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닉 싱숭생숭 으컁으컁 선풍기 핫바 김자베 찬카엘 울림
브금을 올리고 싶은데 올릴 방법; 모르겠네요.
인스티즈 초록글 오른쪽에 에 [빗소리]를 클릭하시거나 못 찾으시겠으면 아래 링크를 클릭해주세요.
http://www.instiz.net/popup_bg.htm?mode=1
@ 새벽 쯤에 올라간 글이 임시저장 해둔건데 본의아니게 올라가버렸네요.
마음대로 제목을 바꿔버렸기 때문에 먼저 읽으신 분들께는 죄송하다고 인사드리고 싶습니다.
쪽지가 와 있는 것 보고 알았어요. 거듭 늦은 저녁에 읽으셨던 분들 죄송합니다.
그전의 제목은 친구사이, 사랑하는 이의 슬픔 이였습니다. 번거롭게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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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낮까지 구름 한 점 없는 가을 하늘이였건만, 오후가 되서는 까맣게 흐려져 장대비가 쏟아졌다. 영 탐탁치 않은 기분으로 창 밖을 보면서 가슴 깊이 우러나오는 한숨을 입 밖에 내쉬었다. 오늘 하루종일 그의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이유는 쉽게 알 수 있었다. 탁상 달력에 빨갛게 표시 된 동그라미 속 오늘 날짜는, 우리가 빠짐없이 연락하는 365일 중 손을 놓고 눈을 가리는 유일한 하루. 적막이 흐르는 어두컴컴한 거실 소파에 앉아 먹구름 같은 폰 액정을 내려다 보고 있자니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익숙해지지 못 하는건 여전하다고 생각했다. 센티한 귀로 그칠줄 모르는 빗소리를 듣고 있었는데, 현관문에서 희미하게 들리는 노크 소리에 집중하던 시선이 옮겨갔다. 여리고 자연스럽지 않은 노크소리는 꼭두각시 처럼 나를 일으켜 세웠다. 망설임 없이 현관문을 열었을 때, 갈아 입지 않은 상복과 우산도 없이 왔는지 젖어버린 창백한 몰골로 문 기둥에 기댄 김종인을 볼 수 있었다.
"...ㅇㅇ야."
발바닥에 껌이라도 붙었는지 한동안이나 서서 들어올 생각이 없어보이던 그가 한마디 내뱉었다. 잔뜩 찡그린 미간에서 뿜어져나오는 정신적 아픔은 말로 이룰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내가, 말 없이 두 팔을 벌렸을 때 그는 떠나간 엄마를 찾는 듯 작은 흐느낌을 흘리면서 품 안으로 파고 들었다. 다독이는 손길에 내 어깨에 기대 있는 얼굴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종인아. 어머니는 잘 계시지?"
미미하게 들리는 대답은 '응' 이였고 알아들은 나는 도닥이던 손짓을 멈추지 않았다.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더 많은 우리가, 유독 이런 순간에는 그에게 무엇을 해줘야 '슬픔을 떨쳐낼까' 에 대한 지식이 떠오르지 않았다. 위로를 건낼 단어들을 찾으려 머릿돌을 굴리는데 등에 둘러진 김종인의 팔에 힘이 들어간다고 느낀 찰나였다.
"나는 어머니가 계실 때부터, 돌아가신 후에도 줄 곧 거짓말을 해왔어." "응." "오늘도 거짓말을 했어." "무슨 거짓말." "나는 ㅇㅇㅇ가 좋은 사람 만나서 예쁘게 웃었으면 좋겠어요." "..."
가벼워진 내 어깨에서 느껴지는 물방울들이 그의 눈물인지, 젖은 빗물인지 구분 할 수 없이 마주보게 된 눈동자에는 애처로움이 가득 묻어났다.
"거짓말이야. 나는 네가 다른 사람만나서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외톨이가 되어버릴거야." "아니야 종인아" "정말 혼자가 되는 건 싫어. ㅇㅇ아. 근데 너한테 나는 친구잖아." "종인아." "이런 나라서 미안해. 그치만 안되는 걸 알면서도 나는.." "종인아 그만."
아까 창 밖으로 봤던 장대비처럼 그의 눈에서 흐르는 물들은 물길이 길게 이어져 마를 새도 없어보였다. 울먹이며 말하는 김종인의 눈가를 어루만져주자 눈을 감으며 내 손을 힘없이 잡아왔다. 차가울 것 같았던 손은 미적지근 했고 감은 눈에서도 멈추지 않는 눈물은, 거짓말을 한 본인이 원망스러워서 나오는 것인지 그의 마음을 몰라준 내가 못나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돌아가신 어머니가 보고싶어서인지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다.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전보다 혈색이 돌아와 안정을 찾았지만, 우는 얼굴인 그가 아직 안정을 찾지 못해보였다.
"여전히 좋아하고 있어. 그리고 아직도 너를 좋아해. 항상 너를 향한 사랑이야. 멈추지가 않아서 괴로워." "..." "왜 아직도 몰라 너는?"
아주 느릿하게 천천히 다가오는 김종인의 얼굴이 싫은건 아니였지만,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치게 된 나를 자책하고 있을 무렵. 그는 다가오던 얼굴 만큼이나 느릿하게 눈을 떴다. 다시 감았다 떴다.
"내일 아침이 되면 웃어줘."
"그 남자 말고 나에게."
"..나는 네게 너무 목말라서 견딜수가 없어."
마지막 말을 마친 그의 물기어린 입술이 내 콧등 위로 스며들었다. 입술에서 약하게 맡아지는 술 냄새가 지금 온전하지 못 한 상태라는 걸 알려 주고 있지만 뿌리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조심스럽고 간절한 그의 고백은 피부로도 느껴져와 나를 몸서리치게 만든다. 서로의 콧잔등을 부비며 체온을 나누던 순간에도 이미 '나는 너에게 빠져 있다' 라는 걸 보여주고 싶은 김종인은 한참이나 나의 눈동자에 눈을 떼지 못했다. 기어이 내 눈커플에도 입술을 부비적 대던 그가 다시금 나를 깊게 껴안았다. 사랑해. 내년의 오늘은 너에게도, 내 어머니에게도 거짓말 하지 않을게. 젖어있던 그의 상복, 얼굴이며, 울음과 슬픔까지, 모든 것들이 적적히 말라 들어갔다. 언제 비를 맞았는지도 모를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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