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연말이네요. 한 해의 마무리를 할 시간들입니다.
날도 많이 추워졌으니, 부디 감기 조심하시길.
한 해의 마무리도 잘 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지금 이불 둘러 싸고 의자에 앉아있으며
옆에 콜라 한 병과 팥양갱을 집어먹으며 토끼썰을 쓰고 있습니다.
어머니께서 보시면 등짝 한 대 때리실 비주얼이지만 행복하네요.
그러니 여러분들도 행복한 연말 되세요. ^ㅁ^
카페 한 가운데의 큰 트리는 각종 장식들로 빛나고,
얼마 전에 카페의 주인인 중년부부와 같이 윤기가 매달았던 꼬마전구는 반짝거리고,
유리 케이스 안에는 크리스마스 특별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는,
크리스마스가 조금 지난 어느 날.
윤기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추가된 유니폼 중 하나인 산타모자를 몇 번이나 손으로 매만지면서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마저 컵을 닦은 뒤 내려놓았으면.
그리고 잠시 인상을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로 고민에 빠졌다가 한숨을 또 한 번 폭 내쉬었으면 좋겠다.
윤기의 머릿속에는 며칠 전 대화가 떠올랐으면.
[형. 25일에 우리 어디로 놀러갈까요?]
그 질문에 뭐라고 답했더라. 아. 그래. 갑자기 무슨 말이냐고 했었지. 그러다가 걔가 엄청 활짝 웃으면서, 뭐라고 했더라.
[그냥 집에서 보내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아요? 전 날도 토요일이고, 24일에 형 일찍 끝나니까 좀 멀리 갈까요?]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들뜬 얼굴로 여기저기 늘어놓는 말을 보고 윤기는 그때 자신이 했던 말을 떠올리고 절로 인상을 찡그렸으면.
[야. 나 25일 풀타임이야.]
[…네? 우리 처음 같이 맞이하는 크리스마스인데요? 형, 일 나가요?]
어쩐지, 왜 유독 그 날 빠지는 알바들이 많나 했다. 여사장이 왜 25일에 일 가능하냐고 따로 물어봤는지도 알았어야 했는데. 그것도 풀타임으로.
빠지는 알바가 유독 많아서 그 날 7시 출근해서 마감까지 풀로 뛰기로 이미 카페쪽과 말을 해뒀던 윤기라 결국 25일은 각자 보내게 되었으면.
그리고 12월 25일, 일을 마감하고 12시가 조금 지나 집으로 돌아온 윤기가 본 건 잔뜩 삐친 남준이였으면 좋겠다.
항상 그려놓은 듯 예쁘게 올라가 있던 입꼬리와, 부드럽게 휘어지던 눈꼬리가 어째 다 삐죽, 튀어나온 것 같은 그런 얼굴의 남준이.
윤기는 또 오늘 가면 잔뜩 삐친 티를 낼 남준이를 생각하며 머리를 헝클이려 손을 들었다가, 부슬부슬한 산타 모자가 걸리자 어색하게 손을 내렸으면.
그러니까, 결론은
크리스마스인 줄 모르고 풀타임으로 일을 하겠다고 해버린 윤기와
알고보니 연인과의 크리스마스에 낭만과 로망이 가득했던터라 그런 윤기에 단단히 삐친 남준이.
그리고 또 그런 남준이의 눈치를 보는 윤기.
이 상황이 벌써 며칠째 지속 중.
아니, 크리스마스라는 거 듣자하니까 무슨 신의 생일이라며. 어? 왜 남 생일이 연인들이 꼭 같이 보내야하는 그런 귀한 빨간 날이 된건데.
내가 25일이 크리스마스인 줄 알았겠냐고. 태형이한테도 그런 거 못 들었단 말이야. 그냥 케이크 좀 썰어 먹는 날인 줄 알았지.
와, 나 진짜 토끼 서러워서 살겠나.
윤기는 속으로 꿍얼꿍얼거리면서 인상을 험악하게 찡그렸다가 뒤에서 저기요? 하는 소리에 표정을 풀고 뒤를 돌아봤으면 좋겠다.
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우선 퇴근하고 생각하자. 윤기는 빠르게 포스기를 누르며 그렇게 생각했지만,
사실 앞에 있던 손님은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줘서 퍽퍽 포스기를 누르는 윤기를 보고 내심 뒷걸음질 쳤다는 건 끝까지 몰랐으면 좋겠다.
24일부터 내내 풀타임을 뛰던 윤기가 드디어 일찍 퇴근을 하게 된 날, 윤기는 산타모자를 들고 잠시 고민하다가 머리를 헝클였으면 좋겠다.
아오씨, 김남준 이, 이 삐돌이 같으니라고!
머릿속에서 연신 불쑥 치고 올라오는 남준이의 얼굴에 잘 걸어가던 윤기가 멈칫했다가 씩씩거리며 발걸음을 돌려 집이 아닌 시내의 어디론가로 향했으면 좋겠다.
삑삑거리는 도어락을 푸는 소리가 조금 울리고 현관문이 덜컥 열렸으면.
안으로 들어가자 환기를 한지 오래 되어 조금 답답하지만 그 사이 빨래를 돌렸는지 옅은 섬유유연제 향이 윤기를 맞이해줬으면 좋겠다.
윤기는 오늘 저녁에 잠깐 나갔다 올 일이 있다는 남준이의 문자를 상기시키고 냉장고에서 당근 하나를 씻어 입에 물고 아작아작 씹어먹었으면.
그러다 옷장을 뒤적이면서 또 한 편으로는 주섬주섬 핸드폰을 켜 무언가를 검색했으면 좋겠다.
근데 이거 이렇게 하는 거 맞나? 하여간에 삐치긴 겁나 오래도 삐쳐요. 김남준 하지 말고 김삐돌이나 하지 아주.
중간중간 남준이에게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뒤에 삑삑거리는 소리가 또 한 번 울렸으면 좋겠다.
도어락을 풀고 들어온 사람은 당연하게 남준이였으면.
남준이는 문을 열자마자 어두컴컴한 집안과 옅게 풍겨오는 섬유유연제향에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신발장에 나란히 놓여져있는, 윤기의 신발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가 문을 닫았으면.
그러다가 거실 불을 키고는, 뒤늦게서야 침대 위에 불룩하게 솟아있는 이불을 발견했으면 좋겠다.
벌써 자나? 의아함에 고개를 기울인 남준이가 시간을 한 번 확인하고는 화해할 겸 사온 초콜릿 상자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으면.
목도리를 풀어내리며 윤기에게 다가가려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는 이불더미에 놀라서 뒷걸음질을 치다가
빨랫대를 퍽 차버리고는 뒷꿈치를 쥐고 앓는 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도 왜 그러냐고 윤기에게 또 물어보았으면.
큰 이불더미는 조금 부스럭, 부스럭거리는가 싶더니 가장 먼저 그 끝에서 하얀 토끼 귀가 쫑긋, 세워져 보였으면.
그 뒤에는 조금 상기된 윤기의 얼굴이 보였으면.
야.
네?
너 임마 진짜 그 놈의 크리스마스 언제까지 신경 쓸거야.
토끼야, 또 말 밉게 할래요?
아, 뭐. 하여튼 너, 너. 이리 와봐.
왜요.
오라면 좀 와보라고.
뭐 때문인지 잔뜩 퉁명스러운 윤기의 말투에 남준이는 자신이 며칠동안 삐쳐있던 것에 대해 화가 났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그리고 코트를 벗어 대충 빨랫대 위에 올려놓고는 윤기에게 몇 발자국 다가갔으면.
그러자 밖에서 이불이 세게 쥐어잡혀 주름이 진 것이 선연히 보일 정도로 이불을 꽉 쥐고 있던 윤기가
손에 천천히 힘을 풀었으면 좋겠다.
이불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제일 먼저 보인 건 얇고 하얀 윤기의 목덜미였으면. 그리고 목덜미를 감싼 빨간색의 끈.
빨간 끈?
남준이가 윤기의 차림을 확인하기도 전에, 품에 달려들 듯 다가온 윤기가 남준이를 끌어안고 발꿈치를 살짝 들어 남준이의 입술에 입을 맞췄으면.
입술에 닿는 얇고 몰캉한 입술에 남준이가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가 윤기의 허리를 토닥인 뒤,
입술이 살짝 떨어진 틈에 고개를 뒤로 물려 윤기의 옷차림을 확인하려고 했으면.
윤기 너는 남준이의 옷깃을 양 손으로 단단히 틀어쥔 뒤에 금방 또 입을 맞췄으면 좋겠다.
마치 자신의 옷차림을 확인하지 못하게 하려는 것 마냥.
두 입술이 몇 번이나 가볍게 맞닿았다가 떨어졌으면.
훈훈했던 공기가 살짝 짙어질 즈음에 남준이가 안되겠다 싶어 고개를 들어올려버렸으면.
윤기가 남준이의 어깨를 짚어 최대한 발꿈치를 들어도 남준이의 턱에만 입술이 닿을 뿐, 원했던 입술에는 닿지 못 했으면 좋겠다.
아, 씨발 진짜….
어허. 또 안 예쁜 말.
윤기의 입술을 손으로 톡 두드린 남준이가 윤기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 천천히 토닥였으면.
그 다음에 어깨를 감싸 천천히 네 품에서 떼어놓았으면.
남준이 목에 두 팔을 감싸고있던 윤기가 그제서야 팔을 풀고 마른 세수를 했다가 남준이의 허리춤을 잡으며 어쩔 줄 몰라했으면 좋겠다.
윤기 형?
그리고 남준이는 그제서야 보았으면 좋겠다.
목에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보이는 둥근 리본을 달고 있는, 하얀 옷차림의 하얀 토끼를.
잔뜩 붉어진 얼굴의 윤기가 얇은 입술을 잘근 씹었다가, 두 귀를 손으로 내려 얼굴을 가렸다가 놓은 뒤 자신을 보며 느릿하게 입술을 움직이는 것을.
메리, 크리스마스. 뭐, 좀 많이 늦었지만.
….
그, 이러면, 그, 뭐냐. 좋아한다고 하길래. 그러니까. 어…, 그래. 내가, 선물, 뭐, 그런 거라고.
하, 진짜 미치겠네.
남준이가 짧게 웃음을 뱉으며 한 손을 들어 눈가를 문질렀으면 좋겠다.
윤기는 그런 남준이의 행동에 이게 아닌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으면.
남준이 너는 입꼬리를 한가득 끌어올려 웃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손을 움직여 윤기의 턱을 그러쥐고,
허리를 숙이고,
온전하게 입술을 맞추었으면.
조심스러웠던 입맞춤은 금방 윤기의 입술 틈을 파고드는 혀로 질척한 키스로 변했으면.
천천히 남준이의 입술이 떨어지고, 윤기가 붉어진 얼굴로 색색 숨을 내쉴 즈음에
남준이가 윤기의 목에 걸려진 리본 끈을 잡고 천천히 풀어내렸으면 좋겠다.
그럼 잘 받을게요, 크리스마스 선물.
응…. 잠깐, 간지러워. 야, 목, 잠깐. 야. 야. 김남준.
형도, 메리 크리스마스.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는 남준이의 얼굴에 윤기 너는 고개를 끄덕이며 결국 다시 남준이의 목에 두 팔을 감아 품에 그대로 안겼으면 좋겠다.
뒤늦은 둘만의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트리도 없고, 장식도 없는 평범한 어느 밤과 비슷했지만,
그래도 충분히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를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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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 확인] 부탁드립니다. 꼭. (Ctrl + F 로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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