며 오늘 필기하려고 핀 노트에 무의식적인 것들을 끼적였다.
'찬열아...'
'열아 나 쪽팔ㄹ려...'
'나 죽으면 어떡해..?'
'이게 다 너때문이야'
'너가 너무 멋있어서!'
아니, 이건 혼자 쓰는 거라지만 너무 오글거리는데?
선을 쓱 그어 지워버린 후 다시 다른 문장들을 썼다.
'내 영상은 언제까지 나올까...'
'표혜미 페북을 탈퇴해버릴까'
'그래 다 너때문이야 찬열아'
'그렇지만 난 널 시러할수가 업는걸 흑흑...'
'왜 내가 너한테 뽀뽀했을까'
'존나 시발 오징어 병신...'
'그래 찬열아 너가 좋아서 그랬어 이해하지'
'우리엄마는 나보고 추행범이라고 하지만 넌 그렇게 생각 안 하지?'
"어이!"
화들짝 놀라 펜을 떨어뜨렸다.
법정 선생님이 지목하신 건 분명 나... 가 아닌 내 대각선 자리의 수정이었다.
"수업 시간에 음료수를 마셔? 엉?"
"아, 쌤 봐줘여. 봐줘요!"
"어이구, 이것이 입만 살아서. 이번엔 경고야. 다음엔 얄짤없어!"
"넹. 쌤 짱!"
아 뭐야. 나는 날아간 펜을 주우러 허리를 푹 숙였다.
"그리고 저기… 오징어 학생은 말야. 아까부터 내 수업을 필기하고 있는 건가? 내 아들 얘기를?"
"…네?"
"갖고와 봐."
...??!
내가 싫다며 빽빽 우기고 버티자 법정 선생님은 이리로 친히 행차하셔서 강제적으로 노트를 뺏어가셨다.
나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마포대교 가려면 몇 번 버스 타야 될까 그냥 걸어가도 되려나 어떡하지..
내 노트를 읽으시던 법정 선생님이 풉 웃으시자 아이들의 궁금증이 더욱 커진 듯싶었다.
법정 선생님은 아이들의 함성ㅡ보여줘! 보여줘!ㅡ 속에서 천천히 문장을 읽으셨다.
'찬열아...'
'나 죽으면 어떡해..?'
'너가 너무 멋있어서!'
악마의 편집이었다.
나는 존나 망했단 표정을 지었고 아이들은 야유를 보냈으며 찬열이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사마귀 웃음을 지었다.
존나 혀 깨물까.. 진지하게 생각하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법정 선생님이 자체발광 부채를 벽에 탕탕 치셨다.
'그렇지만 난 널 시러할수가 업는걸 흑흑...'
'왜 내가 너한테 뽀뽀했을까'
'그래 찬열아 너가 좋아서 그랬어 이해하지'
혀를 어느정도 세게 깨물어야 사람이 죽을 수 있지?
나는 순간 너무너무 쪽팔리고 창피하고 서럽고 etc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되어 눈물이 핑 돌았다.
나도, 나도 정말 후회되는데 주변에선 놔 주질 않고 당사자랑 눈 마주치긴 쪽팔리고 너무너무 힘들었다.
품에 안고 있던 담요를 휙 던지고 뒷문으로 달려나가자 수정이가 놀라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화장실 칸에 들어가 목을 놓아 울었다.
누가 보면 딱 초상 난 줄 알 정도로.
내 오열 소리를 듣던 정수정이 문을 부술 기세로 두들기다가 결국 화장실 옆 칸으로 들어와 변기를 밟고 내 칸으로 들어왔다.
나는 이 변태야 꺼져를 눈물에 먹힌 입으로 웅얼대며 울었고 정수정은 나를 꾹 안았다.
정말 너무 쪽팔리고 여기서 궁상맞게 수업하다 튕겨나와서 우는 것도 청승맞았다.
에이씨, 그러니까 다 짜증났단 소리였다.
"이게 다! 흐끕! 박찬열! 때문인데!"
"어이구. 그랬어?"
"걔는! 속도 없이! 끕, 피크닉이나 처먹고! 시발 내 오백원!"
"그랬구나. 우리 징어 오백원이 아까웠구나."
위로 아닌 위로 끝에 나는 눈물을 그쳤고 퉁퉁 부은 눈으로 세수를 했다.
"야. 너 역대급으로 못생겼다 진짜. 반 들어가면 찬열이가 못 알아볼 듯."
간단히 무시하고 반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면 되는데, 용기가 안 났다.
안의 분위기는 조용했다. 평소처럼. 선생님은 수업하고, 찬열이는 수업을 안 듣는 것 같이 뭔가를 받아적고.
쪽팔리고 수치스러워서 차마 당당하게 들어갈 수가 없었다.
"왜 그래. 들어가."
속도 없는 정수정은 그냥 밀어버렸고.
드르륵!
방정맞은 소리와 함께 서른 다섯 쌍의 눈이 날 향했다.
이 순간은 두고두고 평생 기억에 남는 사건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ㅡ실제로도 그랬다.ㅡ
법정 선생님은 미안한 듯 고개만 까닥였고, 나는 자리에 앉았다.
가장 먼저 노트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괜히 심술을 부려서 수업 잘 듣는 찬열이 머리에다 담요를 덮어씌웠다.
찬열이는 담요를 머리 위에서 끌어내리면서도 씩 웃었다.
"귀여워, 진짜."
그렇게, 그렇게 말하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그렇지만 내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픽 웃고 말았다.
그래. 정말 내가 널 좋아하는 게 잘못이었나 보다.
☆★☆★☆★
시험이 끝났습니다!
(백수김베브)
이제야 와서 미..미안해요..ㅠㅠㅠ
제가 달달한 걸 잘 못 써서.. 조금 쓰는 게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렇지만 글 쓰는 걸 놓지 않기 위해서! 옛날부터 쓰고 싶었던ㅋㅋㅋㅋ 시리즈? 시리즈라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써 보려고요.
허니체리베이비랑 동시에 번갈아가며 올릴 것 같아요.
글 읽어줘서 너무나 고맙습니당!
아무도 안 읽어준다고 해도 너무나 기뻐여 'ㅅ'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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