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그 불완전한 나이.
13
"야. 너 어디 갔었어."
"…어? 잠깐 매점에. 왜?"
"그냥. 일어나니까 너 없길래. 심심해서."
어, 빵이네. 나 한 입만. 빵을 달라며 입을 벌리고 있는 친구를 보자 한 대 때릴까… 하는 충동이 들었다. 여태 자기만 했으면서 일어나서 한다는 말이 빵을 달라고? 아오, 진짜. 뭔가 얄밉고 야속한 친구에 그를 흘기다가, 그래도 아까 전원우를 만났으니까. 그걸로 위안을 삼자며 혼자서 마음을 추스렀다. 그래. 내가 한 번 봐준다. 전원우만 아니였어도 넌 나한테 한 대 맞았어.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친구에게 빵을 주는데 친구는 입을 쩌억 벌리더니 정말 어마무시하게 한 입을 뜯어먹었다. 자신의 잇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빵을 남기고선 친구는 허허… 웃었다. 저렇게 웃는 걸 보니 자기도 어이가 없었나 보다.
"야… 너 미쳤어…?"
"하… 하하. 야. 미안. 내가 내일 사줄게."
그 순간 야자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친구는 종이 쳤으니 얼른 자리에 앉으라며 내 등을 떠밀었다. …그냥 아까 한 대 칠 걸 그랬나. 아, 생각해보니까 이거 전원우가 사준 건데. 에이씨. 나는 얼마 남지 않은 빵을 입에 우겨넣곤, 공부를 하기 위해 서랍에서 책을 꺼냈다. 수학 문제를 풀려고 딱 문제를 보는데, 왠진 몰라도 갑자기 전원우가 생각났다. 전원우는 이과 탑이라고 했으니까… 당연히 수학은 잘 풀겠지? 아. 맨 처음에 독서실 휴게실에서 만났을 때, 그때도 문제를 막힘없이 풀어나가긴 했어. 전원우는 지금 수학 문제를 풀고 있을까?
…와. 미쳤나.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내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허- 하고 기가 찬 웃음이 나왔다. 진짜 단단히 미쳤구나, 나. 그래. 이건 미친 거야. 미친 게 분명해. 으아아아! 나는 손바닥으로 머리를 퍽, 퍽! 때렸다. 정신 차려, 김여주. 나는 수학 문제집을 집어넣곤 언어 기출 문제집을 꺼내 들었다. 그래. 언어 문제를 풀 때는 전원우가 생각 나지 않을거야. 수학은 이과 애들 주종목이니까 그렇다 치고, 언어는…!
…생각해보니까 겨울 방학 보충 수업으로 같이 문학을 들었었구나. 난 분명 언어 지문을 읽고 있는데 대체 왜 보충 수업 때 있었던 일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 시작하는 걸까. 으아. 차라리 그때 전원우를 만나지만 않았더라도…!!! 그때 만나지 않았으면, 지금 이런 사이가 되지도 않았을텐데. 아, 진짜 김민규랑 같이 배드민턴을 했었어야 했어!!! 정말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보충 수업을 신청하는 날로 돌아가서, 늦게 일어났던 그때와는 달리 아침 6시부터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것이다. 그 다음 무조건 배드민턴 신청에 성공해서 전원우를 만나는 일이 없도록 그렇게…. 아, 내가 전원우랑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겠냐고….
나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조용히 핸드폰을 꺼냈다. 그래. 잡 생각 없애는 데는 인터넷이 짱이지. 선생님 몰래 핸드폰을 서랍 밑에 넣어 놓곤 그걸 키자, 6분 전에 김민규한테서 카톡이 와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야자 잘 하고 있냐?]
재수없는 새끼…. 혼자 야자 째서 좋다 이거지? 나는 야자가 더 좋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어!! 진짜 짱 좋음!!! 독서실보다 더 집중 잘되는 듯ㅎㅎㅎ' 라고 보냈다. 뭔가 좋은 걸 강조한다고 저렇게 보내기는 했는데 내가 봐도 참… 안 믿겠다. 공부를 안 하고 있었던 건지 내가 카톡을 보내자마자 김민규한테서 바로 답장이 왔다.
[ㅋㅋㅋㅋㅋ애쓴다.]
…아, 죽일까. 뭔가 진 것 같은 기분에 이를 빠득 갈며 뭐라 답장을 할까 생각하고 있는데 바로 연이어 카톡이 왔다.
[오늘 독서실 올 거지?]
엥. 뭐야. 아까 집 간다며? 집에 간 거 아니였냐고 물어보니 김민규는 고3이 어떻게 학교 끝나고 바로 집에 가냐며 나를 타박해왔다. 그래. 얘 성격 상 그냥 집에 갈 리는 없지…. 아. 근데 독서실 가야 되긴 하는데 오늘은 너무 피곤하단 말이야. 사실 귀찮기도 하고. 으음…. 어떡하지.
[오늘 안 갈래. 야자했으니까 퉁 치지, 뭐.]
[그런 게 어딨어!]
[여기. 넌 더 하다가 집 가.]
[헐. 대박…. 야. 야자 10시에 끝나지.]
[어. 왜?]
[바람도 쐴 겸, 학교 앞으로 갈게.]
그래. 와…, 가 아니지. 나 오늘 전원우랑 같이 가기로 했는데?!! 김민규가 학교에 오면 내가 전원우랑 같이 집 가는 거 알 거 아니야…? 안돼. 절대 안돼!!!!
[됐어. 뭐하러 여기까지 와! 오지 마.]
[아, 왜. 심심하단 말이야.]
[공부하는데 뭐가 심심해!!!]
[심심할 때마다 우리 몬난이 얼굴 한 번씩 봐줘야 하는데 니가 없잖아….]
[죽고 싶냐.]
[쨌든 나 간다. 정문 앞에서 보자.]
야. 오지 말라니까? 나 오늘 친구랑 집에 갈 거라고!!! 내가 카톡을 보내도 김민규는 읽지 않았다. 분명 안읽씹 중일거야, 지금. 아. 어떡하지…. 뭐라 해야 될까. 김민규한테 그냥 사실대로 말할까? 전원우랑 집에 가기로 했다고? 아니야. 그랬다간 김민규가 엄청 화를 낼 것 같은데. 그럼 그냥 전원우한테 오늘 같이 못 갈 것 같다고 말할까…. 아. 그건 싫어.
어떡하지.
"미치겠네…."
나는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 꼭 이럴 때만 시간은 야속하게도 빠르게 흘러갔다.
*
"그러니까… 김민규한테 오늘 너희 오빠가 데리러 와서 같이 못 간다고 전해달라 이거지?"
"응응."
야자 두 시간동안 생각을 하고, 또 해서 나온 결론은, 미안하긴 하지만 김민규한테 거짓말을 하는 것이었다. 오빠가 나를 데릴러 온다는 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되지만, 그건 후에 대충 변명하면 되는 거고…. 아무리 생각해도 김민규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고, 전원우와 집에 가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김민규한테 거짓말을 한다는 게 굉장히 찔리긴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근데 왜? 너 김민규랑 싸웠어?"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런데 거짓말을 해서까지 김민규랑 안 가려는 건 뭔데?"
"…그게."
"여주야."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기분에 친구에게까지 말하기가 꺼려져서 우물쭈물 하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뒤에서 나를 부르는 전원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친구는 나와 전원우를 번갈아 보더니 '아아…!' 하며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너 지금 쟤랑 가려고 김민규한테 거짓말 하라는 거지?"
"…응. 미안. 부탁할게."
"나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냐. 니 껌딱지한테 미안해해야지."
그치…. 김민규한테 미안해해야지. 아, 정말. 요즘따라 왜 이렇게 거짓말만 늘고, 비밀만 쌓이는 건지. 이런 거 정말 싫은데….
"근데 쟤 전원우 아니야? 너 쟤랑 어떻게 알아?"
"뭐야, 너도 전원우 알아?"
"야. 쟤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쟤 모르면 간첩인데."
"아… 쟤 그렇게 유명한 애였구나."
"뭐래…. 어쨌든! 너 남자 한번 잘 낚았다? 전원우 정도면 엄청 괜찮지!"
"뭘 낚아! 그런 거 아니야."
"에이-. 아니긴. 그렇게 연애도 해보고 그러는 거지, 뭐."
연애는 무슨! 민망해서 버럭 소리를 지르자 친구는 말 그만 하고 얼른 가 보라며 내 등을 퍼억 밀었다. 아, 진짜! 뒤를 돌아 친구를 한껏 째려보는데 친구는 큭큭 웃으면서 잘 가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아씨. 한동안 놀림 받게 생겼네…. 한숨을 파악 내쉬고 앞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뒷문에는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있는 전원우가 서 있었다.
"공부 열심히 했어?"
"어? 어…."
열심히 하긴 개뿔. 이런 저런 잡생각을 하느라 하나도 못했지. 그런데 이런 걸 어떻게 전원우한테 말할 수 있겠어…. 거짓말을 하자니 그게 너무 찔려 말끝을 흐리자, 전원우는 '아닌데. 열심히 안한 것 같은데?' 하며 얼굴을 가까이 들이댔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바로 입술이 닿을 듯한 그 거리에 놀라 '아니야! 진짜 열심히 했어!' 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니 전원우는 '잘했어.'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 놀래라.
"오늘 독서실 가?"
"아니. 오늘은 안 가려고."
"오. 나도."
통했네, 우리. 씨익 웃으며 말을 하는 전원우를 보는데, 이게 뭐라고 나는 또 두근대는 걸까. 분명 별 것도 아닌 게 확실한데 말이야. 내가 오늘 독서실 가기 싫어하는 것처럼 쟤도 그냥 가기 싫은 거겠지. 근데 대체 이게 뭐라고 나는… 통하는 게 있다며 좋아하고 있는 걸까. 진짜 답 없다, 나.
"그럼 집에 갈까?"
집에 가자며 정문 쪽 계단으로 내려가려는 전원우를 보다가, 정문에서 기다린다는 김민규가 생각 나 다급하게 그를 붙잡았다.
"원우야!"
"어?"
"우리 후문으로 가자."
"후문? 왜?"
"어… 후문이 더 집에서 가깝거든!"
"너 어디 사는데?"
"나? OO아파트."
"거기는 정문이 더 가까울 텐데…?"
"…아, 아니야! 후문이 더 가까워. 후문으로 가자."
지금 정문으로 가면 김민규랑 마주친단 말이야…! 그럼 친구한테 거짓말을 해달라고 한 것도 다 들통 나고 만다고. 나는 전원우의 손목을 잡고는 후문 쪽 계단으로 끌고 갔다. 전원우의 얼굴은 의문으로 가득 찼지만, 나는 애써 못 본척하고 그냥 계단을 내려가야만 했다. 그래. 지금은 이게 최선인걸. 그런데 나…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냐….
"엥? 김여주 갔다고?"
"응. 오빠가 데리러 와서 갔어."
"그 형님이 몬난이 데리러 오고 그럴 사람이 아닌데…?"
"…무, 무슨 일 있나보지. 오늘은."
"근데 여기 있으면서 그 형님 본 적 없는데… 뻥 아니야?"
"아, 그, 그럼 후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나 보지! 어쨌든 오빠가 기다려서 빨리 가야 된다고 야자 끝나자마자 뛰어갔어."
"그래…?"
흐음…. 뭔가 미심쩍다는 식으로 쳐다보는 김민규에 등 뒤로 식은 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뭐, 형님이 왔다면 어쩔 수 없지. 너네 집 어디냐. 김민규의 말에 주택가라고 대답하니, '어. 권순영도 그 쪽 사는데. 너 부자였구나?' 하며 피식 웃었다. 이왕 여기까지 온 거, 너 데려다줄게. 가자. 앞서 걸어가는 김민규의 뒷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충 이렇게 넘어간 건가…. 그나저나 김여주는 잘 갔으려나. 전원우랑은 대체 언제 아는 사이가 된 거지? 아, 궁금해. 내일 다 물어봐야겠다!
*
"봐봐. 여기가 더 멀다고 했지?"
"…이, 이상하다. 분명 더 가까웠는데…."
"자기 집 가는 길도 몰라? 바보."
나도 알지. 후문에서 내가 사는 집으로 가는 길은, 정문에서 집으로 가는 것보다 15분은 더 걸린다는 걸. 후문에서 집에 가려면 거쳐야 되는 골목길이 하나 있는데, 있는 거라곤 가로등과 담벼락뿐인 이 골목길은 워낙 어둡고 또 길어서 웬만하면 나나 김민규나 후문으로 가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까는 진짜 이 방법밖에 없었다고…. 그래도 나름 성공한 것 같으니까. 그래. 이걸로 된거야. 나 혼자 애써 합리화를 하며 자기 위로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원우가 걸음을 멈췄다.
"아. 알겠다."
"뭘?"
"너가 굳이 후문으로 가자고 했던 이유."
"…어?"
뭐야. 뭘 알아. 내가 뭐 티나는 행동이라도 했나? 그런 거 없었던 거 같…은데? 내가 김민규 때문에 이랬다는 사실을 지금 눈치 챈 건가? 뭐지? 어떻게… 안 거지?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구나? 맞지?"
"어? 어! 맞아! 그래! 하하하."
그럼 그렇지. 전원우가 어떻게 알았겠어. 들키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데 잠깐. 뭔가 이상하다. 내가 지금 방금 뭐라고… 대답한 거지? 같이 있고 싶어서 그런 거라고?
"어. 인정할 줄 몰랐는데. 정말 나랑 더 있고 싶어서 그런 거야?"
와, 미친! 나 지금 뭐라고 한 거니? 이제 막 나가기로 했구나. 김여주!!!
"아니… 그게 아니라, 내 말은."
"아. 귀여워."
큭큭 웃는 전원우를 보며 나도 어색하게 따라 웃었다. 아. 근데 솔직히 이 정도면 얘도 내가 자길 좋아한다는 걸 눈치 채지 않았을까? 바보가 아닌 이상 분명 알 것 같긴 한데…. 그나저나 얘도 정말 나를 좋아해서 이러는 게 맞을까. 아니면 조금 슬플 것 같긴 하다만…. 이런 생각이 드니 아까 고민했던 질문이 다시 떠올랐다. 정말 물어볼까? 너, 나 좋아하냐고.
"…저기!"
"응?"
"그… 그게 있잖아. 너…."
눈을 크게 뜨며 '뭔데?' 하고 묻는 전원우를 보자 나는 질문은 커녕,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잠깐, 내가 지금 '내가 널 좋아해' 도 아니고, '너가 날 좋아하냐' 고 물어보려고 했던 거야? 와. 미쳤었나봐. 그걸 어떻게 물어볼 생각을 했지? 아니면 어떡하려고! 아니면 진짜 나만 쪽팔린 거잖아…. 그냥 아니야- 하고 다시 걸어가려고 하는데 '뭐야-. 뭔데?' 하며 궁금하다는 듯이 내게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전원우에 나는 뒷걸음질을 쳐야했다. 오지 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가오는 전원우에 뒷걸음질만 치다가, 이내 등 뒤로 딱딱한 벽이 느껴졌다. 아, 더 이상 도망 갈 곳도 없구나. 망했네.
"어어? 안 알려줄 거야?"
"으… 그게 말이지."
엄마. 나 어떡해요. 괜히 나댔어. 눈치를 살살 보다가 옆으로 도망가려고 하는데, 내가 못 빠져나가게 한 팔로 벽을 짚으며 전원우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아, 지금 전원우와 나는 아까 학교에서처럼 굉장히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 보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입술이 닿을 것만 같은 그런 거리. 내 바로 앞에 있는 전원우의 얼굴을 차마 쳐다볼 수가 없어 땅만 보다가 그냥 두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눈을 감고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하나 막 생각하고 있는데, 앞에서 픽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자. 늦었다."
내 머리를 헝클이며 앞장 서서 걸어가는 전원우를 보면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을 뻔한 걸 겨우 벽을 잡고 버텨냈다. 옆에 벽이 없었더라면, 나는 정말 그대로 주저 앉았을 것이다. 와… 정말 죽을 뻔했어. 아직도 쿵쾅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오는 심장에 와이셔츠가 구겨질 정도로 나는 옷깃을 세게 쥐었다. 앞서 걸어가던 전원우는 내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하자 얼른 오라며 손을 흔들었다. 있지, 난 말이야….
마치 달리기를 죽을 듯이 한 것처럼, 너를 보면 가슴이 울렁거려.
*
"데려다줘서 고마워."
"뭘."
집에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한참이나 흘러가 있었다. 평소보다 늦게 집에 도착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후문으로 오는 것도 나쁘지 않네. 오늘만 같다면. 아, 그러고 보니 전원우 집은 어디지. 나 때문에 너무 집에 늦게 가는 거 아닌가?
"근데 너희 집은 어디야?"
"우리 집? 여기서 가까워. 한 10분 거리?"
"와. 여기서 김민규네 집보다도 더 가깝네! 신기하다!"
"…아, 그래?"
근데 왜 나는 너를 한 번도 못 봤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동네에서 전원우를 본 기억이 없어서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전원우는 '우리가 그 전에 알던 사이는 아니었잖아. 몇 번 스쳐지나긴 했었겠지.'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긴, 그래서 기억을 못하는 걸 수도 있어. 앞으로도 집에 같이 가면 좋겠다! …물론 김민규가 오늘처럼 모를 때에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들어가 봐."
…집에 아무도 없는데. 오빠도 병원에 있을 거고. 하지만 그런 거 구구절절하게 말해서 뭐하겠어. 나는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도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얼른 가."
"난 원래 늦게 들어가서 괜찮아."
"그래도…."
"알았어. 그럼 내일 학교에서 보자."
"응!"
전원우랑 헤어지고 나서 엘레베이터를 탔을 때, 그제서야 나는 온 몸의 긴장이 풀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 게 학교에 하루 종일 있는 것보다 전원우랑 같이 있던 시간이 더 힘드네. 도어락을 누르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나는 침대에 철퍼덕 누웠다. 빨리 김민규랑 전원우랑 화해해서 같이 다녔으면 좋겠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의도치 않게 중간에 껴 가지고 왜 이렇게 고생을 하는 거니, 나는. 다 친하게 지낼 수는 없는 걸까…. 전원우 집은 여기서도, 김민규네 집에서도 가까우니까 같이 놀면 재밌을 것 같은데. 음… 일단 그건 뒤로 하고, 어쨌든 전원우도 여기 동네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집에 같이 갈 사람 한 명 더 늘었네. 좋다. 다음에도 기회 되면 같이 가자고 해야지.
하지만 전원우의 집은 우리 집과 정반대 편이었다는 사실을,
전원우가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훗날의 일이었다.
작가의 말 |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늦어서 정말 죄송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미 독자님들께 신뢰도가 바닥이지 않을까 싶네요...하하... 이게 아무래도 몰래 쓰는 거고 시간도 충분치 않고 글도 잘 안 써지고 그러다보니까 이렇게 늦는 거 같아요 저도 정말 독자님들께 좋은 내용으로 찾아뵙고 싶습니다ㅠㅠㅠ 이런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주시길 바랄 뿐입니다...ㅠㅠㅠㅠㅠ 그래서 정말 오늘 올리려고 부지런하게 썼어요! 하핳 내용은 별 게 없다고 느끼실지는 몰라도 말이죠..ㅎㅎㅎ... 그래도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요! 제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고 너그럽게 읽어주셨으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_ㅠ 공지에서도 저 기다려주신다는 독자님들의 댓글에 감동 또 감동했습니다ㅠㅠㅠㅠ 앞으로 진짜 열심히 쓸게요!!!!!!
암호닉 : 일공공사님, 갓원우님, 여남님, 순뿌님, 뿌존뿌존님, 순선님.
암호닉 아니신 독자님들도 제가 정말 아낍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