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야동]메시아(Messiah)
w. 봉봉&천월
↓Click Here
12 |
12(BGM : 남우현 - 사랑했지만)
응급팀은 명수의 몇번 흘기더니 갓 태어난 아이를 안아들었다.
"아...안돼! 데려가지 마, 내 아기!"
몇시간에 걸친 난산에 지칠법도 하건만, 빨갛게 부어오른 눈을 번뜩이며 일어난 성규는 주위에 놓인 작은 기계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명수가 아무리 제지를 해도 성규의 발악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 좀 진정해!"
순식간에 응급실은 난장판이 되었다. 쉬지않고 소리치는 성규와 울고있는 아기때문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뒤섞인 비명들이 귀를 찔러온다.
여기저기 널린 기계의 파편들이 혹여나 아기의 몸에 상처라도 낼까, 우현은 황급히 연구원의 품에서 아기를 빼앗았다.
"줘!! 달라고!! 내 아가란 말이야!!! 니들이 뭔데!!!"
우현은 조심스럽게 아기를 감싸 성규의 품에 안겼다. 신기하게도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는 금세 조용해졌다. 배 위에서 꼼지락거리는 아기를 슬며시 만져보는 성규도 어느새 안정을 되찾고 있었다. 눈도 못뜬, 갓 태어난 아이가 신기한 듯 성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뭔가 일이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미치겠군."
곧 연구원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성규의 팔에 주삿바늘을 꽂아넣었다. 성규는 작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그대로 고개를 떨궜다. 놀란 우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하게 발걸음을 떼는 순간 엄청난 악력이 우현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망했네요. 왜 그렇게 설치는겁니까."
짜증을 잔뜩 담은 채 씹어뱉는 말에는 잔뜩 가시가 돋쳐있었다. 그제야 분위기를 파악한 우현이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오리엔테이션 안들었습니까? 소장님이 깜박했을리는 없을테고. 지금 장난칩니까?"
"엄마가 낳은 아이잖아요. 당연히 엄마가 잠시라도 봐야하는거 아닌가요?"
"M이 낳은 아이의 신체 발육속도는 보통사람의 4배. 정신 발육속도는 7배. 태어난지 4년이 되면 신체 발육은 멈추고 정신은 계속 자라난다. 혹시 안들으셨습니까?"
"..."
"열여섯 소년의 얼굴로 머릿속에는 온갖 복잡한 생각들이 뒤섞여있는거죠. 이렇게 태어난 M의 아이들은 자신의 출생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똑똑한 천재들이 왜 모를까요? 이유는 하나입니다. 세상을 향해 숨을 토하자마자 M과의 접촉을 일절 끊고 바로 입양되니까요. 출생 후 M의 살내음을 한번 맡는다면 이 아이들은 그 냄새를 잊지 않습니다. 괴물들이니까. 센터에서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를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이 고생을 하는겁니다. 조금은 잔인하지만 어쩔수 없는 일이거든요. 물론 자라게 되면 입양된 가정에서 정신교육을 받겠죠. 자신이 남들과 다르게 성장하는 것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테니 말이죠. 그 대책으로 정부는 Mko라는 혈액형을 거짓으로 지어냈습니다. 매우 그럴듯하게요. 그렇게 M의 아이들은 Mko라는 이름에 가려진 채 자라나는겁니다. 보통 사람처럼."
"..."
우현은 잠깐 패닉에 빠졌다. 여기가 이렇게 잔인한 곳인줄 몰랐다. 정부가 그토록 잔인한 것도 몰랐다.
우현은 세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방탕한 생활을 하고 다니는 동안,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있었다는 것. 기본적인 윤리와 도덕보다 이익과 탐욕이 우선인 것이 바로 이 세상이다. M은 희생양이다. 전쟁과 정부의 희생양.
"놀랍겠죠. 무섭겠죠. 그러나 곧 적응될겁니다. 인간은 잔인하니까요. 이런 현실에도 금방 적응할 수 있습니다."
"난... 난 안될 것 같아요. 어떻게 이럴수가 있습니까... 미쳤어요."
"그럼요. 미쳤죠. 다 미쳤습니다. 남우현씨도 미쳤고요."
성규에 대한 미안함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M에 대한 혼란이 섞인 복잡한 감정.
"이제 우현씨가 잘못한게 뭔지 알겠죠. 시말서정도는 제가 쓰겠습니다. 제 불찰이니까요. 엄마한테 주사한건 뇌의 일부분을 잠깐 마비시키는 약물입니다. 알죠? M의 기억을 없애는거. 자신이 M이라는 사실과 출산을 했다는 기억, 아기를 뺏긴 기억만. 이것도 일종의 방책이죠. M들이 정부에 미움을 가지고 반란을 일으키게 하지 않기 위한. 참 이런걸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나도 정부나 다를게없지."
다시. 그냥. 눈물이 났다.
성규의 하얀 얼굴에 우현의 눈물이 조금씩 떨어졌다.
"엄마."
"..."
"김성규. 너무 혼자 아파하지는 말아라. 내가 옆에 있을게. Always."
Always. 진짜 폼잡고 말할때 쓸모가 있겠구나 싶어 우현이 히죽 웃었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아침에는 성규의 말동무를 해주며 수치들을 기록하여 상부에 올려보내고, 약간의 산책과 운동을 도와줬다. 오후가 되면 각종 영양제와 약을 투여하고 성규가 이른 잠자리에 들고 나면 공부를 했다. 도저히 쉴틈도 웃고 떠들틈도 없었다. 그렇게 시간은 무심히도 흘러갔다.
두번째로 보게 된 출산도 처음과 다를바가 없었지만 명수의 말대로 우현은 벌써 적응이라도 했는지 침착하게 대응했다. 명수는 그렇게나 감성적이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변할줄은 몰랐다며 한참을 웃었다. 우현 자신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몸이 이렇게 적응되어갈 줄은 몰랐다. 점점 변해갔다. 우현은.
점점 차갑고 이성적으로 변해갔지만, 성규 앞에서는 절대 티내지않고 싶었는지 우현은 성규 앞에서 만큼은 예전처럼 바보같이 웃고 좋은 말만 해주려고 무던히 노력했다.
그런 노력속에서도 성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우현이 저를 향해 노래를 불러주는 것이었다. 한때 가수가 꿈이였다며 농담삼아 뱉은 우현의 미끼를 덥썩 문게 시작이었을거다. 거의 하루에 한번 우현은 성규에게 노래를 해줬다.
특히 성규는 백년도 더 되었을 옛날노래를 좋아했다. 한창 세계적인 문화 전성기 시기에 나왔던 많은 곡들. 그 이후로는 전쟁을 비롯한 여러가지 요소들로 인해 예술과 문화가 정지되어버렸기에 더이상 음악은 발전하지 않았다. 그대로 멈춰버린 음악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그 오래된 노래들을 성규는 참 좋아했다. 사람들의 진실된 사랑과 아픔이 담긴 노래들. 그것들은 지금 이 삭막한 사회에서 볼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담고있었다.
우현의 노래를 듣는 성규는 어느때보다 편안해보였다.
"응. 오늘은 뭐?"
"오늘은..."
"나? 내가?"
"응. 니가 나한테 불러주고 싶은 노래 말이야."
성규가 두 눈을 반짝였다. 우현은 괜히 마른침을 삼켰다.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다. 가끔씩 이런 엉뚱한 소리를 하면 우현의 가슴이 미친듯이 뛴다는 것을 성규는 모를까.
"빨리 불러줘. 명수가 이러는거 보면 싫어하잖아."
"아.. 알았어."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어..."
때론 눈물도 흐르겠지 그리움으로 때론 가슴도 저리겠지 외로움으로.
"사랑했지만... 그대를 사랑했지만"
지친 그대곁에 머물고 싶지만 떠날 수 밖에
성규와 우현의 눈이 마주쳤다. 성규의 눈가에 약간의 눈물이 맺혀있다.
노래를 듣는 내내 성규는 우현이 자신에게 이야기하고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노래를 부르는게 아닌, 편안하게 말하는 우현의 모습이 한없이 아프고 또 아파보였기에. 마치 자신에게 부탁하는 듯 간절했기에.
"아프지마요. 제발 혼자 아파하지마."
"..."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내가 옆에 있는데... 엄마가 혼자 아파하면 난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아."
"..."
"바보같이 왜 몰라. 내가 좋아한다는거."
바보 남우현. 그런건 처음부터 알았어. 근데 말이야. 난 아직 사랑하는게 너무 무섭다. 사랑하면 할수록 다가올 이별은 더 아파지거든. 그 고통스러운 이별은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어.
아직은 너무 어린 우현아. 넌 모르지. 바보야.
성규는 목 끝까지 차오른 말들을 다시 눌렀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리고 우현에게 자신의 약하고 아픈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성규는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우현아."
"응..."
"그 마음 잃어버리지말고 잘 가지고 있어."
"당연하지. 내가 말했잖아. Always 라고. 난 엄마한테 항상이야 항상."
고마워 우현아. 사랑한다고 말 못해줘서 미안해.
"엄마. 밖에 소나기온다!"
철없는 남우현. 넌 정말 아무것도 몰라서 좋겠다.
성규가 애써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갑갑한 센터에서만 갇혀 살다가 오랜만에 나가는 바깥 세상에 들떠있는 우현을 차마 잡을 수 없어 성규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우현을 보냈다.
"나? 그냥 할일이 없어서 자려고."
"뭐? 어린게 못하는말도 없지. 남편은 무슨!"
"아 됐어. 오늘 연구원들 다 휴가갔잖아. 나도 사실 휴간데 갈데가 없으니까 여기 있는거 알잖아. 오랜만에 우리 심심한 사람들끼리 얘기나 해볼까."
"엄마 남우현 좋아하잖아."
"..."
"너 지금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그럼 이게 장난같아?"
성규는 명수의 말을 따라 곰곰히 생각해봤다. 자신이 우현에게 이렇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
"생각할게 뭐있어. 민이형 때문이잖아."
그렇다해서 명수의 과거를 들먹이는것은 절대로 하지 못할 짓이다. 그냥 참는게 상책이다.
성규도 물론 알고있다. 우현을 생각해서라도 이젠 창민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것. 하지만 4년동안 꿋꿋하게 지켜온 사랑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정말 영원히 가슴속의 흉터로 남을지도 모를 그런 사람이다.
"나도 날 모르겠다. 어쩌란거야."
"엄마는 사랑해주는 사람이라도 있지. 그 사랑 받을수라도 있지. 근데 난 아니야. 난 엄마가 너무 부럽다."
"..."
"왜 사랑한다면서 말을 못하는건데. 이건 시간낭비야. 엄마는 지금 이별을 두려워하고 있지? 사랑하는만큼 이별은 아플거라고 생각하잖아. 엄마의 말마따나 이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겠지. 그렇다면 1분 1초가 아깝다는 생각 안들어? 사랑할 시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망설이고 겁먹을 시간이 있어?"
서로의 과거와 아픔, 모든 것을 다 알고 있기에 가능한 말들이다. 그래서 대꾸를 할 수 없다. 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성규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알면 제발 말을 해. 답답해 죽겠어."
"그래야지... 내가 이러고 있는거 우현이한테도 너무 미안해."
"응. 오랜만에 고마웠어."
명수가 방을 나갔다. 홀로 남은 성규가 탁자에 놓여진 스탠드를 살짝 들었다. 스탠드가 있던 자리 밑에는 작은 글씨들이 쓰여져있었다.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악필임에도 낙서를 읽는 성규의 표정은 행복함과 설렘이 가득했다.
「바보야. Always 거든. 그리고 나도 사랑해.」
|
안녕하세요 봉봉입니다!^^*
너무 늦게 돌아와서 지송해요.. 다들 절 잊지 않으셨을런지..ㅠ_ㅠ*
하여튼.. 시험준비중이라서 너무너무 바쁩니다... 천월이도 저도 메모장에 손도 못대고 있어요...아잌아잌!
이번 현성은 어땠나요? 나름 좀 아련아련하게 적어봤는데..
저저.. 망할 브금이!! 불후2 무대영상에서 음성을 추출한거라 음질이 좀 안좋습니다. 그리고- 손발도 오글오글 말려 들어가죠? 어이쿠야..
저 시대에 사랑했지만 이라니.. 정말 대단한 무리수이지만 저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노래고, 이번편 분위기에 맞는 것 같아서 살포시 깔아봅니다^^*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 감사해요! 손팅하면 잉삐닛이 꿈에 나와서 뽀뽀해줄꺼임!^^*
Ps. 다음편부터 쭈욱 폭풍눙물구간입니다. 야동은 야동대로, 수열은 수열대로, 현성은 현성대로... 손수건 준비하시길 바래요!^^*
(+) 저 Always 대란... 대부분 메시아는 새벽에 급하게 쓰기 때문에.. 이상한 드립들이 많아요.. 지송합니다^^*
※ 메시아는 프롤로그부터 차례차례 읽어주셔야 이해가 된답니다♡
메시아 프롤로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148
메시아 1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173
메시아 2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220
메시아 3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261
메시아 4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329
메시아 5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411
메시아 6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438
메시아 7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481
메시아 8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514
메시아 9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571
메시아 10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631
(+)메시아 11편 보러가기 http://instiz.net/writing/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