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썰의 남준이와 윤기는 서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무려 66편의 썸과, 답답함을 이겨낸 만큼 조심스럽기도 하겠죠.
여러 감정이 많이 교차하면서도
결국은 단순하게 나는 너를 좋아한다. 라는 결론을 내려버릴 둘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앞으로는.
예전에 어느 댓글에, 어느 분이 작가님도 66편이나 썸을 탈 줄은 모르셨죠, 라고 하는데
...
어떻게 아셨지... ^ㅁ^...?
있잖아, 나 예전에 알바했을 때 커플이 들어와서 그런 말을 했었어.
어떤 말이요?
우리 벌써 90일? 이랬나. 여자가 그렇게 말하니까 남자가 웃었었어.
무슨 알바였는데요?
편의점.
오후의 어느 날에 남준이와 윤기가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두서없이 시작된 윤기의 말이지만 남준이 너는 윤기의 과거 한 켠을 본다는 설렘에 가만히 윤기의 말을 듣고 있었으면.
잠시 말을 멈추었던 윤기가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원래 사귀면 날짜를 세고 그러는거야?
뭐... 대부분 그렇죠.
왜?
사람들은 무언가 특별함을 원하거든요. 그런데 매일매일 함께하는 사이에서 같이 보낸 날이 100일째, 200일째, 하면 그 날은 굉장히 특별해보이잖아요. 그 특별함을 기념하고 싶어서 날짜를 세는거죠.
신기하네. 둘만의 기념일 같은거야?
네? 아, 네. 그렇죠. 커플 당사자들만의 기념일이죠.
윤기는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앞에 놓여진 딸기를 들어올려 한 입 깨물어먹었으면 좋겠다.
입술로 최대한 딸기를 물어 빨간 과즙이 흘러내리지 않게 우물우물거렸으면.
따라서 입술도 딸기를 닮아 붉어졌으면.
딸기 꼭지를 내려놓은 윤기가 다른 딸기 하나를 집어올리면서 물어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럼
몇 일인데?
윤기의 말에 남준이는 핸드폰 안의 달력어플을 이용해서 날짜를 확인했으면.
그러다가 하나, 둘, 셋...
날짜를 세어갔으면 좋겠다.
한 5일쯤? 됐네요.
내일은 6일이겠네.
그렇죠?
그 다음 날은 7일, 그 다음 날은 8일...
윤기가 손가락을 접으면서 중얼거리다가 무언가 가늠한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도 똑같이 날짜를 세어나가다가 문득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우리가 사귄 지 5일.
뭔데 이렇게
간지럽냐.
남준이가 100일이 언제인지 몰래 날짜 계산기로 계산해서 어플에 저장해놓는 사이에
윤기의 하얀 귀 끝이 마치 윤기의 입술처럼 딸기를 닮아갔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새로 생긴 취미같은 게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윤기를 관찰하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을 때 윤기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
어떤 행동을 했을 때 윤기가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하얀 얼굴에 어떤 색이 물들여지는지, 등등.
윤기의 외적인 면도, 내적인 면도 모두 알고 싶다는 욕심 혹은 관심으로 빤히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시선에 민감한 윤기도 당연하게 그 시선을 알아챘으면 좋겠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지만
멋쩍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해서
괜히 남준이의 시선을 이리저리 피해다녔으면 좋겠다.
남준이는 그래도 꿋꿋하게 윤기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햇빛을 가득 담았을 때 옅게 회색빛이 도는 눈동자,
무언갈 쥐고 있을 때 생각보다 더 남자답게 불거진 손,
얇은 티 아래로 느껴지는 넓지만 마른 어깨,
일반 남자보다 더 얇은 다리까지.
그러다가 윤기가 놀란 표정을 짓거나,
부끄러운 듯이 귀 끝을 살짝 발갛게 물들이면서 두 귀를 꾹 잡아 얼굴을 가리면
절로 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느 날은 토끼로 변한 윤기가 계속 남준이가 자신을 바라보니까 깡총깡총 남준이 근처로 다가가
대뜸
허벅지를 시원하게 뒷다리로 차버렸으면.
엄청 죽을 것 같이 아프지는 않지만 꽤 욱신거리는 허벅지에
남준이가 갑자기 왜 그러냐면서 울상을 지었으면.
그제야 이불 안으로 바로 도망친 뒤에 사람이 된 윤기가 티셔츠를 챙겨입고 홱 고개를 돌려 남준이를 바라봤으면 좋겠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코를 씰룩거리면서
미간을 찡긋거리면서
침대를 한 번 팡 두드렸으면 좋겠다.
나 그만 봐.
네?
자꾸 그렇게 느끼한 시선으로 보니까 온 몸이 간지러워 죽을 것 같잖아. 그만 보라고.
본다고 좀 닳는 것도 아니고.
나는 닳아. 그러니까 보지마.
익숙해지면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안 익숙해져.
단호한 윤기의 말에 남준이가 삐친 얼굴을 한 채로 알겠다면서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남준이가 투덜거리면서 노트북 앞에 앉는 사이에
그제서야 윤기가 베개에 얼굴을 쿡 박은 채 길게 숨을 내쉬었으면 좋겠다.
어떻게 익숙해지냐, 이 멍청아.
그렇게 나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을.
윤기가 속으로 연신 투덜거렸으면 좋겠다.
아직은 서툴게 진심을 숨긴 채로 윤기는 두 귀를 축 내려 제 볼을 감싸 가렸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슬쩍 남준이의 뒷모습에서도 삐쳤다는 분위기가 잔뜩 풍겨오는 것을 보고
작게 웃어버렸으면 좋겠다.
윤기 너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시선이
남준이의 시선과 똑같다는 것을 아직 몰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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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
귀여운 그림과 글씨 모두 감사합니다. 하트. |
[암호닉] 확인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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