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에이핑크 - Sunday Monday
어제도 오늘도 보고 또 봐도 자꾸 보고 싶어
내일도 똑같애 일주일 내내 너만 생각하네
# 스물 한 번째 이야기. 하루 또 하루 매일 만나도 부족해
☆★☆★☆★
우리 엄마와 나 사이에는 일종의 계약? 같은 게 있다.
바로 서로에게 지나치게 개입하지 않는 것.
처음엔 너무 모호한가 싶던 기준이었지만, 이제는 뚜렷하게 구분이 가능하다.
엄마는 보수적인 외할머니께 지나치게 묶여서 지냈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꼭 딸을 낳으면 묶어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고.
당연히, 우리 오빠에게도 그 규칙은 적용되었다.
그래서 우리 엄마는 한 번도 내게 성적을 물으신 적도 없고 엄격하게 통금을 건 적도 없다.
그 뒷배경엔 그래 니 알아서 어련히 잘 살겠냐 하는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겠지만.
그래서, 난 요만큼의 양심도 없이, 시험점수에 개의치 않고 찬열이랑 놀아제낄 수 있었다.
찬열이야 뭐. 왜 같이 놀아도 얘는 꼭 전교 30등 안에 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머리가 지인짜 좋은가 보다. 그래. 난 멍청한 오징어다.
"녀라!!!"
"어이구."
어쨌든, 오늘은 진짜 데이트니까.
얼마 전부터 만반의 준비 끝에 준비한 화사한 치마와 소매 부분이 씨스루인 쉬폰 블라우스를 입었다.
망설이다 헤어밴드도 하고 머리도 살짝 낮게 묶었는데. 세상에.
세상에 있는 모든 자신감이 다 나한테 온 기분, 혹시 알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지나가다 번호 따이지 않을까? 그럼 뭐라고 둘러대지?
아, 죄송해요. 제가 남자친구가 있어서. 그럼. 이렇게 말해야 되나?
하여튼, 오늘은 시작부터 가뿐했다.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날 기다리고 있던 찬열이에게 달려가 등에 폭 매달렸다.
찬열이는 놀란 듯 할배 소리를 내다가 와하하 웃었다.
"일찍 왔네?"
"엉. 너 또 와 있을까봐."
"어디 갈래. 밥 먹었어?"
"아니. 넌?"
"너 안 먹었을 것 같아서 나도."
"빕스 갈래? 아니. 빕스는 저녁에 가자. 점심은 좀 가볍게 먹자. 뭐 먹을래?"
"음. 배 많이 고파?"
"막 고프진 않은데."
"그럼 그냥 아이스크림 먹을래?"
"아 맞다. 나 키위빙수 먹어보고 싶었어. 먹으러 가자!"
그렇게 말하고 카페로 가는 발걸음이 정말 너무너무 가벼웠다.
낮은 굽의 샌들이 하늘하늘 날아다닐 것 같았다.
양 팔을 팔락이며 다섯 살 아기처럼 투스텝을 하며 달려나가자 뒤에서 찬열이의 낮은 박장대소가 들려왔다.
슉! 하는 소리를 입으로 내면서 빠르게 뒤돌자 찬열이는 내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
"잡았다."
"뭐야. 술래잡기야?"
"몰라."
와하하하! 의미없는 웃음을 쏘아내고 카페로 들어갔다.
그... 뭐라고 하더라. 하여튼, 다 되면 진동 울리는 그 벨 같은 걸 들고 2층에 올라왔다.
찬열이가 핸드폰을 꺼내길래 얼른 뺏어들고 카메라를 킨 뒤 돌려줬다.
"카메라는 왜?"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냥, 오늘은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으니까.
말없이 꽃받침을 하고 눈을 꼭 감았다.
"찍으라고. 애교 부리고 있잖아 지금."
쿡쿡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셔터 소리가 연이어 터졌다.
눈도 다시 떠 보고, 브이도 해 보고, 입술도 쭉 내밀어 보고.
벨이 울릴 때까지, 계속 잔망스러운 짓만 했던 것 같다. 찬열이는 그 사마귀 표정으로 웃고 있었고.
키위빙수는, 음. 생각보다 별로였지만. 기분은 여전히 좋았다.
-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녔다.
공원도 가고, 표혜미랑 김종대 데이트 방해도 하고.
둘은 정말 꾸준히, 길거리에서 끌어안고 다니더라. 주변 어른들 시선이 영… 좋지는 않았지만.
그 뒤엔 찬열이와 서점에 가서 이것저것 둘러보기도 하고, 이것저것 펜이나 노트 같은 걸 집어보기도 했다.
평상시에 배우고 싶었던 일본어 기초 책도 집어들었다. 찬열이는 그걸 공부할 시간이 없지 않겠냐며 걱정했지만.
서점의 종이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저녁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 슬슬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입구에서 기다리는 찬열이를 보고 도도도 달려나갔다.
그러다가 문득 눈에 띈 게 있었으니.
"너 스냅백 써?"
"응. 난 좀 자주?"
"그럼 볼래?"
마침, 백화점 상설 매장인 악세사리 가게가 보였다.
이것저것 취향을 맞춰보다, 둘다 깔끔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얀색에 검정색으로 레터링이 되어있는 스냅백을 골랐다.
앞머리를 살짝 넘기고 스냅백을 살짝 얹듯 쓴 뒤에, 찬열이의 손에 들린 스냅백을 뺏어 꿋꿋이 까치발을 들었다.
그리고, 찬열이의 머리 위에 간신히 모자를 올려놓았다.
"니가 눌러."
"아, 귀여워."
찬열이는 진짜 정말로 귀여워서 지금 당장 심장마비로 즉사할 것 같단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긴 요만한 애가 이거 머리 꼭대기에다 올려놓겠다고 바둥대는 꼴이, 웃기긴 하겠지.
핸드폰 카메라를 켜서 찬열이를 내 뒤에 세우고 전신거울에 비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는 페이스북 어플을 켜 들었다. 오늘 찍은 사진들을 다 업로드 하기 위해서.
조금 있다 올릴까 싶다가, 그냥 좀 있다 또 찍으면 추가하면 되지! 하는 태평한 심정으로 무작정 날짜와 장소를 찍어 올렸다.
늘 그래왔듯, 같이 찍은 사진은 서로의 페이스북에 나만 보기로 올린다.
커플보다 솔로가 많은 이 시점에 같이 찍은 사진 올려봤자 욕밖에 더 먹겠어?
조금 걷다 보니 빕스가 보였다. 그것도 딜라이트 매장!
늘 그렇듯 대기 번호를 받고 한 10분 정도를 할 일 없이 기다려야 했다.
앉을 의자도 없어 벽에 기대어서 멍하니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문득 고개를 들었다.
찬열이는 짝다리를 짚고 날 쳐다보고 있었다.
"왜 쳐다봐. 너무 예뻐서?"
"이제 뻔뻔하다 이거지."
웃는 찬열이의 정강이를 발등으로 가볍게 찼다.
"왜. 아니야?"
"아니. 당연하지. 그래 우리 징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고!"
그만해 임마. 까치발을 들어 내 손바닥으로 찬열이의 입을 막으면서, 내 입은 귀까지 찢어져 있었다.
-
체리에이드를 받아든 뒤 폭립을 미친 듯이 퍼왔다.
폭립을 받아오고, 먹고, 퍼오고, 먹고를 무한 반복하다 보니 메인 메뉴가 나왔다.
스파게티를 포크로 돌돌 말아서, 먼저 찬열이에게 내밀었다.
"아."
얌전히 받아 먹은 찬열이는 맛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후다닥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계산은 당연히 오늘도 더치페이.
뭐 남기고 이런 것 없이, 찬열이가 남긴 것까지 다 먹은 뒤에야 나왔다.
여름이라 그런지, 여덟 시가 다 됐는데도 해가 떠 있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미미하게 떠 있는 달을 쳐다봤다. 보름달이네.
버스를 기다리고, 올라타서 2명이 앉는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그 사이 해가 넘어가 짙은 파란색을 띄고 있는 하늘을 가리키며 찬열이에게 소근소근 말했다.
"보름달 떴어."
"니 얼굴?"
"야. 진짜 재미없어. 하지마."
옆구리를 콕 찌르자, 찬열이는 앞으로 무너졌다.
그냥. 그렇게. 오늘도 너무 행복한 하루였다고.
☆★☆★
글을 안 쓴 지 넘 오래되어서 그런가!
감이 떨어졌나봐여. 겁나 노잼!
명불허전 김베브.... 진짜 너무 죄송해요....
변명할 거리도 없읍니다. 다 제 잘못이에요...
덕질 10년차에 가장 큰 방황을 하다 왔습니다.
약 한 달 여 간을 휴덕했어요. 정말로. 인스티즈 로그인도 한동안 안 했었고..
보통 휴덕이라 함은 보다 생산적인 일을 함을 의미하지만... 저는 아니었습니다.
게임중독자처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게임만 했어요....
2014년에 넥슨 게임 하시는 분?
마비노기 아시는 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저는 돌아왔습니다!
차기작을 들고!
그러나 체리베이비가 ㅋㅋㅋㅋㅋㅋㅋ 언제 끝날지 감도 안 잡혀서...ㅋㅋㅋㅋㅋㅋㅋ
얘네 너무 행복해서 제가 감히 찢어놓기가 무서워여ㅠㅠ 무한 연장..
아마 차기작은 조금 조용하고 어둡지 않을까요..?! ㅋㅋㅋㅋㅋ
(그럴 겁니다 아마도)
그럼 기다려주신 분들께 ^_ㅠ 한없는 감사와 죄송한 마음을 담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ㅎㅎ
//// 암호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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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말씀은 안 하셔도 돼요~ 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