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B.A.P - Shady Lady
오늘 너무 예쁜 걸 항상 그래 왔는걸 (Ooh ooh)
무리한 건지 원래 그런 건지 알 순 없지만
싫단 말은 아니야 좀 궁금할 뿐이야 Oh
보여줘 Just the way you are Uh uh
# 스무 번째 이야기. 초롱초롱한 너의 두 눈이 나는,
☆★☆★☆★
"녀라."
"……."
"찬녀라."
"어?"
테이블 위에 엎어져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톡톡 치다가 문득 찬열이를 불렀다.
공부할 때만 쓰는 검정색 뿔테 안경을 쓰고 잔뜩 미간을 찌푸린 채 무언가 펜으로 써내리던 찬열이가 내가 두 번 쯤 이름을 부르고 나서야 고개를 들었다.
이어폰 한 쪽을 빼고 손목을 탈탈 털면서 눈썹을 한 번 까닥이는 찬열이.
집 앞의 작고 조용한 카페 테이블은 꽤 큰 편이었다.
나는 중학교 때부터 이 카페에 공부를 하기 위해 시험기간만 되면 매일 출석도장을 찍었고, 어김없이 이번 시험에도 찬열이를 이끌고 매일매일 오가고 있다.
프랜차이즈 지점이 아닌 덕에 사람이 적고 조용한 카페는 적당히 집중이 잘 되는 편이었다.
찬열이도 처음엔 왜 카페에서 공부를 하냐며 투덜대다가도 곧잘 적응을 하는 중이었다.
"나… 이거 모르겠는데."
"뭐."
"아니 그냥… 이거 물리. 이거 에너지를 어떻게 계산해?"
모태 문과생으로 태어난 탓에 물리는 영 내게 맞지 않았다.
수학은 무조건 풀다 보면 어떻게든 손에 익는데, 물리는 이해와 암기와 풀이가 동반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 반해 찬열이는 철저하게 이과생이다.
그런데 얘는 영어랑 문학도 잘 한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지만.
"이거… 등가속도 운동이잖아. 중력 가속도네. 그거 써서 풀면 되겠다."
슥 훑고는 바로 내게 그렇게 몇 가지 단어를 툭 던진 찬열이는 곧바로 이어폰을 끼웠다.
그렇게 말하면 난 뭔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등가속도 운동이 뭐야…
괜히 문제집 개념 정리 부분을 한 번 뒤적였다.
그냥 내일 학교 가서 선생님한테 물어볼까. 다시 묻기도 면구스러워 괜히 별표를 그린 뒤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그런데 하나가 막히니까 뒤에 있는 문제들도 알 턱이 없었다.
조금 더 끙끙대던 나는 이내 물리를 덮어버리고 일어나서 체리에이드를 하나 더 주문했다.
-
아까 체리에이드를 리필해 온 지 한 시간 쯤 지난 뒤 문득 고개를 든 찬열이는 내가 물리를 포기했음을 알아챘다.
나는 갖고 온 게 물리 밖에 없는 탓에 괜히 모르는 문제를 잡고 뒤적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나는 양심은 있는 편이라 그게 굉장히 시간 낭비란 걸 알고 있기에 흘끗흘끗 괜히 찬열이 눈치도 살피고 개념도 몇 번을 더 읽어보고 있었다.
한 시간을 생으로 날린 날 쳐다보던 찬열이는 다 녹은 허니밀크티를 쪽 빨아들이고 이어폰을 귀에서 빼낸 뒤 짐을 챙겼다.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니까, 그냥 집에 가서 같이 영어 공부나 하자고 날 보고 웃었는데.
"그러니까 찬열아. 여기서 문장 맨 앞에 분사가 온 거는 이게 일부가 생략된 분사구문이라서 그런 건데…"
"……."
"녀라. 자?"
자네. 많이 피곤했나.
우리 집 소파에 기대서 눈을 감은 찬열이는 그 새 선잠에 들었다.
나는 턱을 괴고 찬열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코도 되게 예쁘게 뻗어있네. 쌍꺼풀도 진하고. 입술도 되게 통통하다.
가끔 눈썹을 찌푸리는 걸 보고 안경을 조심히 벗겨 주었다.
그리고 목 뒤에 베개를 받쳐 주고 담요를 가져와 조심스레 덮어주었다.
그리고 조용히 펜을 들어 노트에 영어 문법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찬열이가 깨면 같이 공부할 수 있게.
-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까무러치게 놀랐다. 내 딸 오징어가 공부라니?!! 그것도 집에서?
엄마는 그리고 앞에서 자고 있는 찬열이를 발견했다.
이 년이 멀쩡한 남의 새끼 데려와서 공부 방해나 하고 있지!!
등짝을 짝 때린 엄마는 곧 나가야 한다며 저녁 재료와 조리법을 설명하셨다.
응 엄마. 된장찌개에, 멸치볶음에, 시금치에, 엉. 엄마 근데 왜 다 풀이야? 비엔나 소시지? 응. 스팸도 있다고?
대충 받아적은 뒤 엄마를 보냈다. 언제쯤 밥 먹지. 좀 더 재울까?
일단 몸을 일으켜서 찌개 냄비를 올렸다.
-
"어으… 몇 시야?"
"일어났어?"
"응. 나 몇 시간이나 잔 거야?"
"지금 여덟 시."
"누나가 존나 또 잔소리 하겠지…"
"얼른 연락해 봐. 밥 먹고 가."
결국 찌개 냄비는 짜게 식었고 나는 팔이 아파서 필기를 그만뒀다.
찬열이 편하게 자라고 온갖 침구류를 가져와 팔다리 목에 다 받쳐준 뒤,
나는 스탠드를 가져와 거실 테이블에서 안경을 쓰고 수학 문제를 죽어라고 푸는 중이었다.
어 누나. 뭐? 아 오늘 야근이야? 엉. 알겠어. 나 밥 먹고 공부하다 들어갈게. 응. 나중에 무서우면 전화해. 데리러 갈게.
원래 남동생이 저렇게 친절한가. 유라 언니는 부럽다 저런 동생 있고…
조금 몸에 큰 후드집업을 대충 추스르고 무릎을 양 팔로 끌어모았다.
그리고 찬열이가 전화를 끊고 나서 흘리듯 물어보았다.
"원래 그렇게 유라 언니한테 잘 해줘?"
"엉. 내가 원래 좀 자상남의 대표주자잖냐."
뭐라 대답해야 할 지 몰라 그냥 픽 웃어버렸다.
그랬더니 찬열이가 자신의 종아리에 덮인 담요를 휙 걷어내면서 물었다.
"근데 그 추레한 몰골은 뭐야."
"뭐가? …아. 안경?"
"못 알아볼 뻔 했어."
"익숙해져야 돼. 이게 원래 나야."
"둔갑술 부리는 거야? 둔갑술?"
목을 뚝뚝 꺾으며 다시 식은 찌개를 데웠다.
그러자 알아서 수저를 갖고 와서 식탁에 앉는 게… 귀엽기도 하고 그렇다.
괜히 뒤돌아서 입술을 꾹 깨물며 웃음을 참았다. 왜 웃냐고 물었을 때 차마 귀여워서, 라고 말할 수가 없었으니까.
-
"…야 오징어. 시험 잘 봤어?"
"영어 서술형 존나!… 아 울고 싶어."
시험 마지막 날 가채점이 된 시험지를 가방에 쑤셔넣고 있자니 벌써 종례가 끝난 표혜미가 뒷문에 매달려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영어를 생각보다 너무 못 봐서 솔직히 정말 울고 싶었다. 영어가 내 전분데, 아슬아슬할 것 같아서.
진리랑 수정이는 예체능 쪽이니 아예 시험에 요만큼도 관심이 없었고, 결국 나만 또 시험을 말아먹은 것이었다.
"야. 나 알잖아. 나도 완전 망함."
"그래… 같이 망하는 거지."
혜미가 웃으면서 자기도 망했다고 하지만, 사실 혜미도 웃을 기분은 아닐 텐데.
괜히 나를 달래려고 저렇게 말해주는 게 너무 고마웠다.
혜미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이 따라주는 편은 아니었고, 본인도 그에 딱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웃고 넘기면서 셀프디스 요소로 쓰이는 정도?
"오늘, 놀러갈거야?"
"…고등학생이 무슨 시험 끝났다고 놀러가."
"염병 떠네."
애써 시선을 피하며 고등학생이 어쩌고 하는 개소리를 늘어놓자 표혜미가 대놓고 비웃었다.
솔직히 좀 괜히 울컥했지만 참았다. 그래 내가 보살이니까…
"최진리랑 정수정은 오늘 오디션 보러간댔고, 난 종대랑 만나야 돼. 너는? 넌 박찬열?"
"아니… 그냥 난 좀 쉴래."
"웬일이야? 밤샘달림 오징어가."
"어… 몰라. 야 담임 왔다. 얼른 너네 반 가. 김종대랑 잘 놀고. 빠이!"
얼른 표혜미를 보내려는 혼신의 노력 끝에 영 미심쩍은 표정으로 표혜미가 총총 사라졌다.
시험 대형인지라 쫙쫙 떨어져 앉은 찬열이는 나한테는 전혀 관심도 없는 듯 가채점한 시험지를 챙겨들고 남자애들과 시끄럽게 장난을 치고 있었다.
정수정이랑 최진리는 애초에 지금 화장실에서 제 2의 자아를 생성 중이니, 내겐 신경 쓸 여유가 없고.
우울하게 자리에 앉아 뒷자리 아라의 책상에 올려진 컴퓨터용 싸인펜만 만지작거리다, 그냥 푹 책상 위로 엎드려버렸다.
아, 정말 오늘 같은 날엔 살기 싫다. 꾸물꾸물 그런 생각이 피어올랐다.
-
그러니까, 나와 찬열이 사이가 멀어진 건 그저께였다.
시험이 끝나고 정말 피골이 상접한 채로 뿔테 안경을 올려쓰며 가방을 메던 내게 찬열이가 문득 제안을 했다.
"징어야. 저기, 공차 생겼대. 같이 먹으러 가자."
퍽 다정한 말투임에도 시험 스트레스에 찌든 나는 안경을 벗어 접으며 고개를 살짝 까닥이기만 했다.
찬열이는 내 가방도 제 것 위에 옮겨 들며 애써 내 기분을 풀려고 애썼다.
"시험 많이 못 봤어? 물리 좀 어려웠지."
"응 좀…"
"괜찮아. 이번에 첫 시험이라 겁주려고 그랬나봐. 그치?"
"어."
"기분 많이 나빠?"
"아니.."
어지럼증이 순간 돌아 살짝 미간을 찌푸리자, 찬열이는 약간 머쓱한 듯 다시 고개를 내게서 거두었다.
미안하다고 사과해야 되는데, 그럴 정신조차 챙길 수가 없어서 눈만 꾹 감고 있었다.
찬열이는 당연하게 허니밀크티를 시켰고, 나는 잠시 고민하다 그린티를 시켰다. 안 먹어본 거를 먹어볼까 싶어서 그랬는데,
괜히 그랬나. 차마 입에 있는 걸 뱉지도 못하고 씹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겨우 타피오카를 씹어 넘긴 뒤엔 손에 든 그린티 버블티를 망설임 없이 쓰레기통으로 투하시킨 나는 평상시처럼 찡찡댔다.
"야. 이거 대체 뭔 맛으로 먹어?"
"어, 난 안 먹어봐서. 맛 없어?"
"응. 괜히 먹었나."
나는 이 때 알았어야 됐다. 찬열이의 마음이 이 때부턴 좀 긁히기 시작했단 걸.
지금 생각해도 그렇다. 애써 기분 풀어주겠다고 갖은 애교 부리며 데려왔더니 기껏 먹고서는 맛없다며 버렸으니. 얼마나 허탈했을까.
하지만 나는 당연히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고, 찬열이는 괜히 손에 잡은 허니밀크티를 만지작거리다 결국 몇 입 먹지 못하고 버렸다.
다들 시끄러운 가운데 우리만 적막을 유지하며 천천히 길을 걷고 있었다.
지하도를 타고 집에 가려는 심산으로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는데, 문득 발목이 잡혔다.
"……."
"아."
한 노숙자가 내 발목을 붙잡고 종이박스 간판에 쓰인 글씨를 가리키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위해 무작정 돈을 벌려 서울로 올라왔다 사기를 맞고 지금 돌아갈 방법이 없읍니다.
도와주세요. ……'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그런 분들께 돈을 드린 적도 없었고 그럴 생각도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하기 위해 입을 뗐다.
그나마 스스로의 가치관 속에 담긴 예의 탓에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내 시야에 불쑥 긴 손이 나타났다.
"이거 받으시구, 꼭 돌아가세요. 알겠죠?"
오만원…?
내가 그런 생각을 하기도 전에 노숙자 분은 꼭 어른이 사탕을 뺏어갈까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돈을 황급히 채가서 주머니 안에 꼭꼭 넣었다.
나는 일단 찬열이 손에 끌려 가기는 하는데, 여전히 마음 속에 담긴 어떤 찜찜한 기분 탓에 내내 볼에 바람을 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기다렸다가, 찬열이한테 가방을 달라고 한 뒤 흘리듯 물어보았다.
"왜 드렸어?"
"뭐가?"
"아까, 오만원."
"당연한 거지. 나보다 어려운 사람이잖아."
"근데 결국 자기가 자초한 일 아니야? 왜 우리가 돈을 줘야 돼?"
평소 생각한 것보다, 기분이 내내 별로여서 그랬는지 더 날카롭고 뾰족하게 나간 말에 순간 아차했다.
하지만 이미 찬열이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나는 입술을 그저 잘근잘근 깨물 뿐이었다.
"당연히, 나보다 어려운 사람은 돕는 거야. 그게 맞아."
"…항상 그게 옳다고 생각해? 만약에 저런 걸로 사기를 치는 사람이라면? 그것도 옳은 행동이야?"
"왜 그렇게 생각해? 실제로 어려운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
"있을 수도 있다는 건 니가 애초에 어려운 사람이란 가정을 하지 않고 무작위로 돈을 준다는 거 아냐? 그건 그냥 돈을 투기하는 거고?"
"그 분들한테 드리는 거지. 투기라니."
"어쨌든. 난 솔직히 좀 이해가 안 돼."
무작정 내 주장만 피고 앉았음에도 괜히 찬열이가 내 의견에 동조해주지 않으니 서러웠다.
몸 상태나 정신 상태나 너무 지치고 힘들어하고 있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무작정 뒤를 돌아 달려갔다. 그리고 그 날 하루종일 핸드폰을 꺼 놓고 잠만 자다가 새벽에 일어나 공부를 했다.
그 뒤로 단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솔직히, 내가 잘못한 거긴 한데. 너도 그렇게 똑같이 나한테 굴 필요는..?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도, 내가 잘못한 게 맞는데 찬열이한테만 뭘 바라는 건 틀린 거다.
계속 내 속의 다른 생각들이 싸웠다. 먼저 사과를 해야 되는 걸까, 끝까지 버텨야 되는 걸까?
그 생각을 지금 사흘 째 하고 있는데, 지금 저기 건너편에 찬열이가 보이는 데도 차마 입을 떼어지질 않았다.
나는 결국 고민 끝에 노트를 한 장 찢어 글자를 또박또박 써 내렸다.
찬열아. 이따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친구랑 놀면 뭐 어쩔 수 없고..
나름대로 소심하게 친구랑 놀면 어쩔 수 없고.. 하는 토까지 달았다.
진짜 친구랑 놀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한숨을 푹 내쉰 뒤, 아라를 톡톡 쳐서 찬열이 자리에 이 쪽지를 올려달라고 부탁했다.
피곤했다. 집에 가서 자고 싶었다.
-
-찬열 ver.-
징어랑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싸웠다.
우리 누나가 시험 때마다 얼마나 성격이 개 같아지는 지 알고 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안 건드리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그런데도 내 말투가 자기 마음에 안 들었는지 눈가가 좀 빨개져서 휙 뒤로 돌아 뛰어가는 모습에 처음엔 엄청나게 당황했다.
그리고 다음에 든 생각. 쟤 어디 가지?
서른 번이 넘도록 전화를 해도 전화가 꺼져 있단 녹음된 목소리만 들릴 뿐, 원하던 높은 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어찌해야 될 지 몰라 우물쭈물대다 김종대한테 전화를 했다.
여자친구랑 왜 싸웠는 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싸웠고, 걔가 울면서 집에 갔는데 연락이 안 된다고 말하자 김종대는 한껏 날 비웃었다.
그 뒤로는 표혜미한테 전화해보라며 뚝 끊어버렸다.
표혜미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김종대랑 똑같은 톤으로 날 비웃었다.
하지만 표혜미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걔, 생각보다 츤데레라서. 금방 돌아와. 좀만 튕기면 막 불안증 걸린 사람처럼 있다가 결국 먼저 사과할 걸. 걔 자존심 끝판왕이잖아. 한 번 꺾어봐.'
꽃은 꺾는 게 아니란 말이 왜 지금 생각난 걸까?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 없는 오글거리는 말에 헛웃음을 지은 뒤 전화를 끊었다.
3일 동안 참아보고, 그런데도 연락이 안 오면 그 때 다시 내가 연락해야겠다, 싶었다.
그런데 시험이 끝날 때까지도 나한테 눈길도 안 주길래, 솔직히 많이 당황했고 많이 두려웠다.
매일 표혜미한테 'ㅠㅠ'가 가득한 SOS를 보내도 표혜미는 '아프니까 청춘이다' 이딴 드립이나 치며 날 밀어냈다.
나 시험 끝나고 약속도 없고 할 일도 없는데 오징어가 아직도 나한테 삐져있으면 내가 먼저 풀어내야 하는 걸까, 하는 긴급한 메시지를 표혜미한테 보내려던 찰나였다.
"야 박찬열. 이거 아라가 주래."
"유아라?"
"몰라."
쪽지를 펴 보자, 익숙한 글씨가 쓰여 있었다.
동글동글 귀여운 글씨체. 그 글씨체로 더 귀여운 말이 쓰여 있었다.
찬열아. 이따가 아이스크림 먹으러 갈래? 친구랑 놀면 뭐 어쩔 수 없고..
-
"찬녀라!"
"응. 뭐 먹을래?"
카톡으로 짧게 약속 시간과 장소를 주고받았다.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꾸민 뒤 약속시간보다 훨씬 빨리 나가서 찬열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내가 현모양처… 가 된 기분이었다. 규칙 준수를 잘 하는 좋은 아내? 아니. 여자친구.
그리고 늘 그렇듯 정각에 맞춰서 오는 찬열이를 만나자마자 예정되어있지 않던 애교가 불쑥 튀어나왔다.
스스로도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다행히 찬열이가 웃어주면서 두 팔을 벌리는 바람에 민망한 상황은 펼쳐지지 않았다.
그 속에 폭 안기려다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까치발을 들어 손 깍지를 낀 뒤 웃었다. 내가 먹을 게 뻔하지 뭐.
"나, 체리쥬빌레."
"어… 나는 그린티?"
"……."
"농담이야. 음… 저. 주문할게요."
"네. 무슨 맛으로 하시겠어요?"
"체리쥬빌레로 하프갤런에 가득이요."
☆★☆★☆★
많이... 늦었죠...?
20일에 올린다고 해놓고 21일에 올려서 죄송해요... 변명은 아니구 제가 노트북 케이블을 못 찾아서 ㅠㅠㅠㅠㅠㅠ
죄송합니다... 제가 좀만 한가했어도 피씨방이라도 갔을텐데여....
그리고 전 그린티 더쿠입니다 진짜 모든 종류의 그린티는 다 조화해여 그냥 녹차도 좋아합니다
아무리 버블티가 싫다 하더라도 그린티 버블티라면 타피오카를 여섯개 쯤은 넘길 수 이써여!
여러분은 잘 지내고 계신가요?
비록 제 독자분들 중에 한 사람에 대한 다른 견해로 찢어졌더라도, 인스티즈를 완전히 떠나셨더라도.
제 글을 만약 읽고 계신다면, 음. 감사하단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하트!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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