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민(23)
-등신 같은 현장직원
-등신같이 착함
-등신같이 밝음
-등신같이 다정다감함
자기 알아줬다고 울다가 웃기까지 하는데 너무 불쌍해.
곁에 있던 사람을 막 째려보고 있던 와중에 나의 눈빛을 직격타로 맞고 있던 한 분이 참다못해 눈물을 터뜨리며 입을 열었다.
"아니.. 난, 나는, 이석민이 치킨 먹는다길래, 삐약이의 일대기를, 말해준 건데, 난, 그거, 그거뿐인데.."
아... 눈물이 쏙 들어갔다.
등신이잖아.
#착하긴_드럽게_착하네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다칠 때가 있다.
종이나 칼에 베인다든지, O링 바인더나 복합기에 살이 찡긴다든지,
높은 선반 위에 있던 거 꺼내다 머리 위로 와르르 쏟아진다든지.
탕비실은 그냥 지옥이다.
일단 내가 자주 쓰는 커피포트가 너무 뜨겁다.
맞는 말이긴 한데 너무 뜨겁다고...
화창한 오후,
애프터눈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포트에 물을 올리고 있는데
석민씨가 들어왔다.
"어? 석민씨도 한 잔 드릴까요?"
마침 물이 다 끓어서 커피잔에 믹스를 찢어 넣고 물을 부었다.
"오늘 날씨 진짜 좋죠? 비가 오랜만에 와서 너무 좋아요."
순간 잘못 들었나 해서 의아해하다가 물을 잘못 쏟았다.
하필 내 손에...
순간의 정적 후 나의 비명소리와 뭔지 모르고 같이 지르는 석민씨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진짜 빠르게 싱크대로 가서 찬물을 틀고 손을 가져다 대며 명상을 시작했다.
나는 안 아프다. 안 아파. 안 아플 것이다. 안 아파야만 한다.
"헐? 어떡해, 어떡해. 제가 그런 거예요? 저예요?"
"아니요. 저겠죠?"
그렇게 한참을 어뜩해 거리고 있는 석민씨를 강제로 커피 쥐어 내보내고
살짝 붉을 뿐인 손등을 보았다.
크게는 안 데였나 보네.
문제는 석민씨의 호들갑이었다.
화상 연고를 사와가지고 발라주더니
타자는 칠 수 있겠냐,
서류 정리는 할 수 있겠냐,
물은 마실 수 있겠냐,
서 있는 건 가능하겠냐.
아니 등신아 그만해.
결국 석민씨는...
권순영(24)
-현장직원
-놀리거나 시선 집중되면 움
-갭차이가 심하신 편이심
-극단적인 편이심
#시작은_가볍게_첫_만남
첫 만남이 가장 충격적이었던 1위는 윤정한이다.
그렇다면 2위는, 이 분이었다.
입사 일주일차인데 출근시간까지 5분밖에 안 남은 이때, 난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리고 있었다.
빠른 길로 가기 위해 골목으로 접어들었고 거기서 양아치를 만났다.
"......"
벽에 기대있던 그가 몸을 바로세우며 날 보았고, 난 깊은 생각에 빠졌다.
이 새끼를 치우고 존나 달렸을 때 이 새끼가 날 따라와 돈을 뺏을 확률은?
어차피 이 골목만 빠져나가면 회사에 금방 도착하니까 달리 방법이 없었다.
길을 막고 있는 이 새끼를 치우고 존나 달리는데, 뒤에서 뒤쫓아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
???
?????
회사 출입문 앞에 나의 구원자, 원우씨가 보였다.
"원우씨!!!!!!!!!!!!!"
흡사 성난 멧돼지에 쫒기는 사람마냥 달려들며 원우씨를 부르니
원우씨가 나와 내 뒤를 힐끔 보곤 나에게 인사를 해주며 등지는 거였다.
?
???
?????
"원우씨 싸움 좀 잘하세요? 뒤에서 양아치가 쫒아와요. 살려줘요."
???????
뭐야? 뭔데?
난 그 양아치가 우리 직원일 줄은 새똥만큼도 몰랐다.
#삐약이고_뭐고_치킨_맛있어
석민씨랑 점심에 치킨 약속을 했다.
12시가 점심시간이라 11시 땡 치자마자 12시까지 배달 부탁드린다고 30분마다 전화를 드렸다.
치킨은 소중했다.
3층 휴게실에서 치킨을 받으러 간 석민씨를 기다리는데 막 들어온 순영씨와 지훈씨가 슬픈 이야기를 해주었다.
"맛있는 사료를 많이 먹으면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다고 아저씨가 그랬어요..."
"뭐해요?"
"저는 편식 없이 맛있게 먹었어요. 오? 드디어 엄마가 있는 곳으로 갈 수 있대요!"
"아 설마;;"
"제 새로운 이름은 BHC! 야호! 이름도 생겼어요."
"죄송한데, BHC 안사요. 네네치킨으로 가시죠?"
"아, 얘 재미없네. 이따 이석민 오면 그때 놀리자."
"그래!"
나가.
#극단적인_선택의_결과
20분간의 치욕적인 벌을 끝낸 순영씨는 집중되었던 이목에 휴게실로 올라와 찔끔 울더니
지금은 좀 괜찮아졌는지 나에게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아니, 지가 먼저 내 능력 좀 봐야겠다고 주먹 날리길래..."
"맞았어요...?"
"아니. 피해서 내가 때렸지."
"...? 때렸다고요? 고객님을?"
"아, 그쪽에서 거짓말을 쳤어요?"
"응. 걱정 마. 그게 괘씸해서 두 대 더 때렸어."
"사장님!!! 이 분 덜 혼난 것 같아요!!!!"
아무튼 덜 혼났다니까?
***
터치다운에 중독이 되셨다구요?!
매일매일 신알신이 울려도 좋으시다구요?!
더더더 길었으면 좋겠다구요?!
그래서 중독성 있는 터치다운을 매일매일 들고 오고 이번엔 2편을 묶어 보았습니다^0^/
아 맞아 터치다운 2편 초록글에 올랐더라구요8ㅁ8
이런 감동 없어여8ㅁ8
저번편 추천도 2개 있는 거 봤어요8ㅁ8
감사합니다, 증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