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아이유 - 있잖아 (Rock ver.)
있잖아 왠지 두근두근 가슴이 떨려 몰라
있잖아 괜히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좋아
Baby one two three 내게 다가 와 Luv 부끄럽지만
A to Z 알고 싶어 난 숨겨 둔 너의 맘
# 열아홉 번째 이야기. 나만 사랑한단 말만 속삭여줘, Darling
☆★☆★☆★
"오징어! 안 일어나?"
"아… 엄마 오 분만 더."
"지금 여섯 시 사십 분이야! 찬열이 집 앞에 와 있어!"
"…나 좀만 있다 깨워."
"찬열이 들인다. 아직 아침 바람 쌀쌀한데 이 년은 지금 그렇게 좋아 죽겠다는 애를 문전박대에…"
그 때까지만 해도 늦든 말든 5분이라도 더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띠리릭-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찬열이의 묵직한 인사가 들려오기 전까진.
벌떡. 일어나자마자 다급하게 거울을 확인했다.
세상에 이렇게 못생긴 사람이 존재할 수 있나?
어기적거리며 안경을 주워 쓰고 팔목의 머리끈으로 최대한 높게 머리를 묶었다.
그리고 주위를 살펴 뭐라도 뒤집어 쓸 만한 게 있을까 찾는데.
똑똑똑.
"아직 자?"
"……."
"들어간다."
"아니! 아니! 일어났어! 나와!"
다급하게 베개를 탈탈 털어 베갯잇을 벗겨 머리에 뒤집어 쓰고 문고리를 붇잡았다.
지금 내가 티셔츠랑 바지 다 입고 있는 거 맞지?
빛의 속도로 옷을 점검한 내가 후닥닥 발로 옷가지들을 침대 밑에 밀어넣고 문을 열어준 뒤 얼른 찬열이 팔 아래로 빠져나갔다.
최대한 다급하게, 물 온도를 맞출 여유조차 없어 대충 얼음처럼 찬 물로 샴푸를 요만큼만 짜서 대충 감은 뒤 세수와 양치를 동시에 하는 초능력을 발휘했다.
몇 시지. 5분 넘기면 안 되는데.
렌즈도 끼고 수건으로 얼굴 물기를 꾹꾹 닦은 뒤 화장실 불도 끄지 않고 달려나왔다.
"엄마! 밥!"
"밥이 어딨어. 가면서 사 먹어."
"아씨! 왜 밥 없어! 어제 파이 사 왔잖아."
"어제 다 처먹어 놓고…"
이렇게 수건으로 비비면 머릿결이 빗자루가 된다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상관 없었다.
드라이기로 최대한 물기를 말린 뒤에 앞머리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방에 들어갔다.
찬열이는 여지껏 그랬듯 깔끔한 차림이었다.
저 얼굴이면 완전히 잠수복 차림을 하고 다닐 만도 한데. 꿋꿋이 적당한 핏을 유지하는 중이다.
넥타이도 꼬박꼬박 매고, 파란색에 '박찬열'이라 박음질된 명찰은 춘추복 착용 기간인지라 니트조끼 위에 똑바로 박혀 있다.
셔츠가 진짜 큰데, 또 잘 어울리고, 어깨도 넓고.
소위 '어깨깡패', 그러니까 여자애들이 '저 어깨로 한 번만 어깨빵 당해봤으면' 하고 달님한테 물 떠놓고 비는 그 어깨의 소유자.
그런 박찬열이 지금 아침 일곱 시 지각 위기에 내 방에서 여유롭게 내 초등학교 시절 일기장을 읽고 있다.
나는 뭐라고 고나리를 할 기력조차 없이 스킨 로션 썬크림을 바르고 고데기를 꽂았다.
시발 내가 앞머리만 없었어도 쌍꺼풀만 있었어도 난 10분은 일찍 준비 마칠 텐데. 엄마한테 중학교 졸업할 때 쌍수 시켜달라 할 걸.
욕짓거리를 씹으며 반쯤 젖은 후드집업을 벗었다. 그리고 반팔 티 위에 블라우스를 입었다.
옷 다 입고 있는데 뭐, 여기서 갈아입어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치마를 집어들 때 쯤, 문득 뒤를 돌았던 찬열이가 눈이 화등잔만해져선 말을 더듬으며 문을 닫고 나갔다.
왜 저런대. 어쨌든 혼자가 되었으니 편하게 옷을 다 갈아입고 2차 변신을 마쳤다.
시계를 보니 7시 2분. 간당간당하다.
입술이고 뭐고 칠할 시간이 없어 가방 속에 모든 물건들을 투하했다.
핸드폰, 이어폰, 지갑, 문제집, 필통, 기타 등등이 온통 꼬여서 가방 안에 담겼다.
가디건을 팔목에 걸고 다급하게 방을 뛰쳐나온 내가 분홍색 하이 컨버스화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늦었지. 미안."
"빨리 가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나는 쭈그리고 앉아 신발의 지퍼를 올리고 있었다.
내 블라우스 안에서 조금 길어진 머리를 꺼내 준 찬열이는 내 일기장을 꼭 붙잡고 있더니, 내가 일어나자마자 내 손에 일기장을 맡겼다.
"잠깐만."
"왜?"
"가디건 줘 봐."
아무 생각 없이 가디건을 줬다.
그러자 찬열이는 가디건을 받아들어 내 허리에 빙 둘러 매 주었다.
"치마 너무 짧아. 좀 늘려."
"그런가? 키 크고 있나봐. 짧아지네."
"그건 아닌 것 같은데…"
"그렇다고 쳐 줘."
딩동.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찬열이의 팔목을 붙잡고 복도를 뛰어갔다.
-
앞머리를 붙잡고 뭐 그럴 새 없이 무작정 뛰다 보니 가까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아무거나 오는 버스 하나를 잡아 탔는데, 그 시간 대 버스나 지하철이 으레 다 그렇듯 '지옥버스'였다.
존나 사람들이 이렇게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는데 왜 맨날 우리한테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옆 중학교 아이들을 미안하지만 꾹 누르고 찬열이의 손을 잡아당겨 올라타게 했다.
옆 사람 등허리에 내 코를 박고 있어야 하는 고통스러운 압박이 상하좌우 동서남북으로 느껴졌다.
꾹, 찬열이의 손을 내가 힘든 만큼 세게 쥐자 찬열이가 그 좁은 와중에서도 꼬물꼬물 움직였다.
그러더니 조금 틈을 만들어 그 사이로 팔을 뻗어 날 감싸주는 것이었다.
"뭐야. 왜."
"힘들잖아."
"좀 있으면 내리는데 너 팔 빠질 일 하지 말구 그냥 내려. 괜찮아."
정말 고마워서 그렇게 말했다.
지옥버스에서 날 위해 손을 뻗어주는 남자가 또 있을까? 다시 한 번 되뇌이며 찬열이의 손을 꼭 잡았다.
-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생각보다 별로 늦지 않았다.
"몇 시야?"
"일곱 시 십오 분."
"별로 안 늦었네? 걸어도 되겠다. "
꽃무늬 가방을 한 번 고쳐매고 허리에 매달린 가디건 소매를 꽉 묶은 뒤 조금 여유 있게 걷기 시작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학교로 걸어가는 길은 꽤나 예쁘다.
온통 벚꽃으로 도배된 보도블럭 위를 사뿐히 즈려밟으며 걷다 보니, 문득 손에 들린 일기장이 눈에 띄었다.
"근데 일기장은 왜 본 거야? 아침부터?"
"그냥. 너 방에서 볼 게 없어서…"
"내가 못 일어나서 그래. 잠이 너무 많아서…"
"근데 왜 키는 안 커."
확. 뒤를 돌았다.
그러자 오른 눈을 살짝 더 감은 채 박장대소를 하는 찬열이가 보였다.
"니가 큰 거거든. 내가 작은 게 아니구."
"그냥 작다고 말해."
"그리고 너 나 말고 다른 애 앞에서 웃지 마. 진짜 못생겼어."
괜히 민망해져 오버를 마구 뱉은 뒤 선도부에 걸리지 않도록 치마 단추를 바깥 쪽으로 다시 잠그려 고개를 숙였다.
그 때, 뒤에서 우렁찬 외침이 들려왔다.
"오징어!!!!"
이건 표혜민데. 김종대랑 같이 학교 온다며?
의아한 표정으로 뒤를 돌자, 표혜미는 아차 싶은 표정으로 입을 부여잡고 내게 손을 팔랑팔랑 흔들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앞머리를 손으로 가리고 고개를 팍 숙인 채 나한테로 뛰어오는 것이었다.
왜 저래.
나는 일단 찬열이에게 김종대랑 같이 오란 신호를 보내고 다시 앞을 보았다.
그리고 곧 표혜미가 내 가방을 퍽 치며 내 어깨를 붙잡고 멈춰섰다.
"나. 나. 어제. 사귀기로 했다?"
"그래? 누가 고백했어."
"쟤가! 박찬열이랑 애들이랑 막 케이크 들고! 공개고백! 짱이지! 짱 멋있지!"
"난 별로. 공개 고백 안 좋아해."
"존나 얜 감성이 없어…"
"이벤트 같은 것도 별로고 귀찮은 것도 별로고. 기념일 잘 모르잖아, 나."
"맞아. 너 그래서 저번에 내 생일도 깡그리 잊어버려서 아주 그냥…"
표혜미의 중얼거림을 뒷전으로 놓고 뒤를 돌았다.
그러자 찬열이가 뭔가 어색하게 내 시선을 피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혹시 대화 들었나?
뭐, 들었어도 뭐 어쩌겠어.
"명찰 있어?"
"오늘 선도부 서?"
"엉. 유아라 언니가 선도부장인데 오늘 선대."
"미친 나 리본 안 맸는데!"
"빠이. 고나리의 세계로."
최대한 얄밉게 한 쪽 손만 슥 펴 올리니 표혜미가 정말 얄미워 죽겠단 표정으로 손가락 끝을 깨문다.
이건 표혜미의 고질병이다. 맘에 안 들면 일단 입에 넣고 보는 신생아스러운 버릇.
"그만 좀 깨물라니까. 더럽다고."
"뭐가, 네 손?"
"아니. 니 입."
"닥쳐."
"몇 시야?"
"어어… 4분 남았어."
"…뛸래?"
-
가까스로 지각은 면했으나 당장 1교시부터가 근현대사 쪽지시험이었다.
수행평가로 10점이 반영된단 청천벽력 같은 말을 까먹고 있던 내가 호구였던 것이다!
수업 시간엔 나름 열심히 듣는 편이라 빼곡히 무언가가 적힌 교과서를 들여다보며 염불 외우듯 중얼거리고 있자니 누군가가 머리를 세게 때렸다.
"뭐하냐?"
"존나 근현대사… 말 걸지 마."
"오늘 시험 봐?"
"엉. 수행. 10점."
오늘이 시험인 지도 모르는 정수정 최진리가 바로 그 '누군가'였다.
그들은 잔뜩 당황한 눈으로 시선을 주고받더니 총총 사라졌다.
나는 찬열이의 책상 위에 올려진 찬열이의 정갈한 글씨…는 전혀 못 알아보겠으므로 패스.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하지 못하고 끙끙 앓다보니 결국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반쯤 포기 상태로 시험을 치뤘다.
"1번. 갑신정변의 원인을 서술하시오."
"……."
"쉽지?"
샤프를 탁 내려놓았다.
지금 내가 연애를 할 때가 아니구나.
-
"시험 3주 남았다고?"
"응. 우리학교 좀 늦게 봐."
"왜 벌써 시험이야? 우리 뭐 배웠는데?"
"몰라…."
김종대와 닭털 날리는 표혜미를 제외한 나머지끼리 매점에 몰려갔다.
점심을 먹고 난 뒤 간단한 디저트? 정도로 아이스크림이란 메뉴를 집은 뒤, 체리마루를 물고 천천히 계단을 올라가는데,
"네가 박찬열이야?"
"네."
수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일단 명찰을 대충 가린 뒤 천천히 계단을 마저 올랐다.
"야. 얘 맞아? 그 1학년에서 제일 잘생겼단 애."
"어 맞대."
꼭 소설 같은 데에 나올 법한 선배들의 대화에 픽 웃음이 흘렀다.
이 다음 말은 너 좀 생겼으니 우리 밑에 들어와라, 이건가?
"우리 동아리 들어올래? 댄스부."
그럼 그렇지.
체리 껍질을 잘근잘근 씹으며 뒤를 돌 쯤이었다.
"저 춤을 진짜 못 춰서요. 그리고 전 공부해야 되고, 무엇보다 전 술 먹는 동아리 들어갈 생각 없는데요. 안녕히 계세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았다.
그러다가 찬열이랑 눈이 딱 마주쳤는데, 찬열이가 눈을 살짝 휘더니 내 쪽으로 휘적휘적 걸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당황해서 계단 옆 코너에 슥 숨었다. 이런다고 못 볼 리가 없는데.
"뭐하냐. 왜 숨어."
"너 근데 존나 패기롭다. 저렇게 까도 돼?"
"알아서 하라고 해. 난 저런 데 들어가서 술 마시고 놀다가 미래의 배달원이 되기는 싫어서."
"담배는. 끊었어?"
"나, 진짜 거짓말 아니구 중3 때 마지막으로 폈는데. 야, 그것도 딱 두 번. 애들이 강제로 물려서."
"믿어도 돼?"
"어 진짜. 나 담배 피면 우리 누나한테 뺨 맞아. 우리 누나 기관지 디게 예민하거든. 접때 끊은 것도 우리 누나가 자기 핸드백으로 내 머리 내리쳐서…"
미친 놈.
픽 웃고 허리를 주먹으로 살짝 쳤다.
"그냥 말해. 나랑 같은 동아리 들어가려고 그랬다고."
"……."
"아이구, 예뻐. 야. 끝나고 여기 학교 옆에 벌꿀 아이스크림 집 생겼대. 거기 가자. 내가 사 줄게."
"오늘도 야자 째?"
"시험기간이라 학원 간다고 해. 그리고 우리 집에서 해."
"그럼 난 조용히 받아먹어야지. 감사합니다."
-
며칠 뒤에, 찬열이가 읽었던 일기장을 다시 펴 보았다.
2002년 6월 25일
제목 : 월드컵
오늘은 월드컵 4강에 진출했다구 한다. 4강이라니!
사실 난 축구에 많은 관심이 없지만,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공동으로 열리는 월드컵이니만큼 사람들이 많이 시끄러워서 나도 자연히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오늘은 오빠가 엄마를 졸라서 치킨을 시켜 놓고 티비를 틀었다.
그런데 난 동방신기 오빠들이 좋아서 교촌치킨을 먹고 싶었는데 오빠는 자꾸 비비큐를 먹으라고 한다.
난 교촌이 좋은데...
거기다가 난 후라이드가 좋은데 오빠는 자꾸 양념을 시키려고 한다.
엄마가 짜증을 내면서 반반을 시키라고 해도 오빠는 막무가내다. 무조건 자기가 먹고 싶은 걸 먹어야 된단다.
오빠를 정말 죽이고 싶다. 오빠 죽이는 방법 없나?
결국 나는 비비큐 양념을 먹었다. 오빠는 대체 왜 비비큐에서 양념을 먹을까. 비비큐의 생명은 후라이드 튀김옷이란 걸 모르나보다.
오빠는 등신이다.
교사 : 징어 양, 등신이란 말은 나쁜 말이에요 ^^ 오빠 때문에 많이 속상했겠구나! 다음엔 꼭 징어가 좋아하는 '교촌치킨' 먹길 바래요^^*
그 밑에는, 색이 가장 선명하게, 익숙한 찬열이의 삐뚤삐뚤한 글씨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진짜 귀엽다. 사랑스럽다 진짜.
☆★☆★☆★
쉬어가는 편.. 같나요?
과제 폭탄 속에서 정신 못 차리는 김베브입니다.
오늘도 밤 샐 예정인데 죽을 것 같으네요
그리고 전 후라이드 좋아하구요... 개인적으로 네네 파닭도 좋아하고 또래오래 갈릭반 핫양념반도 좋아해요
맛있으니까 먹어보thㅔ여 네네 파닭은 파가 젤 맛있어요
그리고 제가 버블티를 못 먹는 것 뿐 취좆은 아니어씀다... 매운 것도 싫어하진 않는데 잘 먹질 모태서...
//// 암호닉 ////
소문 / 푸우곰 / 비타민 / 망고 / 준짱맨 / 챠밍 / 홈마 / 눈두덩 / 러팝 / 판다 / 지안 / 이리오세훈 / 길라잡이 / 호두
/ 심장 / 비회원앙대여 / 빛 / 여름 / 솜사탕 / 연 / 위아원 / 소금 / 콩알 / 긴가민가 / 헤운 / 젤컹젤컹 / 하루 / 애니 / 앰브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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