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썰도 약 10편 정도 남았네요.
머리야 조금만 더 굴러줘.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여러분들, 감기 조심하세요. 언제나 댓글 달아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연재텀은 언제나 할 말이 없습니다. 미안해요. ;ㅁ;...
남준이의 과제가 얼추 마무리 되어 남준이가 다른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을 때는
겨울이 기말고사라는 일정을 끌어안고 다가왔으면.
일주일 정도 남은 시험 일정에 남준이는 항상 학교가 끝나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굳이 윤기가 일하는 카페로 향했으면 좋겠다.
가까운 수많은 카페, 더 싼 카페를 두고 굳이, 버스를 타서 윤기가 일하는 그 카페로.
왜 자꾸 오냐고 말하는 윤기를 보며 괜히 멋쩍어서
커피가 맛이 좋아서, 혹은 케이크가 맛있어서 라는 이유를 대면서 카페의 한 구석에 자연스럽게 항상 자리했으면.
그리고 남준이가 공부를 끝내고 돌아갈 즈음이면 남준이의 옆에는 목도리를 칭칭 둘러 감싼 윤기가 있었으면.
집으로 같이 돌아가는 그 길 위로 오늘 하루 각자 있었던 일을 천천히 꺼내어 보여주는 것이 어느새 둘만의 일상으로 녹아들어갔으면 좋겠다.
서로 꼭 이래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걸 언급하지 않는.
암묵적으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서 더 좋은 그런 나날.
해가 져서 코 끝이 살짝 얼고, 손 끝이 조금 뻣뻣한 느낌이 들어도 걸음을 재촉하지 않은 채 남준이와 윤기는 항상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 쪽으로 걸어갔으면.
걸음걸이 속도도 어느새 똑 닮아서는, 간혹 군것질을 하기도 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 하는 것이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그런 나날 사이에서 어느 날은 남준이가 일이 있어서 카페에서 공부는 하지 못 하고, 대신 윤기의 퇴근 시간에 맞춰서 카페 앞에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왔어요?
딸랑거리는 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조금 큰 윤기의 목소리가 가보겠다고 인사를 건네는 것이 들리자
남준이는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윤기를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러다 윤기의 표정이 묘하게 굳어져있는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무슨 일 있었냐면서 윤기의 팔을 톡 건들였으면.
주머니에 양 손을 넣고 있던 윤기가 남준이가 건들인 팔을 슬쩍 꺼내면
남준이 너는 기다렸다는 듯이 윤기의 손을 맞잡아 손바닥을 마주대어 깍지를 꼈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잡힌 손 끝에 살짝 힘을 줘서 그러쥐면서도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 일이라도 있었지 미간을 꾸깃, 구기고 있었으면.
왜요.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
남준이가 엄지로 윤기의 하얀 손등을 천천히 쓰다듬으면서 길을 걷자 윤기가 한숨을 폭 내쉬고는 다른 한 손으로 마른 세수를 했으면 좋겠다.
진상 진짜 존나 싫어.
어허. 예쁜 말.
나직히 뱉어진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깍지 낀 손으로 윤기의 입술을 톡 한 번 건들였으면.
윤기가 뭐냐는 듯 고개를 젖혀 피하면서도 금방 한숨을 또 폭 내쉬었으면.
토끼 귀가 머리 위로 나와있었다면 아마 축 늘어져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시무룩한 모양새에 오늘 거한 진상이라도 왔다갔나 싶어 남준이는 가만히 윤기를 바라봤으면.
차가운 바람이 훅 들어와 윤기와 남준이 사이를 휘감은 뒤 사라질 즈음에 어두워진 하늘을 올려보던 윤기가 남준이를 살짝 올려보며 깍지 낀 손을 흔들었으면.
남준이는 그 행동에 작게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고개를 돌려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천천히 입술을 달싹이면서 억울함에 축 내려간 눈꼬리로 남준이와 눈을 마주치며 조금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건넸으면 좋겠다.
야. 아이스티 따뜻하게. 라는 주문이 가능해?
네? 그런 손님이 있었어요?
어. 그래서 내가 아이스티는 원래 차가운 거라고 했더니 아이스티 그냥 만들어서 데워주면 안되겠냐고. 아니, 그럼 얼음을 왜 넣어 그걸.
….
그리고 본인이 카페모카 시켜놓고, 왜 이렇게 달아요? 하면서 가져오면 내가 뭐 어떻게 해줘야 되냐.
….
그동안 당한게 꽤나 있었는지 윤기가 어느새 울컥해서는 남준이에게 조잘조잘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주문하는 동안 내내 이어폰 끼고 있다가 나중에 아이스가 아니라 핫을 시켰다고 다시 가져오는 손님,
커피 엎지르고는 말도 안 하고 도망간 손님,
없는 메뉴만 골라서 시키더니 카페에 그것도 없으면 장사하겠냐고 일장연설을 하던 손님,
분명 계산 끝내고 카드 돌려줬는데 나중에 왜 카드 안 주냐면서, 없다고 하니까 찾아서 달라고 억지 부리던 손님 등등.
유독 오늘따라 힘든 손님이 많았는지 윤기의 입에서는 끝도 없이 자신이 오늘 왜 이렇게 힘들었는지에 대해 잔뜩 억울함과 함께 쏟아져나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자신 역시 카페 알바를 한 적이 있고, 지금도 종종 대타로 갈 때가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윤기의 말에 맞장구를 쳐줬으면.
그 날 정류장으로 향하는 남준이와 윤기의 말소리에는 억울함과 공감이 끝도 없이 오갔으면 좋겠다.
정류장에 도착하고 나서도, 버스 안에 올라타서도
서로 그동안 봐왔던 이상했던 손님, 특이했던 손님, 아직도 기억하는 일화 등등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었으면.
버스에서 내릴 즈음에서는 어느순간 대화 소리가 확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잠깐 가라앉은 그 틈에 그제야 서로가 너무 열을 내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는 것을 깨닫고 멋쩟게 길바닥을 신발 끝으로 툭, 차기도 했으면.
잠깐의 정적이 조용히 가라앉았다가 남준이가 먼저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그리고 윤기의 머리를 쓰다듬었으면 좋겠다.
많이 억울했겠다.
남준이의 말에 윤기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으면.
그리고 먼저 팔을 뻗어서는 남준이의 허리를 꽉 끌어안고 옆에 매달린 것 같이 몸을 웅크린 채로 뒤뚱뒤뚱 걸음을 옮겼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런 윤기가 귀여워서 이번에는 크게 웃어버렸으면.
집에 들어갈 때 즈음, 윤기를 먼저 들여보낸 남준이가 목도리를 풀어 걸어놓을 즈음에 윤기가 비장한 표정으로 남준이에게 말했으면 좋겠다.
너도 어디가서 진상 있으면 말해.
응? 어떻게 하려고요?
토끼 모습으로 물어버리게. 알지? 토끼한테 물리면 그거 꽤 아프다.
진지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하는 말은 너무 귀여우면서 또 한 편으로는 사랑스러워서, 남준이는 그 뒤로 한참이나 웃었으면 좋겠다.
나는 형한테 오는 진상 손님 물어줄 수 없는데, 어떡하죠?
웃음이 멎어들 즈음, 아직은 웃음기가 많이 남은 목소리가 윤기의 귓가를 두드릴 때면 윤기가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남준이의 손을 잡았으면.
그리고 아까 집 앞에서처럼 자신의 머리 위에 얹었으면.
슬쩍 시선을 내린 윤기가 작게 중얼거렸으면 좋겠다.
이거면 돼.
어느새 보이고 있던 하얀 토끼 귀를 두 손으로 꼭 잡은 채 얼굴을 묻으면서 중얼중얼.
남준이 너는 그대로 윤기의 머리를 헝클이 듯 쓰다듬고는 윤기를 품에 꼭 안아버렸으면 좋겠다.
귀여워 죽겠다, 토끼야.
자신의 말에 윤기의 두 뺨이 더 붉어지는 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한참을 윤기를 안고 있었으면.
윤기 너는 가만히 남준이의 품에 안겨있다가 슬쩍, 남준이의 어깨에 볼을 부비면서 안겨있었으면.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느긋히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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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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