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헬로비너스 - 잠깐만
잠깐만 이게 사랑인지 호기심인 건지 아직은 모르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널
보낼 순 없어 느낌이 가는 대로
저기 잠깐만요
# 열여덟 번째 이야기. 그래 이런 게 바로 운명일거야
☆★☆★☆★
"자, 오늘은 알아서들 공 갖고 놀아라. 여자애들도 있으니까 니들끼리 공 차지 말고 짝피구라도 하던가 해."
이 세상에서 제일 귀찮은 표정으로 체육부장에게 공을 내던진 체육 선생님은 한가롭게 핸드폰을 뽑아들고 정자에 앉으셨다.
그래서 우리는 결국 별다른 아이디어를 찾지 못해 식상하기 짝이 없는 짝피구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월급 타는 선생님들이 말야… 궁시렁대며 체육복 허리를 한 번 접었다.
"자. 팀 나눠. 찢어먹기 하자."
"어… 오징어랑, 너. 둘이 찢어."
진리의 어깨에 기대서 틀어묶은 머리를 더 단단히 고정시켰다.
여중 출신의 수정이와 진리는 정말 공에 혼신의 힘을 담기 때문에, 어떻게든 우리 팀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멀찍이서 찬열이가 남자애들과 애꿎은 축구 골대를 퍽퍽 차대는 게 보였다.
쟤도 같은 편에 넣어야겠지?
다행히 나와 편을 가르게 된 아이가 수정이와 진리, 찬열이 쪽과는 친하지 않아서 가위바위보를 번번이 졌음에도 그들이 우리 편으로 왔다.
수정이와 진리는 잠시 포지션을 고민하는 듯 하더니, 진리가 선공을 맡고 수정이가 뒤에서 수비를 맡는 듯 보였다.
그런데 그 때 체육 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짝피구니까, 둘씩 짝지어서."
그러자 하나 둘 씩 서로 찰싹 달라붙기 시작했다.
나는 누구랑 같이 해야 할 지 몰라 망설이다 찬열이를 흘끗 보았는데, 찬열이가 자연스럽게 내 팔목을 잡아끌었다.
찬열이와 같은 편이 되지 못한 저번의 그 의사 딸 전학생은 머리를 잔뜩 풀어헤치고 아무 애나 골라잡은 듯 보였다.
사실 예쁘긴 예뻐서 짝이 된 남자 애는 마치 체셔 고양이처럼 웃고 있고…
근데 쟤가 나 쳐다보는 느낌이 왠지 별론데.
쟤 나한테만 공 막 던지는 거 아니야?
게임이 시작되었다.
가장 키가 작은 애보고 공을 토스하라고 하는 통에 내가 마지못해 나섰다.
다행히 상대 팀의 최단신은 공을 엄청나게 무서워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나는 간단히 우리 편으로 공을 넘길 수 있었다.
내가 우리 편으로 넘어와 우왕좌왕하고 있자, 찬열이가 날 끌어당긴 뒤 자기 뒤에 세웠다.
그리고는 날 쳐다보지도 않고 내 팔을 끌어당겨 자기 배 위에 걸친 뒤 단단히 깍지를 끼워 줬다.
나는 이렇게 안긴 것은 처음이라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찬열이의 배가 손에 닿는 게 좀 낯부끄러워 손을 꼼지락댔다.
"왜. 불편해?"
"완전 쪽팔려. 변태 같잖아."
"뭐가. 만져도 돼."
찬열이가 내 손가락을 세워 자신의 배를 콕콕 찔렀다.
찬열이의 등판에 시야가 가려져 보이지는 않지만 무언가 딱딱한 것임엔 틀림없었다.
나는 본능적인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그 순간을 마음껏 즐겼다. 콕콕콕. 계속 배를 찌르면서.
"근데 오징어 어딨어?"
"아까 공 토스했는데."
찬열이 뒤에 가려져 날 찾지 못하는 체육부장과 어수선하게 흘러가는 분위기 때문에 결국 손가락을 접어야 했지만.
수정이와 진리는 서로 공을 잡자마자 미친 듯이 공을 날렸다.
두어 명의 여자 애의 다리를 세게 맞춘 수정이는 신기하게도 파트너의 어깨 너머, 머리 너머로 공을 던졌다.
그런데도 다 맞는다는 게 신기할 뿐이었다.
또 공을 돌려받은 수정이가 저 공에 맞으면 갈비뼈 나가는 거 아니야? 싶을 정도로 엄청난 강도로 공을 던졌다.
그렇지만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 남자 애들이 간단하게 공을 제압했다. 아무리 공이 세도 남자 애들은 남자 애들인 법인 것이었다.
그 애들은 공을 잡아서 곧바로 매몰차게 수정이에게 던졌다.
그리고 무슨 수박 깨지는 소리가 나며 수정이가 공에 맞았다.
수정이는 과연 내 친구, 표혜미 친구답게 엄청난 욕설을 늘어놓으며 수비 쪽으로 나갔다.
오히려 수정이의 파트너는 공에 맞지 않으려 수정이를 버려두고 도망간 탓에 수정이에게 등짝을 맞고 있었다.
수정이가 맞고 나서 바닥을 굴러다니는 공을 주운 진리가 상대 편을 슥 훑은 다음 아무 남자애에게나 던졌다.
그 남자애는 공을 붙잡은 다음, 자신의 허리를 꼭 끌어안은 여자애에게 공을 넘겼다.
그러자 그 여자애, 이제 보니 전학생은 공을 붙잡고 누군갈 찾는 듯 하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몇 초의 정적 후에, 그 애는 정말 돌직구로 나한테 공을 던졌다.
다행히 내 앞에 선 찬열이가 그걸 받아내긴 했는데, 부글부글 속에서 뭔가가 끓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나는 날 안타깝게 쳐다보는 진리와 잠깐 눈을 마주친 뒤, 찬열이에게서 공을 뺏었다.
그리고 내가 찬열이의 앞에 섰다.
"니가 내 뒤에 있어."
"어?"
"내가 쟤 조질거야. 공 맞지 말고 얌전히 있어."
나는 공을 받아들고 천천히 손에서 굴렸다.
어딜 맞춰야 되는 거지?
일단 허벅지 쪽으로 던졌다.
그러자 남자애가 또 대신 받아서 전학생에게 넘겨주는 것이었다.
전학생은 눈을 휘어 웃으며 고맙다고 콧소리를 내더니 공을 빠르게 던졌다.
그리고 그건 내 머리를 맞고 진리에게로 튕겨나갔다.
진심으로 짜증이 솟구친 내가 진리에게서 공을 뺏어와서 모든 여자애들을 말살시키기 시작했다.
여자애들은 그다지 전투 의욕이 없었고 툭 때리면 곧바로 터덜터덜 걸어나갔다.
내가 미친 듯이 공을 던지자 찬열이는 뒤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내 어깨를 꼭 붙들고 날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나와 진리, 그리고 전학생만 남았을 시점이었다.
전학생은 여전히 파트너에게 웃음을 지어주며 그 애를 완전한 방패로 사용했다.
진리와 나는 파트너를 제쳐두고 나서는 편이었다.
진리와 내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겨냥했지만 좀처럼 맞지 않았다.
그래서 휙 수비 쪽으로 공을 패스했는데, 비실비실한 한 여자애가 공을 던질 힘이 딸려 전학생에게 공을 안겨주고 말았다.
나와 진리는 욕을 씹으며 찬열이와 그 파트너를 필사적으로 보호했다.
사실 내가 찬열이를 보호한다기보단, 찬열이가 알아서 공을 피해서 날 끌고 움직였다.
진리의 파트너가 뒤에서 날아온 공에 등판을 맞고 나가자, 그 여자애는 이제 나만을 오롯이 겨누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찬열이가 잘 피해주긴 했지만 공의 주도권이 그 쪽에 있는 이상 좀 불리하긴 했다.
결국 내가 짜증에 겨워 잠시 걸음을 멈췄을 때, 그 애가 내게 공을 던졌고 나는 맞았다. 그리고 낮은 탄식이 터졌다.
"헐. 어떡해."
"아프겠다."
가슴으로 정확히 날아온 강속구에 정통으로 맞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풀썩 주저앉았다.
하필 오늘 와이어 있는 걸 해서 살에 박힌 것 같은 기분도 들고.
시발 이거 존나 쪽팔려… 왜 하필 찬열이 앞에서… 아니 왜 하필 가슴에…
찬열이는 당연히 어디가 어떻게 아픈 지 묻지 못하고 무릎을 굽혀 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어깨에 손을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쪽팔림과 아픔에 눈물이 툭 떨어지자 비난의 화살은 전학생에게 돌려졌다.
수정이와 진리는 파이터처럼 체육복 집업을 벗어던지고 여자 애에게 공을 세게 던졌다.
여자 애가 뒤로 넘어지고, 수정이는 체육 부장에게 오징어는 수비였지만 쟤는 보호받는 애였으니까 우리가 이긴 거라며 박박 우기기 시작했다.
나는 이미 쪽팔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푹 숙이고 일어나서 조용히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장실로 뛰어들어가 바로 티셔츠 안을 확인했다.
"아 시발."
이건 존나… 아.
휴지를 대충 피가 나는 부위에 쑤셔박고 조용히 보건실로 향했다.
"저, 체육 시간에 공에 맞아서."
"인대 늘어났어? 넘어졌어?"
"그게 아니구…"
"그럼?"
"그냥 밴드 하나만 주실 수 있으세요?"
"어디, 내가 봐야 얘길 할 거 아냐."
"가슴… 이…"
"아, 이걸로 소독하고. 이거 붙이고."
선생님은 곧바로 아무 말 없이 솜과 밴드를 건네 주셨다.
커튼 속에 숨어 몰래 밴드를 붙이고 나오자 문 앞에 진리와 수정이가 서 있었다.
"괜찮아?"
"어."
"피 나?"
"응."
"병신이 존나 체육 든 날에 왜 와이어를.."
"닥쳐. 쪽팔리니까."
아픈데 가슴은 부여안고 갈 수도 없고 진짜.
짜증스럽게 계단을 올랐다. 수정이와 진리는 내 옆구리를 콕콕 찌르며 말을 걸었다.
"맞다, 너 아까 박찬열 배에 깍지 꼈던데."
"어땠어?"
"그냥. 딱딱했어."
"헐 대박."
그러더니 지들끼리 박수를 치고 내 등을 때리고 난리가 났다.
만진 건 난데 왜 자기들이 더 좋아하지.
왠지 이런 대화 자꾸 하다 보니 변태가 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박찬열 진짜 대단하다. 뭐가 빠지는 게 없어."
"맞아. 걔 전교 31등이라던데."
"진짜?"
전교 31등이라니. 나와는 영 다른 세계의 성적이다.
나도 공부를 아예 놓거나 아예 못 하는 것은 또 아니지만 저 정도면, 대단한 거지.
착잡한 마음으로 교실 뒷문을 쿵 열자 전학생이 뽀르르 달려와 내게 쪽지를 전해 주었다.
'미안해, 징어야 ㅠㅠ 잘못 던졌어. 한 번만 봐 줘 iㅅi'
이건 대체 무슨…
대충 고개를 끄덕이고 쪽지를 주머니에 깊게 넣었다.
아무 생각 없이 책상에 누우려니 책상 모서리에 가슴이 닿아서 죽을 것 같아서 옆 자리 찬열이의 의자를 꺼내 아예 니은 자로 누워버렸다.
얼굴 보기 싫다.. 쪽팔려...
-
어영부영 점심 시간이 되었다.
개라고 불릴 만큼 냄새를 잘 맡는 나는 무언가 익숙하지만 있어선 안 되는 냄새를 식당에서 잡아냈다.
"야, 우리 학교에 누구 담배 펴?"
"몰라. 선생님들?"
수정이와 진리는 아무렇게나 대답하고 점심으로 나온 오징어볶음을 뒤적거렸다.
그 때 표혜미가 오징어 다리 하나를 집어올리며 툭 말을 던졌다.
"우리 학교에 피는 애들 꽤 된대. 중학교 때도 알게 모르게 많았다던데."
그렇구나. 고개를 끄덕이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찬열이도 피면 어떡하지?
"김종대도 펴?"
"아니. 걔 기관지 예민해서."
"존나… 니넨 언제까지 썸만 탈 거야? 안 사겨?"
"아니 얘가 고백을 안 하잖아. 빨리 해 주지."
"왜 꼭 남자가 먼저 해야 돼? 니가 해."
"내가 번호 따고 데이트 신청하고 밥 사주고 다 했는데 고백까지 해?"
"…아니. 뭘 그렇게 많이 치댔냐."
표혜미는 오징어 볶음 속에 있는 양배추를 모두 내 식판 위에 옮겨담으며 또 틱틱댔다.
"좀 기다려야지 뭐."
진짜 편하게 사네.
무언갈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아 잔반통에 몇 남지 않은 반찬을 버렸다.
-
"찬열아."
"어?"
"담배 펴?"
"어??!!"
지나가듯 물었는데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좀 불안했다.
뭐라고 반응해야 될까. 아직 우린 미자이니 범법행위는 삼가해야 하며… 이건 너무 재수없고.
헐 그거 왜 펴 끊어 우리 2세… 아. 이건 도저히 안 되겠다.
"아니. 안 피는데."
"펴 본 적은 있지."
"……."
"어, 어. 있기는 있지."
"존나 이 새끼들은 어디서 담배를 뚫어서…"
"거의 다 펴 봤을 걸? 그게 좀 강제적으로. 선배랍시고 군기 잡는다고 물리기도 하고."
"다들 폐에 빵꾸나봐야 땅 치고 후회하지."
"미안해. 어?"
그러고 보니 찬열이의 가방 속에 핸드크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안 바르는 핸드크림을 왜 갖고 있는 지 의문스러웠는데 이제서야 그 궁금증이 풀렸다.
손에서 냄새 안 나게 하려고 그랬구나.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얼굴도 잘생겼고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몸도 좋은데 왜 자기 무덤을 지가 파?
"미자 주제에. 나중에 너 그러다 성불구자 돼!"
"뭘 성불구자까지 가."
"니 애가 나중에 손가락 발가락 다 합쳐서 스무 개 안 돼도 좋아?"
"아니. 안 핀다니까."
"애가 너 닮았으면 얼마나 예쁠 텐데. 아빠가 좀 잘 해야 될 거 아냐."
"난 딸은 너 닮았으면 좋겠어. 예쁘게 컸으면 좋겠다."
계속 등을 때리다가 순간 웃음이 터졌다.
나랑 결혼 계획까지 세웠던 거야? 물론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나랑 결혼하게?"
"그럼 누구랑 할 건데?"
"우리 아직 고딩인데?"
"계속 연애하면 되지."
"너 드라마 좀 그만 봐."
"그럼 헤어질 거야?"
"……."
"끝을 보고 시작하는 게 어딨어."
진지하게 바뀌어버린 어투에 적잖이 당황해서 잠시 말을 더듬었다.
이걸 뭐라고 해야… 그러니까 그게 맞긴 한데.
"그러니까 그런 말 하지 말고, 나랑 결혼해. 어?"
뭐. 잇따라 나오는 귀여운 말에 그냥 웃어버리는 수 밖에.
이렇게 멋없지만 귀엽게 프러포즈를 하면 난 넘어가 줘야지, 또.
☆★☆★☆★
☆★☆★담배피지마세요☆★☆★
@@당신의 자녀가 손가락 발가락 귓구멍 콧구멍 입천장이 다 있길 원한다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베브의 '살면서 후회할 줄 알면서 저지르는 먹을 것들' 베스트 3
3. 엽기떡볶이
2. 불닭볶음면
1. 버블티
제가 루한이랑 세훈이 때문에 버블티를 매번 도전하는데 진짜 먹을 때마다 죽을 것 같네여
왜 먹은 거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냥 그린티 시킬 걸 왜 버블 그린티 라떼를 시켜서 이 사단이 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버블티는 아무리 맛있는 데에서 먹어도 맛없어서 죽을 것 같아요 으어아어ㅏㅏㅓㅏㅓ어ㅓㅏ
벚꽃은 시들고 시험은 다가왔고 엑소는 컴백하고 나는 돈이 없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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