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연애 중인 엑소 디오와 탑시드 홈마 너징 썰 10
BGM : 인피니트 - Tic Toc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에요. 글 분위기랑 어울리는 진 모르겠지만 오늘 어울릴 만한 노래를 못찾아서 그냥 좋아하는 걸로다가 넣었습니다.
제가 이런 어두운 단조 가락을 좋아해요. 그리고 가사도 애절해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브금 추천해주신 분들께 감사합니다. 꼭 넣을게요!
☆암호닉★ |
하트님 / 망고님 / 몽환님 / 데헷님 / 붕어빵님 / 루루님 / 양말님 /소문님 / 캔디님 / 굥슈님 / 몽키매직님 / 윤아얌님 / 밍쉘통통님 / 매미님 / 규수님 / 세시반님 / 니니님 / 오리꽥꽥님 / 챠됴르님 / 여세훈님 / 동글이님 / 핫뚜님 / 유민님 / 한끝님 / 여름님 / 뿌뿌몽구님 / 홈마님 / 야광별님 / 푸우곰님 / 웅이님 / 비밀님 / 둘리님 / 버블티님 / 비타민님 / 져니님 / 변맥현님 / 몽몽구님 / 셜록님 / 맨투맨님 / 판다님 / 단풍님 / 초코하임님 / 휴지님 / 씽씽님 / 짱구짱아님 / 호유님 / 씽씽카님 / 됴꼼지님 / 퐁퐁님 / 홍차님 / 피자님 / 몀님 / 나녀닝님 / 됴됵됴님 / 코코팜님 / 구래서님 / 연님 / 웬디님 / 이유님 / 쀼쀼님 / 쫄보님 / 나그랑님 / 텐더님 / 꽃징어님 / 갈비찜님 / 옌니님 / 블랙펄님 / 팀탐님 / 배고파요님 / 반비님 / 긴가민가님 / 잡초님 / 비타오백님 / 보쌈님 / 망고님 / 모닝님 / 솜님 / 봄빛님 / 우롱차님 / 핑크님 / 딸기스무디님 / 됴됴됴님 / 천상의목소리님 / 치킨마요님 / 구글님 / 헤운님 / 가을님 / 길라잡이님 / 심장님 / 로로님 / 치아부자님 / 단호박님 / 대다나다님 / 좋아해님 / 초록창님 / 물방울님 / 여우비님 / 홍홍님 / 종구몽구님 / 봉봉님 / 절봉이님 / 쪼꼬님 / 베리님 / 둡뚜비님 / 됴르르님 / 아망떼님 / 눈두덩님 / 팅커님 / 우즤아코님 / 또님 / 첸첸님 / 냠냠님 / 컴백님 / 사우똥님 / 몽짱님 / 감자튀김님 / 란느님 / 솜사탕님 / 참외님 / 블루베리님 / 천재교육님 / 열무김치님 / 셜록님 / 미미님 / 슈슈님 / 땅땅님 / 준짱맨님 / 새싹님 / 복숭님 / 칙촉님 / 피글렛님 / 스윙칩님 / chandsj님 / 이든님 / 민트티님 / 소금님 / 아이크림님 / 아쿠아님 / 꼬리님 / 조커님 / 허허허님 / 병아리뿅뿅뿅님 / 씽씽이님 / 로퍼님 / 백설기님 / 러팝님 / 모던님 / 호두님 / 테라피님 / 투님 / 크르렁님 / 빛님
빠지신 분이나, 오타가 있는 암호닉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가끔씩 겹치는 암호닉이 있을 때가 있는데 제가 엄청난 혼란을 겪어요. 신청하실 땐 제발 이미 있는 암호닉인지 확인 부탁드려요ㅠㅠㅠ.. 암호닉은 11화, 다음 화까지만 받습니다!
매번 초록글 올려주시는 독자분들 사랑합니다. 나레기 주제에 초록글1페이지에 매번... 사랑해요.
블락비 1위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정말 저 어떡해요ㅠㅠㅠㅠㅠㅠㅠ 몸둘 바를 모르겠어.... 그래서 오늘 기분이 좋으니까 일찍 왔어요! 잘했져? 'ㅅ'@ 엑소도 화이팅이고 블락비도 화이팅이고 다들 사랑합니다.
오늘은 조금 다르게 시작해봅시다. 사랑해요. |
#24.
징어는 집에 도착해서 핸드폰을 켜 본다.
단지 오늘 경수 사진 중 예쁜 게 있어서 프로필로 설정하려고 오랜만에 카톡을 들어가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거기에는 수많은 카톡이 쌓여 있었다.
징어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연락할 일이 있었나, 하며 카톡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한다.
대부분이 징어와 친한 다른 홈페이지 홈마들이 보내온 카톡이었다.
가끔 조금 착하고 여린 홈마들은 징어와 친해지기도 하는데, 원래 홈마스터들끼리는 정보 공유가 빠르기 때문에, 가끔씩 큰 일이 있으면 알려주기도 한다.
징어는 카톡을 하나하나 읽어보다가, 숨을 흣 들이 마시고 멈춘다.
'베브언니. 그거 들었어요? 우리 사이에서 엄청 도는 소문 있는데.'
'뭐랬더라, 경수오빠랑 찬열오빠만 엑소 중에 여자친구 있댔나.'
다른 카톡방에 들어가도 다 비슷한 내용이었다.
'언니 그거 들었어요? 도경수 여친 있다는 거.'
'헐 대박.. 도경수 박찬열 여친 있대요.'
'걔네만 이상형 들 때 연예인에다가 비유 안했잖아. 그게 그거 때문이라던데.'
'찬열이만 무슨 틈만 나면 카톡을 하더라고. 그런데 그게 여친이랑 하던 건가봐.'
'아, 애초에 좀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그걸 누가 싹 정리해서 보내주니까... 진짠가...'
'도경수 여친 있대는데 너는 계속 팬질 할 거야? 나같음 사생도 아닌데 정떨어져서 그만두겠다.'
'헐 그럼 지금까지 도경수가 말했던 거 다 가식이었던 거야?'
'걔가 말했던 이상형이 그 여친인가? 누구지?'
'아 언니. 도경수 여친 있대요 미친ㅋㅋㅋ 스엠에서 관리 안하나?'
'솔직히 실망이다 좀. 괜히 현타옴.'
징어는 드디어 올 게 왔구나, 하는 심정으로 차분하게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원래 급할 때일수록 차분해야 하니까. 어떡해야 이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어떡해야 경수와 찬열이가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을 오해였던 걸로 돌릴 수 있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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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어는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수정이에게 가서 같이 상의하기로 한다.
어차피 징어 혼자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으니까.
징어는 조심스레 수정이의 방으로 들어가자, 수정이는 침대 헤드에 기대앉아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다.
수정이는 징어가 앉을 때까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했는지, 징어가 앉자마자 깜짝 놀란다.
징어는 조심스레 핸드폰을 수정이에게 내민다. 수정이는 그걸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더니, 인상을 찌푸린다.
"아, 이거였어. 아 개같은 년들."
"왜 욕을 하고 그래. 무슨 일인데."
"아니, 아까 어떤 사람이 나한테 머리끈 떨어졌다고 주워주는데 엄청 날 빤히 쳐다보는 거야.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까 난 머리끈을 오늘 안 들고 갔었어. 그리고 이 머리끈은 내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내 얼굴 보려고 일부러 머리끈 주워주는 척 한거 아니야? 이것 때문이었네."
"음…. 그런데 그 사람이 왜 꼭 너를 그렇게 쳐다봤을까. 꼭 너일거라고 눈치 챌 수 있었던 게 뭐가 있지?"
수정이는 징어의 날카로운 말에 잠시 생각을 해 본다.
정말 징어의 말 대로, 수정이는 찬열이가 연습생으로 들어갈 시점부터, 헤어졌다며 소문을 내고 다녔다.
징어와 경수는 애초에 사귄 것 같지 않았으니, 찬열이와 수정이만 헤어진 연기를 했었다.
꼼꼼한 징어와 경수가 봐도 완벽하게, 하나도 흔적을 남기지 않고 둘이 찍은 사진들은 모두 다 떼어가서 집에 고이 모셔놓거나 없앴다.
처음부터 한 번도 인터넷 같이 개방된 곳에 커플인 것을 티내지 않았고 둘이 찍은 사진은 수정이의 카메라나, 서로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이 전부였다.
처음부터 꿈이 가수였던 찬열이기에, 찬열이가 데뷔했을 때 논란을 일으킬 일이 없도록 나름대로 배려해준 것이었다.
그럼 대체 무슨 근거로..?
징어와 수정이는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온다.
그 때, 가만히 생각하던 징어는 핸드폰을 들어서 그 중 가장 발이 넓기로 유명한 한 명에게 답장을 보낸다.
'오후 11:43 누가 말해준 건데?'
그러자 바로 답장이 온다.
'언니 그 사람 알아요? 그. 백현 오빠 악개. 그 사람이 쫙 정리해서 보냈어요. 오후 11:44'
'(사진) 오후 11:44'
'애들 틈만 나면 카톡하는 거랑, 이상형을 연예인으로 안 말하는 거 정리한 거예요.
사실 우리도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엑소랑 24시간 붙어있는 사람이 그렇게 말하니까. 오후 11:44'
'백현진리였나? 하여튼 그 사람이요. 이름이 최진리였던 것 같은데. 되게 유명하지 않아요? 오후 11:44'
'언니도 봤을 것 같은데. 키 크고, 되게 예쁘게 생기긴 했는데, 조금 순하게 생기고. 오늘 언니 뒤에 앉았을 걸요? 그, 언니 친구 분 뒤에. 오후 11:45'
징어는 바로 수정이에게 물어본다.
"야. 너 뒤에 앉은 사람이 너한테 머리끈 주워줬다고 했지."
"어. 아 짜증나."
"그 사람이라는데? 경수랑 찬열이 여친 있다고 퍼뜨린 사람."
"뭐? 누구야 시발."
"그 사람이 뭐랬더라… 키 크고, 또…."
"봐봐."
징어는 수정이에게 핸드폰을 건네 준다.
수정이는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읽어 본다. 가장 최근에 온 카톡까지 읽었을 때, 계속해서 새 메시지가 뜬다.
'아, 언니 지금 물어보고 왔는데요. 언니랑 동갑이래요. 스물 두 살. 오후 11:47'
'어쨌든 우리 힘내요. 뭐, 나랑 사귈 사람 아니었으니까 난 좀 편하게 생각하려고. 계속 팬질 할 거에요. 아까워서라도 못 그만둬. 오후 11:47'
'일단, 우리들 분위기는 숨기기로 할 분위기에요. 다들 상대가 누군지 별로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고요. 오후 11:47'
'그 최진리? 그 사람 우리 사이에서도 별로 인기 없어요. 돈 많다고 맨날 돈지랄이라. 제발 거짓말이었음 하는데 거짓말은 또 아닌 것 같아서 다들 멘탈 깨졌어요. 오후 11:48'
'아 난 모르겠다. 횡설수설이네요. 괜히 눈물 날 것 같애. 내가 됴덕이나 열녀 아니라서 다행이지, 언니나 언니 친구는 진짜 슬프겠다. 언니 힘내요ㅠㅠ! 오후 11:49'
징어와 수정이는 무언가 익숙한 이름에, 지금 알게 된 정보를 다 더해 본다. 스물 두 살, 최진리, 돈이 많고, 키가 크고, 그리고 수정이 뒤에 앉은..
수정이는 그 여자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지 잠깐 얼굴을 찌푸렸다가, 갑자기 아! 하고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러더니, 수정이는 책꽂이 가장 아래에 꽂힌 고등학교 졸업앨범을 꺼낸다.
"갑자기 졸업앨범은 왜?"
"너 걔 기억 안나? 그 2반. 아빠가 돈 많아서 맨날 기사가 픽업해주던 애 있잖아. 돈지랄한다고 유명한 애."
"아… 근데 갑자기 걔가 왜."
"진짜 기억 안나나 보네. 걔 이름이 최진리야."
수정이는 다급하게 침대에 앉아서 2반을 펴 본다.
문과반은 남녀 분반이었던 탓에, 여자만 가득한 앨범 속, 거의 끝에서 그 애의 사진을 찾을 수 있었다.
활짝 웃고 있는 얼굴. 하얗고 예쁘장하고, 순하게 생겼다.
단체 사진을 보니 키도 꽤 커 보이고. 아까 그 아이의 카톡과 거의 일치하다시피 한 사진에, 징어도 살짝 얼굴을 찡그린다.
수정이가 잠깐 쳐다보다가 입을 연다.
"그러니까, 얘가 걔네 여친 있다고 퍼뜨렸다고?"
"잠깐만. 말이 안 되잖아."
징어는 차분하게 되짚기 시작한다.
분명 이 최진리란 아이는 고등학교 때 수정이와 찬열이가 사귀고 있었단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었다.
전교생이 거의 다 아는 사실이었으니까. 고등학교 때 헤어졌다고는 했지만, 어느 누가 대놓고 헤어진 옛 남자친구의 팬질을 하겠는가.
거기다가 헤어졌다면 다시 만났을 때 어색하거나, 조금 불편해보여야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고.
수정이와 찬열이가 헤어진 연기를 했을 때, 영영 안볼 사람처럼 딱 끊어버렸기 때문에, '좋은 친구로 남았다'는 전제도 불가능하다.
징어는, 지금 징어의 생각이 궁금한 듯 한 수정이의 얼굴을 보고 문득 정신을 차린다.
징어는 생각을 정리하고, 아까까지 징어가 내놓았던 생각들을 차근차근 수정이에게 말해주기 시작한다.
수정이는 생각을 해 보더니, 모르겠다는 듯 얼굴을 찌푸린다.
"아니, 얘는 왜 이렇게 불안하게 굴어? 말할 거면 말을 하던지, 어중간하게 거기서 끊는 이유는 뭐야?"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진짜. 왜 그랬지?"
징어는 흘끗 졸업앨범을 보다가, 야외에서 찍은 사진에 최진리가 머리를 옆으로 땋아서 내려묶고 예쁘게 웃으면서 자기 번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찍은 걸 발견한다.
징어는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수정이는 그런 징어를 쳐다보고만 있고.
계속해서 이어진 침묵. 그런데 생각 외로, 통화 연결음은 쉽게 끊겼다. 여보세요? 하는 소리와 함께.
징어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아, 안녕하세요. 오징어라고 하는데요."
"네. 무슨 일이시죠?"
"제가 드릴 말씀이 있는데, 혹시 내일 시간이 되시나요?"
#25.
어느 덧 해가 지고 뿌연 안개가 짙게 껴서 그 안개와 구름들에 가리워진 희미한 달빛이 식어버린 땅에 비친다.
오늘은 안개가 아침부터 짙게 껴서, 많은 사고가 있을 거라던 일기예보가 있었다.
실제로 바로 10미터 앞도 보이지 않게 자욱한 안개가 가득 껴 있다.
오후 열한시. 징어는 수정이와 함께 카페에 와 있다.
조용한 분위기의 한산한 카페 구석에서 징어와 수정이는 커피를 시켜놓고 나란히 앉아있다.
징어가 흘끗 왼쪽 손목에 있는 검은 띠가 달린 손목시계를 보자, 약속시간보다 3분이 넘어 있다.
어제 통화 연결은 아주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마치 어제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하고 끊은 사람이 다시 연락 온 것처럼.
징어의 이름을 대자, 바로 네. 하며 대답을 한 최진리에, 징어와 수정이는 분명히 진리가 징어와 수정이를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외에도 징어와 수정이는 짧은 통화를 하는 사이에 많은 사실을 알아냈다.
첫째. 최진리는 징어와 수정이가 연락을 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둘째. 최진리는 징어와 수정이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은 '베브'라는 이름만 알지, '오징어'란 이름은 모르니까.
셋째. 최진리는 징어와 수정이를 만나서 무언가를 요구하려는 생각이다.
징어와 수정이는 그런 생각을 하다가, 내일 당장 잡힌 약속에 한숨을 지었다.
힘없이 수정이의 방을 빠져나온 징어는 대체 최진리가 무슨 조건을 요구할 지 생각하다가, 잠들어버렸다.
딸랑-
차분하게 울리는 종소리와 함께 진리가 들어온다.
카페 직원의 어서 오세요, 하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었다.
징어가 굳이 손을 들지 않아도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레 징어에게로 오는 진리.
이제 보니까 꽤 낯이 익다. 어제 언뜻 봤던 기억도 나고.
진리는 돈지랄이란 말이 틀리지 않았는지, 온 몸을 비싼 아이템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좋아 보이는 머릿결의 갈색 단발머리, 화려한 도트무늬 원피스, 그리고 키가 커서 선택한 것인지 모를 심플한 단화.
원피스에만 포인트를 준 패션을 보고, 징어는 진리가 절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제대로 대면하게 된 첫 인상은 꽤 깔끔했다.
잡티 하나 없는 흰 얼굴과 과하지 않은 메이크업. 그리고 반짝거리는 펄이 들어간 진주색 클러치 백을 살짝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앉은 진리.
징어는 그런 모습을 실례가 되지 않게 살짝살짝 보았다.
최대한, 답변을 신중하게 고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평상시엔 사람을 스캔하는 행동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지만, 지금은 두 번 다시는 없을 기회이자 위기니까.
실제로 말을 하는 쪽은 징어가 아닌 수정이였다.
차분한 스타일은 징어였지만, 낯을 가리는 성격에 잘 말을 걸지 못하기 때문에.
수정이는 특유의 뛰어난 문장력과 탁월한 단어 선택으로 진리에게 하게 될 질문을 머릿속으로 몇 가지 정리한 후, 진리에게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최진리입니다."
"갑자기 늦은 시간에 연락해서 다짜고짜 만나고 싶다고 한 점 죄송합니다. 혹시나 실례가 되었을까 걱정되네요."
"아닙니다. 뵙고 싶다고 하신 이유가 뭐죠?"
사실 같은 팬 입장이고, 거기다가 같은 학교 동창이었는데도 딱딱한 경어체로 말을 이어가는 수정이와 진리.
그래야 상대의 허점을 최대한 잘 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수정이가 선택한 자연스러운 루트였다.
수정이는 잠시 머릿속으로 단어를 고르다가, 차분하게 말을 잇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도 될까요?"
"물론이죠. 편하게 하세요."
"경수랑 찬열이, 여자 친구 있단 건 아시죠?"
"네. 그런데요?"
"경수 여자 친구가 누군지 알고 계시나요?"
"네."
"어떻게 아셨는지 혹시 경로를 물어봐도 될까요?"
진리는 허리를 쭉 세우더니, 사근사근하게 대답을 한다.
"별 것 아니에요. 그냥, 우연히 변백현이랑 도경수가 룸메이트인데, 우연히 창문 커튼이 열렸었어요.
백현이는 누워있었고, 어두운 방 안에 핸드폰이 켜져 있는데 카메라로 찍어서 확대해 보니까 도경수 핸드폰이더라고요.
유일하게 저장된 '베브'라는 이름으로 카톡 알림이 떴는데, 그게 생각해보니 도경수 탑시드 홈페이지고.
그 '베브'를 실제로 보기 위해서 어제 공방에 갔던 거고, 직접 얼굴 보니까 고등학교 3년 내내 도경수랑 꼭 붙어 다니던 오징어였고.
거기서 뜻하지 않게 '크리스탈'님까지 보게 된 거고요. 물론 그 '크리스탈'님은 박찬열 여친으로 유명하셨고."
징어와 수정이는 순간 소름이 스멀스멀 끼치는 것을 느낀다.
그러니까, 알게 된 이유가 숙소 방에서 카메라로 찍었다가 거기서 베브라는 단어를 발견해서라니.
27층의 엄청난 고층에 위치한 엑소 숙소의 백현이 방을 찍으려다가. 우연히 찍힌 경수 핸드폰.
정말 요즘 사생이 심하구나, 싶어 무서워진다.
이런 사람이 한둘이 아닐 텐데, 어떻게 그걸 버티는지.
하지만 수정이는 다시금 차분하게 마음을 가다듬고, 하나를 더 묻는다.
"그럼 무슨 이유로 그 상대는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신 건가요?"
"……."
진리는 이런 질문을 예상하고 온 듯, 당황하지 않고 잠시 생각을 하는 듯싶더니 말을 정리해서 꺼낸다.
"백현이도 엑소고, 경수와 찬열이도 엑소인데, 저의 섣부른 말로 엑소와 백현이를 무너뜨릴 수 없었으니까요.
여자 친구가 있다는 건 그저 루머로 끝날 수 있지만, 그 상대까지 밝혀진다면 그저 루머로 끝나기엔 너무 스케일이 커져 버리잖아요."
'언니 그 사람 알아요? 그. 백현 오빠 악개. 그 사람이 쫙 정리해서 보냈어요.'
'백현진리였나? 하여튼 그 사람이요.'
백현이의 악개라는 말이 틀리지는 않았나 보다.
백현이만 생각하고, 다른 멤버들은 오직 백현이를 성공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모습이 잔인하다.
어느 정도 자기만의 선은 지키고, 절제는 할 줄 알지만 정말 사람 같지 않을 정도로 감정이 없고 딱딱하다.
"그렇다면 여자친구가 있다는 말은 왜 퍼뜨린 거죠? 애초에 그런 말을 퍼뜨리지 않았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텐데요."
수정이가 그렇게 말을 하자, 진리가 한 쪽 입 꼬리를 끌어올려 웃는다.
"아니요. 언젠가는 밝혀지게 되어 있습니다. 도경수, 박찬열이 누구랑 사귀는지."
"……."
"괜시리 의혹이 더 커져서 백현이에게 피해가는 일 없도록, 경고를 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래서, 뭘 바라시는 거죠?"
"절대로, 밝혀지는 일 없도록. 알아서 조절해주세요."
"……."
"알아서 떨어져 나가시든, 아예 싹을 잘라버려서 절대 티를 내지 못하게 하시든. 어떤 방법이든 상관없습니다."
"백현이를 위해서요?"
"네. 사실 도경수 박찬열은 별 상관없잖아요, 저한테. 아, 그리고."
진리는 옆에 내려놓은 클러치 백을 챙겨들고 일어서며 말한다.
"원래 사생들은 고급 정보는 그렇게 쉽게 정보 공유 안 해요. 내가 고생하면서 알아낸 건데, 내가 왜 퍼뜨려?"
고개를 살짝 숙이고 일어난 진리가 밖으로 나간다.
징어와 수정이는 그제서야 꾹꾹 눌러 담아 억제해 놓은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이 마음속으로 콸콸 밀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진리가 웃으며 사근사근하게 한 말은 모두 잔인한 만치 공포스러운 말들이었다.
그런 말을 웃으며 할 수 있다는 건, 그 모든 게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자기의 합리적인 생각이라는 것이었기 때문에.
징어와 경수, 찬열이와 수정이의 관계는 일단 진리의 입으론 밝혀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걸 알고 나니, 도저히 손가락 끝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뇌의 사고회로가 모두 멈춰버린 듯,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었다.
대체 이런 사람들 수백명을 달고 다니는 엑소 열두 멤버들은 어떨까 싶다.
징어와 수정이는 몇십 분을 더 앉아 있다가, 마감을 알리는 직원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물에 젖은 솜처럼 축축 늘어지고 천근만근 무거워진 몸을 일으킨다.
여전히 여러 복잡한 생각들로 혼돈에 빠진 징어와 수정이는 겨우 택시를 잡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징어와 수정이가 산 아메리카노와 화이트 초코는 한 번도 손대어지지 않은 채로, 텅 빈 카페 구석 테이블 위에 쓸쓸히 놓여 있다.
카페 직원이 나와서 음료수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컵에서 흘러내린 물기가 가득한 테이블을 닦는다.
곧이어 쓰레기통도 비워지고, 카페에는 불이 꺼진다.
#26.
자기를 짓누르는 무거운 공포에 둘러싸여서 하루하루를 살다 보면, 세상에 자길 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된다.
말에 모순이 있는 것 같지만, 현실에 대입해보면 틀린 말 하나 없이 꼭 맞는 결과이다.
저렇게 내 생활 하나 하나에 간섭을 받고, 자기의 의견이 존중되지 못한다면 자연스레 사람은 자기의 자아를 잃게 된다.
늘 인형처럼 끌려 다니고, 마네킹처럼 딱딱하게 서서 모두에게 보여 지다가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모두가 자기를 우리 안 호랑이처럼 즐거움을 주는 도구로 보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처음에 짓눌려지던 공포보다 더 큰 공포를 느끼게 되고, 그 공포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보면 피해의식에 빠져 버린다.
결국, 세상을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고, 모든 게 부정적으로 보이게 된다.
모든 것에 상실감이 들고, 세상에는 자기밖에 없다고 외로움을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그런 현실을 잊기 위해 마약, 도박, 범죄를 저지르게 되고, 결국 남의 손으로, 혹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을 마감하게 된다.
자기가 저지르고 간 흔적들은 다른 사람이 깨끗이 닦아내서 버린다.
점점 잊혀져가는 그 사람의 존재는 가끔씩 언급이 될 때마다 생전에 했던 행동들 중 부정적인 면만 언급이 되고, 결국 영원히 묻히게 된다.
불이 꺼진 카페처럼, 어둡게.
이런 한 편의 비극을 만드는 존재가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다 알 거라 믿는다. 모든 것에는 도가 있고, 선이 있는 법이다.
그를 넘어선다면,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과 공포로 완전히 한 인생을 망가뜨려버린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하는 이유는 이런 잔인한 결과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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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편. Q. 수정이의 머리끈을 주워 준 사람은 누군가요? 징어 핸드폰의 카톡은요? A. 오늘 편의 전부를 투자했습니다. 하하하^^ Q. 작가님께서 늘 쓰시는 감성적인 멘트는 어디서 따온 건가요? A. 메이드 인 제 머릿속이요. 최대한 제가 감수성을 끌어모아서 쓴 오글거리는 멘트예요. Q. 수정=베브? A. 음.. 저도 고민을 하기는 하는데! 수정이처럼 스토리 라인 짜놓고 거기다가 작업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매번 글쓰기 창 켜놓고 오늘은 무슨 내용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하는..? 사실 결론도 확실하지 않아요... 수정이는 그냥 다른 팬픽 작가분들의 모습을 합친 모습입니다! Q. 징어는 경수가 연습생 때도 그렇게 사진을 찍었나요? A. 아니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가고 나서 수정이와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글 공부, 사진 공부를 했습니다! 전문적으로 배우고 더 높은 퀄리티로 응원하기 위해서요. 1편이었나.. 하여튼 휴학을 했다고 써져 있어요~ 데뷔하고 나서부터 시작한 겁니다! Q. 베브는 누구꺼? A. 글쎄요..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여기서 자랑스럽게 남친꺼!! *'ㅅ'* 했을텐데요... 절 낳아주신 어머니꺼인걸로... (눈물을 머금는다.) Q. 책 읽는 거 좋아하시나요? A. 좋아는 하는데 많이 읽진 않아요.. 제가 읽은 거 기억에 남는 게 셜록 홈즈랑, 해리 포터... 또 뭐있지.. Q. 몇 편 쯤에서 완결이 날까요? A. 아마도 17편? 정도가 되지 않을까요?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의미를 알아채셨겠죠?) Q. 베브란 필명의 의미? A. 정말 부끄러운데.. 사실 글 속에서 징어가 베브라는 이름을 쓰는 이유는 나중에 나올 거고요! 제가 쓰는 이유는... Blockb Exo Vixx 해서 BEV... (사라진다.) Q. 메일링 하실건가요? A. 당연합니당! 소설 형식으로 바꾸어서 메일링할지, 아니면 원문 그대로 붙여넣기해서 메일링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에요! Q. 아이들의 관계가 밝혀지는 내용도 게획하고 계신가요? A. 넹! 제가 베스트부처클럽 회원이라 공개연애에 아주 개방적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요! Q. 수정이가 쓰고 있는 팬픽?!?!! A. 사실 저게 제가 예전에 카디 커플링으로 내용을 쫙 써놨던 것이거든요. 저걸 메일링할 때 추가로 넣을지, 아니면 이성으로 바꿔서 새롭게 리뉴얼시킬지 고민 중이에요. 만약 메일링할 때 추가로 넣는다면 분명 취향을 가리시는 분들이 계시니까.. 됴공러는 카디 별로잖아여! (저는 잡식러라 오백도 좋고 카디도 좋슴니당. 물론 저한테 최고는 레찬이요ㅠㅠ 레이찬열!) 그래서... 고민중이에요. 어쨌든 뱉을 겁니당. Q. 베브는 맨날 내일 못온다고 해놓고 매일 오는데 병신인가요? A. 네 맞는 것 같네여...
안녕하세요. 베브입니다.
오늘은 더더욱 부족한 글 죄송해요..
※ 암호닉 신청 받습니다.
ex. [베브] 이런 식으로 [] 괄호 안에 신청하실 암호닉을 넣어주세요.
괄호 안에 넣지 않으시고 암호닉을 신청하시는 분들은 제가 못 볼 확률이 많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그리고, 암호닉을 신청하실 때엔 겹치는 암호닉이 있는지 확인을 해주시고 신청해주세요.
맞춤법 지적 / 문법 오류 지적 / 오타 지적은 감사히 받습니다.
다음 화 (11화) 부터는 소설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본격적인 감정 이입을 위한 준비라고 보시면 됩니다.)
오늘도 늘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과,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