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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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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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BGM : 김보경 - Suddenly)
똑같은 하루가 끊임없이 반복되었다. 얼마나 흘렀을까-
1월 20일에서 2월 8일까지. 19일간은 평화로웠다. 신기하게도.
사진을 볼때마다 돋아오는 소름에 그것을 어딘가에 버리고싶었지만 궁금했다. 아주 먼 훗날에는 알게 될지도 모르는 명수의 비밀이 아닌가. 우현은 명수와 가까워지고 싶었다. 명색이 직장 동료인데 이렇게 눈에 핏발을 세우며 서로를 경계하는 것은 우현이나 명수나 피곤해지는 일이었다. 명수에게는 중요하고 또 소중할지도 모르는 작은 사진을, 우현은 계속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명수는. 자신이 했던 발악을 기억하지 못했다. 센터 뒤쪽에 위치된 매립장으로 향하던 발걸음. 거기서부터 그의 기억은 끊겼다. 그 후에 성규의 방으로 가서 했던 모든 행동이 그의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항상 그랬을 것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이성을 잃었던 순간- 그의 기억도 잠시 멈춘것이 분명하다. 좋지 않았던 첫만남 때문인지 명수의 눈빛에는 경계심이 어려있었지만 그뿐이었다.
사건의 또다른 당사자인 성규 또한 그 날의 기억은 다 지워버린듯 여전히 밝게 웃기만 했다. 그의 말간 웃음에 두 연구원에게도 미소가 번졌다.
그간 조금조금 부풀어 오르던 성규의 배는 어느덧 새 생명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가끔 우현이 그의 배에 귀를 기울이면 아기의 발길질소리가 들렸다. 쿵쿵- 동그란 배에 울려퍼지는 진동에는 설레임이 가득하다.
"응?"
"우리 아기- 이름이 뭔지 알아?"
"언제 또 이름같은걸 지었대... 뭔데?"
또, 그게 귀여워 성규의 볼을 살짝 꼬집는 우현이지만.
"어?"
"현성이라고. 니 이름의 현이랑 내 이름의 성. 이쁘지않아? 김현성."
"이름은 이쁜데... 잠깐. 왜 김씨야! 내가 아빠니까 남현성이지!"
"왜 니가 아빠야!"
작은 방 안에서 혈액검사 차트를 가지고 나오던 명수의 잘생긴 미간에 살짝 주름이 잡힌다.
벽에 걸린 하얀 달력. 유독 눈에 띄는 빨간 동그라미가 어느새 이틀 앞으로 다가와있었다.
「2월 10일. 현성이 세상에 첫눈뜨는날」
빨간 동그라미 안쪽에 적힌 성규의 삐뚤한 글씨가 나름 귀엽다. 명수가 눈치를 주지 않았으면 좁은 칸에 몇마디를 꼭꼭 더 적었을 성규다. 펜을 들고 입맛을 쩝쩝 다시는 성규의 얼굴에는 잔뜩한 설레임이 묻어있었다.
"그러게. 내가 처음 봤을때도 배가 요마안- 했었는데."
부풀어오른 성규의 배를 문지르며 장난스럽게 놀려대는 우현에 성규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찬다. 우현의 손과 성규의 손이 조심스럽게 겹쳐졌다.
"그럼- 난 아기들 좋아해. 게다가 형 닮게 태어나면 이쁘겠네! 귀엽고 말이야... 딸이면 좋겠다. 아닌가? 여자애한테 현성이는 좀 이상한가..."
"웃지마- 정들어."
그 바보같은 웃음을 가만히 넘어갈 성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참이나 웃던 우현은 식당에 다녀오겠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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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컥-
내일은 성규의 출산예정일이다. 그러나. 그 날짜가 정확한건 아니다. 언젠가- 명수가 없는 사이 진통이 찾아와 성규 혼자 혼자 출산을 했던 일이 있었다. 뒤늦게 달려온 명수가 본 것은 피로 범벅이 된 채 쓰러져있는 성규와 얕은 숨을 내뱉으며 식어가는 아기였다. 빠른 조취로 성규와 아기 모두 살려냈지만, 그때의 아찔했던 순간을 명수는 잊을 수 없었다. 아마 그 이유일 것이다. 성규의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명수가 다정하고 부드럽지만, 예민하게 신경을 곧추세우는 이유가.
스탠드가 놓여진 작은 탁상에는 우현이 엎어져서 졸고있었다. 며칠동안 밤새 성규의 곁을 지키며, M에 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하느라 무척이 피곤했을 것이다. 눈꺼풀이 무거워 꾸벅거리는 우현에게 신신당부를 하며 성규를 맡긴게 고작 10분전인데- 명수는 곤히 자고있는 우현을 깨우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그래도 나름 성규를 위해 성실하게 공부하는 우현이 아닌가(알파벳을 외우지못해 명수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줬다). 몇년을 썩혀놓아 굳어진 머리에 어려운 단어들을 집어넣느라 고생이 많았을거다.
"...?"
모니터 화면에 떠있던 혈압수치가 급격히 상승하며 경보음이 울린다.
"명수야- 아! 아파... 아파!"
"엄마! 눈 감지말고. 연습했잖아, 숨쉬는거. 조금만 참아!"
명수의 차가운 손바닥이 정신을 잃어가는 성규의 뺨을 가볍게 내려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버둥거리는 성규의 모습이 처연하다.
세상 모르고 잠들어있던 우현도 시끄러운 경보음과 바깥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러곤 곧, 숨을 헐떡이는 성규를 발견하곤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그들의 굳은 표정을 보자 덩달아 명수의 안색 또한 더욱 어두워졌다.
우현과 명수는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허탈한 한숨을 쉬었다.
이건 완벽한 자신의 실수이다. 조금 전, 자신이 깨어있을때만 해도 성규는 말짱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우현이 잠시 한눈 판 사이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조금은 소름끼치는 미소를 짓고있었다.
소름끼치는 얼굴로 다가오는 명수가 미친듯이 무서워진다.
명수가 팔을 뻗었다. 그의 긴 손가락이 우현의 가슴팍에 와 닿았다.
"아니... 이..일단 엄마한테 가보고! 사람부터 살려야죠... 사람부터!"
"그러죠 뭐. 출산상황 같은 것도 보고 익혀야하니까. 아이의 아버지가 될 분인데."
"아참. 우현씨?"
얼른따라오시죠- 하는 뒷말과 함께 명수는 먼저 방을 나왔다. 방안에 홀로남은 우현의 온 몸이 덜덜 떨렸다.
고참 연구원들의 제재로 한참을 분만실 앞에 서있었다. 몇시간동안 쉬지않고, 희미한 성규의 비명이 들려왔다. 우현은 당장이라도 분만실로 들어가 성규의 상태를 살피고싶었다. 걱정되었다.
곧 하얀 가운을 입은 고참이 분만실에서 나왔다. 명수와 몇마디 대화를 주고받던 그는 우현과 명수를 분만실 안으로 안내했다.
"아아악!!!!"
찢어질듯한 비명이 우현의 귀를 스친다.
응급분만실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새벽을 꼬박 세어가며 분만을 하고 나서, 출혈로 인해 정신을 잃고 며칠간 사경을 헤맸던 일도 꽤나 있었다는 말에 우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러나 곧 성규의 비명소리에 다시 눈이 번쩍 뜨였다.
"악! 으..으아아!"
하얀 천을 덮고 홀로 울고있는 모습에 가슴이 아릿하게 조여온다. 다른 연구원들은 멀찍한 곳에 떨어져 여러가지 수치를 차트에 옮겨적고 있었다. 아무도 난산을 하고 있는 성규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 아니, 관심조차 없다고 하는데에 더 가까울 것이다.
성규의 팔이 허공을 맴돈다. 그 주위에는 팔이 자리잡을만한 어떤 것도 없었다. 성규는 주먹을 꽉 쥔채 비명을 질렀다. 아래가 날카로운 칼로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었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최상의 고통이 아닐까- 정신이 아득해진다.
"우현아... 나 아파.... 남우현- 아, 아악!!"
쉴틈없이 찾아오는 고통이 성규를 자극했다. 끊임없이.
"엄마! 엄마- 나 왔으니까 내 손 잡아. 어?"
우현의 손이 닿는 순간, 성규는 아주 잠시나마 모든 고통이 소멸된 듯. 편안해졌다.
처음에는 우현의 행동이 그저 사사로운 관심의 표현인 줄 알았다.
정식 연구원 수속을 밟지않고, 급하게 이루어진 채용으로 들어온 신입들은 명수의 눈에 그저 우습게만 보였다. 이 나라에 쓸모없는 쓰레기들. 남아도는 찌꺼기들인줄만 알았다. 그 중 한명인 우현이 파트너 연구원으로 배정되었을때는 센터에 들어온 후 처음으로 소장실까지 찾아가 불만을 토로했다. 수준이 전혀 맞지 않은 저급한 인간과 일해서는 아무 일도 풀리지 않을 것이리라 생각했으니까.
사실 성규는 그닥 웃음이 많거나 밝은 사람이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명수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 일지도 모를일이다. 항상 일로 바빴고 홀로 회상에 빠지기 일쑤인 명수가 성규와 이야기를 나눌 시간은 전혀 없었다. 성규는 말 그대로, 홀로 방치되어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레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말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명수가 사소한 일로 몇마디 말을 걸어주면 그것조차 너무 기뻐- 눈을 빛내며 대꾸하던 성규다. 성규는 사람의 관심이 필요했다.
그러던 차에 성규의 눈 앞에 나타난 사람이 바로 우현이었다. 새 연구원이 들어온다고 말했을때 미친듯이 기뻐하던 성규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리고 새 연구원은 성규에게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인줄 알았다. 보통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갖게 되는 M에 대한 신비와 궁금증. 그 이유로 성규를 가까이 하는줄만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언젠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성규와 우현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해 본 적이 있었다. 성규와 대화하고 있는 우현의 눈동자는 항상 진실만을 담고있었다. 정말로 성규의 얘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맑은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놀랍게도 웃음을 잃은 것 같았던 성규 또한 환하고 밝은 웃음을 트여내고있었다. 성규는 2년 전 겨울의 악몽을 잊은 듯 아주 먼 옛날로 돌아가있었다. 첫사랑을 잃기 전 싱그럽고 풋풋했던 사랑스러운 김성규로.
명수는 알수있었다. 그들의 진심을. 이미 성규도 알고있을것이다. 우현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뻔한 형 동생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처절한 사랑의 아픔을 겪어본 자들은 알 것이다. 사랑이라는 모순적인 감정. 성규는 두려워하고있다. 그래서 우현과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고 숨기는 것일테지.
명수는 그런 그들의 모습이 한심하고 답답했다. 평생토록 사랑하리라- 지켜주리라 다짐한 사람이 없어서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자신이니까. 사랑한다고 좋아한다고 말조차 못하는 그들이 지극히 멍청하고 바보스러워 보였다.
명수가 잡념에서 깨어나는 순간- 고요한 적막이 찾아왔다. 곧 적막을 뚫고 한가닥의 가녀린 울음소리가 울려퍼졌다.
우현은 멍하게 서서 탈진한 성규를 바라보고 있었다. 땀에 완전히 젖어 숨을 헐떡이는 그를 보며 섹시하다고 생각한 자신의 뇌를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남자애야."
차트에 출산기록을 적고있던 연구원과 성규의 맥박을 체크하던 연구원이 작게 읊조렸다. 성규와 그 아이를 상품화 시키는 저속한 말에 우현의 표정이 찌푸려진다.
"아무렴. 17이 그냥 M이냐. 유박사가 남기고 간 세상에 하나뿐인 M이잖아."
대부분의 고참 연구원들은 알고있었다. 유박사의 두번째 M과 명수의 이야기를.
"잘 알지도 못하시면서. 그만 지껄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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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이번에는 달달하고도 아련한 현성으로 이야기를 이어봤어요... 좀 괜찮았을련지!^^*
저는 확실히 숼러이지만 현성도 매우 아낍니다! 현성은 레알이니까요//
메시아는 지금 한창 1부 텍스트파일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어요.
인티에서 빠른연재를 하고있긴 하지만, 지금 현재 14편까지 나와있는 상태이고요- 1부는 0~12편까지로 구성 될 계획입니다.
인티에서는 12편까지 연재를 완료하고 텍스트파일 메일링을 실시할 계획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Ps. 바른 청소년인 봉봉이와 천월이의 기말고사가 다가오고있습니다. 연재 텀이 조금 길어질지도 몰라요ㅠ_ㅠ*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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